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멜론 대학의 레이첼 차바렐라(Rachel Ciavarella), 모건 프리츠(Morgan Fritz), 크리스 헨리(Chris Henley)가 디자인한 백팩
'디자인 교육의 미래(D-School Futures)'는 산업 디자인 교육의 발전상을 짚어보는 인터뷰 시리즈이다. 그 첫 주자로 카네기 멜론 대학(Carnegie Mellon University) 디자인 스쿨에서 산업 디자인 과정의 학과장을 맡고 있는 웨인 청(Wayne Chung)을 만나보았다.
오늘날의 산업 디자인 교육은 10년 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으며, 앞으로 10년 후에는 얼마나 달라질 것으로 보는가?
오늘날의 산업 디자인 교육은 5kg 용량의 가방에 10kg을 우겨 넣으라고 요구하는 모양새다. 산업 디자인 교육자 대부분이 이런 정서를 쭉 실감해 왔지만, 특히 요즘은 인터랙션 디자인, 사용자 경험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등등 디자인의 활용처가 급증하면서 이를 더욱 절감하고 있다.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은 다들 졸업 후에 이러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 그 결과, 작업에 필요한 도구와 기술, 결과물의 유형 등을 실습 과목이나 프로젝트에 추가, 확대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더불어 코딩 작업이나 전자공학, 그밖의 물리적 인터랙션 및 디지털 인터랙션 기술 등 수업에서 다뤄야 할 것이 많다.
과거와 비교해 보다 눈에 띄는 차이점은 디지털 환경에 따른 시각적 결과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라면, 상급 수준의 교육에서는 이른바 고약한 난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고약한 난제란 체계적인 기획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쟁점들이지, 하나의 오브제나 제품으로 단일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난제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맥락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에 성공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잘 짜인 영상을 통해 자신의 연구 결과와 분석, 통찰력 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부분만 봐도 산업 디자인 전공생에게 ‘요구되는’ 기량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도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상호작용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핵심이다. 물리적인 작업이든 디지털 작업이든 카네기 멜론 대학의 디자인 교육의 중심에는 늘 이러한 사유가 자리해 왔다.
미래를 예측하는 데 영 소질이 없어서 앞으로 10년 후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경제, 의료, 사회 등의 새로운 영역과 역할에 진출하고 있는 우리 분야의 트렌드를 봤을 때, 분명한 점은 (산업 디자인뿐 아니라) 디자인의 역할이 이 세계의 물리적 양상이나 행태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최대 자산은 서로 다른 여러 분야들이 단순히 번쩍거리는 멋진 물건 이상의 무언가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능력이다. 앞으로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자신의 기량을 숙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합적인 목표와 해결책을 지향하는 공동의 작업을 위해 다른 이들을 북돋는 역할까지 하게 될 것이다.
웨인 청 (왼쪽), 레이첼 인먼(Rachel Inman)과 맷 파인더(Matt Finder)의 실습 작품 (오른쪽)
작업에 한창인 카네기 멜론 대학의 조시 핑클(Josh Finkle)과 에릭 글레이저(Erik Glaser)
디지털 환경의 확대와 관련해 산업 디자인 교육의 적합성에 대해 우려하는 예비 전공자들에게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가?
차별성 있는 교육 덕분에 디지털 디자인 분야에서 산업 디자인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우리 학교의 커리큘럼은 물리적인 디자인 작업이든 디지털 작업이든 모두 인간과 제품의 인터랙션에 기반해 있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볼 때도 산업 디자인 전공자는 끊임없이 다각도로 관점을 전환함으로써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예리한 디자이너들은 한 발 비켜서서 큰 그림을 보기 때문에, 적합한 재료와 미학, 디자인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실재하는 자연 세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디지털 환경의 디자인 작업에도 득이 된다고 믿는다. 즉 디지털 환경에서의 사용자의 인터랙션 방식에 실세계를 위한 디자인 작업을 적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산업 디자이너들이 인터페이스의 형식적 디테일뿐 아니라 경험 전반에도 매우 민감한 것이다.
앞으로도 물리적 영역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감지하고 인터랙션하는 하드웨어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무게와 부피와 물질성을 지닌 물리적 세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산업 디자인은 이러한 제품 및 디지털 환경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위치에 있다고 본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조시 뉴바이(Josh Newby, 왼쪽)와 케빈 칸(Kevin Kan)의 라디오 디자인
카네기 멜론 대학의 산업 디자인 교육과정이 다른 학교와 차별되는 지점은?
사람과 장소가 차이를 만드는 법이다. 다행히 우리 학교는 훌륭한 교직원 및 교수진과 더불어, 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음을 알고 있는 명석하고 창의적인 학생들이 어우러져 있다. 멋진 이야기와 경험, 토론 등이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이나 프로젝트 팀들, 그리고 다른 학과와의 협업을 통해 도출되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태도로 움직이면서 주변 사람들이나 작업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는 것이다. 단 한 명의 사람이나 한 가지 요소가 대학의 차별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카네기 멜론 대학은 교과 내외의 활동을 위한 훌륭한 기반을 제공하며, 우리 학생들은 로봇 공학이나 인간-컴퓨터 인터랙션부터 의료, 자동차 디자인, 패션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졸업생들의 취업 분야는 어느 쪽이며, 산업 디자인 분야의 취업 전망은 어떤가?
현재 산업 디자인 분야는 더없이 좋은 시기를 맞고 있다. 우리 졸업생들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 링크드인,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같은 첨단 IT기업 곳곳에 진출하고 있다. 더불어 기존의 산업디자인 컨설팅 회사나 월풀, 아우디, 제너럴 모터스 같은 기업의 디자인 및 연구개발 부서에도 많이 진출하여, 취업률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신입생에게 해주고 싶은 딱 한 가지 조언이 있다면?
디지털이든 아날로그이든 새로운 사고 방식에 관한 것이든, 자신의 기량을 닦는 동시에 창의성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디자인’을 경쟁력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즉 자기만의 방식으로 누구나 디자인을 하며 디자인을 이용하고 있다. ‘디자인’이라는 용어의 확산이 반가운 것은 그만큼 우리 분야에 대한 인식과 비중 역시 증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튜디오 디자이너의 핵심적인 경쟁력은 구체적인 창의성에 있다. 불가능한 것을 꿈꾸고 새로운 과정과 방법, 도구, 사고의 반복을 통해 그 꿈을 가시적인 실재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의 본질적인 정체성이다.
Originally Published by Core77 (www.core77.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