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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E.T.A. 호프만의 소설 중
<잠의 요정>(제1막) <고문관 크레스펠>(제2막) <잃어버린 거울속의 모습>(제3막)
대본 쥘 바르비에 및 미셀 카레
초연 1881년 2월 10일 파리 오페라 코미크
(에르네스트 귀로가 완성시킨 작품으로)
배경 19세기 유럽의 각지 - 뉘른베르크, 로마, 뮌헨 그리고 베네치아
<2002년 10월 파리 바스티유 극장 / 170분 / 한글자막>
파리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예수스 로페즈-코보스 지휘 / 로버트 카슨 연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 뉘른베르크
호프만(오프망).....시인.................................닐 쉬코프(테너)
니콜라우스..........호프만의 친구....................수사네 멘처(메조소프라노, 바지 역할)
스텔라................오페라 가수. 프리마 돈나.....밤비 플로큇(소프라노)
린도로프.............상원의원...........................브린 터펠(베이스바리톤)
앙드레................스텔라의 하인....................미셸 세네샬
루테르(루터)........술집 주인.........................알라인 벤헤스
뮤즈...................시의 여신..........................수사네 멘처
헤르만, 나타나엘 외 학생들
제1막 : 로마
올림피아(올랑피아).....인형..........................데지레 랑카토르(레제로 소프라노)
코펠리우스.................안구 제작자...............브린 터펠(베이스바리톤)
스팔란차니.................과학자. 인형제작자.....크리스티안 장
코슈뉴.......................스팔란차니의 하인......미셸 세네샬
제2막 : 뮌헨
안토니아..........불구의 가수. 크레스펠의 딸.....루스 앤 스웬슨(리릭 소프라노)
미라클.............의사....................................브린 터펠(베이스바리톤)
프란츠.............크레스펠의 하인....................미셸 세네샬
크레스펠..........악기 제작자..........................알라인 벤헤스
목소리(귀신).....안토니아의 죽은 어머니..........노라 구비쉬
제3막 : 베네치아
줄리에타........창녀.............................베아트리스 우리아-몽종(드라마틱 소프라노)
다페르투토.....마술사..........................브린 터펠(베이스바리톤)
피티치나초.....줄리에타의 하인. 곱추.....미셸 세네샬
슐레밀...........줄리에타의 애인.............니젤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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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내지 해설 / 박종호>
세계는 극장이며 극장 속에 세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로버트 카슨
오펜바흐의 <호프만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세 개의 막으로 이루어진 데에다가 앞뒤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붙는 길고 복잡한 작품이다. 게다가 각 막은 원래 로마, 뮌헨,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하며 완전히 다른 세팅에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서너 개의 작품을 한꺼번에 올리는 것에 버금가는 아이디어와 수고를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각 막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흘러야 하며 관통하는 메시지까지 있어야만 일류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예로부터 많은 연출가들이 <호프만 이야기>에 자신의 재능을 쏟아 부었다. 그중에는 다양한 시도와 기발한 방법이 다 동원되었으며, 발터 펠젠슈타인을 필두로 존 슐레징어, 파르리스 훼로, 루이 에를로 등 천재 연출가들의 이름이 망라된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중에서도 최고의 연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로버트 카슨의 프로덕션이다. 그는 이미 적지 않은 영상물로서도 아마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의 <호프만 이야기>는 이 오페라들 중에서도 최고일 뿐 아니라. 그의 많은 프로덕션 중에서도 최고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호프만 이야기>에는 카슨의 대표적인 기법이 나오는데, 그것은 무대를 극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즉 무대 위에 극장을 또 만들어서 무대 속의 무대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객들은 실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무대 속의 극을 본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즉 관객을 시종 깨어있게 만드는 것이 그의 수법으로서, 이것은 21세기 오페라 연출의 특징이기도 하다.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들이 아니라 드라마는 모두 오페라하우스 안에서 벌어진다. 에필로그와 프롤로그의 술집은 바로 오페라하우스 안의 바이다. 각 장면 속의 극장 모양도 모두 기발하게 다르다. 이 오페라의 남녀 주인공에 못지않게 중요한 인물이 각 막에 나오는 악한이다. 여기서는 각 막을 악한이 조종하고 있으니 그는 오페라 제작에 중요한 인물이다. 즉 1막에서는 발명가 코펠리우스가 무대 미술가로, 2막에서는 의사 미라클이 지휘자로, 3막에서는 마법사 다페르투토가 연출가로 등장한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그는 프로덕션의 스폰서로서 악한을 보여준다.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 올려진 이 프로덕션에서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여류 성악가들이 출연하고 있다. 올림피아 역에 데지레 랑카토레, 안토니아 역에 루스 앤 스웬슨, 줄리에타 역에 베아트리스 우리아 몽종이 그들이다. 반면 네 개의 악역을 우리 시대 최고의 성격파 베이스바리톤인 브린 터펠이 혼자서 다 맡아 열연한다. 호프만 역도 역시 최고급 테너인 닐 쉬코프의 열창, 열연으로 보여준다.
=== 작품해설 === <내지 해설 / 박종호>
세상이 다 나를 버려도 마지막 곁에 남는 건 예술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의 제대로 된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보는 사람이라면 뛰어난 음악성, 깊은 철학성 그리고 엄청난 오락성 등 모든 것이 갖추어진 이 오페라의 매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한동안 이 작품의 매력에 빠져 있게될 것이다. 확언컨대 그만큼 이 <호프만 이야기>는 뛰어난 작품이다.
독일 출신의 자크 오펜바흐(1819~1880)는 어린 시절 거의 가진 것이 없이 파리에 와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오페레타란 장르를 거의 혼자서 일으키다시피 하고, 무려 백 개에 가까운 오페레타를 작곡하였고, 자신 스스로 극장을 경영하였으며, 파리 사교계에서 가장 큰 명성을 가진 유명인사가 되었다.
대성공으로 평생 그런 것을 누렸지만 오펜바흐의 마음은 흡족하지 않았다. 그는 점차 몸이 쇠약해져 가고 건강이 나빠져 가고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인생이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그의 나이가 5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을 때, 그는 자신이 아무리 백 개의 오페레타를 써서 많은 돈과 인기를 모아도 다 덧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는 사람들의 입맛에나 맞는 오페레타가 아닌 감동과 예술성이 담긴 제대로 된 오페라를 쓰고 싶었던 것이다. 파리의 지성인 그룹에서 그를 폄하하는 것도 탐탁하지 않았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스스로가 고전음악을 제대로 공부했던 사람이 아니던가? 오펜바흐는 자신의 생명이 다하기 전에 제대로 된 오페라를 한 편이라도 써서 파리 예술계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도 있었고 실력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가 늦게야 착수한 오페라가 바로 <호프만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서 오펜바흐는 자신의 꺼져가는 생명력을 다시 살려내어 죽어가는 자신의 육체에 기름을 부어가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태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건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 작품의 마무리를 하지 못한 채 완성되기 직전에 그만 세상을 뜨고 말았다.
결국 완성은 그의 사후에 에르네스트 귀로에 의해 이루어졌다. 초연은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에 추억의 파리 오페라 코미크에서 올려졌는데. 결과는 프랑스 오페라 사상 최고의 작품의 하나로 꼽힐 만한 불후의 명작이 탄생하였다. 그 극장에서 그해만 101회의 공연이 있었다고 하니, 그것을 오펜바흐가 직접 보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었다.
<호프만 이야기>는 또한 모든 오페라들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형태의 구조를 이루고 있으니, 이른바 '옴니버스 오페라'이다. 즉 작품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뒤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고, 가운데에 제1막부터 제3막까지 세 개의 이야기가 있다. 각 이야기는 각기 다른 사랑의 이야기들인데, 주인공 호프만이 경험했던 재미있고도 슬픈 세 가지의 사랑의 이야기이다.
각 이야기는 서로 내용들이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주제에 귀결되며 현재의 상황과도 연결된다. 이 오페라는 음악도 훌륭하지만, 결국 예술과 인생의 의미를 얘기하는 의미심장한 주제로 마무리된다.
이 오페라의 원작자인 E.T.A. 호프만(1776~1882)은 풀 네임이 에르네스트 테오도르 아마데우스 호프만이지만 통상 E.T.A. 호프만을 필명으로 쓰던 독일의 인기 작가다. 그는 독일 요정낭만주의(妖精浪漫主義)의 대 소설가 겸 시인으로서, 그의 소설들은 요정이나 마법사 같은 괴기스럽고 낭만적 소재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이런 소재들을 통해서 인간 본성의 괴기스러움을 폭로하는데 주력하려고 하였는데, 그의 50개가 넘는 단편 소설들은 문학은 물론이고 많은 작곡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면 들리브의 발레 <코펠리아>나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등이 모두 호프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호프만 이야기>에서는 이런 호프만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 오페라에서처럼 실제로 호프만은 너무나 술을 좋아하여 항상 술에 취한 상태로 살았다고 한다. 게다가 그의 대부분의 글들은 술이 취한 상태에서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점이 그 소설의 환상성을 더욱 강조했을 것이라고 당연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항상 술과 함께 사는 알코올 중독자(우리 주위에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를 주인공으로 다룬 오페라도 이것 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호프만 이야기>는 오펜바흐가 마무리를 못하였기 때문에 초연 이후 많은 지휘자들과 학자들에 의해 많은 의견이 있어 와서 다양한 판본이 생겨났다. 그리고 내용이 길고 복잡하고 또한 호프만이 곡의 배열이나 순서 중에서 확실하게 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 지휘자들에 따라서 곡의 첨가와 생략에 상당히 융통성을 허용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그래서 이 오페라는 사실 공연 때마다 그 순서나 길이가 달라져, 거의 공연 횟수 만큼의 판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시중에 나와 있는 음반들이나 영상물들 역시 각 판마다 조금씩 음악과 내용이 다른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이 오페라는 최소한 세 명의 여자주인공이 등장한다. 제1막에는 올림피아, 제2막에는 안토니아, 그리고 제3막에는 줄리에타이다. (순서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모두 호프만이 만난 여성들이고 다들 비련으로 끝나게 된다. 호프만이 그녀들과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데는 필연적인 연유가 있다.
첫째 여자 올림피아는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그녀를 만들어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이 만든 인형일 뿐이다. 그녀는 시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호프만은 그런 그녀의 미모에 반하여 그녀가 가짜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당연히 사랑은 호프만의 마음이 크게 상하는 것으로 끝날 뿐이다.
둘째 여자 안토니아는 반면 사랑을 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그녀는 호프만과 진심을 나누지만, 대신 그녀는 그런 사랑을 유지할 건강, 즉 환경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결국 마음만으로는 사랑은 완성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기고 그녀는 세상을 떠난다.
세 번째 여자는 줄리에타다. 두 번의 실연으로 술로 자신의 마음을 달래던 호프만은 줄리에타가 창녀란 것을 알고도 그녀에게 열중한다. 결과는 자신의 영혼을 팔고 심지어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회복하기 어려운 파멸로 빠진다.
이 세 가지의 경우는 우리 주위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많은 경우들을 대별(大別)한 것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주위의 많은 예들이 이 세 가지 경우에 대입될 수 있다. 즉 딸을 인형처럼 키워서 조건 좋은 남자에게 보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부모, 주위의 환경 때문에 유지되지 못하는 사랑, 남을 속여서 그의 진심을 가져가고 대신 그에게 파멸을 남기는 경우는 얼마나 흔한가?
게다가 오펜바흐는 이 세 명의 여주인공들을 각기 다른 스타일의 소프라노로 설정하고 있다. 즉 올림피아는 초절적인 콜로라투라 기교를 과시할 수 있는 레제로 소프라노로, 안토니아는 리릭 소프라노로, 그리고 줄리에타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설정한 것이다. 이 세 소프라노의 3인3색을 감상하는 것 역시 이 오페라 감상의 큰 묘미인 것이다. 그리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나오는 호프만의 현재의 애인인 스텔라까지 더하면 여주인공은 네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네 명의 소프라노가 동원되는 경우 각 소프라노들의 스타일과 실력을 비교해보는 흥미진진한 일이 가능하다.
또한 한 명의 여가수가 네 역을 다 부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분명 그녀의 음악적 욕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페라 무대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룬 소프라노라면 한번쯤은 이 네 역을 하루에 다 부르는 자신의 놀라운 기량을 과시하고 싶지도 않겠는가? 역사상 조안 서덜랜드, 루스 앤 스웬슨, 에디타 그루베로바 등이 이 일을 실제로 이룬 프리마 돈나들이다.
그뿐 아니라 각 막마다 악역들이 나오는데 이 또한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서 우리 인간을 유혹하는 악의 상징이다. 즉 1막에서는 발명가 코렐리우스, 2막에서는 의사 미라클, 3막에서는 마법사 다페르투토가 그들인데, 그들의 특징은 모두 자연과학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요정낭만주의를 추구하던 호프만이 당시 한창 발전하던 자연과학이 악의 손에 들어가면 이렇게 무서운 마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들에게 경고한 것은 아닐까? 여기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부와 권력을 다 가진 세력가인 상원의원 린도르프가 현대의 악역으로 가세한다. 이 네 악역 역시 원래는 각기 다른 남성 저음가수들의 몫이지만 최근에는 이것 역시 역량 있는 한 명이 다 부르는 경우가 점차 느는 추세이다.
주인공인 호프만 역의 테너는 일견 위의 소프라노들에 눌려서 관심이 멀어질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무척 중요한 역이다. 테너는 오페라 내내 모든 장면에 등장하여야 하는 중노동을 감수해야 하고, 매번 실연(失戀)을 경험하는 감정의 소진을 보여주어야 하는 난역의 하나다. 유명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그의 테너 인생의 후반기를 대표하는 역은 오텔로이며 전반기의 상징은 바로 호프만이라고 말하면서, 이 역의 높은 가치를 강조하였던 바가 있다.
이 오페라에서 늘상 호프만을 따라다니는 친구 니클라우스가 있다. 그는 쉽게 사랑에 빠지는 호프만을 항상 제지하고 주의를 준다. 호프만은 세 번의 사랑 끝에 모두 버림받고 마지막에는 현재의 연인도 그를 떠난다. 모두가 그를 떠났을 때도 남아 있는 것은 니클라우스다. 그리고 그는 그때 뮤즈로 변한다. 슬퍼서 그리고 취해서 쓰러진 호프만을 안고 뮤즈는 그를 위로한다.
그렇다. 세상이 다 너를 버려도 그의 곁에는 예술이 있지 않은가? 마지막까지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예술인 것이다. 이것이 이 위대한 작품의 결론이다.
=== 작품 해설 === <2012년 6월 11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클래식 명곡 명연주
오펜바흐, 호프만 이야기
대머리에 턱수염, 동그란 코안경을 걸친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1880)의 사진 속 모습은 마치 그의 엽기적 취향과 유머감각을 대변해 주는 듯합니다. 오펜바흐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열네 살 때 가족과 함께 파리로 이주해 파리 음악원에서 작곡을 배웠습니다.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첼리스트로 일하며 왈츠 등의 살롱음악을 작곡하다가, 1855년 파리국제박람회와 관련된 지원을 얻어 샹젤리제 거리에 ‘파리 희가극장’(Bouffe Parisien)을 개관했지요. 여기서 [지옥의 오르페], [아름다운 헬레네], [푸른 수염] 등 세태 풍자가 가득한 희극 오페레타들을 무대에 올려 인기를 끌었고, 유일한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를 유작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답니다. 총 100여 편에 달하는 오페레타를 작곡했는데요, 그의 작품들은 빈의 요한 슈트라우스 및 레하르의 오페레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슈트라우스의 전기 영화를 보면, 오펜바흐가 그를 찾아와 오페라타 [박쥐]의 소재를 귀띔해 주는 장면도 등장하죠.
대본작가 쥘 바르비에와 미셸 카레는 독일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E.T.A. 호프만(E.T.A. Hoffmann, 1776-1822)의 소설 [고문관 크레스펠 Der Rat Krespel]과 [잠의 요정 Der Sandmann] 등을 토대로 [호프만 이야기 Les contes d'Hoffmann]의 대본을 썼습니다. 이 오페라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실존한 작가 호프만의 현실 속 직업은 법관이었습니다. 모차르트를 열렬히 숭배해 자기 이름 ‘에른스트 테오도르 빌헬름’에서 ‘빌헬름’을 뻬고 대신 ‘아마데우스’의 A를 넣었다고 합니다. 작곡가로도 활동했던 호프만의 소설에는 음악 이야기가 거의 빠지지 않죠. 낮에는 신망을 얻는 법관으로 일했지만 퇴근한 뒤에는 한밤중까지 서재에 앉아 [스퀴데리 부인], [악마의 묘약] 등 오싹한 엽기 판타지 소설들을 썼던 독특한 천재였습니다.
예술가의 사랑을 방해하는 뮤즈
1881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의 배경은 19세기의 뉘른베르크, 로마, 뮌헨, 베네치아 등의 도시입니다. 3막극이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장면이 붙어 있습니다. 주인공 호프만(테너)과 니클라우스(메조소프라노)를 제외하면 장면마다 등장인물이 달라집니다. 프롤로그 장면은 뉘른베르크의 술집에서 시작됩니다. 작가 호프만에게 작품의 영감을 주는 뮤즈는 친구 니클라우스로 변신해 남장을 하고 호프만을 늘 따라다닙니다. 뮤즈는 사랑에 빠지기 잘하는 호프만이 연애와 결혼의 행복에 젖어 예술의 세계를 망각할까 봐 조바심이 납니다. 그래서 감시하는 중이죠.
오페라 가수 스텔라(소프라노)는 호프만과 열렬한 연인 사이였지만 서로 싸우고 헤어졌습니다. 모차르트 [돈 조반니] 공연이 있는 날, 스텔라는 사람을 시켜 분장실 열쇠가 든 편지를 호프만에게 갖다 주게 합니다. 화해하고 다시 만나자는 뜻이었지요. 하지만 스텔라를 탐내는 악마 같은 시의원 린도르프(베이스)는 심부름꾼을 매수해 그 편지를 가로챕니다. 호프만은 대학생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술집에서 자신의 작품에 나오는 ‘난쟁이 클라인차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학생들이 연애 얘기를 들려달라고 조르자 호프만은 스텔라와의 사랑을 회상하며 과거 세 명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로마를 배경으로 한 1막의 주인공은 자동인형 올림피아(소프라노)입니다. 과학자 스팔란차니(테너)가 발명한 일종의 로봇이죠. 원격조종에 의해 걷거나 빙빙 돌고, ‘예, 아니오’ 정도의 간단한 말도 할 줄 압니다. 호프만은 그 올림피아를 보고 한눈에 반합니다. 니클라우스가 아무리 인형이라고 알려줘도 소용이 없습니다. 올림피아의 눈을 만들어 넣은 광학기술자 코펠리우스(베이스)가 호프만에게 마법의 안경을 씌워 올림피아를 진짜 사람으로 믿게 만들었거든요.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해 주는 안경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호프만은 사랑을 고백하면서 올림피아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어버립니다. 하지만 무도회에서 올림피아와 함께 춤을 추던 호프만은 안경을 떨어뜨리면서 올림피아의 실체를 보게 됩니다. 그때 코펠리우스가 나타나 ‘올림피아의 눈을 만들어준 대가로 스필란차니 박사에게 받은 어음이 가짜였다’라며 그 보복으로 올림피아를 산산조각 냅니다. 호프만을 열정으로 끓어오르게 했던 첫사랑의 환상은 이와 함께 무참하게 깨지고 맙니다.
뮌헨이 배경인 2막의 여주인공은 고문관 크레스펠(바리톤)의 딸인 안토니아(소프라노)입니다. 그녀를 사랑했지만 오래 헤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던 호프만은 안토니아의 집을 찾아가 재회에 진심으로 기뻐합니다. 안토니아의 어머니는 유명한 성악가였지만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안토니아 역시 같은 병을 앓고 있어 노래를 불러서는 안 되는 상황입니다. 호프만을 다시 만난 안토니아는 성악가의 꿈은 접어버리고 그와 함께 두 사람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리라 결심합니다. 그러나 예전에 안토니아의 어머니를 죽게 했던 악마 같은 미라클 박사가 이 집에 찾아와, 크레스펠이 없는 사이에 안토니아에게 노래를 하라고 부추깁니다. 미라클 박사가 마법으로 불러낸 어머니의 환영을 보고 그 목소리를 듣게 된 안토니아는 그칠 줄 모르고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바닥에 쓰러져 죽고 맙니다.
허영의 사랑, 교감의 사랑, 관능의 사랑
3막은 베네치아의 코티잔(예술적 재능과 교양을 갖추고 상류사회 남자들에게 색과 오락을 제공하는 여성) 줄리에타(소프라노 또는 메조소프라노)와 호프만의 이야기입니다. 막이 열리면 줄리에타가 니클라우스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가며 ‘호프만의 뱃노래’로 유명한 이중창을 노래합니다. 이곳에 와서 도박을 하다가 줄리에타에게 매혹 당한 호프만은 만남의 대가로 줄리에타에게 자신의 그림자(영혼)를 넘겨줍니다. 그러나 이미 줄리에타에게 빠져 자신의 그림자를 잃은 슐레밀(바리톤)이 호프만과 결투를 벌이지요. 다이어먼드를 미끼로 줄리에타를 조종해 남자들의 그림자를 갖다 바치게 만드는 악마 다페르투토(베이스)는 호프만에게 칼을 주어 슐레밀을 죽이게 만듭니다. 그러나 마침내 줄리에타를 얻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호프만 앞에서 줄리에타는 그를 비웃으며 다페르투토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사라집니다.
이제 에필로그입니다. 오페라 공연을 마친 스텔라가 호프만을 찾아 술집에 나타나지만, 스텔라의 사과 편지를 받지 못한 호프만은 술에 취해 그녀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죠. 이에 화가 난 스텔라는 린도르프와 팔짱을 끼고 가버리고, 마침내 여자들을 모두 호프만에게서 떼어놓은 뮤즈는 니클라우스의 모습을 버리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호프만에게 속삭입니다. ‘예술가는 고통과 좌절을 통해 더 숭고한 예술을 창조할 수 있게 된다’고 그를 위로하죠.
1막의 올림피아 이야기는 남자들이 젊은 시절에 여자의 미모에만 끌려 ‘허영의 사랑’에 빠지는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올림피아를 로봇으로 설정한 것은, 당시 파리 상류사회의 부모들이 인형처럼 화려하게 치장한 딸을 파티 손님들 앞에 선보이며 좋은 혼처를 노렸던 풍조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올림피아가 부르는 고난도의 레제로 콜로라투라 아리아 ‘새들은 나뭇가지에’는 당대 오페라 가수들의 지나친 기교주의적 가창, 그리고 소프라노 가수에게서 기예 같은 완벽함을 기대하는 청중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2막의 안토니아 이야기는 상대방을 위하고 배려하는 진실하고 성숙한 사랑, 즉 '교감의 사랑'을 상징하죠. 여성참정권이 뜨거운 주제로 떠오르던 시대에, 자신의 재능을 살릴 것인지 현모양처의 삶을 택할 것인지를 고민하던 여성들의 모습을 안토니아라는 여주인공에 담아낸 것이기도 합니다. 3막의 줄리에타 이야기는 연애관계에서 여러 차례 좌절과 환멸을 경험한 남자들이 체념 후에 빠지게 되는 ‘관능의 사랑’, 즉 육체에만 탐닉하는 사랑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호프만이 이야기하는 이 과거 세 여인의 특성은 스텔라라는 현재의 연인 속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한 여성이 이런 다양한 특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를 모두 한 사람의 소프라노가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시의원 린도르프, 1막의 광학자 코펠리우스, 2막의 의사 미라클, 3막의 악마 다페르투토는 모두 한 사람의 베이스 또는 베이스바리톤 가수가 노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악마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세상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성악적 기량과 연기력을 지닌 가수가 필요하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호프만-줄리에타-다페르투토 순
[음반] 닐 쉬코프, 제시 노먼, 조세 반 담 등, 실뱅 캉브를랭 지휘, 브뤼셀 왕립극장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88년 녹음
[음반] 니콜라이 겟다,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에르네스트 블랑 등, 앙드레 클뤼탕스 지휘, 파리 음악원 오케스트라 및 르네 뒤클로 합창단, 1965년 녹음
[DVD] 닐 쉬코프, 베아트리스 위리아 몽종, 브린 터펠 등,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 지휘, 파리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로버트 카슨 연출, 2002년(한글자막)
[DVD] 플라시도 도밍고, 아그네스 발차 등, 조르주 프레트르 지휘,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존 슐레진저 연출, 1981년
[네이버 지식백과] 오펜바흐, 호프만 이야기 [Offenbach, Les Contes d’Hoffmann] (클래식 명곡 명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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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2월 25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호프만의 뱃노래
오펜바흐 <호프만 이야기>
오페레타로 크게 성공한 오휀바크(자크 오펜바흐, Jacques Offenbach 1819-1880)가 쓴 유일한 오페라이다. 일부 완성하지 못하고 죽은 뒤 친구 기로(Ernst Guirau)가 완성하고 대사도 이때 레치타티보(서창)로 바꾸었다. 초연은 대성공이었다. 원작은 E.T.A 호후만(호프만,Ernst Theodor Wilhelm Hoffmann)이 쓴 단편소설들이며 바르비에(Jules Barbier)와 까레(Michel Carré)가 대본을 만들었다.
모두 불행으로 끝나는 시인 호후만의 여인 편력기
시인 호후만을 주인공으로 한 3가지 사랑 이야기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 끼워 넣은 옴니버스 이야기이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4개 도시를 무대로 삼고 각기 다른 성격과 노래는 다르나 사랑은 하나이며 결말은 불행하다. 호후만의 연애 편력에 끝까지 붙어 다니는 친구 니클라우스(Ms/Br)는 시신(詩神)이 변신했다고 초판에는 분명히 밝혔으나 관행판(慣行版)에서는 마지막에 니콜라우스가 취한 호후만 앞에서 시신으로 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전4막이다.
이 뱃노래는 베네찌아(베네치아)의 창녀 쥴리에따를 사랑했다가 실연당하는 이야기인 제2막의 막이 오를 때 곤돌라를 타고 나타나는 미녀 쥴리에따와 그녀를 마중하는 청년 니클라우스가 부르는 2중창이다. 어딘가 애틋하고 달콤하며 친근감이 감도는 노래이다. 오페라 줄거리와는 상관이 없는 그저 분위기를 돋우는 아름다운 노래이다. 니클라우스 역은 남성도, 여성도 맡을 수 있다.
'호후만의 뱃노래'(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
니클라우스: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
미소 짓듯이 취한 이 마음!
밤이여, 낮보다 달콤하게,
오 사랑의 아름다운 밤이여!
니클라우스 & 쥴리에따:
시간은 잠깐 사이에 돌아오지 않고
우리의 사랑을 실어가네,
이 행복의 거처를 떠나,
시간은 잠깐 사이에 돌아오지 않네.
뜨거운 산들 바람이여,
우리 마음을 쓰다듬고
우리에게 달콤한 입맞춤을!
아!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
오 사랑의 아름다운 밤이여!
아!
기괴한 환상 속에서 살아간 호후만의 이야기
시인이고 작곡가 및 관리였던 원작자 E.T.A. 호후만은 낮에는 관청에 근무하고 밤에는 술집에서 예술을 논하고 한 밤중에 소설을 썼다. 음주와 과로 때문인지 아니면 공상력이 풍부해서인지 모르지만 시종 요괴(妖怪)를 보곤 하여 아내가 내쫓아야 잠을 잤다고 한다. 그의 소설은 모두 환상과 괴기로 가득 차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이 [호후만의 이야기(호프만 이야기)]는 그의 중, 단편 소설 중 [모래 사나이], [영상(映像)을 판 사나이], [크레스펠 고문관]등 3 작품을 섞어 만들어 내용이 풍부한 작품이 되었다.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도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이라는 멜로디는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선율이다.
들을 만한 음반과 DVD
[CD] 앙드레 끌뤼땅스 지휘, 빠리 음악원 관현악단/르네 뒤끌로 합창단(1964) 슈바르츠코프(S), 쟝-크리스토후 브노와(Br) EMI
이 오페라가 지니는 쾌락의 흥겨움과 탐미적인 분위기를 끌뤼땅스(André Cluytens) 만큼 세련된 감각과 극적인 표현으로 무대 가득히 펼쳐 보여준 지휘자도 없다, 아울러 오휀바크 오페라의 취약한 부분까지 보완하는 넉넉한 품격까지 갖추고 있다. 희극적인 제1막, 관능의 냄새를 자욱이 뿌리는 제2막, 아늑한 서정 속에 비극을 듬뿍 담은 제3막 등 3개의 서로 판이한 이야기를 각기 다른 성격의 대조로 선명하게 부각함과 동시에 극 전체에 아련한 정감의 향기와 환상을 가득 담아놓고 있다. (이 끌뤼땅스 판은 프롤로그를 제1막으로 하고 에필로그는 따로 떼지 않고 제4막의 2장에 들어 있다. 따라서 ‘호후만의 뱃노래’는 제3막에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들뜬 기분 속에 흘러넘치는 상쾌하고 쾌활한 선율이 조금도 경박하지 않은 절도를 유지한다. 또 한 가지 특기할 것은 초호화 배역진이다. 슈바르츠코프(Elisabeth Schwarzkopf), 브노와(Jean-Christoph e Benoit), 당젤로(Gianna d'Angelo), 로스 앙헬레스(Victoria de los Angeles), 겟다(Nicolai Gedda), 런던(George London) 등 당시의 개성적인 명가수를 망라한, 실제 오페라 극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호화로운 캐스팅이다. 적어도 목소리의 질이나 성격 표현에 관한 한,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이상적인 명창을 듣게 된다. EMI의 명 프로듀서이며 슈바르츠코프의 남편이기도한 레그(James Legge)의 녹음 중 카라얀의 [장미의 기사]와 함께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명반이다. 별로 많지 않은 [호후만의 이야기] 녹음 가운데에서 이 이상의 음반은 아직 없다. 끌뤼땅스의 연주는 전통적인 초판본을 사용하고 있다.
[CD] 리쳐드 보닝 지휘,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스위스 방송국, 로잔느 프로 아르테, 뒤 브라쑤스 합창단(1971) 투랑고(Ms) 서덜랜드(S) DECCA
혜성 같이 나타난 호후만 역의 도밍고, 가수로서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시기의 서덜랜드(Joan Sutherland, 1926-)가 열연을 펼친다. 더구나 서덜랜드는 전3막의 여주안공을 분별하여 각기 다른 성격을 도맡아 노래하는 노련한 관록을 과시한다. 하기는 3여성을 연인(戀人)의 분신(分身)으로 본다면 이치에 맞지만 지극히 어려우므로 보통 가수로서는 어림도 없다. 바스끼에(Gabriel Basquier)도 꿈속의 4단역인 린도르후, 코펠리우스, 다페르투토, 미라클 박사 등을 담당하여 역량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보닝은 오페라 속의 레치타티보를 대화체로 바꾸어 연주하고 있다.
[DVD] 예수스 로페스-코보스 지휘, 빠리 국립 오페라단 관현악단/합창단(2002) 멘쩨르(Ms), 우리아-몬존(S), 로버트 카슨 연출 TDK
장장 약 3시간에 걸친 오페라 전곡을 조금도 지치지 않고 끝까지 노래한 가수는 호후만 역의 쉬코후(Neil Shicoff)와 친구 니콜라우스 및 뮤즈 역을 맡은 멘쩨르(Susanne Mentzer), 그리고 연적(戀敵)인 상원의원 린도르후을 비롯하여 인형 조종사 코펠리우스, 악덕 의사 미라클 박사, 마술사 다페르투토 등 4인 역을 거뜬히 해낸 거인 가수 터휄(Bryn Terfel)이다. 무대장치는 간소한 편이나 엄청난 출연진을 효과적으로 배치하여 조금도 위화감이 없다. 무대 뒤의 작은 객석은 합창단이 차지하고 보통 때는 관중처럼 박수를 보내다가 세련된 솜씨로 합창을 한다. 제2막을 제3막과 바꾼 연주이나 ‘호후만의 뱃노래’는 곤돌라가 등장하지 않고 합창단이 있던 뒷좌석을 층마다 각기 좌우로 움직여 물결치는 수면을 상징했다. 여러 가지 흥미 있는 장면이 돋보였으나 막상 뱃노래는 별로 부각하지 않고 덤덤하게 흘러가 좀 아쉬웠다. 대신 제3막(원래는 제2막) 끝에 관현악 연주로 들려주는 ‘뱃노래’ 는 선명하고 인상적이다. 부드럽고 차분한 로페스-코보스(Jesus Lopes-Cobos)의 노련한 지휘는 화려하고 견실하여 나무랄 데가 없다.
[네이버 지식백과] 호프만의 뱃노래 - 오펜바흐, [호프만이야기] (내 마음의 아리아)
첫댓글 <불멸의 오페라 2권 / 박종호> ★★★
코번트가든 판의 명성에 필적할 만한 명연이다. 명연출가 로버트 카슨의 빼어나고 세련된 연출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데지레 랑카토레(올림피아 역), 루스 앤 스웬슨(안토니아 역), 베아트리스 우리아 몽종(줄리에타 역) 등 이 시대의 명가수들이 뛰어난 실력을 펼치고, 악역을 맡은 브린 터펠(린도르프, 코펠리우스, 미라클, 다페르투토 등 1인 4역)의 분투도 대단하다. 하지만 역시 닐 쉬코프의 격정과 우울로 뒤덮인 호프만이 최고 명연이다. 피날레에서 수잔 멘처(니클라우스 역)의 아리아는 오펜바흐의 인생관마저 드러내면서 깊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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