온 겨레의 스승이신 세종대왕이 오신 날
세종날 숭모제전이 점점 시들해지는 까닭이 무엇일까?
오늘은 온 겨레가 우러러 받들고 따라야 할 겨레의 큰 스승이고 지도자인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날이다. 나라에선 오래 전부터 세종날이라 부르며 그 분이 잠든 여주 영릉에서 대통령까지 참석해 숭모제전을 거행해왔다. 예부터 한 집안이나 나라에서 그의 조상을 잘 섬기고 추모하는 건 미풍양속으로서 한 집안이나 나라가 잘 될 아름다운 근본 의식이다.
그런데 군사독재자란 박정희 대통령은 세종대왕이 나신 날엔 영릉 숭모제전에 참석해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을 되새기며 나라발전을 다짐했는데 그 분위기가 전두환 대통령 때부터 조금씩 식기 시작해 민주투사였다는 김영삼 대통령은 한번 그 제전에 참석한 뒤부터 참석하지 않았고 김대중, 노무현대통령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만해도 문화관광부장관이 참석했으나 올해부터는 장관도 참석하지 않고 문화재청장이 그 제전행사에 가장 큰 어른 노릇을 하고 있다. 한글날이 김빠진 날이 되듯 세종날도 억지로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나라 안엔 외국 자본과 외국 문화와 외세가 판치고 수많은 대다수 국민은 절망 속에 살고 있다. 가장 잘 모셔야 할 조상과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인 한글을 헌신짝 취급하니 나라가 잘 될 리가 없다.
사진: 여주 영릉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세종대왕이 누구인가? 우리의 조상 가운데 훌륭한 분이 많지만 세종대왕은 온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조상이고 인물이다. 왜 그 분을 존경하는가? 그 분은 나라를 잘 이끌었고 백성(국민)을 위해 온 몸을 바치셨다. 그 분은 세계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을 만드셨으며 과학, 국방, 경제, 문화, 예술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업적을 남기셨다. 우리 역사상 문화전성기였으며 가장 태평한 시대로 이끈 정치 지도자였고 학자였다. 그 분의 사상과 철학은 민주, 민본, 홍익인간 정신, 평화, 애민사상의 결정판이었다. 오늘날 정치가, 학자, 과학자, 예술가, 국민 모두 우러러 받들고 배우고 본받아야 할 게 너무 많은 분이다.
그 분이 임금이 되자마자 신하들이 아버지와 정쟁을 한 그의 삼촌인 회안대군(방간)을 처결할 것을 건의했으나 정적을 처단하는 일을 거절했다. 그리고 온 백성과 나라를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남쪽의 왜구와 북쪽의 오랑캐 막는 일에 힘썼다. 지금보다 강대국과 외침이 더 심한 때에 그들을 막는 일부터 한 것이다. 오늘날 정치인이 정권 안전과 정적 때리기에 열심이고 강대국에 끌려 다니기만 하는 것과, 두 김씨가 집권하자마자 일제 때 선생을 청와대로 모신 것과는 딴판이다.
그 다음 세종은 백성을 위해 법전을 정리하고, 법과 규정을 잘 지키는 바탕에서 바른 정치를 하려했고, 허름한 감옥에서 늙거나 연약한 죄수가 겨울에 고통이 많을 걸 걱정해 감옥까지 손보게 했고,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 삼강행실도란 그림책까지 만들었다. 그래도 안 되니 눈병까지 나가며 손수 훈민정음이란 우리 글자를 만들어 오늘날 우리도 그 덕을 보고 있다. 그 뿐인가 아악을 정리하고, 농사 책과 농사 기구를 새로 만들어 경제를 일으키기 노력하고, 측우기, 해시계 등 과학문명 발전에도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
그런 분을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때까지는 본받을 스승으로 알았고, 섬겨야 할 지도자요 조상으로 알고 국민들도 받들었다. 그래서 세종이 오신 날을 ‘스승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 세종대왕 같은 스승이 되고 세종대왕을 본받자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그 스승의 날이 선생이 돈이나 챙겨서 교육을 망치는 날이 되었다고 없애든가 학기가 끝나는 2월로 하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심한 나라요 세상인데 현 집권자는 속수무책이다.
한글이 무엇인가? 우리 조상이 남긴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귀중하고 훌륭한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세계 문화유산이기도 하고 우리의 자랑이고 긍지요 자신감이다. 그래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때 까진 정부와 학교에서 한글을 사랑하고 빛내려 힘썼지만 전두환 대통령 때부터 한글을 우습게 여기더니 노태우 대통령 땐 한글날을 공휴일에서까지 빼버리고, 김영삼 대통령은 국제화니 세계화를 외치며 한자와 영어 조기교육을 하겠다고 설치더니 김대중 정권 또한 일본처럼 한자혼용, 병용해야 한다면서 제나라 글자보다 남의 글자 섬기기에 더욱 힘썼다. 그래서 거리엔 영문 간판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얼빠진 국가, 국민으로 만들어서 김영삼 정권 때 국제 투기꾼의 밥이 되어 나라를 말아먹기까지 했다. 그런 풍조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까지 이어지며 온 국민이 외국말 배우고 섬기기에 돈과 시간과 힘을 써버리고 나라는 외세에 허덕이고 있다. 우리 말글살이는 어지럽고 영어 조기유학에 기러기 아빠가 자살하고, 원정 출산에 국적포기가 나오고 사교육비가 날로 늘어나 가정살림이 파산할 지경이다.
한글이 온 국민을 똑똑하게 만들고 국민수준을 높여주어서 민주정치와 경제발전의 토대를 튼튼하게 해주었고, 오늘날 세계 으뜸가는 정보통신 강국, 선진국으로 만들어 온 국민이 편리한 정보통신을 즐기는데도 그 고마움을 모르고 정치인과 경제인은 한글을 짓밟고 있다. 진짜 어리석고 한심한 한국 지배층이다. 문민정치세력, 민주화세력이란 자들이 더 세종대왕과 한글의 훌륭함과 중요성을 모르고 무시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외세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자주 통일을 앞당기려면 세종정신과 한글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잘 이용해서 자주 문화를 꽃피워야 하는 데 그걸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정치를 할 줄 모르면 세종대왕이 한 정치를 본받으려 하면 좋을 터인데, 미국의 링컨을 존경한다며 서양 정치인만 바라보니 이 나라가 제대로 글러가지 않는다.. 며칠 전 이순신 장군 탄신 기념일에 비하여 세종날은 너무 초라하고 조용하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음력으로 사월 초파일이라 ‘부처님 오신 날’도 되고 ‘스승의 날’에 겹치는 데 방송과 신문은 부처님 이야기와 선생님들 이야기만 하지 세종대왕에 대한 보도는 눈 씻고 살펴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날 한글단체와 세종대왕을 존경하는 많은 학생들은 세종날에 여주 영릉 숭모제전에 참석했지만 요즘 정부가 성의 없이 행사를 하니 이제 잘 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4월 14일에 덕수궁 세종대왕 동상에 꽃을 바치고 오늘 여주 영릉행사엔 몇 분만 참석했다. 나는 여주 행사가 참석했다가 얼빠진 관리들 모습에 속만 상할 가봐 가지 않고 한글학회 유운상 사무국장에게 그 분위기를 전화로 물으니 “안 오길 잘했다. 너무 싱겁고 초라한 행사였다. 장관도 오지 않고 마지못해 문화재청장이 행사를 하는 거 같았다.”고 말했다.
사진: 4월 14일 덕수궁 세종대왕 동상에 꽃을 바치고 우리말 지킴이 뽑기 행사를 한 뒤에 한글단체 대표들이 찍은 사진
어제 덕수궁 세종대왕 동상에 꽃 바치는 자리에서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차재경 이사는 “ 세종대왕 동상도 천대를 받고 있다. 세종대왕 동상을 덕수궁에서 자꾸 옮기라고 해서 우리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고 나라 일을 하신 경복궁이나 그 앞 광장으로 옮기던지 아니면 세종대왕 기념사업회로 옮겨달라고 건의했으나 아무 답이 없다.“고 말했다. 1968년 박정희 대통령 때 경복궁에 일제 총독부가 있어 세종대왕 동상을 덕수궁에 세웠는데 이제 세종대왕과 지금 경복궁 복원공사까지 했으니 세종대왕 동상을 그 곳으로 옮겨야 옳다.
세종대왕과 한글은 단순한 우리 자랑거리가 아니라 세계 으뜸가는 문화상품, 관광 상품도 될 수 있다. 대만은 본토를 공산당에 빼앗긴 장개석 총통을 내세워 공항 이름을 중정공항이라 하고 시내에 중정기념관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전 대통령 김영삼은 영종도에 만든 공항이름을 국민들에게 공모해서 ‘세종공항’이 선정하고도 이를 무시하고 자기를 따르는 최기선 인천시장의 건의를 듣고 ‘인천공항’으로 정해서 국민을 기만하기까지 했다. 그런 어리석음과 고집 정치는 나라를 국제통화기구의 경제식민지로 만들었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과 문화관광부장관, 문화재청장은 이제라도 세종대왕과 한글을 제대로 받들고 그 공적을 잘 이용해 나라를 일으키고 국민을 기쁘게 해주기 바란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고, 경복궁에 세종대왕 동상을 옮기고, 광화문 현판을 훈민정음 글씨로 만드는 게 그 첫 번째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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