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은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주로 조상의 묘를 찾는다. 우리의 장묘문화는 외국과는 달리 무덤을 인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쓴다. 지금은 많이 계몽이 되어 화장을 주로 하지만 근년까지만 해도 화장은 망자를 두 번 죽게 하는 행위라며 터부 시 해왔다. 특히 죽은 자한테는 귀신이 있다하여 두려워하며 산자와 멀리 격리하여 산중에 매장한다.
세계적으로 나라마다 장묘문화는 다양하다.
일본만 해도 사람이 죽으면 절에 가서 예식을 치르고 화장하여 납골당에 안치한다. 몇 해 전 독일에 갔을 때도 내가 묵었던 숙소 옆에 묘지가 공원화되어 묘지도 이웃의 일부로 되어있어 사람들은 생각날 때마다 무덤을 찾아 인사하고 대화한다. 즉 무덤은 산자로부터 격리시키지 않고 우리와 이웃하여 삶속에 있는 것이다. 무덤 또한 조그맣게 예술적으로 디자인한 석곽묘로 되어있어 호화스럽지도 않고 간단한 문구와 인적사항만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매년 60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과거에는 이들을 매장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토지가 잠식되었으나 1956년 마오쩌둥(毛澤東)이 매장을 금지시켜 장묘문화를 혁신시키는 국가시책을 발표하였다. 즉 화장을 하여 일정기간 납골당에 안치하였다가 없애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1976년 사망하자 중국정부는 마오쩌둥을 건국의 아버지라며 추앙하여 천안문광장에 마오쩌둥 기념관을 짓고 가로세로150m의 거대한 백색대리석 묘소를 만들어 그를 영구안치 하였다. 연(延)70만 명을 동원하여 지었다하니 진시황능이나 희랍의 신전을 방불케 하는 규모였다. 그 후 저우언라이(周恩來)는 화장하여 양쯔(揚子)강에 뿌려졌고 경제부흥을 일으킨 덩샤오핑(鄧小平)도 그의 유언대로 화장되었다. 미국은 평지위에 조그마한 비석이 하나 서있다. 고 존 F.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도 평지위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로 주위를 밝히고 있다.
남미의 페루등지에서는 조장(鳥葬)을 하는 것을 tv를 통해 본 기억이 있다. 안데스산맥의 건조한 기후에 독수리 같은 맹금류가 많아 기후나 토양과 주위환경에 따른 장례방식이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풍장(風葬)이라는 것도 있는데 시체를 자연에 방치하여 비바람에 소멸되는 방식으로 일부 티벳트나 히말리아의 고원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재래식 장례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살아서는 한 치의 땅이 없어도 단지 죽은 자를 위하여 명당(明堂)자리를 찾아 호화묘지도 만들고 제사도지내고 정성을 다한다. 살아서 명당자리를 찾아야지 죽은 자에게 명당자리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의미가 있으랴!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인구는 많은데 옛날부터 매장을 위주로 이루어져왔다. 버스나 열차를 타고 밖을 내다보면 군데군데 피부병처럼 묘지로 잠식당하는 국토를 흔히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후손들이 사용하기에도 모자랄 국토를 죽은 자를 위하여 묘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SK 창업주 고 김종현 회장은 이같이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자기사후에는 화장할 것과 화장장이 부족하여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더 만들라고 SK 경영진에게 유언하였다. 이로 인하여 유언대로 김종현 회장은 사후에 화장되었고 과천 청계산자락에 힘들게 화장장이 건립되었다. 실로 기업인이기 전에 존경스런 마음이 들 정도로 언행이 일치하는 선각자였다.
그러한 결과로 지금은 농어촌지역을 제외하곤 서울 같은 대도시는 물론 군소도시조차 화장이 매장을 앞서고 있다. 화장하여 재를 나무 밑에 묻는 수목장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획기적인 발상이다.
반면에 화장한 재를 납골당이라는 미명아래 보기에도 소름끼치는 흉물스런 돌 구조물속에 넣고 때만 되면 그 앞에서 절을 하며 극락영생을 비는 행위를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봉분은 세월이가면 없애거나 소멸될 수 있으나 이 돌 구조물은 영원히 지상에 남는 것이 아닌가!
무덤이나 납골당이 없어도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대면할 수 있는 대안이 없을까?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다. 어려움이나 비용이 들지 않는 인터넷상에 공동묘지라는 홈 페이지를 만들어 업적이나 경력, 생전의 육성이나 좋아했던 물품이나 사진 등을 수록하여 보고 싶을 때마다 찾아보고 예를 갖추는 것이다. 이쯤 되면 장묘문화도 급속히 발전하는 세계문명 앞에 자리를 내주어야 할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70억 명이 넘는 세계인구가 먹고살 땅도 해마다 산업화 등으로 감소하는데 이 많은 사람이죽어서 묻힐 땅이 어디 있겠는가. 화장하여 물결 넘실대는 망망대해나 밀림 속에 뿌리는 것은 허무가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라” 하는 루소의 말처럼 자연의 순환 원리로 다시 한번 음미해봐야 될 시점이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