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하지 않는 마음(無心)을 가져야 좋은 복이 온다. / 진우 스님
빛이 없는데 눈 크게 뜬다고 보이겠는가,
소리 나지 않는데 귀 쫑긋 귀울인다고 들리겠는가?
마음의 좋은 복이 애초에 없는데
애쓴다고 없는 복이 나타날 수 있겠는가?
어두운 곳에서는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소리가 전혀 없으면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반대로 빛이 있어 만물이 드러나도 눈이 없으면 보이지 않고
소리 또한 귀가 없으면 애초에 들이지 않는 것도 당연합니다.
마음을 완전히 비운 무심한 상태에서는
이시목청(耳視目聽) 즉,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지는 마음을 맑혀 맑은 마음을 가질 때 가능합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눈으로 말하고 몸으로 듣는 소통을
넌버럴 커뮤니케이션이라고도 합니다.
아무튼 마음에 있는 것은 눈이 없다고 하여 안 보이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없는 것은 눈이 있어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니
어두움은 마음이 없는 것이 나타나는 때에 잃은 것이고
소리가 들리는 것은 마음에 있는 소리가 나타나는 때에
이르러 소리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복이란 보통 좋은 때가 다가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나
이렇게 복은 인과에 걸리는 가복(假福 가짜복)이라서
좋은 때가 다가오면 좋지 않은 때가 다가오기 때문에
진정한 복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복일까요?
결론적으로 인과에 걸리지 않는 복이 진정한 복입니다.
좋은 것과 좋지 않는 것을 분별하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이라 할 것이니
왜냐하면 좋다 좋지 않다에 걸리는 분별의 마음이 없으니
그 어떤 것에도 장애가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금덩이가 하나 생기는 복이 있다면
그 순간에는 좋아할지 모르나 옆에 있는 사람이
더 큰 금덩이를 가지는 것을 보는 순간
그 즉시 좋아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오히려 아쉬운 마음이 생기고 말 것입니다.
또는 돈을 이만큼 벌어서 복이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나보다 더 돈이 많은 부자들을 보는 즉시 박복하다고
신세타령을 하게 되고 그 복은 결코 복이 될 수 없는 것이니
분별하는 마음으로는 절대 복이 복이 되지 않고
그저 비교하는 대상일 뿐입니다.
때문에 분별하는 마음이 없어야 진정한 복을 얻을 것인데
무심하지 않는 마음으로는 절대 진정한 복을 얻을 수가 없음으로
무엇을 얻는다고 하여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얻고 얻지 않고는 인과(因果)의 인연(因緣)에 맡기고,
이러쿵저러쿵 분별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좋은 복이 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얻는 것에 집착하면 잃는 것이 나타나고
성공하는 것에 집착하면 실패를 낳게 되는 것이
법칙이라는 것을 깊이 깨달아 매사에 연연하지 않고
무심(無心)한 마음으로 그때그때 최선을 다한다면
그 마음이 이자와 이자를 낳게 되어
무량한 복덕으로 목돈이 되어 다가올 것입니다.
기도와 참선, 보시와 정진은 복을 만들어내는
최고의 복밭(福田)임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진우 스님 / 조계종 총무원장
출처 : 블로그 나를 찾는 불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