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의 졸업식
2011. 4. 6. 박순열
나는 남 앞에서 말하는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살아온 나는 몇해 전 울산대학교 평생교육원 스피치 과정을 수학하면서 스피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학창시절 나는 3명이상의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일어서서 국어책 읽기는 무척 어려웠으며 칠판에 적힌 쉬운 산수 문제는 책상에 앉아 풀면 100점 앞에 나와서 설명하며 문제를 풀려면 0점이었다. 대학입학 후 약 50여명의 같은 반 친구들이 함께 모인 단합대회의 자리에서, 일어서서 한사람씩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두 세 마디 만 하는 짧은 간단한 소개의 시간인데도 나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멍청하게 앉아 있으니 나의 성격을 잘 아는 고교시절 같은 반 친구 녀석이 내가 할 말을 일러 주며 그렇게 말 하라는 것이었다. 난 친구가 일러준 말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하고 자리에 덥석 앉아 버렸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의 내가 있기 까지지는 그런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난 울산 시민학교란 곳에 야학 교사로 봉사활동을 하려고 마음을 가졌었는데 마침 교육청에 근무하는 친구가 자리를 만들어 주어서 나는 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충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싶어서 열심히 강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첫 강의시간에 선생님으로서는 처음 서보는 교단에서의 설래임과 가슴 벅찬 감회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처음 교장 선생님과 면담할 때에는 수학 선생님을 하려고 했었는데 우리 학교는 검정고시를 대비하는 공부를 한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처음 교단에 서면서 너무 비중이 큰 과목은 나로 인해 당락이 결정되는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아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국사 과목을 선택 하여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약1년 동안 선생님이 되어 저보다 한참 연세가 있으신 분들에게 강의를 한다는 생각을 했고, 나도 국사에 관한 지식이 우리 학생들과 거의 같은 수준인데 강의를 한다는 생각을 했으니 나 자신에게 “나도 참 별종이다”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하곤 했지만 그래도 세상에 태어나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나를 필요로 한 곳이 있다는데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믿고 싶었다.
때로는 바쁜 일상으로 강의 준비가 부족할 때는 잠을 설쳐 가면서 공부를 해야 했고, 때로는 해야 할 일들을 제쳐두고 강의 준비를 해야만 했으며, 부족한 강의 준비를 했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우리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많은 후회를 하면서 보낸 지난 시간이 내 생의 소중한 한해가 되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선생님이지만 나는 우리 학생들 보다 몇일 먼저 공부해서 강의 하는 나를 선생님이라고 깍뜻한 존경과 예의를 표시해주는 학생들에게 나는 너무 황송했고 감사하고 고마웠다. 그런 그분들의 졸업식이 지난 3월 31일 있었다.
내가 처음 스승으로 정들었던 제자들을 보내야 하는 애틋한 마음이 눈물이 나올 만큼 아쉬운데, 어려운 시대 태어나 교육다운 교육 제대로 받지 못해 늦은 나이에 손자 손녀들과 비슷한 공부를 마치고 졸업식장에 참석 하시는 그분들의 마음은 나 보다 더한 찐한 감동이 있으리라 생각을 했지만 졸업식 노래와 송사 답사를 하는 동안 눈물바다가 되어 버린 만학의 졸업식장에서 나는 진한 감동의 물결이 온몸을 휘감고 있음을 느꼈다.
그동안 웃고 정들었던 배움터를 떠나는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배움에 대한 주체할 수 없던 열정을 늦은 나이에도 이룰 수 있었던 사랑하는 제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부족한 선생님과의 잠시 이별이지만 새로운 더 큰 자리에서 새롭게 만나 배움을 함께했던 지난날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울산 시민학교 중학과정 14회 졸업생 여러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