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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만복대(2월 10일 화요일) 산행
(장쾌한 눈덮힌 능선 조망)
◈ 지리산 만복대 : 1433m(전남 남원시)
◈ 소 요 시 간 : 4시간 예정◈ 예 정 코 스 : 정령치-만복대-묘봉치-고리봉-갈림길-당동 주차장
◈ 준비물 : 등산복장, 장갑, 식수, 도시락, 행동간식, 상비약, 손전등, 아이젠등
◈ 지리산 서쪽 끝의 만복대(1,433.4m)는 구례군 산동면과 남원시의 경계에 웅장한 모습으로 솟아오른 봉우리다. 성삼재(1,090m)와 정령치(1,172m) 사이 백두대간 구간 가운데 가장 높은 꼭지점을 형성한 곳으로, 지리산에서 출발한 많은 종주대가 이곳을 거쳐 멀리 향로봉까지 산행을 이어가고 있다.
만복대는 북풍한설에 피어난 설화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지리산 최고의 억새능선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어울린다. 가을철이면 금빛으로 출렁이는 억새의 군무가 저 멀리 병풍처럼 둘러친 지리산 주능선의 웅장함과 어우러져 장쾌한 풍경을 연출한다. 잡목이 많이 자라 예전만 못하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만복대 억세군락은 특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만복대 산행은 도로가 뚫린 성삼재와 정령치 간의 대간 능선을 따르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접근이 쉽고 고도차가 크지 않아 힘들이지 않고 산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시간을 아끼길 좋아하는 일부 사람들은 정령치에서 정상만 다녀오는 최단의 왕복코스를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상 사냥을 위한 산행을 마치고 나면 뭔가 중요한 것을 빠트린 것만 같은 아쉬움이 든다.
몇 해 전만 해도 만복대 남서쪽 방면의 지리산온천랜드 위 상위 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만복대로 오르는 코스가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이 코스는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반달곰 등 지리산 야생동물 보호를 목적으로 폐쇄해 등산인들이 다닐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지리산온천 위 당동 마을에서 성삼재 부근으로 연결된 등산로가 개방됐다.
만복대는 이름만큼 복스러운 산으로 산 전체가 부드러운 구릉으로 되어 있다.
'만복대'란 명칭은 풍수지리설로 볼 때 지리산 10승지 중의 하나로 인정된 명당으로 많은 사람이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하여 만복대로 칭하였다는 설이 있다.
만복대는 멀리서 보면 헐벗은 산 같지만 억새로 뒤덮혀 있어, 주변의 단풍과는 사뭇 다른 가을의 정취를 보여 주고 있으며,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100리길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듯 조망이 좋다. 이 봉우리에서 고리봉(1,248m)까지 3km에 이르는 남능선에는 지리산에서 가장 드넓은 억새 평원이 펼쳐져 있어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지리산 횡단 관광도로가 지나가는 곳에 위치한 정령치에서 만복대까지는 걸어서 50분이면 충분하다.
만복대의 북쪽에 있는 정령치(1,172m)와 남쪽의 성삼재(1,090m)의 도로가 뚫린 뒤, 그간 이들 두 고개마루를 잇는 당일 상행 종주코스로 산악인들의 인기를 누려왔다.
이 곳에서 동남쪽으로 바라보이는 반야봉은 지리산의 웅장함을 실감케 해준다. 1990년대에 산동면에 지리산 온천 랜드가 들어서면서 온천과 연계한 등반지로 찾는 이들이 많다.
봄철 산수유꽃이 필 때면 산동면 위안리의 상위, 하위 등 산수유마을에서 노란 산수유꽃을 감상하고 만복대에 올라도 좋다.
글쓴이:배현영기자
억새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만복대의 겨울은 스산하고 외롭다. 윤기나는 은빛을 잃은 억새가 허허로운 만복대의 겨울을 겨우 채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2008년 1월 만복대의 겨울은 혹독하게 아름다웠다. 눈이 몇 날 며칠 얼마나 내렸는지 온통 흰 눈만 보일 뿐이다.
1월2일 지리산 대설주의보가 해제되자마자 만복대로 향할 채비를 한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지만 새야한 눈밭에 가장 먼저 발자국을 남기고픈 이상한 심리가 발동해서다. 손영조씨와 전재완씨도 심설산행에 동참한다. 그런데 만복대를 오르기 위한 최단거리의 들머리인 성삼재와 정령치가 묶였다. 산행 전날인 1월1일까지 눈이 내려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차량진입이 전면 금지된 것이다.
이번 산행에 길잡이 ㅇ력할을 해주기로 한 손영조씨가 사방팔방으로 알아보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화엄사부터 걸어 올라가?" 대설주의보 해제 직후라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을 러셀까지 해가며 올라갈 생각에 앞이 캄캄하다.
"당동으로 올라가시죠. 그게 가장 빠르니까."
손영조씨가 결단을 내린 듯 취재진을 당동으로 이끈다. 지리산 횡단도로가 개통된 이후 만복대를 오르려는 사람들 대부분이 성삼재와 정령치를 이용하다보니 당동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져 잡목이 우거져 있으며 시야가 밝지 못하다.
취재진이 늦장을 부린걸까.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이미 등산로에는 산꾼들의 등산화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것도 한두 사람의 발자국이 아니다. 등산로가 뚜렷하게 이어질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당동을 기점으로 산행을 이어간 모양이다. 지리산 설경을 향한 산꾼들의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당동마을에서 바라본 만복대의 풍경은 수묵화에 가깝다. 흰 화선지에 시커먼 물을 찍어 그려낸, 고요한 산의 마음을 담은 그림처럼. 산과 하나가 되기 위해 안으로 들어설수록 산은 눈부신 고립을 선물한다. 사방은 온통 흰 것 뿐이다. 얇게 얼어붙은 얼음장 아래로 흘러내리는 계곡만이 산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체온도 그것에 비례하듯 올라간다. 그림처럼 닿지 못할 곳 같던 만복대 능선이 눈앞으로 다가와 있다.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국 덕분에 길을 헤매지 않고 오를 수 있어 시간은 예상했던 것보다 단축된다.
앞서간 이들은 얼마나 부지런을 떨었던 걸까. 고요하다. 고리봉 능선은 그 어떤 인기척도, 바람 소리도 없다. 눈빛에 반사되어 새하얀 푸른빛을 간직한 하늘과 뾰족뾰족 얼어붙은 눈꽃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메마른 나무만이 능선을 가득 메운다. 눈물나도록 아름답다. 눈물 나도록 외로운 풍경이다.
러셀, 또 러셀
고리봉에서 만복대까지 얕은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어제까지 내린 눈으로 눈은 발목 위를 뒤덮는다. 뽀도독거리며 밟히는 눈의 소리가 오감을 자극하며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눈의 소리에 몸은 금세 리듬을 탄다.
묘봉치를 지나 우거진 눈의 숲으로 들어선다.
"앗! 차가워."
동시다발적으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배낭에 걸린 가지가 재킷 사이로 눈꽃을 쏟아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한 차가움이 등 뒤를 타고 흘러내린다. 가지가 우거진 숲을 지나면 만복대가 지척이다. 하얀 세상에 검은 점 한 쌍이 만복대 정상에서 묘봉치 방향으로 내려서는 모습이 보인다. 취재진의 등대 역할을 해준 분들일까. 중년 부부다. 평일 오후 함께 산을 오르는 여유가 부러워 보인다.
바람 한 점 없다며, 상고대의 슬픈 노래 소리를 듣지 못해 아쉽다던 전재완씨의 마음이 지리산에 과하게 통한 모양이다. 만복대 정상에서 매서운 바람이 몰아친다. 만복대의 상징인 돌탑 뒤로 숨어보지만 속수무책이다. 그런데 재작년 가을 만복대를 올랐을 때와 돌탑의 모양이 다르다.
"거의 매년 누군가 돌탑을 무너뜨리고 가요. 아마도 한국 무속 신앙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겠죠. 그런데 더 신기한건 무너진 돌탑이 어느 순간 다시 세워져 있다는 거에요. 우리나라 사람들 참 대단한 거 같아요."
손영조씨가 돌탑에 대해 설명을 하며 자신의 캠코더에 만복대의 설경을 담는다.
몇 날 며칠 내린 눈이 메마른 가지에 자리 잡으며 천지의 찬 공기를 견디고 이겨내 피운, 이성의 계절이라는 겨울을 감성으로 깨우는 겨울의 찬란한 은총, 상고대가 서서히 붉게 물들어 간다. 이 해가 저물어 밤이 깊어지고 새벽이 오기까지 상고대는 찬바람에 자신을 더 견고히 다질 것이다.
만복대에서 정령치로 내려서는 등산로는 깨끗하다. 산꾼들의 흔적이 없다. 만복대에 오른 등산인들 전부가 다시 당동마을로 내려선 모양이다. 겨울산을 향유하느라 늦장을 부린 취재진은 하산을 서두른다.
주민욱 사진기자의 선두로 러셀이 시작된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기는 게 쉽지 않다.
"어휴! 이러다 오늘 비박해야 하는 거 아냐?" 사진 찍으랴, 러셀하랴 바쁜 주 기자의 임무를 덜어주기 위해 전재완씨가 러셀을 시작한다.
"어! 어! 어! 어디까지 쌓인거야?"
등산로를 따라 다리를 깊숙이 꽂아 넣던 전재완씨의 몸이 눈 속으로 파묻힌다. 가슴까지 차오른 눈에 모두들 걸음을 멈칫한다.
5m 진행하는데 10분 이상이 걸린다. 평소 같으면 1시간 안에 내려설 수 있는 거리인데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사방이 캄캄해오기 시작하지만 눈의 깊이는 고르지도 않을 뿐더러 얕은 곳은 찾아볼 수도 없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당동에서부터 '러셀 한번 해야 하는데' 하며 오르던 취재진이었지만 이렇게 힘겹게 러셀을 이어가니, 모두들 숨을 헐떡이며 '정령치가 이렇게 멀었어, 무슨 눈이 이렇게 많이 왔어' 등 불평불만을 터트린다.
정령치로 내려서는 계단이 나타나자 다들 가쁜 숨을 천천히 고른다. 어둑어둑해져 걸음은 마지막까지 조심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정령치부터다. 차량 진입이 금지되어 있으니 고기리까지 걸어내려 갈 수밖에 없다. 뚝뚝 떨어지는 기온에 옷을 단단히 여민다.
검은 산 그림자가 드리워진 도로에 하얀 눈이 쌓였다. 그 가운데 누군가 밟은 흔적 따라 얼룩덜룩 얼음이 얼었다. 미끄러운 그 길을 따라 내려가려니 날카롭게 신경이 곤두서 온몸이 뻐근하다. 귀를 에는 바람이 한줄기 스쳐지나간다. 정말 겨울인가보다.
*산행길잡이
당동-(2시간30분)-고리봉-(30분)-묘봉치 헬기장-(1시간30분)-만복대-(2시간20분)-정령치휴게소-(1시간)-고기리
눈이 남기고 간 만복대의 겨울
만복대를 오르는 들머리는 크게 두 군데로 성삼재와 정령치가 있다. 지리산 횡단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화엄사를 들머리로 해 코재를 지나 만복대를 오르거나 당동마을을 들머리로 했지만 1988년 지리산 횡단도로가 건설되면서 당일 산행으로 성삼재에서 만복대로 오르는 코스가 인기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코스라 등산로가 뚜렷하며 500m마다 조난대비구간 위치번호와 국립공원 전화번호가 새겨진 안내목이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성삼재에서 300m 오르면 당동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복대로 향하는 길이 만나는 갈림길이 나온다. 당동마을에서 갈림길까지는 3km로 2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아 잡목이 많이 우거져 있으며 시야가 밝지 못하다. 특히 겨울에는 미끄럼에 주의해야 하며 우천 시에는 계곡이 범람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리산국립공원에 눈이 많이 경우 횡단도로의 차량 진입이 전면 금지되므로 만복대를 오르기 위해서는 당동마을이나 화엄사를 들머리로 하는 것이 좋다. 화엄사에서 오를 경우 당일 산행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거리기 때문에 당일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당동마을을 들머리로 하는 것이 좋다. 날머리인 정령치의 경우도 눈이 많이 오면 차량 운행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도로를 따라 고기리까지 내려가거나 정령치를 넘어 고리봉에서 고기매표소로 내려가야 한다. 도로의 경우는 눈이 금방 얼기 때문에 눈이 많이 내린 후 만복대를 오를 때는 크램폰을 반드시 챙겨 가도록 한다.
*교통
서울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례읍까지 가는 버스가 07:30~19:30까지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요금은 21,800원이며 4시간 걸린다. 구례읍에서 성삼재로 가는 버스가 운행한다. 구례발 성삼재행은 1일 8회(04:20, 06:00, 08:20, 10:20, 12:20, 14:20, 16:20, 17:20) 운행하며 요금은 3,200원, 50분 걸린다. 성삼재발 구례행은 1일 8회(05:00, 06:30, 09:20, 11:20, 13:20, 15:20, 17:20, 18:00) 운행하며 요금은 3,200원, 50분 걸린다.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례읍까지 버스가 운행하며 진주와 하동 등을 경유한다. 시간은 3시간 정도 걸린다.
*잘 데와 먹을 데
성삼재에서 도보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노고단대피소(061-783-1507)가 있다. 지리산에 있는 대피소와 야영장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우므로 미리 예약을 하기 바란다. 성삼재에서 4km 떨어진 곳에 심원마을이 있어 민박 및 식사를 할 수 있다. 남원 주천면 덕동리에 위치한 달궁자동차야영장에서 야영이 가능하다.
*볼거리
화엄사 신라 진흥왕 5년 연기조사가 창간했다. 통일신라 문무왕 때 당나라에서 돌아와 화엄십찰을 세우면서 큰 가람을 이루었다고 한다. 규모가 웅장하고 우아하여 지리산 8대 사찰 중 제일 큰 사찰일 뿐 아니라 유서 깊은 불교문화의 요람지로 동양 최대의 목조건물인 각황전을 비롯한 국보 4점과 보물 5점, 천연기념물 1점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구룡폭포 지리산국립공원 북부지소가 있는 주천면 호경리에서부터 구룡폭포가 있는 주천먼 덕치리까지 펼쳐지는 심산유곡이다. 수려한 산세와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으로 이어지는 이 계곡은 길이가 약 3km이다. 남원8경 중 제1경인 구룡폭포 아래에는 용소라 불리는 소가 형성되어 있는데 옛날에 이곳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지리산 관광도로가 개설되어 구룡계곡의 스카이웨이는 한층 편리하게 이곳 경치를 구경할 수 있게 해준다.
산동 산수유꽃 구례군 산동은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 중의 하나로 2월 말이면 노란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초까지 피어 있으며, 11월에는 온통 빨간 루비빛에 휩싸인 전국 최고의 산수유 군락지다.
옛날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올 때 산수유나무를 가져다 심었다고 해서 '산동' 이라는 지명이 생겨났으며 3월 중순이 되면 대표적 꽃 축제의 하나인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수락폭포 산동면 소재지인 원촌마을 수기리에 위치한 수락폭포는 하늘에서 은가루가 쏱아지는 듯한 아름다운 풍치를 이룬다. 높이 15m의 폭포로 여름철이면 많은 부녀자들이 낙수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는데 신경통, 근육통, 산후통에 효험이 있다 하여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또한 이곳은 동편제 판소리의 대가인 국창 송만갑 선생이 득음하기 위하여 수련했던 장소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