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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11일(토),
갑무와 함께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의 카페모임에 편승하여 몇 년 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신안군 '증도'를 다녀왔다.
삶의 본질과 가치를 다시 따져보려는 이들이 늘면서 일도 운동도 이동수단도 음식도, 더디고 불편함을 무릅쓰고 천천히 누리고 즐기는 옛 방식이 선호되는 추세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몸을 추스르고 마음의 여유를 찾자는 것이다. '더디고 불편하지만 여유로운 여정'으로 꾸려지는 섬 여행도 이런 맥락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때마침 최근에 지인으로 부터 알게 된 "무심재클럽 여행(카페)"에서 '아름다운 슬로스티 섬, 증도의 일몰을 걷다' 라는 주제의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신안군은 전남 서해 앞바다에 있는 섬으로 구성된 군(郡)으로, 군청만 육지인 목포에 있다. 한반도의 4,198개 섬 가운데 3,153개가 남한에 있고, 1,965개가 전남지역에 있으며, 이 중 1,004개가 신안군에 있다고 한다.
신안의 섬들 중 일곱 번째로 큰 섬인 증도는 99개의 섬을 거느렸다. 본디 114개의 섬이 딸려 있었으나 염전 개발 등으로 이어지면서 줄었다. 사람이 거주하는 유인도는 6개 뿐이란다. 14개 마을에서 2,200여명이 산다. 금년 4월부터 사옥도와 증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완공, 개통되면서 부터 증도는 배 탈 일이 없는 섬이 되었다.
증도는 지난해 말, 담양 창평, 완도 청산도, 장흥 장평과 함께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로 인증 받은 곳이다. '슬로시티'는 적은 인구수와 네온사인 유무, 패스트푸드와 유전자 변형 음식 거부 여부, 수공업 전통과 문화유산 유무, 1회용품 사용 여부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증도엔 천일염을 생산하는 대규모 염전과 드넓은 갯벌, 갯벌 위에 놓인 나무다리, 소나무 우거진 해안 산책로가 있고, 옛 나루터 흔적과 섬지역의 전통 장례 풍습인 초분의 흔적도 남아 있다고 한다.
증도의 매력적인 볼거리와 체험거리는 염전이다. 증도는 본디 전증도와 후증도로 나뉘어 있었는데, 1953년 두 섬 사이 갯벌에 대규모 태평염전이 조성되면서 하나의 섬이 되었다.
증도에선 오래된 장례 풍습인 초분의 전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시신을 땅에 묻기 전에 짚으로 이엉을 엮어 덮어뒀다가 2~3년 뒤 뼈를 거둬 매장하는 풍습이다. 고인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곧바로 땅에 묻기를 꺼렸던 데서 비롯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오랜 출어기간에 상을 당하는 경우, 객지에서 숨진 경우 등에도 초분 의식이 행해 졌다고 한다.
<'우전해수욕장'과 '소나무 숲길'>
증도에서 가장 긴 모래밭을 자랑하는 약 3 km 길이의 해수욕장이다. 모래밭에 짚으로 지붕을 만든 그늘막을 설치해 놓았다. 해수욕장 뒤쪽은 울창한 소나무숲이다. 숲 안에 비포장길이 해안을 따라 이어져 있다. 특히 '갯벌생태전시관' 쪽 1.5 km는 차가 다니지 않는 산책로(천년의 숲 산림욕장 : '철학의 길', '망각의 길')로 꾸며 놓았다.
<'갯벌생태전시관'과 '엘도라도리조트'>
'우전해수욕장' 남쪽 끝에 신안 일대 갯벌의 생태와 관련 자료를 전시한 곳이다. 갯벌에 사는 어패류의 습성과 먹이사슬 등을 동영상 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시관 옆엔 아담한 해수욕장을 낀 고급 숙박시설 '엘도라도리조트'가 있었다. 야외수영장, 해수찜질방, 불가마한증막 등을 갖췄고, 해안 전망도 빼어났다.
<'짱뚱어다리'>
면소재지 쪽에서 '우전해수욕장' 들머리 사이 갯벌에 철재와 나무를 박아 놓은 보행전용 다리다. 470 m 길이의 다리를 건너며 갯벌에 굽이치는 물골을 볼 수 있었다. 해뜰 무렵이나 해질 무렵 물골에 비치며 반짝이는 햇살이 아름답다. 갯벌에서 살아가는 짱뚱칠게, 농게 등도 관찰할 수 있다고하나 겨울이라 갯벌 깊숙히 파고들어 동면하고 있었다. 밤에는 다리를 따라 조명등을 밝힌다고 한다. 아름다운 일몰을 볼 양으로 다리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날씨가 구름이 많이 끼여 멋진 일몰은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태평염전과 소금박물관>
태평염전은 여의도의 두 배 크기로, 단일 염전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라고 한다. 한국전쟁 직후 피난민 구제를 위해 만들어진 염전이다. 4월부터 10월까지 바닷물을 끌어들여 연간 1만5천여톤의 천일염을 생산해 낸다. 갯벌에서 자라는 함초(퉁퉁마디)의 영양성분과 천일염을 결합한 함초소금, 함초엑기스 등도 생산한다. 함초엔 90여종의 미네랄 성분이 들어 있는데, 그 함량이 김의 40배, 시금치의 200배에 이른다고 한다.
염전 들머리에 있는 소금박물관은 염전 조성 당시 돌로 쌓아 만든 소금창고를 개조해 문을 연 국내 첫 소금박물관이다. 인류와 소금에 얽힌 이야기와 소금 제조과정, 정제염과 천일염의 차이 등 소금에 관한 모든 자료를 전시해 놓은 곳이다. 소금박물관 옆 염전전망대에 오르면 광활하게 펼쳐진 염전과 그 한가운데로 3 km에 걸쳐 도열한, 66개에 이르는 소금창고 행렬을 감상할 수 있다. 태평염전과 소금박물관은 각각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단다. 염전에선 소금을 직접 긁어모아 쌓는 담그레질 체험, 수차 돌리기 체험 등을 할 수 있었다.
"소 금" / 류시화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