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올해 3월부터 가톨릭프레스는 매월 특집 주제를 선정해 주제와 관련한 내용을 취재하고 분석하여 연재 보도 합니다. 특별히 연재 마지막 편에서는 [마무리와 제안]을 보도 합니다. 특별보도팀 ‘저스티스(Justice)’는 가톨릭프레스만의 살아있는 언어로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될 것을 다짐했습니다. 두 번째 특집 주제는 [사제 양성의 위기]입니다.
우리는 이전 편에서 교과과정과 사회참여도를 중심으로 사제 양성교육의 폐쇄성을 살펴봤다. 신학생들은 ‘세상 한 가운데’에 파견될 운명에도 불구하고, ‘봉쇄’된 학교 안에서 제한된 학문만을 공부했다. 현대를 살면서 근대적인 교육방식으로 고대 학문을 다루는 격이었다.
첫 번째편에서 언급했듯이 각 교구의 성소위기 문제 진단과 해결방식은 ‘성소자 감소’에만 중심이 맞춰져 있었다. 성소자를 늘리기 위해 본당사제의 책임을 강조했고, 가정의 역할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정작 성소자를 양성하는 과정과 환경, 양성자와 이탈자(재적자)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제 양성의 위기에 따른 가톨릭대학교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피해갈 수 없는 것은 바로 양성과 교육을 담당하는 양성자, 즉 가톨릭대학교의 교육자들일 것이다. 봉쇄교육을 지향하는 가톨릭대학교 교육 시스템에서 양성자들은 교내에서의 교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그러기에 그 교육자의 역할과 책임은 타 대학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사제 양성의 중대한 책임을 진 가톨릭대학교 교육자들은 연구와 교육 쇄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교수로 통칭되는 가톨릭대학교의 전임교원들은 과연 어느 정도의 연구실적을 기록하고 있을까? 지금부터 그 결과를 살펴보도록 하자.
전임교원 확보율조차 못 채워
“대학의 기능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면 교육, 연구, 사회봉사로 나눌 수 있으며, 이러한 기능들을 충실하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의 교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은 우수한 전임교원을 충분히 확보하여 위의 기능들을 수행하는데 부담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 2013년 수원가톨릭대학교 자체평가 보고서
우선 ‘전임교원 확보율’은 가톨릭대학교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왔다. 전임교원 범위는 교수·부교수·조교수까지를 포함하며, 전임교원 확보율이 높을수록 학생들은 좋은 교육 여건에서 공부 할 수 있다.
반대로 전임교원 확보율이 낮을수록 외부 시간제 강사의 비중이 높아 교육의 질이 저하될 위험이 크다. 외부 시간제 강사가 많은 것이 교육 수준의 저하라고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전임교원 확보율이 높을수록 교육 여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며, 교육부도 이를 고려해 법정 교원정원을 설정하고 각 대학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전임교원 확보율이 100%라는 것은 법정교원정원을 준수했다는 뜻이다. 법정교원정원은 교육부가 학생 수에 따라 일정 비율로 전임교원 수를 확보하도록 학교에 내리는 지침으로 ‘대학 설립·운영 규정’에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대학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임과 동시에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건이다.
가톨릭대학교 교수진은 교내에 상주하며 정규과정을 교육하는 전임교원과 외부에서 출강하는 시간강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때 전임교원은 지식교육뿐 아니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성지도와 생활지도까지 겸임하고 있어, 국가가 규정한 법정교원정원보다 더 많은 전임교원을 확보하는 것은 업무량과 비교하면 당연한 상황이다. 또한 별도의 신학대학으로 나눠진 가톨릭대학교는 재학생 수가 적어 전임교원 확보율을 충족하기가 타 대학에 비해 수월하다.
▲ 위 표에서 나타난 확보 비율은 교육인적자원부 ‘대학 교원 현황 작성계획’의 계열별 교원 법정정원 산출기준에 따라 교수확보율을 확인한 결과다.
그러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부 가톨릭대학교에서는 전임교원 확보율을 충족하지 못했다. 2015년 기준 전국 6개 가톨릭대학교의 전임교원 확보율과 1인당 학생 수를 학생정원과 재학생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수원과 대전, 부산가톨릭대학교는 학생정원기준 법정교원정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부산가톨릭대학은 재학생을 기준으로 했을 때도 절반을 넘는 정도에 그쳤다.
신학생들은 봉쇄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외부와 단절돼 대학에서 제공하는 정규교육 이외의 추가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가톨릭대학교에 전임교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전문지식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것과 동시에 영성·생활 지도를 겸하는 경우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연구논문 실적, 종교대학들 중 최하위
“우리 대학전임교원들은 일반대학의 교수들과는 달리 연구와 강의에만 전념할 수는 없으며, 성직자 양성업무 전반을 동시에 담당해야만 하고, 학생들과 함께 24시간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생활 전반에 대한 인성적, 영성적, 사목적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 이와 같은 현실적 조건을 고려한다면, 우리 대학 교수들은 건학이념과 교시에 부응하는 학술연구 활동을 비교적 만족할 만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2013년 광주가톨릭대학교 자체평가 연구보고서
대학의 주요기능 가운데 하나인 ‘연구’분야에서 가톨릭대학교들의 노력은 얼마나 될까? 일반대학교의 경우 한 해에도 수편씩의 국내논문을 통해 교수 개인의 연구실적은 물론 대학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최근에는 국내논문뿐 아니라 국제논문에 대한 각종 통계자료가 나오면서 대학들의 지식경쟁이 심화되는 추세고 또한 보편화됐다. 연구실적은 그 대학의 진취성과 발전성을 동시에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각 대학들은 정부 기준에 맞추기보다는 그 이상을 성취하고자 한다.
그러나 연구논문은 자연 계열과 인문학 계열, 예체능 계열 등에 따라 실적에 큰 차이를 보이므로 이를 보편화해 평가하기 힘들다. 따라서 같은 신학·종교학 분야에서 두 자리 수 이상의 전임교원을 보유한 신학대학이나 신학과를 대상으로 연구논문 실적을 비교해 보았다.
대학의 교육여건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인 ‘대학 연구논문 실적’에서 가톨릭대학교 신학과는 다른 종교대학교 신학과(불교 관련 대학은 불교학)와 비교해 최하위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임교원 연구실적 평가는 대학이 설립목적에 맞게 연구실적과 성과를 올려, 대학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교육부가 실시하는 것이다.
국내 대학들의 연구개발 활동을 조사하고 분석·평가하는 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은 ‘2015년 대학연구활동 실태조사 분석보고서’를 통해 국내 대학의 연구논문 실적이 최근 5년간 20%이상 상승했다고 밝혔지만, 가톨릭대학들의 실적은 매년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논문 실적은 전임교원 스스로의 역량을 증명하고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대학의 발전 가능성과 교육 쇄신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는 자칫 가톨릭대학들이 신학교육 발전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거나 쇄신의 기회가 차단된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연구논문 실적 조사에 따르면 총신대와 장로회신학대는 3년 동안 200편 이상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지만, 대전·광주가톨릭대학은 11편에 그쳤다. 이는 총신대 신학과 연구실적의 3.7%에 해당하며, 7개의 가톨릭대학교 전체의 논문을 합해도 200편을 넘지 못했다.
또한 한국연구재단은 국제학술지 게재 건수가 2010년 31.6%에서 2014년 39.2%로 증가해 국내대학 사이에서 국제저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을 제외한 모든 가톨릭대학은 3년 동안 국제논문 실적이 없었다. 동국대와 중앙승가대 불교학과에서도 각각 6편·1편씩을 국제논문 실적으로 기록했지만 대부분의 가톨릭대학은 실적 자체가 없었다.
‘연구실적’은 미충족을 기록해도 ‘연구비 지출’은 매년 충족
“우리 대학 전체 교원의 연구비 지급 내역을 보면 2011학년도에 비하여 약 39.86%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11학년도 평가 결과인 148.5%의 증가율보다는 떨어지지만, 2009학년도 평가 결과인 25.1%에 비하면 매우 놀라운 발전이라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비 지급 내역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연구비와 마찬가지로 교수 1인당 연구비도 2011년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 2013년 수원가톨릭대학교 자체평가 보고서
▲ (자료출처=가톨릭프레스 DB)
이처럼 국내·국제 연구실적은 종교대학 중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연구비는 매년 크게 증가했다. 연구실적은 ‘미충족’을 기록해도 연구비 지출은 ‘충족’이었고, 일반대학처럼 이를 대학교육 발전의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물론 연구비 지출이 충족되고 늘어나는 것이 연구실적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연구비 지출이 증가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학교육의 발전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 연구비는 매년 크게 늘어나지만, 실적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톨릭대학 신학과 대부분의 전임교원이 ‘사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구비 증가가 연구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추측은 성급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폭등하는 연구비에 따라 신학교육이 발전하고 연구 실적이 늘어난다면 그것 또한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
공개적인 지표를 통해 가톨릭대학교를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가톨릭대학교는 신학대학이라는 특수성과 대학교라는 보편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면적과 재학생 수, 입시 경쟁률 등은 신학대학이라는 특수성으로 계량적인 평가를 ‘면제’ 받을 수 있겠지만, 과연 ‘연구하지 않는 대학’이란 의혹까지 ‘면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광주가톨릭대학교의 자체보고서에 따르면 가톨릭대학교 전임교수들은 학생들의 영성지도와 생활지도를 겸하는 특수한 교육과정 때문에 연구 실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교수에게 전가된 여러 대인 업무로 인해 가톨릭대학교의 교육, 연구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개념을 ‘지식’적인 측면으로만 한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대학에서 전문지식의 연구, 전수활동은 자신의 정체성 중에 하나이다. 만약 가톨릭대학교 전임교원들이 생활지도나 영성면담 등으로 연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는 가톨릭대학이 극복해야 할 특수한 ‘과제’일 것이다. 하루를 달리하고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쇄신이 없는 교육은 사장(死藏)될 위험이 크다. 신학교육의 연구가 적어도 가톨릭대학에서 만큼은 명맥을 이어야 하지 않는가.
능동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하느님의 진리를 찾으라는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특히 「한국 사제 양성 지침」도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톨릭대학교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확보하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전임교원들이 자신의 분야를 더욱 연구, 발전시킬 수 있도록 조직적인 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다음편에는 [사제양성의 위기-4 : 교회개혁의 시작, 신학교를 혁신하라!]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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