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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건축의 모델 … 매혹적인 마천루 도시 강·사람·건물 여유로운 조화 돋보여
♥Busan / 응답하라! 자매도시 / 미국 시카고 ②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 이귀영 특파원]
오늘의 시카고를 있게 한 것은 ‘시카고 플랜’이다. 1909년 미국의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인 다니엘 번햄이 중심이 돼 만든 도시계획 ‘시카고 플랜’은 도시계획 및 공공건축물의 표준으로 불린다. 아름다움과 편리함, 경제성을 잘 조화시켜 시민 전체의 복리와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것. 사람과 기계,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시카고 플랜의 핵심이다.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의 초고층빌딩들이 서로 경쟁하듯 자태를 뽐내며 숲을 이루고 있지만 비슷한 건축물은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계획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도시계획 도시를 꼽으라면 미국 시카고를 꼽는 이유다.
▲미시간 호와 시카고 강은 운하로 이어져 있다. 한 쪽 수문을 닫고 다른 한쪽 수문을 열면 배가 이동할 수 있다. 항구를 떠난 크루즈가 도심을 통과, 시카고 강으로 접어든다.
Waterfront city 시카고, 강변의 재발견 ‘휴식과 활력’
시카고시는 마치 바다와 같은 미시간 호수와 도심 중앙의 운하를 이용한 수변공원(waterfront) 활용이 훌륭하다. 시카고시는 시카고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호수 주변을 시카고의 상징적 공공 공간으로 만들고,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심공원 조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호수주변을 공적 자원화한 것이다.
수변공원의 키워드는 ‘안전’과 ‘친환경’이다. 공원, 보도 등을 시민, 직장인, 학생, 관광객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친환경 및 녹색 건축 기술을 적용했다. 호수 주변에 심을 나무의 형태와 색깔, 단풍 종류, 꽃의 개화시기까지 고려했다. 벤치 하나에도 디자인과 건강을 함께 생각했다. 심지어 공원에 식재된 나무들을 일직선으로 정렬할 만큼 계획적이다.
시카고 강에 놓여진 다리를 기준으로 공원을 6개 구역으로 나눴다. 구역들의 디자인은 강물의 변화도 고려했다. 구역마다 ‘The Marina’, ‘The Cove’, ‘The River Theater’, ‘The Swimming Hole’, ‘The Jetty and The Boardwalk’ 등 이름을 붙여 성격과 목적을 달리 디자인했다. The Marina에는 식당들과 공공 벤치들을 설치했다. 강변 극장도 설치할 예정이다. The Cove에는 카약 렌탈 서비스와 선박장이 있다. The Swimming Hole에는 바닥분수대가 설치돼 있고 레크리에이션을 위한 장소가 있다. The Jetty는 수변정원, 낚시터과 함께 강의 생태를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다.
미시간 호수는 넓고, 깊다. 우리나라 절반만한 면적에 서해보다 두 배 더 깊다. 호수는 시카고 사람들에게 휴식과 활력을 준다. 호수에 발을 담가봤다. 차갑고 맑은 물이 여행자의 지친 발에도 휴식과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듯했다. 이곳 공원이나 호수 주변엔 어김없이 자전거를 탄 경찰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치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시드니 등 국제 해양도시는 각 도시를 대표하는 중심지형 워터프론트를 갖고 있다. 각 도시의 워터프론트는 지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물리적 정주환경은 물론 기능 활동 측면에서 각각 고도의 품격을 지니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의 중심지형 워터프론트를 부산북항 재개발과 연계해 현재 낙후된 남항 일대 원도심 워터프론트로 재창조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부산이 세계적 해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가고 있다.
▲ ❶ 시카고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인기인 자전거 공유 시스템 ‘디비’. 디비가 성공한 이유는 값싸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❷ 미시건호수를 품고 있는 시카고는 호수 주변을 공원·식당 등으로 만들어 삶의 여유를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Architectonic city 시카고, 배 타고 시카고 한 바퀴 휙
시카고에선 누구나 위를 본다. 높게 솟은 건물들이 시선을 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해군기지였던 항구 네이비 피어에서 출발하는 투어 크루즈에 참여했다. 시카고 강을 거스르며 이어지는 건축물 투어는 이곳에서 인기가 높다. 운치 있게 건축물을 감상하고 싶다면 리버 크루즈 투어를 권한다. 약 1시간 남짓한 시간에 시카고 강 주변 70여개 건물에 얽힌 역사적 이야기와 건축 특징에 대한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물론 영어 설명을 다 알아들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다 알아듣지 못한다 해도 강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며 즐기는 건축 투어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유익하고 낭만적이다.
가이드는 투어에 앞서 “1871년 시카고는 대화재를 겪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위한 계획적 시도가 있었다. 철골구조와 스켈톤 공법을 이용한 최초의 고층건물을 만들어 냈다”며 시카고의 역사를 먼저 일러준다. “지금은 도시 전체가 건축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다양하고 기발한 스카이라인을 자랑한다”며.
미시간 호와 시카고 강은 운하로 이어져 있다. 한쪽 수문을 닫고 다른 한쪽 수문을 열면 배가 이동할 수 있다. 시카고는 유럽 스타일을 모방 않고 미국만의 독특한 건축문화를 만들어 낸 곳으로 평가 받는다.
항구를 떠난 크루즈가 도심을 통과, 시카고 강으로 접어든다. 목이 부러져라 올려다봐야 하는 344m의 100층짜리 존 핸콕센터, 시어스 타워(윌리스 타워) 등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빌딩들이다. 지금은 겨우 네 번째다.
가이드는 “이곳 바의 여자 화장실은 존 핸콕 센터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라며 “남자들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유감”이라고 했다. 윌리스 타워 103층 강화유리로 제작된 투명 사각형 박스 레지에 오르면 발아래 시카고 도심 풍경이 아득하다. 존 행콕 타워에서도 사각형 유리박스를 외벽으로 밀어내는 탑승 장치인 틸트를 도입해 로맨틱한 풍경과 짜릿한 스릴을 동시에 접할 수 있다.
▲시카고의 고층건물 대부분에는 전망대가 있다(사진은 윌리스 타워에 있는 스카이덱 전망대).
건물마다 숨은 이야기 듣는 재미 쏠쏠
시카고 강 바로 옆에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옥수수 모양의 쌍둥이 빌딩인 ‘마리나 시티’가 있다. 옥수수 알같이 생긴 한 칸 한 칸이 다 집이다. 강 옆이다 보니 지하를 깊이 파기가 어려워 19층까지를 주차장으로 지었는데, 주차된 차들이 밖에서도 훤히 보인다. 후진 주차하기 무서울 것 같다.
시카고는 마천루의 원조다. 1885년 세계 최초의 철골 구조 빌딩인 홈 인슈어런스 빌딩이 시카고에 생겼을 때 하늘을 찌른다는 뜻으로 마천루라는 말이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하지만 단지 크거나 높거나 독특해서 시카고 건축이 유명한 것은 아니다. 장식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물류가 쉽게 드나들도록 1층 입구를 높게 만들었다. 좁은 골목에 고층 건물을 지으면 빛이 잘 안 들어 올 수 있어 창문을 크게, 많이 내는 등 현대식 사무용 건물 스타일이 시카고에서 처음 시작됐다며 건물 하나하나의 숨은 이야기는 끝이 없다.
다양한 스타일의 건축물들이 숲을 이루듯 공존한다. 100년 넘는 현대 건축사를 차곡차곡 써 내려가며 물과 바람과 음악과 사람이 함께하는 시카고다. 37개 낮은 철교 다리 밑을 배가 아슬아슬 통과할 때마다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들어낸 시카고만의 자랑으로 도시는 역사가 된다.
Smart City 시카고, 공공 분야서 더 빛날 IoT(사물인터넷)
토요일.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앞 자전거 보관대에 아침 일찍 나와 섰다. 멕시코에서 온 여행자 폴리 씨는 자전거 ‘디비’를 활용해 시카고 도심(루프)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했다. 스마트 앱을 이용하면 ‘디비’를 이용할 수 있는 가까운 역과 보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도 들려줬다.
‘나누다’라는 의미의 ‘디비(DIVY)’는 2013년 6월 도입 이후 시카고 시민과 여행객에게 인기다.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디비가 성공한 이유는 단 하나. 값싸고, 편리하고 번거롭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자전거보다 내구성이 좋은 이 하늘색 자전거는 시카고시 교통과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공유 시스템이다.
‘디비’는 시카고시가 최근 야심차게 추진 중인 ‘스마트 도시’ 청사진의 일부다. 270만명 인구가 사는 미국 3위 대도시인 시카고가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시티’로 거듭나고 있다. ‘디비(DIVY)’ 시스템뿐만 아니라 태양열 쓰레기통, 위치 추적 장치를 단 눈 치우는 기계, 지하철 4G망 등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911과 113 그리고 자연재해관리청이 한 곳으로 연결된 응급관리국 OEMC(official emergency management communication system) 시스템은 발상에 조금만 신경 쓰면 아주 멋진 제도가 운영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공정책 중 하나다.
부산시는 전국에서 스마트시티를 선도적으로 추진해 중앙정부 4개 부처에서 9개 국책사업(방재, 환경, 헬스케어 등 도시형 스마트시티 사업과 항만, 관광 등 특화형 스마트시티 사업)을 지원받아 추진하고 있다. 이어 지난 2014년 10월 ITU(국제전기통신연합)전권회의를 열면서 부산 이니셔티브선언을 통해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시티 조성을 선언했다. 지난해 3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사물인터넷 생태계 조성사업 시작으로 7월 국회에서 글로벌 스마트시티비전 선포식을 갖고 빅 데이터 등 스마트환경과 연계된 수익창출형 모델 개발을 지속 추진해 세계최고 수준의 스마트시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 인터뷰 - 진안순 시카고 한인회장 ]
“시카고 한국교민 20만명, 한국과 미국 이어주는 교량 역할 보람”
시카고에서 진안순(69세) 시카고 한인회장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리노이주 전역에서도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진 회장은 시카고 한인회 52년 역사상 8년 만에 경선을 통해 선출된 시카고 최초의 여성 한인회장이다. 서울이 고향인 진 회장은 1969년 시카고로 이민 왔다. 미주 최대 미용재료도매업체 CEO로 성공한 기업가이다.
그는 시카고,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시, 캔사스주 캔사스시 등 약 2천여명의 노숙자에게 태극기와 성조기가 새겨진 방한용 외투를 나눠주는 자선활동에 주력했다. 시카고시는 물론 클리브랜드 시의회와 캔사스시 의회도 표창장과 감사패를 수여하는 등 활발한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카고에 사는 한국교민은 20만명, 일리노이주 전체 35만명을 포함하면 55만명을 훌쩍 넘는다. 시카고 한인회는 교민들의 권익신장과 화합, 미국 내 한국정부의 정치, 사회, 문화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시카고시와 자매 결연도시인 부산을 지난해 10월초 방문해 협력 관계를 돈독히 함은 물론 동아대학병원, 동명대학교, 유엔평화기념관 등과 MOU 체결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묵직한 성과도 내고 있다.
현재 시카고 한인회관은 1981년 거주 한인들의 뜻을 모아 미주 최초로 설립됐다.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민족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한 한글 교육에 가장 큰 방점을 두고 있다. 청소년에게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장학금을 조성해 지원하고 어르신에게는 무료 독감, 폐렴 예방접종도 실시하고 있다.
그는 “시카고 지역 한국 교민들은 자영업 종사 이민 1세대를 넘어 이제는 다양한 전문 분야에 진출한 한인 2세, 3세들이 활동하고 있다. 시 정부와 주정부 선출직 공무원으로 당선되는 사례도 늘어나, 양적, 질적 성장을 보여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특히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시카고에서 공연하면 좌석이 매진되는 등 한국의 노래, 먹거리 등을 찾는 미국인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류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시카고 건축비엔날레를 위해 부산과 시카고를 오가며 동분서주하는 진 회장은 “고향에 대한 사랑은 세월이 흐를수록,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깊고 커진다”며 “부산시와 부산시민들이 시카고를 찾을 때마다 한인회를 더 많이 찾고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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