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이효리의 표절과 블루스
이효리의 4집 "H - logic"에 수록된 곡들이 표절인지의 여부에 대해 논란이 많았었다. 한두곡이 아니라 5-7곡이 표절로 의심 받고 있어, 표절이 사실이라면 실질적으로 음반 전체가 문제시 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한 뛰어난 블로거가 정리하고 업데이트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http://www.cyworld.com/hinavi/2941517
매우 고급스러운 마인드를 소유한 블로거라고 사료된다. 여러 정황상 표절인 듯 하나 언론에서는 오히려 쉬쉬하는 분위기이다. 마치 <검사와 스폰서> 사건이 PD수첩을 통해 1차로 알려지고 시끄러웠다가, 2차로 알려진 후에는 잠잠한 것과도 비슷한 분위기이다.
<그네>는 그리스의 곡을 그대로 표절했고, <치티치티뱅뱅>은 부분적인 표절, 나머지 5곡은 전면적인 표절로 보인다. 특히 이 5곡을 표절 대상곡들과 비교하며 들어봤는데 리메이크 수준이다. 만일 모두 사실이라면, 관련자 모두 활동을 중지하고 처벌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본다. 작곡가라고 하는 바누스 바쿰과 이효리 측에 따르면, 가이드 버젼이 유출된 것이고, 그것을 네티즌들이 들어서 문제 아닌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미 앨범도 출시하고 뮤직비디오도 제작한 해외 뮤지션들이 바누스의 곡들을 도용한 것이 된다. 그런데 유투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효리의 곡들이 저작권 문제로 내려지고 있는 것을 보니 바누스-이효리의 주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일을 어떻게 해결할까? 뒷돈으로? 자기 성찰의 계기로? 지켜보자.
사실 표절은 이효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솔직히 현재 국내의 많은 걸 그룹과 보이 그룹의 곡들을 들어보면 대다수가 표절로 들린다. 어떤 곡을 들으면 "저 곡은 빌보드에서 1등을 바로 할 곡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실지로 잠깐씩 히트 했던 곡들을 빌보드 상위권 곡들과 비교하여 개인적으로 표절이라고 판단내렸던 곡들도 여럿 있다. 하도 쓰레기 같은 일이라 그냥 넘어갔다. 오래 전부터도 많은 뮤지션들이 표절을 해오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왜 그렇게 표절에 의지할까?
가장 어려운 것을 피하고 이득은 보려는 "우리"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정의내리기 힘든 열등감과 자기비하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은 선진국에서는 들여다보지 않으리라는 믿음... 그래서 감히 우리의 것을 그들이 그들의 것과 비교하지 않으리라는 비굴함 때문일 것이다.
이번 이효리의 새 음반이 출시되면서 레이디 가가를 표방했다고 대놓고 말한 것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이해가 된다. 흐리기, 사악한 물타기였다. 외모와 스타일만을 레이디 가가를 표방한 것이다. 사람들은 효리의 음악과 레이디 가가의 음악을 들어보며 대조해보고자 했을 것이다. 레이디 가가와 비교하게 하여 관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고, 여러 다른 곡들을 그대로 표절해왔을 것이다. 연예계 기자들은 뭘 얼마나 잡수셨는지, 잠잠하다.
미8군에서 블루스, 소울 등 미국 주류 음악을 접하고 연주하면서도, 자신만의 음악을 작곡하려고 마음 먹고 결국 실현하여 국내 대중음악의 수준을 기적적으로 끌어올린 신중현 선생님을 생각해보라. "나이도 나랑 비슷하고, 다를게 뭐가 있어"라고 외치는 신중현 선생님의 자신감을 생각해보라. 또한, 역시 미8군을 접하고서, 결국 자신만의 방대한 음악세계를 일구어낸 조용필 선생님, 다양한 편곡과 작곡으로 국내 대중음악을 한 단계 올려놓은 사랑과 평화의 김명곤 선생, 이호준, 이영훈, 들국화 등등, 영미/흑인의 방대한 음악적 전통 앞에 무릎 꿇지 않고 결국은 독창적으로 한국적 팝과 롹을 창조해낸 저 선배들을 생각해보라.
한국 대중음악이 그렇게 간단한 음악이 아니다. 왜인줄 아는가? 진실된 음악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 분노, 정의, 풍자, 기쁨, 슬픔 등 모든 음악적 주제를 진실된 영혼으로 표현하면 그것은 기교와 기술, 자본 등을 넘어선 역사적 유산이 되고, 대중들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각인되는 것이다. 100여년 전 녹음된 통기타 반주의 로버트 존슨의 블루스가 다시 리바이벌되고 영향을 주는 것도 그의 음악에 혼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한국적 음악을 창조해낸 선배들이 해외 음악을 안 듣거나 몰랐던 것이 아니다. "이렇게 가면 좋기는 한데, 이거 xxx거랑 너무 비슷하잖아. 아깝지만 다르게 가야 돼"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인드, 올바르고 꿋꿋한 마인드가 더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대중음악을 이끌어가고 있는 작곡가들이 뻔히 표절인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눈앞의 "돈" 때문에 혼을 팔고 있다. 이들은 "이거 좋은데, 너무 길게 하면 걸리지 않을까?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잘 잘라서 붙여보자." "얘네들은 미국에서 안 유명하니까 통째로 써먹자", "걸려도 문제 불거지고, 더 많이 팔릴지도 몰라, 그냥 가자" 이러한 마인드일게다. 그렇게 제작자들과 작곡가들이 시궁창의 들쥐들처럼 앉아서 작전을 짤 것이다.
작곡가들은 어디 출신이고, 버클리에서 재즈를 하고, 어쩌고 저쩌고 유망하고.... 경력을 이야기한다. 너희들은 다 잠시 접고, 블루스부터 제대로 공부하고 올라와야 한다. 위대한 음악들을 더 듣고, 혼자서 흉내라도 내보고, 거기에 못 미치는 너희 자신에 슬퍼하고 우울해해야 한다. 자책하고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너희의 보잘 것 없는 감각과 능력에 한탄하고 찌부둥해져서 블루스와 근성과 혼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슬픔에 겨워 과거의 한국 대중음악의 단순하지만 처절한 음악들에 매료되고 더 촌스러워져야 한다. 너희들은 블루스가, 가요가 촌스럽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 촌스러움은 요상한 들쥐들이 훔친 시궁창 버터보다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