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가정의 이해
-특수교육보조원 역량강화를 중심으로
정창교(사회복지사 1급,국민일보 사회부 차장,‘마이너리티의 희망노래’ 저자)
1.자녀 양육 사례(취학전단계)
우리 아이(초등 6학년)는 발달장애 2급이다. 장애인등록증은 취학전단계에서 만들었다.아직도 많은 장애아동 부모들은 자녀의 장애인등록을 하지 않은채 살아가고 있다.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특히 장애인에 대한 ‘낙인감’은 장애인가족에게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
우리 아이는 6세때까지 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아빠’‘엄마’도 하지 못했다.아내가 말을 가르치기 위해 집안의 각종 물건에 이름을 붙였다.‘냉장고’‘장롱’‘TV’.그런 노력의 결과였을까.아이가 말을 시작했다.‘쉬’를 ‘뀌’,냉장고’를 ‘냉앙고’라고 발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단계에서도 남과 눈을 마주치는 일에 익숙해지지 않았다.혼자 노는 경향도 여전했다.우리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아이가 ‘혼자 노는 것’을 극복하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기위해 주말농장을 하고 가까운 산에 등산을 자주 다녔다.상호관계 형성 차원에서 어린이 놀이터에도 일부러 나가 어울리도록 했다.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듣고 행동을 보면서 또래들의 행동을 닮아가도록 하기위해서였다.아이는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기를 좋아했다.무서운 것도 모르고 높은 곳에 올라가기 일쑤였다.
2.자녀양육사례(초등학교 저학년)
특수교육보조원이 주로 초등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낸 장애인 가정의 심리상태를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우리 부부는 우리의 체험을 바탕으로 2001년 1월 출간한 ‘우리 아이가 눈을 맞춰요’라는 책에서 장애자녀를 같은 또래들과 어울리도록 하기위해서는 같은 나이에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많은 부모들은 학생으로서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보다 더 완전한 모습을 갖춰 학교에 보내려고 하지만 학교에 제때 보내지 않고 유예를 할 경우 덩치가 커진 우리 아이들은 또래가 아니라 동생들과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결국 장애를 고착화시킨다는 생각에서 였다.
특수교육보조원이 없던 시절에 우리는 아이를 학교에 보냈다.아내가 직접 교실에 들어가 보조교사 역할을 했다.우리 가정은 이 역할을 누군가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인천시에 이 일을 제안해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유급보조원을 채용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2000년 하반기부터 공익 보조교사를 도입한뒤 이 제도가 전국으로 확대되도록 전국의 부모들과 손잡고 단체를 만들고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왔다.
많은 부모들이 특수교육보조원 배치를 희망했고 전국 곳곳에서 부모모임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이 제도가 여러분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장애아동 부모들은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시기이다. 다동성 발달장애아동은 조회시간에도 한 자리에 그대로 있지 않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담임교사 한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초창기 일부 학교만 보조원이 배치됐을 때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교사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한 이유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우리 아이의 입합식날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운동장에서 반별로 서 있는데 뒷줄에 서 있던 우리 아이가 앞뒤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본 엄마들이 “우리 반,올해 망했다”라고 수군거리던 모습이다.장애아동들이 학교에서 교육권을 보장받기위해서는 혼자 힘으로는 안된다.이처럼 난이도가 높은 장애아동 보조업무를 통해 통합교육 현장에서 장애아동이 잘 섞일 수 있도록 지원하기위한 제도가 바로 특수교육보조원이다.
보조원이 없을 경우 우리 아이들은 학교 교실 문을 열고 나와 인근 아파트 승강기에서 몇시간이고 놀게 된다.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아이들과 담임교사가 찾으러 다녀야 하는 것이다. 이 일을 보조원이 해결해주고 있다.
혼자서 등·하교가 어려운 우리 아이들이 보조원의 도움을 받아 교통사고에 희생되지 않고 안전하게 귀가한다.또 학교에서 진행하는 각종 체험교육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과거에는 엄마가 했던 역할을 특수교육보조원이 담당하면서 우리나라도 헌법이 보장하는 통합교육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3.자녀양육사례(초등 고학년)
필자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특수학교에서 일반학교에 돌아온 장애아동을 만난 일이 있다.친구가 없던 이 아이가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면서 동네 아이들로부터 친구로 인정을 받았다.친구가 생긴뒤 아이가 말이 많아졌다.친구가 생긴뒤 어둡던 아이가 밝아졌다.
우리 아이는 줄곧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한때 특수학교로 갈 아이를 왜 우리 학교에 데리고 왔느냐는 교사들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한 일도 있지만 지금은 아이가 달라진 모습을 보고 교사들이 더 관심을 갖는다.
친구들도 많다.학교에서는 유명인사다.지금은 너무 말을 많이해 걱정일 정도이다.올 여름에도 통합교육지원실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1박2일동안 여름캠프에 참여할 예정이다.
4.장애아동 부모들의 희망
얼마전 우리집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운증후군 딸(취학전 아동)을 키우면서 발달장애인들에게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조이장애선교센터 대표 김홍덕목사와 한국에서 생부모로부터 버려져 네살때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시각장애인 엘렌(24)씨가 찾아왔다.
우리는 이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통합교육의 희망을 본다.통합교육이 가야할 길은 장애인들이 직업인으로 살아가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직업을 갖지 못한채 아무 일도 없이 버려진 사람처럼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수없이 많다.
장애인 부모들은 장애인 생애주기에 걸맞은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마련되어야 눈을 감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그렇지 않고는 눈을 감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우리 부부는 날마다 우리 아이가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어 살아가는 꿈을 꾼다.다행히 정부차원에서 학교내의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발달장애 부모들은 비교사부분의 학교내 일자리를 발달장애인들에게 제공하는 신시대가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5.마이너리티의 희망노래
필자는 ‘마이너리티의 희망노래’라는 저서에서 장애인인식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우리 가정의 이야기 뿐 아니라 전국의 통합교육 현장에서 생생하게 일어나고 있는 기적같은 일들에 대한 장애아동 부모들의 육성을 담아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가늠해보고자 했다.특수교육보조원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세상사람들의 편견은 장애아동 부모들과 그 가족들을 싸움꾼으로 만들게도 한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요 9:3)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일하고 싶어하는 모든 장애인이 우선 고용되는 그런 세상을 만나고 싶다.우리 모두의 자라나는 새싹들이 이 일을 담당하는 기관차들이 되어줄 것이다.바로 여러분들이 일하는 학교 현장이 이런 꿈같은 일을 실현할 수 있는 못자리이다.장애아동과 일반아동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일은 앞으로의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다.어릴 때부터 장애인과 함께 생활한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도 이들을 고용하는 고용주가 되거나 같은 회사의 동료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위 글은 서울지역 17개 자활후견기관에서 양성중인 특수교육보조원 심화학습 자료임.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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