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불교인들과 함께한 한달-버몬트 산사(Karme Choling)에서 띄우는
편지(1) - 미국불자들과 함께한
한달참선수련회(Dathun)
류은화 2001년
12월 138호

"불. 법. 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산은 그저 세모입니다.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다 보면 어느새 세모는 사라지고 내 눈 앞에는 덩치
큰 그래서 한 눈에 담을 수 없는 큰 산 있습니다. 그리고 산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다 보면 더이상
산과 나는 둘이 아닌 하나가 됩니다...
'미국인들이
사는 절'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어떤 곳일까 잘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호기심과 의아함(?) 등을 갖고
이곳으로 왔고, 이미 한달 보름이 지났습니다. 산 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다 보면 산과 내가 둘이 아님을 발견하는 것처럼, 나와 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도반들 속에서 호기심과 의아함들은 어느새 사라져버렸습니다.
버몬트
주, 바넷이라는 아주 작은 산골마을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카마촐링(Karme Choling)은 참선수행을 주로하는 사찰로 샴발라인터네셔널센터에
소속되어 입니다.(*샴발라인터네셔널 센터에 대해서는 지난 10월에 소개된 "로키마운틴에 우뚝선 다르마카야 대탑개막식"을 참고 하십시요.) 특히
샴발라센터의 창립자라고 할 수 있는 트룽파 린포체가 직접 지은 절이라서 이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듯 합니다.
오전에는
참선수행을, 오후에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각자의 소임을 수행하며 현재 40여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또 하나 카마촐링의 주된 기능은
가정에서 수행하는 불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수행을 하거나 대규모의 교육에 필요한 장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머무르는 지난 한달
반동안만 하더라도 거의 10회 이상의 수행모임 및 교육프로그램이 있었고, 가까이 버몬트에서 멀리는 캘리포니아로부터 프로그램 참가를 희망하는
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네 불명은 뭐니?" 자신의 불명과 그 의미를 설명해주고
있는 캐롤라인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미국 불자들의 사찰 생활 즉, 참선수행과 공동체 생활에 대해서는 제가 이 곳에서의 인턴을 마무리 할 무렵에 소개해 드리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되어(다음호를 기대하십시오) 잠시 접어두고, 지난 10월에 있었던 수계식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미국 불자들의 수계식,
기대하지 못했던 뜻깊은 자리에 참석하게되어 기뻤고, 그 기쁨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새생명의 탄생이 가장 소중한 일이듯이, 불교계에서는 새로운 불자들의 탄생이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기쁜 일이라봅니다.
지난
10월 14일, 이곳 카마촐링에서는 200여명의 불자들이 모인 가운데 "수계식(Refuge Vows)"이 열렸고, 59명의 새로운 불자들이
탄생한 기쁜일이 있었습니다.
1)
수계를 받으려면 수계식을 준비하는 동안 함께 일하는 켈리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계를 받을 수 있냐고. 특별히
정해진 기간은 없지만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참선수행과 불교에 관련된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참선 수행과 불교공부'에 대해 조금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면, 처음 이곳에와서 참선수행을 시작하게 되면 누구나 '참선지도자(meditation instructors)'를 만나게 됩니다.
개인교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이 곳에 온지 일주일쯤 되었을 무렵 저의 참선 수행과 불교 공부를 지도해 주실 분을 만났구요,
그 분과 제가 적절한 시간을 정해 만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분께서 그 동안 저의 생활이나 참선 등에 대해 질문을 하시고, 저 또한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는 그런 자리입니다. 저의 경우, 개인적인 지도를 통해 불교에 대해 조금 더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직접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들도 참선 지도자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 더 쉽게 불교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렇게
참선지도자와의 만남 속에서 스스로 불교에 대해 친숙해지고,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를 원하면 수계를 받는다고 합니다. 수계식은 정기적 열리는
행사가 아니고 또 굳이 정해진 곳이 있는게 아니라서, 수계의식이 열리는 곳이 있으면 불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직접 찾아가 계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수계식에도 가까이 버몬트부터 캐나다, 플로리다, 그리고 캘리포니아까지 미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였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습니다만 '너 불자냐'라고 물으면 '나 불교적인 것들 좋아한다.'정도로 스스로 불자라고 말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수계식도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참여여부를 결정합니다.

새로운 이름 - 불명이 적힌 수계증을 받는 클린트
실제로
수계식이 열리기 3일 전, 이 절에 사는 클린트에게 수계식에 참가 여부를 물었습니다. 그는 "잘 모르겠다. 난 굳이 그런 의식 받을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대답을 했고, 전 맘 속으로 '참여하면 좋을텐데...'하며 그가 스스로 불자라고 할 수 있기를 바랬었습니다.(수계식 날, 법당에서
수계를 받기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클린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
수계식에 앞서 이런 과정을 거쳐 불자가 되고자 수계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또 다시 2-3일에 걸쳐 참선 수행을 하고
불교공부를 합니다. 이번 수계식에 앞선 일정들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면, 12일 오후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도착하였고, 그 날밤 법문이
있었습니다. 13일 오전, 참선 수행과 전날 법문에 대한 토론을 했습니다. 오후에 다시 참선을 하고 저녁에는 두 번째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수계식 당일날 오전까지 참선정진을 했었습니다.
 티벳어와
영어로 된 불명이 적힌 수계증
법문은
불자가 되는 의식에 앞서 그동안의 수행과 교리 공부를 정리하는 자리로 법사님
혹은
스님들께서 진행을 하십니다. 이번 수계식에서는 현재 이들의 최고지도자인 사경린포체가 직접 법문을 하여, 이미 수계를 받은 사람들과 미래에 불자가
될 사람들까지 200여명 이상이 모인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법문
후에는 10여명씩 조를 이루어 그 내용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토론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불교에 입문한 지 10년이 넘은 고참격인
선배들이 리더로 참여하여 토론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저도 그들의 토론에 참여하였는데, 우선 그룹의 리더가 법문 내용을 대략
정리를 합니다. 그 뒤 자유롭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보충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무척 자유로우면서도 진지한
분위기였습니다.
3)
수계의식 사경린포체가 수계의 의미를 소개하는 법문으로 수계식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귀의문을 먼저 사경이 읽고 나면, 계를 받을 사람들이 따라서 읽습니다.
I
take refuge in the Buddha. I take refuge in the Dharma. I take refuge in
the Sangha.
불,
법, 승 삼보에 대해 귀의하는 것은 우리의 수계식 모습과 동일한 했습니다만, 그 다음에 이어진 의식은 조금 낯설었습니다. 수계를 받을 사람이 한
명씩 사경린포체가 앉은 법단 앞으로 나옵니다. 그러면 사경은 그 사람의 머리카락을 조금 자르고, 그 뒤 법명과 수계첩을 줍니다. 제가 조금
의아해하자, 이곳의 지도법사인 Gaylon이 '한국에서는 이런 의식이 없나?'고 묻습니다. 그래서 향을 이용해서 염비를 한다고했더니,
중국불교계에서 그렇게 하는 걸 봤다고 했습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의미에 대해 물었더니, "Refuge Vows"라고 불리는 이 의식을 거친
사람들은 세가지가 바뀐다(바뀌어야한다)고 합니다.
첫째,
남들을 해치거나 괴롭히는 일을 삼가하여 행동을 바꾸고,
둘째,
걸림이 없는 삶, 자유로움으로 나아가기 위한 의미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셋째,
티벳 이름과 그것을 영어로 바꾼 새이름 얻음으로 이름이 바뀐다.

부처님의 제자로 새롭게 태어남을 서로 축하해주는 모습
'수행하는데
좋은 도반을 얻은 것은 전부를 얻은 것과 같다'는 옛 선사들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노란 머리, 파란 눈. 생김새는 나와 많이 다르지만, 새로운
도반들을 얻었다는 것은 제게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고, 그 의식에 참여했다는 것 또한 무척 뜻깊었습니다. 그리고, 1993년, 12월.
제가 처음 수계받던 그 날을 생각하면서 첫마음을 다시김 되새겨보았습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