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불
지나면서 높이 솟은 굴뚝을 보고 우리 생활에 필요한 전기를 여기서 생산하는구나. 도심에 세워진 발전소가 바로 이것이었구나. 늘 전기를 쓰면서 저절로 어디서 막 오는 줄 알았는데 이를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전기를 만들어 가정에까지 보내는 것이 신기하다. 그걸 어찌 만들까. 늘 궁금했다.
전기 없으면 단 하루도 못 산다. 우선 냉장고가 엉망이 되고 저녁 잠잘 때 전기장판이 말을 안 들어 한기를 막을 수 없다. 유선전화며 잘 쓰는 무선기기가 불통이 된다. 기차와 지하철이 멎고 가로등과 신호등이 꺼진 거리를 생각해 보라. 전열 주방기기와 영상, 컴퓨터, 보일러가 가동 안 된다. 조명이 사라진 집안은 금방 암흑천지다.
여름에 에어컨 없이 살 수 있나. 시원함에 젖어 살다가 정전으로 무더워지면 어찌 감당하겠나. 끔찍한 일이다. 연약할 대로 약해진 사람들이다. 숨이 턱턱 막혀야 전기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 정전으로 대혼란을 겪지 않아서 잘 모른다. 선진국도 가끔 전기가 끊겨 도시가 까맣단다. 남미 어느 나라는 발전소가 마비되어 어두운 거리를 걸어서 간다니 난리다.
아파트가 많아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높은 층에 사는 사람이 걸어서 오르내리자면 큰 고통이다. 만약 며칠 계속된다면 무슨 수로 생필품을 들고 다니나. 수돗물도 걱정이다. 그게 나오겠나. 많이 자주 마시고 씻어야 하는 물이니 우선 강물을 퍼 날라야 한다.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이 온다. 무슨 수로 감당하겠나.
병원의 기기들도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늘어난다. 정밀수술하는 로봇에서 값비싼 검사 장비와 치료 기계가 전기로 연결되어있다. 꺼지면 위급환자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한다. 손으로 쓰던 약 처방전을 컴퓨터로 하며 눈으로 보던 환자 상태를 화면을 보면서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게 된다. 이 모두 전기의 혜택이다.
휴대전화가 대수다. 없으면 허전해서 견딜 수 없다. 지하철에 보라. 열에 예닐곱은 들여야 보고 있다. 들고 보기 힘들어 아예 귀에다 박고 산다. 화면에 안 나오는 게 없다. 부르면 다 나온다. 가족 얼굴에서 세계 곳곳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무전기가 이만할까. 얼마 전 서울 기지국이 고장 나 갑자기 손전화가 움직이지 않는 까만 천지가 되었다니 놀랍다. 전기 없이는 못 산다 절단이다.
저길 한번 가 봐야지 생각하다가 교회 선교회에서 가기로 했다. 어렵게 신청서를 작성했다. 견학 인원과 명단, 생년월일, 차량번호를 적어 보냈다. 가기로 한날 절반 탑승으로 가까운 부산발전본부인 감천화력발전소로 출발했다. 늘 다니던 길이고 봐 왔던 곳이라 쉽게 갈 수 있제 했는데 고생했다.
터널 공사로 진입로 작업이 한창이어서 외길이 정체되었다. 정문도 몰라 몇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했다. 가기로 한 도착 시간이 한 시간 지체되었다. 큰 길가에 정문이 있을 줄 알았는데 다른 곳에 있었다. 미리 답사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어서 땀이 다 송골송골 난다. 눈총이 뒤통수에 따갑게 와 닿는 것 같다.
정문에서 통과 허가를 받고 저 안쪽 강당으로 갔다. 여기 들어가는 일이 까다로웠다. 국가 기간 산업이어서인가. 인솔자 신고와 출입자며 빠진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안내자가 한 시간 동안 화면으로 이곳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줬다.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해서 이것저것 물어도 보고 선물도 받았다.
흔전만전 쓰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업신여기고 지나쳤던 값싼 전기가 이렇게 해서 생산된다는 것을 알았다. 원전이 제일 싸고 다음이 석탄이다. 비싼 것이 가스발전이란다. 신재생 발전도 요즘 한창인데 풍력과 태양광, 양수발전 등이다. 화력이 가장 많은 7할에 가깝고 원전이 2할쯤이다. 신재생과 수력은 적은 양이다.
예전 자갈 해수욕장을 메운 6만 평에 180만 킬로를 생산해 부산시 절반 양을 공급한다. 처음에는 석탄 2기 디젤유 2기로 공해 발전을 하다가 폐쇄하고 8기 가스복합발전으로 교체했다. 정제해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므로 연기가 나지 않아 멈춰 선 것처럼 보인다. 소음도 대단해서 거푸집으로 둘러쳐 밖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비싼 전기를 발전해서 한전에 파는데 연간 7천억 가까이 수익을 올리지만 남는 게 적단다. 3백여 명의 종사자들이 내 집일처럼 하고 주위 감천 주민들에게도 일자리와 여러 가지 도움을 안겨줘 지난날 먼지 날리던 못난 발전소가 아닌 거듭난 명소가 되었다. 굴뚝의 연기는 고사하고 잡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중부 서해안의 수십 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나오는 미세먼지가 말썽이다. 편서풍으로 청정지역인 강원도까지 퍼져나간다. 서민들에게 부담 안 되도록 값싸게 만드는 전력이다. 참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근심 걱정이다. 그래도 괜찮은 지역인 부산도 심할 때는 가까운 가덕도와 몰운대가 뿌옇게 가려 안 보인다. 내려온 건가.
철강회사와 함께 우리의 폐를 오염시키는 혐오시설로 안 좋은 시선이었다. 와서 보니 청정하다. 물도 정화수를 쓰고 냉각수도 앞 바닷물을 끌어들여 식힌 뒤 그대로 바다로 나간다. 더러운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구내가 모두 깨끗하다. 사람들이 와 보지도 않고 발전소 물러가라 소각장 폐쇄하라고 야단이다.
처음은 이곳이 산 넘어 바닷가 으슥한 외딴곳이었다. 은신하듯 지어 발전했는데 도시가 늘어나면서 이곳을 점령했다. 인도와 중국, 월남, 한국, 남아공이 평균(3)을 훨씬 넘었다. 최악의 공기로 이름나 부끄러운 일이다. 도심의 몇 개만 바꿨다. 수십 개 석탄화력(汽力)을 뜯어내고 가스(複合)로 새로 세워나가야 한다. 엄청난 비용이 든다.
거기다 연료를 수입해서 생산해야 한다. 이제 하나둘 석탄을 가스로 교체하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낮은 수준의 대기오염의 날이 올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도 늘리고 있다. 굴뚝은 높이 치솟았어도 연기가 보이지 않으며 야간 조명으로 경관을 아름답게 해 상도 받았다. 화석연료를 때면서도 정제해서 미세먼지가 아주 적게 나오는 것 같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
왕대추와 엄나무를 구포장에서 사 심었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까스 발전단가와 석탄화력발전 단가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까스는 6-7만원/톤, 석탄은3-4만원/톤입니다.
와트당 원전이 20원, 석탄이 60원 가스는 120원이랍니다.
시골집근처에 화력발전소가 있습니다. 올봄에 집에 가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청정 시골이었었는데...미세먼지때문에 방안에서 앞마당이 보이지 않았습니다.미세먼지와 뗄레야 뗄수없는게 전기일진데, 정말 심각합니다. 아무리 문명이 발전한들 건강하지못하면 무슨의미가 있나...싶을때가 많습니다.
맞아요 석탄화력을 가스로 바꿔야 하는데 비용이 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