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 황금을 찾고자 하였지만 그 보다 더 큰 재산인 옥수수를 가져왔다. 당시의 아메리카 대륙 대부분에서 옥수수가 재배되고 있었고 콩, 호박과 함께 ‘세 자매’로 불리고 있었다.
유럽으로 먼저 전해진 옥수수는 16세기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빠르게 전파되었다. 영어로 Corn, Maize, Indian corn, Turkey corn과 같이 각 나라별로 이름이 다양한 것은 그만큼 재배역사가 오래되고 넓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유럽에서 옥수수를 부르는 명칭도 각기 다른데 남프랑스에서는 ‘스페인 밀’, 터키에서는 ‘기독교도의 밀’,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에서는 ‘터기 밀’로 불렸다. 당시 유럽의 들판은 아메리카에서 가져온 옥수수가 온 들판을 덮었다.
옥수수의 영어 명칭인 메이즈(Maize)는 미국 원주민인 인디오가 ‘마히스’라고 부른데서 유래되었다. 옥수수의 학명은 Zea Mays L.이다. 린네는 옥수수를 가난을 물리친 최고의 작물로 생각하여 라티어로 ‘생명의 근원과 만인의 어머니’를 뜻하는 학명을 붙였다.
유럽은 밀과 보리를 중심으로 한 농업사회였지만 옥수수는 척박한 토양과 메마른 환경에서도 잘 자랐고 흑사병 이후 굶주림에 시달리던 유럽인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며 옥수수 죽(플렌타)은 농민들의 허기를 달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옥수수와 감자의 전래 이후 유럽의 인구가 2배 가까이 증가하는데 일조하였다. 노예무역과 함께 아프리카로 전파된 옥수수는 열대지방에서도 잘 자랐고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나 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후 이상이나 병해충 발생으로 농사를 실패하게 되면 더 큰 굶주림이 찾아오는 역효과가 발생되기도 하였다. 아시아에는 인도에서 티베트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갔으며 우리나라에는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강남(중국 남부)에서 온 각종 외래 작물에 대해 언급하면서 옥수수를 ‘율미(栗米)’라고 소개한 기록을 보아 17세기 초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땅에서 시작된 옥수수의 희망은 착취와 불평을 초래하는 역사를 만드는 불행이 다가오고 있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농촌은 식량공급기지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옥수수의 가치 또한 높아졌다. 식량의 기능을 넘어 가축의 사료로서 대량의 옥수수가 필요하였고 미국 중서부는 ‘옥수수벨트’라는 이름으로 세계 식량시장의 중심지가 되었고 권력의 도구가 되었다. 대규모 재배와 비료 농약, 기계화로 생산량은 팝콘 터지듯 폭발적으로 증가되었다.
20세기 초 미국 정부는 잉여농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적 이용을 확대하고 가격유지를 위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옥수수는 식량작물에서 경제와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되고 기술개발과 기계화가 가속되었다. 옥수수벨트에서 생산된 옥수수가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식량시장을 주도하게 되고 미국을 세계 식량가격을 조절하고 최근에도 매년 50∼100만 톤 규모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여러 나라에 국제 식량원조에 사용하면서 외교 전략의 도구가 되었다. 세계 곡물시장은 카길, ADM, 루이 드레퓌스, 벤지와 같은 메이저 회사가 생산, 가공, 운송, 유통망을 장악해서 가격을 조정하고 계약재배로 원료곡을 확보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제 옥수수는 세계 식량시스템 속에서 사람의 배를 채우는 곡물에서 글로벌 자본과 권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옥수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육류와 유제품, 가공식품이 옥수수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최근에는 바이오 에탄올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으며 생산원료인 옥수수의 수요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에탄올 생산국인데 2024년 187개의 에탄올 생산 공장에서 전체 생산량의 40% 정도가 연료생산에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식량 공급량의 감소로 인한 옥수수 가격 상승으로 전반적인 식품물가 상승을 유발시키는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탄소발생과 생물 다양성 감소, 토양오염, 과도한 물 사용과 같은 환경적 문제를 낳기도 한다.
옥수수는 식량의 범위를 넘어 ‘산업의 연료’가 되었다. 가축의 먹이는 물론 산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작은 씨앗 하나가 살아가는 방법을 바꿨고 우리의 선택과 미래를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