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젊으니까 의성으로 간다… MZ세대를 위한 의성 여행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밀레니얼(Millenial)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는
과거를 향한 여행을 거부한다. 현재를 소비한다. 이야기보다는 시각적 아름다움에 매력을 느낀다.
조문국과 조선시대 이야기보다 오래된 무덤과 옛 건물이 뿜어내는 생경한 느낌 자체에 주목한다.
의성에 가면, 그 MZ세대들이 들판을 헤집고 다닌다. 품고 있는 역사를 제대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 풍경을 찾아
젊은 여행객들이 의성에 모여든다. 젊은 의성을 엿볼 수 있는 의성의 몇 가지 표정들.
의성 고분군은 이질적 풍광이 매력적이다. 영화에서 보던 외계행성을 닮았다. /문유선 객원기자
◇‘인생 샷 맛집’ 금성산 고분군
경주를 여행하는 MZ 세대는 대릉원으로 간다. 불국사도 석굴암도 첨성대도 아닌,
둥근 고분 사이에 목련 한 그루가 서 있는 그 풍경을 보러 간다.
의성 금성산 고분군 풍광도 대릉원 못지않다. 금성면 대리리, 학미리, 탑리리 일대에는 약 2000년 전 삼한시대 조문국이
남긴 크고 작은 고분 374기가 있다. 이 중 경덕왕릉으로 명명된 1호 고분을 중심으로 324기의 무덤이 유적지로 조성됐다.
나머지는 지정구역 바깥쪽에 있다. 금성산 고분군에서 ‘인생 샷’ 포인트는 고분군 동쪽에 있다. 푸른 하늘 아래 세 기의
고분이 나란히, 그 사이로 나무 한 그루가 보이는 절묘한 풍경이 포토존이다.
카페 논밭에의 메뉴들. '시골'과는 거리가 먼 훌륭한 맛이다.
◇영남에서 으뜸가는 ‘논 뷰’, 카페 논밭에
MZ세대는 또 논과 밭에 열광한다.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시골은 레트로의 정점이 됐다. 안계면 일대 안계평야는
아름다운 논 풍광으로 국내 으뜸을 노릴 만하다. 산이 많은 경상도에서 광활한 들판은 귀하다. 도시인이 꿈꾸는
시골 정취를 망치는 공장, 축사의 난립이 없다는 점도 의성 ‘논 뷰(view)’가 가진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다.
안계평야 한가운데에 ‘카페 논밭에’가 있다. 옛 모텔 금수장을 리모델링해 1층은 ‘카페 논밭에’, 2층과 3층은 숙박시설로
운영중이다. 옥상으로 올라가면 논밭과 마을 옆으로 흐르는 위천의 풍광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천변에는 캠핑족이
늘고 있다. ‘카페 논밭에’와 ‘금수장’은 의성군이 주최하는 공모사업을 통해 만든 곳으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외지인
청년들이 합심해 운영한다.
◇의성의 밤 - 탑리리 5층석탑
탑리리 오층 석탑은 밤이 아름답다. 국보 77호로 지정된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졌다는데, 정확한 축조 연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탑의 형태를 본떠 만든 ‘모전석탑(模塼石塔)’인데, 높이는 9.6m다. 탑 주변을 소나무 3그루가 지키고 있다. 달과 별이 빛나는 밤은 유난히 더 신비롭다. 탑은 탑리여중 부근 옛 면사무소 자리에 있다. 주변은 공원처럼 꾸며놨다.
밤에는 외곽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켜진다. 역사를 알면 더 좋지만 굳이 알 필요없이 눈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풍경이다.
지난 7월 20년 만에 의성에 극장이 생겼다. 군청 뒤편에 의성 작은 영화관이 문을 열며 의성의 밤은 더 이상 심심하지 않게
됐다. 2개관 96석 규모로 수도권을 기준으로 한 최신 영화를 상영하고 팝콘과 콜라도 파는 진짜 극장이다.
현재는 코로나 방역 수칙에 따라 밤 10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7000원이다.
주말에는 커피와 독립영화를 함께 즐기는 ‘시네브런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서애 류성룡의 외가에 지어진 만취당. 신발을 벗고 누마루에 오를 수 있다.
◇‘조선시대의 글램핑’, 고택 체험
고택에서 하룻밤은 숙박을 넘어선 입체적인 경험이다. 고택 체험이 가능한 곳은 사촌마을과 산운마을이 대표적이다.
사촌(沙村)은 한때 ‘와해(瓦海)’라고 불렸을 만큼 기와집이 즐비한 큰 마을이었다. 지금은 고택이 30여 채 남아 있다.
마을에는 안동 김씨, 안동 권씨, 풍산 류씨가 모여 산다. 민산기념관이나 초해고택 등에서 한옥 스테이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북 스테이 콘셉트의 한옥 숙소와 한옥을 개조한 카페가 잇달아 문을 열었다.
만취당(보물 제1825호)은 1582년(선조12년) 건축한 집이다. 민간 가옥으로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정면 4칸,
측면 2칸이다. 뒤쪽으로 서쪽에 1칸, 동쪽에 2칸의 방을 연결해 丁자 모양을 이룬다. 현판은 한석봉이 썼다. 대청마루에
앉아 사방으로 난 창을 통해 휘휘 들고나는 바람을 맞는 기분이 근사하다. 창 너머로 수령 500년이 넘은 향나무가 보인다.
사촌마을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서애 류성룡과 그 어머니 김씨 부인, 김소강(金小姜)이다.
마을 서쪽에는 ‘서쪽이 허하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해서 비보풍수의 방편으로 조성한 사촌 가로숲(천연기념물 405호)이 있다. 김소강이 출가한 여자 출산을 꺼리는 친정을 뒤로하고 시댁인 안동 하회마을로 돌아가던 중 이 숲에서 류성룡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울창한 숲 내부 산책로는 잘 관리돼 있어 봄가을 피크닉을 즐기기 좋다.
걸음마다 포슬포슬 폭신한 촉감이 발끝으로 전해진다.
산운(山雲)마을 입구에는 400년 된 회화나무가 있다. 회화나무는 선비를 상징한다. 산운마을은 전형적인 양반마을이다.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은 소우당이다. 소우당 백미는 별당이다. 안채와 뒷마당이 연결되는 우물 옆 작은 쪽문을 열면 창덕궁
후원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은 별당채와 정원이 나온다. 정원 가운데 있는 연못은 한반도를 얼핏 닮았다.
연못 주변으로 소나무, 향나무, 단풍나무 등 숲이 울창하다. 숲 곳곳에 석등과 괴석을 배치해 놨다.
깊은 밤, 달빛 아래 정원은 적요하다.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린다. 정면 5칸 측면 2칸 구조의 별당 건물에는
현판이 따로 없다. 정면에 3칸의 마루를 마련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소우당에 숙박이 가능한 방은 6개.
내부는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글램핑 하듯 별채 건물에서 숙박하며 여유롭게 정원을 즐길 수 있다.
산운마을은 '산 아래 구름이 감도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아침이면 이름 그대로 정취가 그윽하다.
의성 맛집
■ 안사우정국: 폐업한 우체국을 리모델링해 만든 식당으로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안사면의 유일한 식당으로 지역의 농산물을 우선으로 쓰는 취지, 음식의 완성도, 서비스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가지덮밥, 간장 불고기 덮밥, 토마토 짬뽕 파스파, 새우 카레 파스타등 의성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메뉴들을 판매한다.
레스토랑 바로 옆 공간에 카페를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일·월 휴무. www.instagram.com/ansa.table
■ 달라스햄버거: 의성 달라스 햄버거는 레트로 식당 마니아 사이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햄버거집 내부 공간은 한때 젊은이들로 붐볐던 흔적이 남아 있다. 가장 비싼 메뉴인 ‘에그치즈버거’는 자그마치 4000원이다. 냉동 패티가 번철에서 지글대는 동안 빵, 양배추, 마요네즈, 케첩이 버거 모습을 갖춰간다. 양배추 샐러드 위에 패티를 얹고
치즈와 달걀 패티를 올린 뒤 빵을 덮으면 완성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포장만 가능.(054)833-8079
■ 남선옥 식육식당: 의성은 마늘 먹은 한우가 유명하다.
의성공설전통시장 옆에 있는 남선옥 식육식당은 60년 이상 영업해온 한우구이 전문 노포다.
메뉴는 ‘한우소고기양념’ 하나. 얇게 썰어 양념에 재운 등심을 숯불 위에 올리고 빠른 속도로 돌돌 굴려가며 구워야 제 맛이
난다. 120g에 1만원. 정기 휴일은 매주 화요일. 매월 2와 7로 끝나는 장날이 화요일이면 당일은 영업을 하고 다음날 쉰다. (054)833-2455
여행 수첩
1. 금성산 고분군(경덕왕릉 의성조문국사적지): 금성면 대리리 324, (054)830-6909, www.usc. go.kr/jmgmuseum
2. 금수장&카페 논밭에: 안계면 소보안계로 1912, (010)9169-9318, www.geumsujang.com
3. 소우당 고택: 경북 의성군 금성면 산운마을길 55, (054)834-7762, 소우당.com
4. 가로숲: 사촌마을 검색, 점곡면 일직점곡로1112-4. 사촌마을 고택 체험은 민산정(‘고택매니저 민산정’ 검색) 초해고택(chohae.modoo.at) 등.
5. 작은영화관: 의성읍 후죽4길6, uiseong.scinema.org
6. 탑리리 오층석탑: 금성면 오층석탑길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