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장학금
김 갑선
“ 넙딕아! 공장가자
너 성들처럼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 하면 안 되겠나
가스나 가 공부해서 뭐 하 겠 노
네 동상들 공부 시키자면
너까지 고등학교 못 보낸 다“
공부하고 싶다고 서럽게 울음 토해 내는 넙딕이
찬바람 들어오는 흙벽으로
담배 연기만 뻐끔 거리시는 아 부 지
꾸려 놓은 보퉁이만 멀뚱히 쳐다보며
거친 손등으로 소리 없이 눈물만 훔치시는 엄마
넙딕이 의 눈이 퉁퉁 부어오르고 울음이 잦아 들 때쯤
누런 봉투 하나가 아 부 지의 허벅지에 노여진다
“아 부 지
재 저리 공부 하고 싶다는데
학교 보내 이소
장학금 받은 겁 니더
입학은 이걸로 시키고
월사금은 똑똑하니 장학금 받으면 되고요“
훌쩍 거리던 가시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고
담배만 뻐끔거리던 아 부 지
장남의 부탁에 헛기침 만 해 대신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엄마의 얼굴에
편안한 안도감이 스쳐 가고
흙 벽 으로 몰아치던 차가운 바람
도망 치 듯 달아 난 다
도깨비 시장에서 엄마를 만나다
깁갑선
현풍 오일장
장날이면 푸성귀 잔뜩 이고
돈사러 가시던 엄마의 치마꼬리 잡고
도깨비 시장에 들어 선 다
청년들의 꿈이 피어나는 청년 몰
소 구 레 국밥집 텁텁한 막걸리 한잔
지역민 수다에 걸죽한 소식 넘친다
생선가계 , 정육점 , 족발집 지나서
야채 한 무디기씩 난전에 줄 선다
한 장 두 장 모아온 비닐봉지
덮어 쓴 수건 아래 간절한 눈빛
까맣게 그을린 손등 검은 봉다리 속을 들락거린다
고사리 꺽 어 첫째 공납금
상추 팔아 둘째 책가방
쑥 뜯어 셋째 운동화
엄마의 굽은 허리
밭에서 ,논두렁에서 ,산기슭에서
육남매 키워 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