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밥상의 자존심” 김치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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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에 ‘이것’이 빠지면 왠지 허전하고 밥을 먹고 나도 제대로 먹은 것 같지 않다. 김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산해진미(山海珍味)로 밥상을 차렸다고 해도 김치가 빠지면 구색이 맞지 않는다. ‘한국인 밥상의 자존심’김치가 제철을 맞았다. 패스트푸드와 각종 인스턴트 식품이 범람하고 있지만 그래도 김치는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김치 역사는 1300년 세월을 헤아린다. 7세기 무렵 염장(鹽藏)에서 비롯된 우리나라 김치는 그 장구한 세월만큼이나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현재까지 알려진 김치의 종류만도 300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김치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김장철을 맞아 한 대형할인점이 주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0~50대 주부 10명중 6~9명이 ‘김장을 하겠다’고 응답했으나 20대와 30대 주부들은 10명 가운데 4~5명만 김장 의사를 밝혔다. ‘김장을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80%에 가까운 주부들이 ‘귀찮아서’, ‘사 먹는 게 경제적이다’, ‘김장하는 법을 몰라서’라고 답했다. 그때 그 시절 동네 아낙네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다 떨며 온종일 김장을 하는 풍경은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신 사계절 내내 김치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먹고 김치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주문형 김치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밥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중국산 김치가 우리 것으로 둔갑해 버젓이 상에 오르고 있다. 일본의 ‘기무치’가 종주국 한국 김치를 제치고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서글픈 현실에 직면해 있다. 농협 경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온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5만8000여t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수출한 김치 2만8000여t의 배가 넘는 물량이다. 일본시장 역시 중국산 김치가 한국산을 앞질렀다.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지난 2001년 393t에 불과하던 것이 불과 1년 사이 1000t을 넘어섰고 올해와 비교하면 150배 가량 폭증했다. 낮은 가격과 높은 마진이라는 경제적 가치에 매몰된 수입업자, 비용 감소 효과를 보려는 일부 음식점 업주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중국산 김치가 판을 치고 있다. 이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 농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자식처럼 애지중지 가꾼 배추와 무밭을 그대로 갈아 엎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4㎏짜리 상품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이 1100원 남짓이었던 것이 올해는 절반 수준인 6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배추 값 폭락현상은 풍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대량 구입시 3분의 1 정도 가격이면 살 수 있는 중국산 배추와 김장하는 가구 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밥상에 중국산 김치가 오르는 것은 1300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의 맛과 음식 문화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산이라고 다 나쁘다고 단정지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수산물을 비롯해 각종 농산물을 단지 가격이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국산을 수입해오고 있다. 납이 든 조기, 썩은 고춧가루, 표백한 도라지 등 식품의 안전성을 크게 위협하는 사례들을 심심찮게 보아왔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식품 가운데 중국산 농산물이 부적합 판정으로 적발된 건수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밖에 잔류농약이나 방부제 처리 등 우리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미심쩍은 일이 적지 않다. ◇‘가족이 먹을 김치’직접 담가보자 결혼 10년차 주부 김모(37)씨는 요즘 들어 남편과 말다툼하는 일이 잦아졌다. 바로 김치 때문이다. 밥상머리에 앉은 남편이 ‘우리도 김치 담가서 먹어보자’고 몇 차례 주문을 했다. 그 때마다 ‘사다 먹는 김치가 더 맛있는 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응수한다. 이렇게 이야기가 몇 번 오가면 말다툼으로 번진다. 김씨의 기억에도 결혼 후 김치를 담가본 적이 없다. 신혼 초에는 친정어머니가 해주신 김치를 갖다먹었고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시장 반찬가게에서 만들어 파는 김치를 계속해서 사다 먹었다. 남편에게는 맞벌이를 핑계로 그럭저럭 김치를 담그지 않고도 버텨왔는데 최근 들어 남편의 성화가 계속돼 이래저래 속을 앓고 있다. 김씨의 고민은 김치 담그는 법을 몰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어깨 너머로 친정어머니가 김치 담그는 것을 본 정도지 직접 담가보지 않았고 김치를 담가서 맛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이웃집 나이 많으신 아주머니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김치 담그는 법을 찾아보았지만 자신이 없기는 매 한가지다. 속으론 올해 안으로 직접 김치를 담가 남편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김씨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맛있는 김장 비법’을 소개한다. 맛있는 김치의 열쇠는 첫 번째 얼마나 좋은 재료를 구하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배추는 크고 무거운 것보다 중간 정도의 배추가 좋다. 푸른 잎사귀 부분을 살펴보았을 때 단단하게 밀착되어 있고 속을 갈라 연한 노란색을 띠는 배추가 맛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속 잎사귀가 달고 고소한 지 먹어보는 것이다. 무는 기다란 것보다 길이는 짧아도 통통한 것이 좋으며 무청이 싱싱한 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무 껍질이 단단하면서도 연둣빛을 띠고 있는 것이 단맛이 많이 난다. 배추와 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소금이다. 간혹 유난히 쓰고 짠맛이 많이 나는 김치를 먹게 되는 데 이는 배추와 무를 절일 때 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소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소금은 염도가 높고 물에 녹는 시간이 오래 걸려 간이 골고루 배지 않는다. 따라서 국산 소금을 사용해야 하는 데 국산 소금은 수분이 많고 경도가 약해 손으로 으깨면 잘 부서진다. 또 소금을 한 주먹 쥐었다가 폈을 때 손바닥에 소금이 많이 붙어 있으면 국산이라고 보면 된다. 반대로 중국산은 거의 손바닥에 남지 않는다. 고추와 마늘, 생강, 젓갈, 쪽파, 갓 등 양념류는 지방마다 또는 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고추는 태양초가 좋다. 태양초는 매운 맛만 나는 것이 아니라 단맛도 함께 난다. 꼭지가 노란색을 띠고 있는 통고추를 사다가 직접 빻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마늘은 크기와 모양이 일정한 육쪽 마늘이 좋지만 시중에 파는 깐 마늘의 상당수가 중국산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크기가 일정하고 땡글땡글한 것을 골라 씹었을 때 알싸한 맛이 많이 나는 것을 고르면 크게 실패하지 않는다. 서울지역에서는 새우젓을 주로 사용하지만 남부지방 특히, 경상도 지방은 멸치 액젓을 많이 사용하는 데 비린내가 적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이면 좋은 젓갈이다. 김치의 맛은 배추를 절일 때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추 한 포기에 소금 한 줌 정도 넣는다 생각하고 소금물의 농도를 맞추는 것이 좋다. 양념으로 한 번 더 버무리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금 싱겁게 절여도 된다. 배추를 절이는 시간은 10시간 내외가 적당한 데 이는 집집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배추를 절인 후 두 세 번 흐르는 물에 씻는다. 이 때 너무 많이 씻으면 배추에 들어있는 유익한 성분이 손상된다. 배추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양념이 잘 스며들지 않아 김치 맛이 떨어진다. 물기가 완전히 빠졌을 때 양념을 버무려야 한다. 배추의 물기가 완전히 빠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양념을 준비하는 데 이때 무채와 고춧가루, 마늘, 생강, 쪽파, 갓, 멸치 액젓을 넣어 골고루 섞어 고춧가루가 완전히 퍼지도록 한다. 배추의 풋내를 없애기 위해 찹쌀가루로 죽을 쑤어 넣는 집도 있다. 이밖에 배즙, 무즙, 양파즙 등을 넣기도 하고 금방 먹을 김치는 생굴을 넣어도 좋다. 인공조미료 대신 말린 표고버섯 가루나 다시마 우린 물을 넣기도 한다. 맛있는 김치는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록 김치를 담그는 일에 자신이 없더라도 가족의 건강을 위해 도전해보자. 처음부터 많은 양을 할 필요는 없다. ◇이런 이유로 김치를 먹어야 한다 전 세계를 강타한 ‘사스’이후 김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시 중국에서는 사스 예방을 위해 김치를 앞다퉈 구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심지어 사스 치료제로 김치를 들먹였을 정도였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과 일본에서 김치가 웰빙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김치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선 매년 김치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 1인당 연간 김치소비량이 지난 80년에는 50㎏이었던 것이 지난해는 30㎏ 이하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더 심각한 것은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아이들이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식단이 서구화될수록 오히려 김치를 많이 먹어야 성인병 등 각종 질환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식품영양학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왜 김치를 먹어야 하는 지’ 영양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렇다. 김치는 유산균 발효식품이자 슬로푸드로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인 암과 노화 등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를 돕는다. 배추와 무뿐만 아니라 고춧가루, 마늘, 당근 등에 각종 유익한 성분이 고르게 들어있어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완전식품’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연구소에서 김치의 성분과 효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장수식품으로 널리 알려진 요구르트의 주성분은 유산균이다. 요구르트보다 더 많은 유산균을 함유한 식품이 바로 김치다. 연구결과 김치 한 숟갈에 들어있는 유산균의 수가 무려 1억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김치에 들어있는 유산균은 유해세균을 죽이는 한편 몸 속에 들어가 장내 유해 균을 억제하는 정장 작용을 한다. 김치를 먹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일이 없는 것도 바로 김치 속에 들어있는 유산균 때문이다. 이밖에 비타민의 보급창고이자 대장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임상실험 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맛있는 김장’ 이렇게 하세요 △ 재료 : 4인 가족 기준 김장에 들어가는 재료는 배추 10포기(한 포기 3㎏ 내외 적당), 무 5개(중간 크기), 고춧가루 800~900g, 쪽파 한단(400g), 마늘·생강 700g(비율 6대 1), 갓 한단, 새우젓이나 멸치 액젓 900~1000g 내외(비율 2대 1), 찹쌀 풀, 절임용 굵은 소금, 설탕·통깨·표고버섯 가루 등 적당량. △ 손질 : 배추는 뿌리부터 잎사귀까지 완전히 칼로 자른다. 그래야 배추 부스러기가 적게 생긴다. 날 계란이 가라앉지 않을 정도인 염도 10%의 소금물에서 10시간 가량 절인다(배추의 종류나 크기에 따라 절이는 시간이 다소 차이가 있다). 배추 속으로 들어가는 무는 채를 써는 데 채칼보다 직접 칼로 채를 써는 것이 좋다. 쪽파와 갓은 4㎝ 크기로 썰고 마늘과 생강은 함께 갈아둔다. 무채에 고춧가루와 젓갈, 다른 양념류 등을 넣어 배추 속을 준비하는 데 젓갈은 한꺼번에 넣지 말고 간을 보아가면서 조금씩 넣는 것이 좋다. 너무 짜거나 싱거우면 다른 양념류를 넣어 간을 조절해야 한다. 10시간 가량 절인 배추는 두 세 번 찬물에 헹군 후 물기가 완전히 빠질 때까지 채반에 엎어놓는다. △ 배추 소 넣기 : 물기가 완전히 빠진 배춧잎 사이로 이미 만들어둔 소를 고르게 차례차례 넣은 다음 겉잎으로 싸서 덮는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소를 너무 많이 넣으면 김치 맛이 떨어진다. 양념이 뭉치지 않을 정도로 골고루 넣는 것이 중요하다. 통깨는 배추 소를 만들 때 넣어도 되지만 완전히 다 넣고 나서 겉에 뿌려도 된다. 김장 김치에 깨를 많이 넣으면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 △ 김치 저장하기 : 항아리에 배추 속이 위에 오도록 한 포기씩 담고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꼭꼭 누른다. 맨 위에는 배추 절일 때 생긴 우거지로 완전히 덮고 소금을 뿌리고 깨끗이 씻은 돌멩이로 눌러 주는 것도 좋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할 경우는 금방 먹을 것과 오래두고 먹을 것을 분리해 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묵은 김치 맛을 좋아하는 가족이 있다면 양념을 적게 넣은 김치를 김치 전용통에 넣어 맨 아래 칸에 보관하면 된다. 생굴을 넣은 김치는 가급적 빨리 먹는 것이 좋고 계란 껍데기나 감잎을 함께 넣어두면 김치가 빨리 시지 않는다. 김치가 짜다고 느껴지면 바람들지 않고 아삭아삭한 무를 큼직하게 썰어 항아리에 같이 넣어두면 김치 맛이 한결 좋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