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콜레라 시대의 사랑1,2
원제 : El Amor en los Tiempos del Colera (1985)
저자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송병선 역
출판사 : 민음사 | 2004년 02월 05일
선정자 : 가을햇볕
모임일 : 2025-05-18 (일) 2시
장소 : 종각역 누구나 스터디 카페
작성자 : 크로
참석자 : 가을햇볕, 강철, 아름두리, 크로
여름숲님은 건강상의 문제로 이번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였습니다.
빠른 쾌차를 기원합니다.
[가을햇볕]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선택한 이유는 원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을 좋아하기도 했고, 이 책을 한 번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권짜리라 부담이 되기도 했고, 그래서 이 모임을 계기로 읽어보자는 마음에서 선정하였다.
이 책은 콜롬비아의 한 지방에서 일어난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시간적으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정도로 보이고, 공간적으로는 남미 대륙 위쪽에 위치한 콜롬비아가 배경이다. 콜롬비아는 1810년 7월 20일 스페인 식민지에서 해방되었고, 당시 콜롬비아 공화국은 현재의 파나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를 포함하였다. 이후 1832년에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가 분리 독립하고, 파나마는 1903년에 분리되었으며, 나머지는 계속 콜롬비아로 존속하였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은 강 하구 근처, 배가 오르내리는 해안 어촌 도시로 보인다.
그 시대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고 콜레라가 창궐하였으며, 사회적으로는 스페인 통치 시절의 백인 귀족층이 몰락하고 상업으로 큰돈을 번 신흥 부르주아들이 새 기득권층으로 편입되는 과정이었다. 이 책에서 정치적인 사항은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내전이 일어났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전쟁이든 질병이든, 삶은 피지배층에게는 항상 고통스러웠다는 것이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한 연애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페르미나 다사와 그녀의 남편 후베날 우르비노, 그리고 페르미나를 집요하게 좋아했던 플로렌티노 아리사이다. 보통은 사랑의 결실이 결혼이고, 결혼하면 행복하게 산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책에서는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는 "결국 사랑해야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주인공 부부는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지만 50년 넘게 해로하였다. 반면, 첫사랑이었던 플로렌티노와 페르미나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만났지만, 어느 날 갑자기 페르미나는 플로렌티노를 단칼에 차버린다.
이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154페이지 중간에 나온다.
"어느 날 밤 사람은 사랑 없이도 행복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랑과 싸우면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비밀을 깨닫고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산책길에서 되돌아왔다."
또한 179페이지에서는,
"그러나 그녀는 당시와는 달리 사랑의 감동이 아닌 환멸의 감정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왜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열정적으로 이런 망상을 키워왔는지 모르겠다고 놀란 마음으로 자문했다."
이러한 깨달음이 첫사랑인 플로렌티노와의 관계를 끊는 계기가 되었고, 그녀는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와 결혼하게 된다. 이후 박사가 앵무새를 잡다 죽고 나서야 플로렌티노는 "기회가 왔다"며 접근하게 된다. 그는 남자친에서 남사친으로 접근하지만 여전히 순정적인 사랑을 품고 있었고, 결국 마음이 통하여 여행을 함께 떠나게 되며 작품은 그렇게 끝난다.
결국 작가는 "사랑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역설적으로는 "사랑 없이는 진정한 행복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상사병은 콜레라처럼 다루어지는데, 당시 콜레라는 사실상 불치병이었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처럼 묘사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이 행복의 본질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내용도 재미있게 읽혔고, 특별히 어려운 부분도 없었다.
[아름두리]
나는 감성이 말라서 그런지 그냥 크게 감흥 없이 읽었다. 다 읽고 나서도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읽으면서 약간 지루했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루하루 무슨 일이 있었고, 앵무새 잡다가 죽고, 그런 식이었다. 아까 말한 대로 플로렌티노 아리사가 스토킹에 가까운 행동을 하긴 하지만, 나쁜 짓을 한 건 아니고 그냥 마음속에 너무 담아둔 순정적인 사랑 이야기고,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콜롬비아는 되게 험난한 역사를 갖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책에 나오는 시대상의 분위기는 의외로 평온한 느낌을 받았다. 노벨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라서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단순하게 읽혀서 헷갈렸다.
사랑에 집중해서 보자면 순정적인 사랑과 현실적인 사랑이 모두 담겨 있었다. 부모님이 정해준 결혼이었다 해도, 서로 진실로 사랑하기도 했으니까 결국 사랑이란 것이 꼭 순정적인 것만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책은 극적인 장면 없이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으로 잔잔하게 흘러갔다.
유럽 배경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유럽도 내전이 많았고 콜레라도 있었고, 비슷한 시대상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일상의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낸 작품이라 생각했다. 마술적 리얼리즘 없이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 그것도 큰 자극 없이 그려냈기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명성을 얻은 게 아닐까 싶었다.
사회 부유층에 속하는 가진 자들의 사랑 이야기라서 그런지 크게 공감되진 않았다. 마술적 리얼리즘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그냥 현실에 가까운 사랑 이야기였다.
[강철]
이 책이 상하권 두 권이라 부담스러워 상권은 일찍 읽었고 하권은 최근에 읽었다. 그래서 상권 내용은 잘 기억 안 나고 하권 위주로 이야기하겠다.
하권 뒤의 해설에 보면 영화 '죽어도 좋아' 얘기가 나온다. 그 영화는 노인의 사랑 이야기인데, 이 책은 10대 때 만난 첫사랑을 50년이 지나 다시 이어가는 내용이다. 영화는 노년의 육체적 사랑만 있지만 이 책은 젊을 때의 첫사랑에서 시작해서 헤어졌다가 결국 노년에 다시 만나 사랑을 완성한다는 차이가 있다.
가장 인상 깊은 건 남자 주인공이 어릴 때 첫사랑을 놓치고 50년 동안 집착하듯 기다렸다는 점이다. 아주 집요한 성격이다. 여자 주인공은 첫사랑 남자를 떠나서 의사인 우르비노 박사와 결혼했지만, 첫사랑 남자(플로렌티노 아리사)는 결혼도 하지 않고 50년 동안 여자를 기다린다. 그러면서 남자는 하천 선박 항해 중 동정을 잃고, 그 뒤로 수많은 여자와 관계를 가진다. 그럴 거면 왜 결혼을 안 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 박사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집착하는 것도 좀 비현실적이라 느꼈다.
소설이라 가능했던 이야기라고 본다.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순수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집착이라 할 수 있겠고, 물론 집착도 사랑의 한 형태일 수 있다.
다만 플로렌티노가 관계를 맺은 여성들 중엔 성기 근처에 성적인 글을 써놓아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인(올림피아 슐레타)도 있고, 보호자로 있던 어린 기숙학교 여학생(아메리카 비쿠나)과도 관계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결국 그녀의 자살이란 비극으로 이어졌다. 이런 면에서 보면 남의 인생에 피해를 입힌 것도 많았다.
남미 쪽 문화가 성에 대해 자유로울 수는 있겠지만, 유부녀와의 관계나 임신 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수많은 여성을 만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였다. 239쪽에 '고무장화'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당시 피임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런 걸 별로 신경 안 쓴 듯한 묘사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크로]
나도 아름두리의 의견과 거의 비슷하게 느꼈다. 내가 느낀 바와 하고 싶은 말을 아름두리가 대부분 말해주었다. 책 자체는 현실 속 인생 이야기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가정생활에서의 다툼과 불륜, 고부 갈등 등 실제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플로렌티노의 사랑은 약간 집착에 가까운 면도 있고, 반면에 순수한 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삶은 우아하지도 않고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이 있다. 시대상으로도 빈부 격차, 사교계에서의 소문 등에 휘둘리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었다.
책 초반에는 노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살하는 인물도 등장하고,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이 이리저리 뒤섞여 있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남미 특유의 분위기인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가 느껴지긴 했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평범하고 담담하게 느껴졌다.
이 책이 왜 고전 반열에 올랐는지는 조금 의문이 들기도 했다. 괜찮긴 했지만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다. 물론 예전부터 책 제목은 익숙했다.
책 제목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인데, 콜레라와 사랑을 병에 비유했다는 점 말고는 콜레라가 작품에서 중심 요소는 아니었다. 지도에서 콜롬비아를 찾아보면서 배경 강이 실제로 매우 길다는 걸 알고, 왜 강을 따라 배가 오르내리는 장면이 반복됐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가을햇볕은 작가가 순수한 사랑을 말한다고 했지만, 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그렸다고 본다. 작가가 어떤 방향성을 강하게 제시한 것도 아니고, 사랑 중에는 집착도 있고, 조건에 맞는 현실적 결혼도 있고, 우르비노 박사와 페르미나 다사의 결혼도 그냥 무난한 결혼이었다고 본다. 사랑이 없다고도 할 수 없고, 플로렌티노의 다양한 여성과의 관계도 사랑이 아니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결국 다양한 삶과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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