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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유람.
- 언제:2015.3.7
- 어디로:자유로->파주출판도시->영어마을 파주캠프->
헤이리 예술마을->프로방스마을.
살다보면 아무리 비켜가려 해도 스치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는
그런 길이 있습니다.내겐 자유로가 바로 그런 길입니다.
서식지가 주로 고양,파주,김포 지역이다보니
언제부턴가 자유로는 숙명처럼 다가왔습니다.
모처럼 햇살이 봄볕처럼 따스했던 주말 오후,
한강 하류에서 임진강을 따라 곧게 뻗은 자유로를 달려 파주에 갔습니다.
예로부터 '추로지향'의 문향(文鄕)으로 큰 세계로 향하던 길목이었다는 파주.
아무리 길이 가까워도 가지 않으면 결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고
길 가운데 멈춰있는 사람은 결코 그 길의 끝을 알 수 없다 했습니다.
그 이름처럼,
분주한 일상에서 때때로 휴식과 안식의 통로가 되어주고
욕망의 해방구가 되어 주는 自由路,!
그 길을 따라가면
출판도시,헤이리예술마을,프로방스마을,영어 마을들의
저마다 감춰둔 멋과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자유로는 강변북로에서 일산과 파주를 잇는 자동차 전용 도로입니다.
한 때 '자유'라는 이름 탓인지 한국의 '아우토반'으로 불리며
폭주족들의 광란의 질주가 횡행 하곤 했었는데
요즘엔 도로의 노후화로 도로 상태가 안좋아졌고
인근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개통 되면서
폭주족들이 그리 많이 옮겨 가면서 그 명성(?)을 많이 잃었습니다.
자유로를 달리다 문발 나들목으로 빠져나오면서
우측으로 보이는 산은 심학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판도시는 파주의 상징적인 산, 심학산 서쪽 기슭에 자리잡았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기획, 편집하여 바로 옆 인쇄사를 통해
인쇄 및 제본,제책을 완료한 후 출판물 종합유통센터를 통해
전국의 독자들에게 양질의 책을 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출판산업의 원스톱 체계를 갖춰 말 그대로 문화산업도시로서
기획,생산,유통 등 출판산업의 세 요소를 집적화시켜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했습니다.
파주 문발리에 위치하는 출판도시는
'文發里'라는 지명 처럼 '글이 피어나는 마을'에 터잡았습니다.
이제 곧 날씨가 풀리는 봄날에
이곳 회동길 책방거리를 거닐다 심학산으로 올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간 하류에서 임진강물이 만나는 지점에 터잡은 파주출판도시는
1만여 명의 출판 관련 종사자들이 약 450여 개 출판사와 인쇄소,물류센터 등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책마을입니다.
단지 안에는 출판사들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책방과 게스트 하우스,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북카페와 갤러리들이 즐비합니다.
출판도시의 거리는 주말에도 비교적 한산한 편입니다.
산책하듯 걸으며 멋진 건축물들을 감상하다
곳곳에 즐비한 북카페나 미술작품 갤러리등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해도 좋습니다.
'지혜의 숲'은 출판도시의 심장부라고 할 수있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안에 있으며
약 4천여평의 부지에 건립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출판도시는 초기 조성 단계 부터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며
환경호르몬을 방출하는 페인트류를 사용하지 않아 외벽이 녹슬어 보입니다.
파주 출판도시는 원래 한강 습지였습니다.
자유로가 개통되면서 한강변의 습지는 인위적으로 분리되어
산 쪽으로 밀려나면서 이렇게 갈대 샛강이 생겼습니다.
지혜의 숲은 1,2,3 섹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가도 ㄱ,ㄴ,ㄷ,ㄹ모양으로 설치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처음 문을 열 때는 전문 사서가 없는
개방형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화제 만큼이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자유로이 서가에서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는 개방성 때문에
도난 문제가 대두되었으나 결과적으로 기우에 불과했고
학자 등 기증자들의 지적 편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서 분류법을 채택 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도서관의 사서 대신 자원봉사자들인'권독사'들이
서가 주변에서 책을 찾는 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천 개의 곡조를 다룬 후에야 음악을 알게 되고
천 개의 칼을 본 후에야 명검을 알게 된다.
때문에 편견 없는 감상법을 위해서는 우선 많은 작품을 보아야 한다.
- 유협,<문심조룡>
지혜의 숲 내부에 발을 디딛는 순간,말 그대로
엄청난 양의 책들의 숲속으로 파묻히는 느낌을 받습니다.
고개를 젖혀야 보이는 서가의 높이가 자그마치 8미터나 될 정도이고
빽빽히 꽃혀 있는 저 책들이 자그마치 50만권이나 된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가 어마어마 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앞으로도 6천여평의 부지에
100만 여권의 도서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은 지혜의 숲 3,서가 모습입니다.
다른 곳과 달리 소파가 있어서
많은 분들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책을 보고 계셨습니다.
이 건물 3층에 게스트 하우스 '지지향'이 운영되고 있으며
하룻밤을 이곳에서 묵으면서 실컷 책을 볼 수 있도록
이곳은 늘 24시간 개방되어 있습니다.
지혜의 숲 2,에는 어린이책 코너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개인이 소장한 책도 기증을 받고 있었습니다.
가슴이 뛰는 이유는 책상 위에 쌓인 책들로 인해
내 지고한 쾌락이 더 감미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사람에게 스스로 운명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 장석주의 서재,<불멸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현암사,2015>p,255
모든 곳에서 안식을 구했지만 찾지 못했다.
다만 작은 책 한권을 들고
구석 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예외였다.
- 토마스 아 켐피니
출판도시 인문학당 '스토리텔링 인문학'은
이곳 '지혜의 숲'에서 열리는 인문학 강연입니다.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공개 강의부터
출판계,예술계와 연계한 강연까지
대중과 함께하는 다양한 지식나눔의 장이 매주 토요일 열리고 있습니다.
지혜의 숲 3,입구에 있는 출판인 정진숙 동상입니다.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Daum 인물 백과사전을 검색 했습니다.
"정진숙(鄭鎭肅)은 일제 강점기의 금융인, 대한민국의 출판인, 기업인, 사회기관단체인이며,
을유문화사의 창립 멤버의 한 사람이다.
을유문화사 사장을 거쳐 대표이사 겸 회장직을 지내오다가,
2008년 8월 22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사망했다.
호는 은석(隱石)이다.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1945년 12월 윤석중, 민병도, 조풍연 등과 함께 을유문화사를 창립하였다.
1952년 을유문화사의 대표이사 사장이 되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사장으로 취임,
한글 보존을 위한 '우리말 큰사전'(전 6 권·1947~57년)과
한국 사학계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한국사'(전 6권·1959~65년) 등을 출간하였다.
이후 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되고 교과서 편찬 사업에도 참여하였다."
책속에 파묻혀 책들의 숲을 방황하고
지혜의 숲을 빠져 나오면 길 건너편에 피노키오 박물관이 자리합니다.
정직의 아이콘 피노키오가 지나는 이들에게
정직하면 행복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었습니다.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깨달음도
그때그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진 않으리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문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만 한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공간들을 하나씩 지나가야 한다
어느 장소에서도 고향에서와 같은 집착을 가져선 안 된다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 높이며 넓히려 한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즐겁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 헤르만 헤세,<생의 계단>
출판사 '열림원'에서 운영중인 북카페 '헤세'는
피노키오박물관 바로옆에 있습니다.
출판도시에서는 책 위주의 북카페와 카페 기능의 북카페가 공존하는데
어느 카페에 들어가더라도 책들이 손에 잡힐 수 있도록 가깝습니다.
청림출판사 사옥 '누멘'
갈대 샛강의 물길위를 가로지르는 '다산교'를 건넙니다.
뒤쪽의 심학산과 출판사 건물들의 건축선이 조화롭습니다.
파주출판도시 건물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조형미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 뿐만아니라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지혜의 숲 옆에 있는 한낮의 고요가 가득했던 김동수 가옥입니다.
전라북도 정읍에 있던 200년이 넘은 살림집이었던
김동수 가옥 별채를 이전한 것으로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있는 선조들의 건축적 지혜와 혜안이
이곳 파주 출판도시의 건축물에도
살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예술로서의 건축은 인간을 매혹하는 것들 - 상상력,마력,환상,시 - 로
인간의 꿈과 영혼을 풍요롭게 하여야 한다.
- 지오 폰티,<건축예찬,열화당출판사>에서.
한옥의 주인은 집이 아니라 마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듬다 만 듯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댓돌은
한옥의 빈 마당으로 그 존재가 빛납니다.
집은 삶을 담는 그릇이고 삶은 집 안에서 숨쉽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그것은 결국 하나의 집을 짓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텅 빈 한옥을 보면서 내 인생의 집은 현재 어떻게 지어지고 있는지
또 어떻게 지어나가야 할지를 고민합니다.
삶의 질료적 흐름을 열고 닫으며 새로운 삶을 빗는 건축은
어찌보면 공간화된 삶의 또다른 형식일 수 있습니다.
건축물들을 섬세하게 바라보고 거기서 의미를 찾는 행위는
거기에 반영된 시대의 삶과 그곳에 살았던 이들의 꿈을 엿보려는
열정에 의해 동력을 얻습니다.
건축물의 가치는 그 공간의 기능성과 크기 보다
거기에 담긴 사람의 열망과 동경에 의해 결정됩니다.
한옥에서는 창을 풍경을 담는 액자로 여깁니다.
창을 통해 경치를 빌려오는 것,그것이 한옥의 또다른 멋입니다.
집을 건축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상에 조형물을 세우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집을 짓는 행위는 삶의 본질과 맞닿아 있고
삶에 안정감을 부여하며 동시에 삶을 향상시키고
변화시키는 궁극의 요소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어느 건축가의 말처럼
'건축은 늘 기하학이고 물리학이고 재료학이고 경제학이면서
나아가 정치학이지만 이와 아울러 미학이고 철학이고 때로는 종교이기조차 하다.'는
외침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안중근 의사의 아명을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태어날 때 가슴에서 배 위까지 북두칠성을 닮은 일곱개의 점이 찍혀 있어
하늘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아이를 잘 키워내리라는 뜻으로
그의 조부가 응할 응,일곱 칠,'응칠' 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파주출판도시에는 안중근 의사의 아명을 딴 '응칠교'가 있습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든다."는
안 의사의 유명한 유묵 글씨와 사진이
이곳을 건너는 이들을 일깨우고 있었습니다.
출판도시의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4층 이하로 지어졌습니다.
개발행위허가와 건축 인허가 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행위 제한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자유로를 사선으로 전시상황 시 군 부대에서 관측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 제한을 한 탓입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교보문고 설립자
대산 신용호 선생의 명언이 새겨진 파주출판도시 교보출판사를 지나
경기영어마을 파주 캠프로 향합니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롯데 아울렛을 지나
자유로에 다시 진입하여 경기영어마을 파주 캠프에 왔습니다.
영어마을 파주 캠프의 관문인 출입국 사무소 앞에 세워진
얼핏 고인돌처럼 보이는 이 돌기둥의 정체는
석기시대 유적지로 추정되는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영국 월트셔주 솔즈베리 평원에 자리하고 있는
'스톤헨지'를 형상화 한 것입니다.
영어마을 파주캠프의 관문,출입국 사무소입니다.
공항 출입국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니다.
저 엑스레이 게이트를 통과하면 정말 유럽의 어느 도시에
도착한 느낌을 줄 정도입니다.
뒤로 비행기 이착륙을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도 설치되어 있고
그 앞에 출입국 심사대에는 원어민 선생님들이 방문자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너며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며칠 머물 예정 인지 등등
영어로 질문을 합니다.
실제 외국의 공항에 도착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영어마을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러운 영어 체험 학습이 가능하도록
영어권 국가의 마을과 유사한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영어만이 목적이 아닌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영어마을 붐을 일으켰던 진원지 영어마을 파주캠프는
영어권 국가의 작은 도시 하나를 옮겨온 듯한
형태의 건물과 숙박시설 등 49개 동이 들어서 있습니다.
땅값을 포함해 무려 990억원이 투자된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이곳이 생기면서 전국적으로 영어마을 열풍이 불었었지요.
초창기에 비해 지금은 적자로 인한 재정난으로 많이 쇠락했지만
한 때는 방학기간에 자녀들의 어학 연수 코스로
비싼 비용들여 선진국 영어권 나라로 보내지 않아도
품격높은 체험영어를 버스를 타고 가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인기 높았던 곳이었습니다.
경기 북부의 낙후된 군사 접경 도시 파주를
일약 눈부신 경제 도시로 탈바꿈 시키는데 이분은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곳 영어마을 개원식 당시 손학규 경기지사는
"어학연수를 나가지 않아도 영어권 국가의 언어와 문화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공교육의 혁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안타깝게도 그 열기가 식어
경영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존립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영어마을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영국 런던 시내의 명물이라는
빨간 공중전화부스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나폴레옹의 이 말은 10년 동안
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송곳이었다
게으름을 피울 때마다
내 많은 실패를 돌아볼 때마다
송곳은 가차없이 찌르고 찔러왔다
모든 불행엔 충고의 송곳이 있다
자만치 말라는, 마음 낮춰 살라는 송곳
불행의 우물을 잘 들여다보라는 송곳
바닥까지 떨어져서
다시 솟아오르는 햇살의 송곳
- 신현림,<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중
영어마을 파주캠프에 들어서면
유럽의 어느 도시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이국적입니다.
모든 시설을 영어권 국가 마을의 모습으로 재현하여
문화적 체험을 통해 영어를 습득하도록 했습니다.
길 가운데 레일이 깔려 실제 유럽의 도시를 걷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공연장 로열 알버트홀의 돔을 연상시키는 콘서트홀입니다.
이곳에서 영어 뮤지컬등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영어마을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영어능력 향상과 더불어
국제적 감각을 자연스럽게 키워주려는 의지가 역력해보였습니다.
내셔널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빅토리아 풍의 시청동입니다.
영어마을 파주캠프 중심지 역할을 하는 시청동 전경입니다.
결혼 비행을 끝내고 죽은 수개미들을 쓰레받기에 쓸어 담는다.
몸통 따로 날개 따로 떨어져 있다.
몸의 꿈과 날개의 꿈을 달리 품고 저승으로 간 것 일까?
결혼한 여왕개미는 제일 먼저 제 몸에서 두 날개를 떼어 낸다. 정착해
一家를 이루려면 더 이상 높이 더 높이 비상을 꿈꾸어서는 안 되는 法일까?
一生을, 양식을 모으는 육아에 힘쓰는 집을 지키는 궂은 일을 도맡는 일
개미는, 날개가 없다, 날개는 生業을 방해해서? 날개는 外界와 간통해서?
- 양선희,<날개에 관한 단상>
곳곳에 설치된 빨간 우체통이 자꾸 시선을 끕니다.
삶에 희망이 있다는 말은,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지난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 신형철,<정확한 사랑의 실험>중
영어마을에 입소한 학생들과 가족,연수생들이 묵는 숙소동 입니다.
이곳에서 짧게는 1박2일, 길게는 4주 까지 연수 과정이 있습니다.
유럽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과 같은 분위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삶은 늘 낯선 길과의 마주침이고 선택의 연속입니다.
영어마을 내의 교통수단인 트램이 지나가는 레일입니다.
저기 빨갛게 보이는 것이 트램입니다.
이곳을 둘러보는 방법은 걷거나 저 트램을 타고 이동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정말 이국적 느낌이 물씬 납니다.
영국 런던 템즈강의 명물 타워브릿지를 이곳에서 봅니다.
영어마을인지라 길안내 이정표는 온통 영어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아치형의 다리를 통해 바라본 시청동의 웅장한 모습과 달리
영어마을은 더이상 '영어'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관광객들이나 사진찍는 사람들만이 눈에 뛸 뿐이었습니다.
어느새 해가 서산으로 기울 무렵
영어마을 파주캠프와 인접한 아랫 동네 헤이리 예술마을로 갑니다.
그녀는 몸속에
우물 하나를 감추고 산다
사랑이 가만히 가리키는 곳
남자는 밤마다 두레박을 드리운다
시득시득 시들어가는
꽃대의 중심을
일순간에 살려낸다
신께서도 없는 능력을
그녀가 가졌다
여자는 이 세상의 또 다른 종교다
- 이영혜,<여자를 말하다>
인간이 만든 예술 작품에
자연은 때때로 온기를 불어 넣어줍니다.
브런치 카페 '아다마스 253'는 이곳 헤이리마을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곳입니다.
'ADAMAS'는 그리스어로 '정복하기 힘든'이라는 뜻이랍니다.
다이아몬드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숫자 253은 이 건축물의 지번입니다.
헤이리 예술마을도 출판도시에 버금가는
뛰어난 건축미을 자랑하는 건축물들이 즐비했습니다.
건축물의 참다운 아름다움은 벽체와 지붕,
기둥들이 조합하여 이루는 조형미보다도 건축의 재료적 배치에 의해 드러나는
비움과 여백,빛과 그림자가 빚는 조화에서 더 두드러져 보이기도 합니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는
'건축이란 자연의 형상을 가짐으로써
혹은 자연과 가까운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자연과 일체화한다'고 말했습니다.
건축이란 자연과 인간이 동떨어진 것을 창조해내는 일이 아니라
자연속에 자연의 일부인 양 어우러져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저녁 담벼락에 비대칭으로 놓여 있는 것들에선
무른 냄새가 난다
골목이 야생을 끌어다 모아놓고선 별을 우러를 때
밤 고양이 훌쩍 날아 담장을 걷는다
담장 주변이 더듬더듬 기운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담장도 함께 기운다
함께 같이
'함께'가 가고 또 '같이'가 오고
등을 기댄 것처럼 기우는 그림자
간혹, 흔들려서
어느 별을 견디는 것일까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
담장으로 얼마나 많은 밤의 아갈마가 쏟아져야하나
푸른 섬광의 물기를 보았다
담장 아래
누가 옹슬하고 있는가
고양이 부드러운 털이 흩어져서 빛나면 8월에도 눈이 내릴까
단편의 통속소설 하나 갈필하지 못하고 고양이를 보낸다
검고 탱탱한 감각한 몸에 '청춘'이 가고 '저녁종소리'가 와서
고요하게 윤나는 털 한 점
- 권정일,<별의 기슭>
시집 <양들의 저녁이 왔다> 작가세계. 2013
헤이리 예술마을 커피박물관입니다.
입장료를 받기 때문에 일일히 다 들어가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영화박물관
1층은 '마법갤러리'이고 2층은 '마녀카페 달'입니다.
헤이리 마을의 건축물들은 하나 같이
서투른 위압감이나 유혹 대신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과 자태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의 작은 역사에 감동하는
한국근현대사 박물관입니다.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 입구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편리하고, 튼튼하고, 멋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감동이 있는 건축물이 되지는 않습니다.
건축물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지 주변 환경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태풍이 불어와도 나뭇가지가 꺾였으면 꺾였지
새들의 집이 부서지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지은 집은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지만,
바람이 불지 않은 날 지은 집은 약한 바람에도 허물어져 버린다.
- 정호승,<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한 날 집을 짓는다>중
저녁이 되니
세상은 순해 진다
여물이 끓고 있는
마굿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다리 풀린 황소처럼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빛나던 태양도
저녁이 되니
서산마루에 걸터앉아
온화한 미소를 풀어 놓는다
감히 쳐다볼 수 없었던 너에게도
저녁이 왔나 보다
어디를 휘돌아 이제야 왔는지
너는 노을처럼 편하다
내 붉은 마음을 풀어
너에게로 흘려보내고 싶다
- 조연동,<저녁>
시간과 공간속에 경계가 있습니다.
이쪽과 저쪽,이 순간과 저 순간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
모든 경계에는 규정지을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때로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헤이리예술마을 옆동네인 프로방스 마을로 왔습니다.
노랗고 연둣빛이고 하늘색이고 핑크빛인 파스텔 톤 건물들과
작은 카페,옷 가게,빵집,레스토랑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는
파주 프로방스 마을은 고흐와 피카소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프랑스 남부지방 프로방스의 강렬한 색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현란해보였습니다.
프로방스(Provence)는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도시 이름입니다.
이 도시를 본따서 일종의 테마파크로 꾸며 놓은곳이
바로 이곳 파주 프로방스마을 입니다.
파주 프로방스마을의 저녁은 낮보다 화려합니다.
저녁이 되면 형형색색의 네온들이 불을 밝혀 현란한 빛의 세계로 변신합니다.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곳,파주 프로방스마을.
등불을 내 걸어야겠다
온 밤을 걸어온 그가
길을 잃고 방황하지 않도록
잠들지 말고
지구의 이쪽 끝에서도 불을 밝혀야겠다.
-박강남,<나를부른다 >중
창밖으로 진한 커피향과 따스함이 전해져 왔습니다.
프로방스마을은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에 위치합니다.
자유로 성동 나들목을 나오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프랑스풍으로 꾸며놓은
레스토랑과 카페, 베이커리, 핸드 메이드 생활도자기 판매점,
허브공방과 허브정원 등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날이 저물자 프로방스마을의 마늘빵 굽는 냄새가 허기를 느끼게 했고
임진강변을 스쳐온 바람이 유난히 차가웠습니다.
지금 프로방스마을에는 밤마다 빛축제가 한창입니다.
미국의 홀드맨 라이팅 쇼를 그대로 재현한 신개념 홀드맨 라이팅 쇼는
색색의 LED조명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듯
밤마다 현란한 빛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입장료5천원)
프로방스마을의 저녁 풍경입니다.
상점들과 나무들의 형형색색의 네온과 불빛이 프로방스풍 색감을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작은빛들은 따스한 위안을 주었습니다.
빛이
스며드는 곳에는
기쁨이 있다.
빛이
스며들지 않는 곳에는
미래를 꿈꾸는
희망이 있다.
빛을 찾아가는
나그네길에는
저물지 않는
태양이 있다.
- 최해춘.<빛>
여행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돌려준다. 어디든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가 보라.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화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할 때 그대는 변화하리라.
- 잘랄루딘 루미,<여행>
아직은 추운 저녁의 어둠을 밝히는 저 현란한 빛들이
마치 봄꽃들 처럼 따스하게 느껴졌습니다.
저 찬란한 빛들처럼 우리내 삶도 반짝거리길!
건물마다
화장실 문이 꼭꼭 잠겨 있다
비는 쏟아지고
급히 눈앞에 보이는
교회로 들어가
속을 비우고 나오다가
내 뒤퉁수를 쑥스럽게 만드는
통통한 교회 아주머니
도톰한 입술에서
쏟아져나오는 말씀
"여기가 무슨 공중변손 줄 아나"
- 임희구,<오 거룩한 곳 아버지 집>
길을 내고 살아야 하리
마음에 간선도로
그대와 사랑의 밀거래 할 골목
사랑의 회선 하나쯤
때로는 밀려드는 쓸쓸과 물소 떼 같은
소외의 침입을 물리치고 가벼워질 수 있는
소주에 막국수 낡은 등불 하나쯤
언제라도
고독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 하나쯤 열어 두고 살아가야 하리
속이 답답하고 우울할 때 이야기 나눌
별자리 하나 익혀두고
아픈 영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조용한 찻집 하나쯤 알아두어야 하리
세월의 층계 밑에 묻어둘
금빛 이야기 하나쯤
- 설동원,<都市生活>
자유로를 거침없이 달려가 만난 이번 파주 유람은
여행은 역시 얼마나 멀리 떠나느냐 보다
무엇을 어떻게 바라 보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 깨달은 여정이었습니다.
시나브로 땅거미가 짙어가는 자유로 성동 나들목으로
귀로에 다시 자유로에 오릅니다.
자유로의 저 나무와 들풀들에게도 빛은 또 다른 시작이듯,
사람들에게도 빛은 언제나 꿈이고 희망입니다.
꿈과 희망을 잃으면 삶은 금새 시들고 어두워지기 때문에.
-끝.
글,사진:윤선한
비행에는 기술이 있다.(......) 아니,그보다는 요령이 있다.
땅바닥으로 자신을 내던지면서도 그곳에 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요령이다.
- 더글러스 애덤스,<삶,우주,그리고 모든 것>
- 배경음악: It s A Beautiful Day / Sarah Brightman
첫댓글 덕분에 파주 유람 잘했습니다. 파주출판단지는 몇번 가보았는데 헤이리 마을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프로방스 마을이랑 저도 다녀 와야 겠네요. 멋진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저도 자주 들르는 곳입니다만,
방주님이 시와 사진 어울리는 글귀와 함께
이렇듯 자세히 안내해 주시니 새삼 의미가 더하는군요...
"여행은 얼마나 멀리 떠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 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늘 고맙습니다...즐거움 가득 하시길...^*^
혼자서 유람하는 습관이 멋있습니다
그리고 윤선한씨의 독서량이 궁금합니다
헤이리는 자주 가봤으면서 옆동네에 있는 영어마을은 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좋은 이미지 올려주신 걸 보니 한번 가보구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