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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다가 1979년으로 돌아오라는 암시를 건 순간, 나는 후_ 하고 안도의 숨을 몰아쉬고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이 때는 내 자신이 공주였었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지만, 이 고귀한 처녀의 모습은 그 뒤 여러 해 동안, 내 마음 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공주가 누구며 어째서 그와같이 젊은 나이에 죽어야 했던가. 그리고 오늘날의 나의 인생에 있어서 그녀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꼭 알아내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그것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겨우 그 대답을 얻게 된 것은 7년 뒤의 일이었다.
이런 체험을 겪은 지 얼마 뒤였다.
나는 좌절감과 억압감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어떤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최면 당한 환자에게, 그와 같은 감정이 강하게 나타난 최근의 장면을 회상하도록 했다. 그러고 난뒤, 이와같은 느낌을 처음으로 맛보게 된 시간으로 퇴행시키려고 했는데, 그에게 암시를 걸 때, '이 인생에서'라는 말을 실수로 빼먹고 말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다음 순간, 환자는 무장한 고대 로마시대의 보병군단 대열이 적군에 대항하여 달려가는 싸움터의 광경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윽고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상대는 하니발 장군이 이끄는 갈타고군의 사령관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여지껏 연전연승해오기는 했으나, 이번 싸움이 적군인 로마군의 승리로 끝나리라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최면술에 의한 퇴행요법이 과연 믿을만한 것인지, 아니면 무엇인가를 상징하는 한낱 환상에 지나지 않는지를, 여기서 곰곰이 따져 볼 입장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한 번의 시술로서 환자가 느껴 온 억압감이 깨끗이 사라져서, 문제의 해명에 굉장히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전생요법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상대방을 선정하고, 사전에 승낙을 얻은 뒤에, 신중하게 이런 방법을 쓰기 시작했고, 한편 이 방면의 연구도 계속 진행해 나갔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요즘은 환자에게 언제나 이렇게 묻기로 하고 있다.
"당신은 전생에서 누구였을까요?"
윤회사상에 기초를 둔 새로운 심리요법
전생요법이란, 윤회전생 사상, 즉 영혼은 불멸의 존재이며 완전을 향하여, 성장을 계속하기 위하여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게 된다는 가르침에 기초를 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가르침은, 종교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에드가 케이시의 리딩(케이시가 투시능력을 써서 얻은 정보, 그는 일생동안에 14,000건 이상의 리딩 기록을 남겼다)에 의하여 알려지게 되기 전까지 진지하게 취급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케이시는 자기 최면에 걸린 트란스 상태(오감을 통한 감각이 줄어들고, 다른 차원과의 교신이 가능해지는 의식의 변성상태, 케이시의 경우는 깊은 최면상태에 빠진 것과 흡사한 상태였다. _주)에 들어가서, 타인의 전생 생활에 대해 아주 자세히 이야기하고, 그때에 일어난 일들이 그 사람의 현재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카르마(불교에서 말하는 업, 산스크리트어로 행위를 뜻한다)의 법칙은 윤회사상의 기본이 되는 생각인데, 행동의 결과는 현생을 넘어서 다음 세상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가르치고 있다. 케이시는 인과응보라고 하기보다는, 이번 생애에서 과거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아 올바르게 성장해야 된다고 카르마의 법칙을 해석한 것 같다.
전생으로의 퇴행이, 정신요법이라는 형태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데, 하나의 조류라고 생각될 만큼 큰 운동이 된 것은 10년 안팎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 와서 전생요법은, 환자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찾아내는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많은 심리요법사들이 주장하게 되었고, 나도 동감하고 있다.
전생을 알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아마도 가장 일반적인 것은 '전에 본 것 같다는 느낌'을 갖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전에 와 본 일도 없고 이야기도 들은 일이 없는 장소에 왔을 때 느껴지는 현상으로써, 지금 눈앞에 보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 보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는 그런 느낌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예감은 거의 전부가 정확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런 현상은 또다른 전생에서 여기에 온 일이 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또 하나는 과거에 겪었던 기억이 저절로 생각나는 현상으로써 어린 이들이 흔히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동양이나 남미에서는 아이들이 그러한 기억을 생각해 내어도 일소에 붙이는 일은 없다. 세 번째 방법은 꿈에 의한 것이다. 전생에서의 환경이 아주 세밀하게 재현되는 일이 흔히 있지만 대체로 현재의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비유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일이 많은 것이다.
에드가 케이시는 자기 자신의 전생이나 그에게 상담차 찾아온 사람들의 전생을 깊은 최면상태에서 지적(판단)하곤 했는데, 오늘날 이런 방법은 널리 보급되어 있다.
그러나 초능력자를 찾아가 전생에 대해 물어보아도, 그것을 자기 자신이 직접 체험할 수는 없는 일이고, 심리요법을 행하여도 마음속 깊이 느껴지는 감동을 완전히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치료를 목적으로 할 경우, 가장 믿을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는 전생을 알아내는 방법은 최면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만이 거의 대부분의 심리치료가들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인 것이다.
최면요법과 그 역사 최면요법은 유사 이전부터 쓰여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분명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최면이란 의식의 변성상태이며 매몰되었던 기억이 떠올라와 심신을 정상화하는 암시가 순식간에 효과를 나타내는 현상이다.
부족사회 시대에는 주문 치료사나 주술의가 최면을 했으며, 고대문명 사회에서도 승려와 신관이 이런 최면술을 활용했던 것이다. 고대 애굽이나 희랍에서는 환자나 마음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치료의 신전'을 순례했다고 한다.
신전에서 신관이 환자를 최면상태로 몰아넣으면 대부분의 경우, 깨어났을 때 괴로움이 사라지고 병이 완쾌되곤 했다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프란스 메스멜(1734-1815)이 최면술의 창시자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터이고, 메스메리즘(최면술)이라는 말도 그의 이름에서 연유된 것이다.
메스멜은 자기와 같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의 몸을 통해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우주유체(또는 동물자기 라고도 불렀다.)라는 것이 존재하며, 이것이 환자의 병을 치유시킨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메스멜의 치료를 조사한 프랑스의 한 위원회는 이것이 터무니없는 엉터리라고 결론을 내렸고, 체면을 잃게 된 그는 실의 끝에 파리를 떠나야만 했었다.
다음 세기에 들어가자, 두 사람의 스코틀랜드 외과의사가 환자에게 최면을 걸어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인 제임스 브레드는 회랍어의 '잠잔다'는 뜻에서 히프노티즘(최면)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그 후 1,2차에 걸친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전선에서의 응급치료 필요성때문에 더 한층 연구가 발전되어 마취와 무통 분만을 위한 최면의 새로운 응용법도 발견되기에 이르렀다.
1950년에 이르자, 영미의 의사회는 최면술의 사용을 공식 허가했고, 뛰어난 정신과 의사였던 밀튼, H, 에릭슨의 연구에 의하여, 최면은 새롭게 권위있는 방법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에릭슨은 환자에게 그럴듯한 비유를 써서 이야기했다. 결국 환자가 안고 있는 문제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환자의 인생에 대한 비유를 들려주곤 했던 것이다.
에릭슨은 자주 환자를 치유하기 위한 의도를 교묘하게 짜 넣은 간접적인 암시 따위를 매우 능숙하게 활용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어떻게 해서 그가 치료를 한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권위를 휘두르는 일이 없이 상대편을 존중한 다정한 그의 대응방법은 최면의 기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오늘날, 재 자신도 그 중의 한 사람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최면술사들은 그 유파가 어디에 속하든 에릭슨의 기법을 응용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전생요법의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면요법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대부분은 처음에 겁을 집어먹고 최면을 받으러 찾아온다.
소설이나 영화, 최면 쇼 등이 전해주고 있는 최면에 대한 '신화'를 지우기 위하여 나는 최초의 면접 때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이렇게 설명하곤 한다.- 마음속까지는 지배받지 않는다는 것, 의식의 일부는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으므로, 최면에 걸려 있는 동안에도 계속하여 나와 잘 접촉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 하고 싶지 않으면 언제든지 눈을 뜨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방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 최면상태에서 깨어나도 그 동안에 일어난 일들을 아마 전부 기억할 수 있으며, 끝나는 순간에는 기분이 아주 상쾌하리라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이다.
전생으로의 퇴행을 환자에게 제안하기로 확정해도, 최면에 의한 퇴행이 글자 그대로 꼭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님을 나는 언제나 강조한다.
그러나 반드시 환자가 무슨 종교를 믿고 있는가 물어서, 만일 상대가 엄격한 종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신약성경이라든가, 구약성경 속에 윤회사상이 광범하게 미치고 있는 적지 않은 증거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종류의 치료를 믿음에 있어서 윤회를 꼭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라고 환자를 안심시킨다.
그리고는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에 주의를 집중시키도록 암시를 걸면서 최면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특별히 지시하지 않는다면, 환자가 전생의 어느 싯점에 도달할지는 완전히 우연적인 문제이다. 소녀가 형제들과 마당에서 놀고 있다든가, 양치기가 양들을 돌보고 있는 일상 생활의 표정인지도 모른다. 또는 절망과 공포의 표정이 동반된 비행기의 추락이나, 숲 속에서 늑대에게 습격을 당하여 비참한 죽음을 맞는 장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곧 환자를 이보다 훨씬 전의 보다 행복했던 장면으로 돌아가게 한 다음,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환자는 어떤 때의 경우, 자기 자신을 방관자의 입장에서 바라다 볼 수도 있고, 그런가 하면 전생의 자기 몸 속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 맨 처음에는 관찰자인 경우가 많지만, 차차 당사자로 변하게 되어 장면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이름이나 나이 등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에는 숫자를 계산하는 것이 좋다. '내가 셋을 말하면 이름이 머리에 떠오릅니다'라든가 '곧 어머니나 바깥 어른이 당신의 이름을 부를 테니까, 지금 떠오른 이름을 되풀이해 주세요'라고 나는 말하곤 한다.
환자를 시간 속으로 퇴행시키게 하는 방법으로서는 어린 시절로 일단 돌아가게 한 뒤에, 천천히 죽는 순간까지 시간을 진행시키는 방법을 써왔으나, 요즘에 와서는 죽는 장면을 먼저 경험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면 환자가 몇 살 때 죽었는지를 알 수가 있고, 그 인생에서 더 이상 살고 있지 않은 나이에까지 진행시키는 실수는 범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죽는 장면에서, 나는 환자에게 그 인생에서의 중요했던 시간_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마음에 상처를 입은 순간, 최악의 경우, 가장 큰 잘못을 범한 경우, 가장 큰 공적을 올렸을 때_ 을 회상하게 한다.
죽는 순간까지 포함해 그 장면에서의 고통이 너무도 심하다는 것을 알았을 경우에는 환자에게 몸 바깥으로 빠져나가서 괴로운 감정이나 고통을 느끼지 않고 냉정하게 사태를 관찰하라고 이르곤 한다.
환자는 죽는 장면이 끝나면, 대개는 그 곳에 머무르고 흥미를 잃게 마련인데, 여기서 나는 끝내려고 하는 생애를 왼쪽으로 내려다보게 하고, 오른쪽에는 현재의 인생이 펼쳐져 있는 모습을 바라다 볼 수 있는 산 꼭대기로 환자를 안내한다. 두개의 인생을 내려다보고 있는 환자에게, 한쪽의 생애와 또 하나의 생애가 연결된 관계임을 가르쳐 준다.
환자는 두 생애의 관계가 중요함을 깨달을 수도 있고, 깨닫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다. 그 의미는 얼마 후 환자 자신의 무의식층에서 떠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체험해 온 사실들을 이해시키기 위하여는 잠시 시간 여유를 준 뒤에 상쾌한 기분으로 깨어나도록 암시를 준다.
어둠의 기억
전생요법은,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 아닌 다른 치료법으로 잘되지 않았을 경우, 특히 효과를 얻는 일이 많다고 본다. 치료된 예 가운데 확실한 것으로, 국내를 순회하는 서커스단과 함께 트레일러 속에서 생활하는 어떤 여자 광대의 경우가 있다. 페니는 심한 공포증 때문에 몹시 시달림을 받고 있었고, 그 탓으로 어두운 곳에 혼자 있을 경우에는 어김없이 큰 비명을 올릴 정도의 공포상태에 빠지는 것이었다. 지방 공연중, 이런 상태에 빠지는 일은 매우 흔했는데, 공포상태는 20초에서 한 시간, 째로는 이틀동안 계속되는 경우도 있었다.
페니는 서커스의 다음 이동시간까지 세 번밖에 치료할 수간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곧 치료에 착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공포증은 최면 상상법만으로도 신속하게 완쾌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에게서 효과를 거둔바 있는 탈감작법이나 해리법 등, 온갖 방법을 활용해 보았다. 페니는 뛰어난 피시술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에 걸친 치료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페니에게 세 번째 시술을 받게 하였을 때, 전생으로 거슬러 올라갈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윤회사상이 자기가 갖고 있는 종교적 신념과는 반대되는 것이라고 하였으나, 이 때는 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마법의 숲'속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 곳에서 페니는 차차 작아져서 어린애로 되돌아갔다.
그리고는 멀리서 들려오는 서커스단에서 연주하는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면서,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걸어가도록 암시를 걸었다. 우리들은 숲을 지나서, 광대와 회전 목마며 솜사탕 등 무엇이든지 갖추고 있는 커다란 서커스단이 자리잡고 있는 넓은 장소로 나갔다. 한 동안 여기 저기 걸어다니면서 주위의 경치며 음악을 즐긴 뒤, '거울 집'으로 들어간다. 페니는 거울 속에 비춘 자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낄낄거리며 웃었고, 이윽고 전생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 앞에 이르렀다. 여기서 그녀는 갑자기 심하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쓰레기통 속에 갇혔어요!"
"놈들이 내 몸 위에 장작과 종이뭉치를 쌓아올리고 있어요... 어두워요... 숨을 쉴 수가 없어요... 나를 불로 태울 생각이에요."
나는 재빨리 그녀를 이것과는 달리 인생의 행복한 장면으로 되돌아가게 했다.
그러자 페니는 자기 집에 모여든 남군의 병사들을 위하여 파이를 굽는 어머니를 거들고 있었다. 열 두살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파이를 갖다주고, 칭찬을 듣자 그녀는 아주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이야기하는 페니의 얼굴에는 신바람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시간을 진행시켜 가니까, 페니는 열 아홉살된 처녀로 집안에 있는 장면이 되었다.
옆방에서는 집안으로 쳐들어 온 쿠우, 크락스, 쿠란의 사나이들 한 떼가 페니의 흑인 친구들을 막 때려죽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공포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 꼼짝 못하고 서있을 뿐이었다.
살육이 끝나자, 사나이들은 페니 쪽으로 달려들어 주위를 둘러싸고 작대기로 마구 때렸다. 그리고는 그녀를 바깥으로 끌고 나가 축 늘어진 그녀의 몸을 쓰레기통 속에 쑤셔 넣었다. 그녀의 몸 위에는 나무가지와 종이뭉치가 수북히 쌓여지고 마침내 눈 앞이 캄캄해졌다. 이어서 몸을 태우는 심한 고통과 연기때문에 숨이 막히는 괴로운 장면이 엄습했다. 그리고는 다시 조용해졌다.
페니는 일종의 저승과 이승 사이에 있는 장소로 이동했고 나는 그곳에서 그녀를 이번 생애의 태어나는 장면으로 유도했다.
이윽고, 그녀는 아버지의 팔에 안겨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마음에 드신 모양이에요. 아, 기분이 좋아요!"
페니를 최면상태에서 깨어나게 하자, 나는 곧 웹스터의 고유명사 사전을 끄집어냈다. 쿠우, 크락스, 쿠란이 그렇게 오랜 역사에 등장한다는 것에 의문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허나 이 비밀결사는 '아메리카 남부의 백인 주권을 주장하기 위하여 남북전쟁 뒤에 결성되었다'고 기록된 것을 찾아내었다.
페니도 나 자신도, 이와같은 자세한 역사를 설마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치료가 끝난 뒤, 1년 이상 지났는데, 그 뒤로 한 번도 페니는 공포에 사로잡힌 일이 없다고 한다. 공포는 사라진 것이었다.
두통의 원인
많은 사람들은, 페니와 같이 공포라고 하는 무거운 짐을 젊어지고 이승으로 태어나는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노여움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태어나는 사람도 많다. 크리스라고 하는 33세의 보호 감찰관은 자주 화를 내는 사람이었다.
크리스는 2년 이상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의 집요한 두통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다. 처음에는 두통이 직장과 관계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퇴근하면 두통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원인을 하나 하나 체크하면서 알아본 결과, 직장에서 1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두 개의 TV안테나로부터의 방사가 나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무실의 벽을 납으로 뒤덮은 뒤에 일시적으로 조금 편해지기는 했으나, 증상은 급속하게 진행되어, 전화의 안테나나, TV라디오의 전자기계가 근처에 있기만 해도 왼쪽 머리 꼭대기에 심한 두통이 생기곤 했다.
크리스는 몇 사람의 의사를 찾아가서 바이오 피드백을 활용하는 신경과 의사의 치료도 받았으나 두통은 심해질 뿐이었다.
투시능력을 가진 어떤 초능력자가 받은 인상에 의하면 그의 바로 전생_ 아마도 뉴멕시코에서의 _ 에 그 원인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크리스는 전생에서 우라늄에 노출되고 그 원인때문에 뇌에 종양이 생겨 방사능을 많이 쪼인게 사망 원인이 됐다고 했다.
1년 동안 고민한 끝에, 그는 나에게 전생요법의 치료를 받으러 온 것이었다.
사건의 전모는 간단하게 판명되었다. 어머니와 선생과 친구들 외에, 뉴멕시코에 있던 집과 학교 이름도 알아낼 수 있었다. 열 두살때 마이켈(그 당시, 그의 이름)은 두통에 시달리게 되었고 점점 악화되었다.
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수술은 불가능했다. 의사는 마이켈의 어머니에게 그 무렵 막 개발되기 시작한 위험도가 매우 높은 방사선 치료 이외에는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위험한 치료를 받느냐, 죽음을 기다리느냐 하는 선택을 해야 될 입장에 놓인 마이켈의 어머니는 위험을 각오하고 치료를 받기로 했다.
크리스와 나는 병원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몇 번 체험했고, 그 때마다 장면은 생생하게 되살아나서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되었다.
마이켈은 방사선 치료실의 금속제 침대 위에 혼자 누워 가느다란 희망에 매어 달린 채 고독을 견디어야만 했다. 치료가 시작되면 두통이 심해져서 불로 지지는 것과 같은 고통이 엄습하곤 했다. 그 아픔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되자, 그의 영혼은 몸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이 때, 자기 머리 꼭대기의 검게 탄것과 같은 상처를 위에서 내려다 볼 수가 있었으나 도움을 요청하여 소리칠 수도 없었다. 정신없이 그의 영혼은 자기 몸으로 되돌아 가려고 애썼으나 그때마다 더 심한 고통때문에 몸 바깥으로 쫓겨나곤 했다.
격렬한 노여움을 느낌과 동시에 그는 겨우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_14세 어린 나이에 행복해야 할 인생이 단절된 것이었다.
이번 생애에서 두통이 다시 시작된 것도 이 노여움이 원인이었던 것이었다.
우리들은 이 노여움을 진정시키는 노력을 계속해야만 했다. 크리스는 방사선 치료실을 나올 때마다 이 서투른 방사선 치료 기사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두통은 상당히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대형 전기제품 상점을 찾아가 벽면에 진열된 TV의 화면을 10분 정도 보았다. 이윽고 그는 흑백 TV화면에서부터 천연색 TV화면을 시간을 서서히 연장하면서 TV프로를 전부 편하게 볼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하지만 두통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적극적인 대결이 필요하다고 느낀 또 다른 투시능력을 가진 그의 친구가 종양 그 자체의 원인을 알아내도록 크리스에게 조언해 주었다.
그리하여 크리스는 계속 최면치료를 받기 위해 나를 찾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다음의 퇴행최면에서 12살이 된 마이켈은 손위 친구와 함께 광석을 찾고 있었다. 둘이서 광석을 찾아내었는데 그것은 우라늄 광이었다. 모닥불 옆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마이켈은 콩에서 이상한 금속 냄새가 나는 것을 알았다.
얼마후 알게 된 사실인데, 마이켈의 음식 접시에 넣었던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마이켈은 발열했고 헛소리하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는 단골 의사에게 아들을 데려갔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의사는 오진했던 것이다. 그 뒤에 일어난 일들은 앞서 이야기한 그대로다.
자기를 죽게 만든 사나이가 아직 살아있다면 현재 쉰 다섯 살쯤 되리라고 크리스는 판단했다. 그의 요구에 따라, 나는 크리스에게 최면을 걸어 그 사나이의 집 거실로 데리고 갔다.
그 거실에는 아주 풍채 좋은 '미결수'가 안락의자에 앉아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크리스 옆에는, 메사츄세츠주 레녹스라는 주소가 쓰여진 이 사나이에게 보내온 편지 봉투가 놓여 있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은 잘 보이지 않았는데, 크리스가 불안한 듯이 떨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그를 편안하게 만들어 최면에서 깨어나게 했다.
사나이의 이름은 특히 흔한 이름도 드문 이름도 아니었지만, 실제로 레녹스의 전화번호부에 주소와 함께 실려 있었다.
크리스는 치료받는 중간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실제로 방문해 보려고 결심했다.
메사츄세츠주에 가는 도중, 그의 기분은 좋지가 않았다.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레녹스에 도착할 무렵, 그의 기분은 매우 나빠져 도저히 사나이와 대면할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그는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 최면치료를 받는 자리에서, 나는 그 사나이와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는 차라리 그의 잘못을 용서해 주도록 애쓰는 편이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를 나눈 뒤에, 그는 나의 충고를 받아 들였다. 여기서 나는 그를 최면 상태로 유도하여, 지난 전생의 소년 시대에 그를 배신한 사나이의 집을 다시 한 번 찾아가도록 암시를 걸었다.
이번의 사나이는 긴 의자 위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었으며, 크리스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이 사나이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 낯선 젊은 사나이와 악수했다.
여기서 크리스는 자기가 누구며 왜 여기 왔는가를 설명했다. 우라늄 사건의 이야기를 하니까 사나이는 입을 딱 벌리고 두눈을 둥그렇게 뜬 채, 크리스의 괴롭게 죽어간 이야기를 들었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해지면서 본심으로 한 것은 아니었노라고 중얼거렸다. 마침내 그는 이 나이어린 사나이의 용서를 비는 요청을 받아 들였다.
크리스는 자기가 미워한 것도 용서해 달라고 하자 '소년시대에 내가 저지른 고약한 짓이 더 문제인 것을...' 하면서 옛날 친구는 정답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은 이 시간의 마무리를 위해 함께 기도를 올렸다.
크리스와 나는 아직도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이승에서 아직 해결짓지 못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얼마간 두통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최면 상태에서 그 만남이 있은 뒤로 크리스는 창백하고 무기력했던 사나이에서 정력적이고 건강한 사나이로 변신되었다. 우리들은 다같이, 완전히 두통이 없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굳게 믿고 있다.
또 다시 공주의 전생을 조사한다.
다른 사람들의 전생을 조사하고 있는 동안 나는 점차 자기 자신의 전생_ 특히 저 옛날의 아름다웠던 공주_ 에 대하여 흥미를 느끼게 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친구이며 동료이기도 한, 앤 란다만 여사가 나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는데 협조를 해주었다.
그녀의 진료실에서 간단한 최면 유도를 받은 뒤, 나는 태어나기 전 옛날의 섬으로 되돌아갔다. 아름다운 치마와 브라우스를 몸에 걸친 다음, 머리에는 왕관과 같은 것을 쓰고 맨발에 샌들을 신고 목과 팔목에는 보석을 장식하고 있었다.
나는 피부가 새하얗고 매끄러운 살결의 젊은 여성으로서 깊은 황혼 속의 숲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앤이 물었다.
나는 내자신이 오른쪽에 보이는 흙집에 사는 섬사람들의 지배자라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이 섬의 왕이었는데, 그가 죽은 뒤에 왕위를 계승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애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여왕님이 혼자서 그런 곳에 있는 것입니까?"
앤이 질문했다.
나는 섬사람들이 나의 애인을 미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의 애인은 다른 부족에 속하는 사나이이기 때문에 섬사람들은 두 사람이 사랑하는 사이를 이해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나의 애인과 다른 두 사나이는 작은 배가 고장을 일으켜 코오스가 빗나갔으므로 이 섬에 상륙하게 되었다. 그와 눈길이 마주친 순간, 나는 곧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섬 사람들이 그를 미워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그의 신변이 위험해질 것을 열려해 우리들은 몰래 만나고 있는 것이었다. 머지않아 그의 두 친구들은 조바심이 나서 배를 수리하고 이 섬을 떠나고 말았다.
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애인이 숲에서 나오는 것을 본 나는 그에게로 달려갔다. 우리들은 서로 얼싸안으면서 리아나와 홋도라는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나중에 나는 진짜 내 이름은 '리아나'라고 앤에게 설명했다. )
홋도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오늘 밤 섬을 떠나겠다고 서명했다.
섬사람들이 그를 죽일 계획을 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섬의 건너편 바닷가에는 그가 급작스럽게 만든 나뭇배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나는 함께 배가 숨겨진 곳까지 걸어가겠노라고 그에게 말했다. 황혼은 짙은 어둠으로 변했고, 우리들은 숲을 통과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배를 숨겨놓은 곳까지 가는 거리는 멀었고 길을 더듬어 가는 나의 마음은 몹시 혼란을 거듭하고 있었다. 홋도와 함께 그 배에 몸을 싣고,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싶었지만, 그렇게되면 섬사람들 사이에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일어날게 너무나 분명했다.
적어도 두 사람의 유력한 지도자가 나의 권좌를 노리고 있었고, 그들 뒤에는 기회만 있으면 곧 싸움을 벌이려고 하는 지원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으로, 홋도가 없는 생활은 쓸쓸하기 그지없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런 생활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룻배에 도달하기까지 내 마음은 결정되어 있었다.
함께 떠나겠다고 나는 홋도에게 이야기했다.
나룻배가 둘이 타기에는 너무 적다고 홋도는 반대했다. 자기 혼자 떠나는 것도 위험한데 나까지 데려가고 싶지가 않은 것이었다. 나룻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홋도는 나를 기슭으로 떠다밀고 힘차게 저어갔으므로 수영이 능숙한 나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비탄에 빠진 나는 방향이 어딘지 갈피도 잡지 못한 채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늘 다니던 샛길도 잃어버리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내기조차 어려웠다. 사실은 그런 의욕조차도 없었다.
온몸이 타오르는 것과 같은 감각이 열병처럼 엄습했다. 이윽고 머리가 펄펄 끓게 되고 발은 힘을 잃어 나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죽는다. 아니 죽고 싶다... 라고 느끼면서.
"당신은 죽으려고 결심한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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