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네집 강아지 이름은 흰둥이.
흰 털 가진 진돗개 혼혈인데 작년에 태어난 지 두 달 된 갓난이를 입양했으니까 한 살이 다 되어 갑니다.
처음 데려 왔을 때는 '주먹만한 작은 놈'이었는데, 지금은 길 가에 서 있는 '우체통'처럼 커서 감당하기가 벅차다고 합니다.
언젠가 잠깐 혼자 놔 두고 집을 비운 사이 얼마나 요란을 떨었는지 급기야 아랫층에 사는 집에서 찾아와 '항의(?)'까지
했다고 하니 1학년짜리 한새를 날마다 등하교 시켜야 하는 딸 하루에게는 그야말로 '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강아지는 물론 열대어까지 "생명 가진 동물"이면 무조건 반대하는 내가 흰둥이 데려 온다고 했을 때도 반대했지만,
모든 뒤치닥거리를 도맡아 하겠다고 나서며 졸라대는 한결이 성화에 딸 하루가 지고 만 모양입니다.
사람과 똑같이 아플 건 다 아프면서도 어디가 아픈지 말 못하는 안타까움이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가 헤어질 때면
역시 사람과의 이별처럼 다가오는 안타까움은 똑같다는 나의 반대를 무릅쓰고 데려오더니,
드디어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딸이 백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인터넷에 흰둥이를 '그냥' 데려다 키우라고 올렸을 때는 몇 군데서 전화가 왔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성사가 안 되었고,
지금은 전화마저 걸려오지 않으니 하루가 다르게 점점 커가며 말썽을 부리는 흰둥이 때문에 딸이 무척 힘들어 한다고
아내의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이제는 내가 나설 차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올림픽공원 경륜장 앞에 모여 시국 돌아가는 이야기로 재미 있게 떠드는 노인네들이 떠올랐습니다.
" 사람이 많으니 그들 중에 개를 가져갈 사람이 한 사람은 있겠지",
내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아내는 그렇게 한 번 해 보자고 찬성을 했는데,
"오늘은 금요일, 우리 아파트 안에 장이 서는 날, 어쩌면 장에 오는 사람들 중에 개를 데려갈 사람이 있을지 몰라."
아내가 부리나케 장에 간다고 나섰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성공,
과일 파는 젊은 사람이 자기 어머니 사는 시골집에 흰둥이를 데려가겠다고 신청했다는 낭보였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딸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린다며 전화를 하는 아내가 신났습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구정, 흰둥이가 딸네 집을 떠나는 날도 그 때.
흰둥이가 말을 못하는 짐승이기에 이별이 더 슬픈지 모릅니다.
" 시골집 넓은 마당에서 놀면 여기보다 훨씬 좋을 거야. 큰 소리 내며 짖어도 누구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
딸이 한결한새 형제에게 미리 이별 연습을 시키며 달래는 말입니다.
흰둥이를 도맡아 기르겠다고 큰소리쳤던 한결이도 이제는 감당하기가 벅찬 것을 알기에 대꾸도 못하고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정 들자 이별"이라고, 이별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부탁해서 딸이 흰둥이 사진을 몇 장 찍어 보냈습니다.
사람이 앉는 것처럼 가부좌 자세로 앉아 사람을 웃기는 흰둥이.
딸에게 정 떼는 연습을 미리미리 아이들에게 시켜 두라고 전화 한 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