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월 전시리뷰
이영준(큐레이터,김해문화의전당전시교육팀장)
9.10월에는 부산이 미술의 바다로 물든다. 부산 비엔날레가 열리기 때문이다. ‘배움의 정원(Garden of Learning)'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번 비엔날레는 미술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행사 중의 하나인 독일 카셀 도큐멘타 감독출신인 로저 M. 뷔르겔(독일)이 전시기획을 맡아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적인 거장의 전시도 열릴 예정이다. 중앙동의 갤러리 604에서는 파브르 곤충기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의 손자인 얀 파브르 개인전이 열린다. 극작가, 무대연출가, 안무가이자 화가인 얀 파브르는 한국에서 2006년 “눈물의 역사”라는 공연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번전시에서는 딱정벌레 껍질로 만들어진 평면 작품과 박재한 새를 물고 있는 해골 등 1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9월 1일 내한하여 오프닝도 참석할 예정이다. 전시기간은 9월 4일에서 10월 6일까지이다. 또한 킴스아트필드 미술관에서는 김태희, 정만영의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인터랙티브 아트를 선보이는 김태희와 ’사운드 포토‘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정만영의 전시는 부산에서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전시이다.
부산 비엔날레(2012. 9. 22~11. 24 부산 시립미술관 등)
2012 부산비엔날레의 가장 큰 특징을 요약하면 ‘참여’와 ‘소통’이다. 물론 이 슬로건은 비엔날레가 개최되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아젠다이다. 하지만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형식적인 ‘참여’와 ‘소통’의 의미를 넘어서려 한다. 우선 전시주제가 ‘배움의 정원(Garden of Learning)'이다. 배움이 일어나는 장소가 제도적인 학교나 아카데미가 아니라 ’정원Garden‘이다. 로저 M. 뷔르겔은 학습과 교육, 혹은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훈육의 현장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공간을 상징하는 ’정원‘에서 예술적 소통을 구가하려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비엔날레의 가장 특징적인 장치는 관객과 작가가 직접 작품제작에 참여하는 ’배움위원회‘이다. ’배움위원회‘는 부산비엔날레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제작단위이자 개별 작가들을 이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대다수 비엔날레가 지닌 소통에 대한 구조적 결핍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감행한다. 흔히 비엔날레하면 세계적인 작가들의 난해한 작품들이 나열된, 관람객 입장에서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일종의 미술계의 ’성전‘과 같다. 뷔르겔은 관객과 작가가 함께 소통하고 참여하는 ’배움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작품 제작 방식을 제안한다. 뷔르겔은 예술의 존재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해왔던 큐레이터다. 물론 예술적 소통이 합리적인 의사소통과는 분명히 다른 차원이지만 뷔르겔은 소통과 참여의 가치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획자이다. 물론 아직 그 결과가 어떻게 드러날지는 알 수 없지만 ’배움위원회‘는 제도화 되어가는 비엔날레에 대한 새로운 제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번 비엔날레는 19개국 41명(국내 12명, 해외 29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본전시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부산문화회관, 부산진역사, 광안리 미월드 등에서 열리는 'Outside of the Garden'은 9명의 신진큐레이터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이다. 또한 부산의 19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갤러리 페스티발을 비롯하여 부산 비엔날레와 관련된 다양한 토론과 이야기가 펼쳐지는 비엔날레 얼반스퀘어가 부산시립미술관과 광안리 등지에서 열린다. 그리고 이번 비엔날레에는 한국작가가 12명만이 참여한다. 그 중에서도 부산지역작가가 1/3에 해당하는 4명이다. 이인미, 전상철, 박자현, 노원희, 이들 작품을 눈여겨보는 것도 비엔날레를 감상하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9,10월에는 부산 비엔날레와 함께 ’미술‘ 혹은 ’예술‘의 ’존재이유‘에 대해 성찰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