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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별곡(星山別曲)
정철(鄭澈) 엇던 디날 손이 星山(성산)의 머믈며셔 棲霞堂(서하당) 息影亭(식영정) 主人(주인)아 내 말 듯소 人生(인생) 世間(세간)의 됴흔 일 하건마 엇디한 江山(강산)을 가디록 나이 녀겨 寂寞(적막) 山中(산중)의 들고 아니 나시고 松根(송근)을 다시 쓸고 竹床(죽상)의 자리 보아 져근덧 올라안자 엇던고 다시 보니 天邊(천변)의 떳난 구름 瑞石(서석)을 집을 사마 나는 듯 드는 양이 主人(주인)과 엇디한고 滄溪(창계) 흰 믈결이 亭子(정자) 알패 둘러시니 天孫 雲錦(천손운금)을 뉘라셔 버혀 내여 닛는 듯 펴티는 듯 헌사토 헌사할샤 山中(산중)의 冊曆(책력) 업서 四時(사시)를 모르더니 눈 아래 헤틴 景(경)이 쳘쳘이 절노 나니 듯거니 보거니 일마다 仙間(선간)이라 梅窓(매창) 아젹 벼테 香氣(향기)에 잠을 깨니 山翁(산옹)의 하욜 일이 곳 업도 아니하다 올 밋 陽地(양지) 편의 외씨를싸허 두고 매거니 도도거니 빗김의 달화 내니 靑門 故事(청문고사)를 이제도 잇다 할다 芒鞋(망혜)를 뵈야 신고 竹杖(죽장)을 흣더디니 桃花(도화) 핀 시내 길히 芳草洲(방초주)예 니어셰라. 닷봇근 明鏡中(명경중) 절로 그린 石屛風(석병풍) 그림재 벗을 삼고 서하(西河)로 함께 가니 桃源(도원)은 여긔로다 武陵(무릉)은 어디메오. 南風(남풍)이 건듯 부러 綠陰(녹음)을 혜텨 내니 節(절) 아는꾀꼬리는 어드러셔 오돗던고 羲皇(희황) 벼개 우헤 픗잠을 얼픗 깨니 空中(공중) 저즌 欄干(난간) 믈 우희 떠 잇고야 麻衣(마의)를 니믜 차고 葛巾(갈건)을 기우 쓰고 구부락 비기락 보는 거시 고기로다 하로밤 비 깨운의 紅白蓮(홍백련)이 섯거 픠니 바람 업시셔 萬山(만산)이 향긔로다 簾溪(염계)를 마조보와 太極(태극)을 믓잡는 듯 太乙 眞人(태을진인)이 玉字(옥자)를 헤혓는 듯 鸕鶿巖(노자암) 건너보며 紫微灘(자미탄) 겨태 두고 長松(장송)을 遮日(차일) 사마 石逕(석경)의 안자하니 人間(인간) 六月(유월)이 여긔는 三秋(삼추)로다 淸江(청강)의 떳는 올히 白沙(백사)의 올마 안자 白鷗(백구)를 벗을 삼고 잠 깰 줄 모르나니 無心(무심)코 閑暇(한가)하미 主人(주인)과 엇더하니 梧桐(오동) 서리달이 四更(사경)의 도다 오니 千巖 萬壑(천암만학)이 나진들 그러할가 湖洲(호주) 水晶宮(수정궁)을 뉘라셔 옴겨 온고 銀河(은하)를 띄여 건너 廣寒殿(광한전)의 올랏는 듯 짝 마즌 늘근 솔란 釣臺(조대)예 셰여 두고 그 아래 배를 띄워 갈 대로 더져 두니 紅蓼花(홍료화) 白蘋洲(백빈주) 어느 사이 디나관대 環壁堂(환벽당) 龍(용)의 소히 뱃머리에 다하세라. 淸江(청강) 綠草邊(녹초변)의 쇼 머기는 아해들이 석양(夕陽)의 어위계워 短笛(단적)을 빗기 부니 믈 아래 잠긴 龍(용)이 잠 깨야 니러날듯. 내끠예 나온 鶴(학)이 제 기슬 더뎌두고 半空(반공)의 소소 뜰듯 蘇仙(소선) 赤壁(적벽)은 秋七月(추칠월)이 됴타 호되 八月(팔월) 十五夜(십오야)를 모다 엇디 과하는고 纖雲(섬운)이 四捲(사권)하고 믈결이 채 잔 적의 하늘의 도든 달이 솔 우희 걸려거든 잡다가 빠딘 줄이 謫仙(적선)이 헌사할샤 空山(공산)의 싸힌 닙흘 朔風(삭풍)이 거두 부러 떼구름 거느리고 눈조차 모라오니 天公(천공)이 호사로와 玉(옥)으로 고즐 지어 萬樹 千林(만수천림)을 꾸며곰 낼셰이고 앏 여흘 가리 어러 獨木橋(독목교) 빗겻는데 막대 멘 늘근 즁이 어느 뎔로 간닷 말고 山翁(산옹)의 이 富貴(부귀)를 남다려 헌사 마오 瓊瑤窟(경요굴) 隱世界(은세계)를 찾을 이 이실셰라 山中(산중)의 벗이 업서 漢紀(한기)를싸하 두고 萬古(만고) 人物(인물)을 거스리 혜여하니 聖賢(성현)은 만커니와 豪傑(호걸)도 하도 할샤 하늘 삼기실 제 곳 無心(무심)할가마는 엇디한時運(시운)이 알락배락 하얏는고 모를 일도 하거니와 애달옴옴도 그지업다 箕山(기산)의 늘근 고불 귀는 엇디 싯돗던고 박소리 핀계하고 조장이 가장 놉다 人心(인심)이 낮 같아야 보도록 새롭거늘 世事(세사)는 구롬이라 머흐도 머흘시고 엇그제 비즌 술이 어도록 니건느니 잡거니 밀거니 슬카장 거후로니 마음의 매친 시름 져그나마 하리나다 거믄고 시옭 언저 風入松(풍입송) 이야고야 손인동 主人(주인)인동 다 니저 버려셰라 長空(장공)의 떳는 鶴(학)이 이 골의 眞仙(진선)이라 瑤臺(요대) 月下(월하)의 행혀 아니 만나신가 손이셔 主人(주인)다려 닐오되 그대 긘가 하노라 <송강가사(松江歌辭)> ▶ 핵심 정리 지은이 : 정철(鄭澈 1536-1593) 조선 선조 때의 문신. 시인. 호는 송강(松江). 서인의 영수로서 당쟁에 깊이 관여함. 고산 윤선도와 더불어 고전시가 문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작품에는 ‘성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의 가사와 사설시조인 ‘장진주사(將進酒辭)’ ‘훈민가(訓民歌)’를 비롯한 시조 79수가 있음. 저서에는 <송강가사>와 문집인 <송강집>이 있다.
갈래 : 서정 가사. 양반 가사. 정격 가사 연대 : 명종 15년(1560) 율격 : 3(4).4조 4음보 문체 : 운문체. 가사체 구성 : 84절 169구. 서사, 본사[춘·하·추·동경(春·夏·秋·冬景)], 결사의 3단 구성 서사 - 엇던 디날 손이 星山(성산)의 머믈면서~ 춘사 - 梅窓(매창) 아젹 벼 香氣(향기)예 잠을 니~ 하사 - 南風(남풍)이 건듯 부러 綠陰(녹음)을 혜텨 내니~ 추사 - 梧桐(오동) 서리이 四更(사경)의 도다 오니~ 동사 - 空山(공산)의 싸힌 닙흘 朔風(삭풍)이 거두 부러~ 결사 - 山中(산중)의 벗이 업서 漢紀(한기) 하 두고~ 성격 : 전원적. 풍류적 배경 : 창평 지곡리 성산(昌平芝谷里星山-지금의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서 처외재당숙(妻外再堂叔)인 김성원(金成遠)을 경모하여 그 곳의 풍물(風物)을 4계절에 따라 읊은 작품이다. 제재 : 성산(星山)의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경과 식영정 주인 김성원의 풍류 주제 : 성산(星山)의 풍물과 풍류. 절경(絶景) 속에서의 풍류 예찬 의의 : 송순의 ‘면앙정가(俛仰亭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 시어, 시구 풀이 星山(성산) : 송강(松江)이 을사사화(乙巳士禍)로 인해 아버지를 따라 낙향(落鄕)하여 등과(登科)할 때까지 10여 년간 수학한 현재의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棲霞堂(서하당) 息影亭(식영정) : 서하당은 김성원(金成遠)이 지은 자신의 당우(堂宇)이고, 식영정은 석천(石川) 임억령이 을사사화를 미리 알고 퇴관(退官) 은퇴하자 그를 위해 지어 준 정자임 主人(주인) : 송강(松江)의 처외재당숙(妻外再堂叔)인 김성원(金成遠)을 가리킴 竹床(죽상) : 대나무 상(床) 瑞石(서석) : 상서로운(깨끗한) 돌. 광주 무등산 마루에 있는 서석대(瑞石臺) 滄溪(창계) : 식영정(息影亭) 앞을 흐르는 작은 시내. 天孫 雲錦(천손운금) : ‘천손’은 직녀성의 다른 이름이고, ‘운금’은 구름 같은 비단을 말함. 헌사토 헌사할샤 : ‘헌하다’는 야단스럽게 떠들거나 시끄러운 것을 나타내나, 여기서는 몹시 호화스럽고 아름다움을 가리킴 혜틴 : 흩어진 아젹 벼 : 아침 햇볕에 山翁(산옹) : 산촌에 있는 늙은이. 김성원(金成遠)을 가리킴 삐허 두고 : 뿌려 두고 빗김의 : 비 온 김에 달화 내니 : 다투어 내니. 손질하여 내니 靑門 故事(청문고사) : 청문의 옛일. ‘청문’은 한나라 장안성의 동남문인데 소평(邵平)이 창문 밖에 외를 심었으므로 그것을 청문과(靑門瓜)라 하였음 芒鞋(망혜) : 짚신. 미투리 뵈야 : 죄어. 재촉하여 흣더디니 : 흩어 던지니. 함부로 던지니 닷볷다 : 몹시 닦다 明鏡(명경) : 거울같이 맑은 물 건듯 : 한 줄기 바람이 스쳐 부는 모양 羲皇(희황) : 복희씨 니믜 : 여미어 葛巾(갈건) : 칡베로 만든 두건 기우 : 기울여. 비스듬히 구부락 비기락 : 몸을 구부렸다가 혹은 기댔다가 㾾溪(염계) : 송나라의 도학자 주돈이(周敦頤). 자는 무숙(茂叔)으로 염계(㾾溪) 사람. <애련설(愛蓮說)>이란 글을 씀 太乙 眞人(태을진인) : 천지의 도를 터득한 신선 玉字(옥자)를 혜혓는 듯 : 우왕(禹王)이 잠을 깨어 황제지악(皇帝之岳)에서 돌을 헤쳐 그 속에서 황제가 남긴 비결서인 ‘금간옥자(金簡玉字)’를 얻은 것처럼 鸕鶿巖(노자암) : 식영정 아래 창계(蒼溪)에 있는 바위 이름 紫微灘(자미탄) : 식영정 아래에 있는 여울 이름 石逕(석경) : 돌이 많은 좁은 길 人間(인간) : 인간 세계. 속세(俗世) 三秋(삼추) : 늦가을 올히 : 오리 主人(주인)과 엇디고 : 식영정의 주인 김성원과 비교할 때 어떠한가? 千巖萬壑(천암 만학) : 많은 바위와 계곡, 즉 깊은 산을 형용한 말 湖洲(호주) : 복주부(福州府) 서호(西湖)에 있는 섬 廣寒殿(광한전) : 달 속에 있다는 궁전 짝 마즌 : 짝이 맞은, 즉 한 쌍의 釣臺(조대) : 낚시터 紅蓼花(홍료화) : 붉은 여뀌꽃 白蘋洲(백빈주) : 흰 마름꽃이 피어 있는 물 속의 작은 섬 環壁堂(환벽당) : 성산(星山) 맞은편 작은 언덕 위에 있는 집. 김성원의 사촌 김윤제 (1501-1572)가 지어서 살던 집 용의 소히 : 성산의 승지(勝地)의 하나인 용추(龍湫)를 이름 어위 : 흥(興) 계워 : 겨워. 이기지 못하여. 못 이기어. 못 견디어 빗기 부니 : 비스듬히 대고 부니 내 끠예 : 연기 기운에 蘇仙(소선) : 송나라의 문인 소동파. 이름은 식(軾) 赤壁(적벽) : <적벽부(赤壁賦)>. 소동파가 적벽강에서 뱃놀이를 하고서 지은 글 秋七月(추칠월) : 음력 칠월. 상월. 양월 과하는고 : 칭찬하는가 纖雲(섬운) : 엷고 고운 비단 같은 구름 四捲(사권) : 사방으로 걷힘 채 잔 적의 : 다 잘 때에 잡다가 빠딘 : 이태백이 채석강(採石江)에서 술이 취하여 물 속에 비친 달을 잡는다고 들 어가 빠져 죽은 것을 가리킴 謫仙(적선) :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神仙). 이태백을 가리킴 거두 부러 : 거두어들이듯이 불어. 휩쓸어 불어 天公(천공) : 하느님. 조물주 호로와 : 호사로워. 일 꾸미기를 좋아하여 만수 천림(萬樹千林) : 수많은 나무와 수풀 가리 어러 : 가리어 얼어. 덮어서 얼어 獨木橋(독목교) : 외나무다리 빗겻는데 : 비껴 놓여 있는데 山翁(산옹) : 김성원을 말함 瓊瑤窟(경요굴) : 달나라 아름다운 구슬의 굴. 여기서는 성산을 가리킴 隱世界(은세계) : 은거지(隱居地) 黃券(황권) : 책을 말함 거사리 : 거슬러 삼기실 제 : 하늘이 사람을 태어나게 할 적에 일락배락 : 일어났다가 떨어졌다가. 흥했다 망했다가. ‘배다’는 ‘망하다’, ‘망치다’의 뜻임 箕山(기산) : 옛날 요 임금 때 허유(許由)와 소부(巢父)가 숨어 살았다는 하남성(河南省) 에 있는 산 고불 : 고불(古佛). 나이가 많은 사람. 옛날의 불상. 여기서는 허유(許由)를 말함 박소 핀계고 : 표주박 하나도 귀찮고 성가시다 핑계하여 내던져 버린 후에 조장 : ‘지조 행장(志操行狀)’의 준말 낫 : 낯(얼굴) 어도록 : 얼마나 거후로니 : 기울이니 져그나 : 다소나마 하리나다 : 낫는다. 풀린다 시옭 언저 : 거문고 줄에 시옭을 얹어 가락을 탐 風入松(풍입송) : 악곡의 이름 이야고야 : 이었구나. 끊어지지 않는구나 瑤臺(요대) : 신선이 사는 곳 행혀 : 행여. 혹시 ▶ 전문 풀이 어떤 지나는 손이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 주인(김상원)아 내 말 듣소. 인생 세간에 좋은 일 많건마는 어떠한 강산을 갈수록 낫게 여겨 적막 산중에 들고 아니 나오시는고. 송근을 다시 쓸고 죽상에 자리 보아 잠깐 올라앉아 어떤가 다시 보니 하늘 가에 떠 있는 구름이 서석대(또는 ‘상서로운 돌’)를 집을 삼아 들락날락 하는 모양이 주인과 같지 않은가. 창계 물결이 정자 앞에 둘러 있으니 천손 운금을 뉘라서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치는 듯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산중에 책력 없어 사시를 모르더니 눈 아래 헤쳐 있는 경치 철철이 절로 나니 듣거니 보거니 일마다 선간이라 매창 아침 볕에 향기에 잠을 깨니 산옹의 하실 일이 곧 없지도 아니하다. 울 밑 양지 편에 외씨를 흩뿌려 두고 매거니 돋우거니 빗김에 다루어 내니 청문 고사를 이제도 있다 할까. 망혜를 바삐 신고 죽장을 흩던지니 도화 핀 시냇길이 방초주에 이어 있구나. 박박 닦은 명경 중 절로 그린 석병풍 그림자를 벗을 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도원은 어디메오 무릉이 여기로다. 남풍이 건듯 불어 녹음을 헤쳐 내니 절기 아는 꾀꼬리는 어디에서 왔던가. 희황 베개 위에 풋잠을 얼핏 깨니 공중 젖은 난간 물 위에 떠 있구나. 마의를 여미어 차고 갈건을 비스듬히 쓰고 굽을락 기댈락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비 기운에 홍백련이 섞어 피니 바람 기운 없이도 만산에 향기로다. 염계를 마주보아 태극을 묻는 듯 태을 진인이 옥자를 헤쳤는 듯 노자암 건너다보며 자미탄 곁에 두고 장송을 차일 삼아 석경에 앉으니 인간 유월이 여기는 삼추로다. 청강에 떴던 오리 백사에 옮아 앉아 백구를 벗을 삼고 잠 깰 줄 모르나니 무심하고 한가함이 주인과 어떠한가. 오동 서리달이 사경에 돋아 오니 천암 만학이 낮인들 그러할까. 호주 수정궁을 누가 옮겨 온 것인가. 은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올랐는 듯 짝 맞은 늙은 솔은 조대에 세워 두고 그 아래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던져 두니 홍료화 백빈주 어느 사이 지났관대 환벽당 용의 못이 뱃머리에 닿았구나. 청강 녹초변에 소 먹이는 아이들이 흥에 겨워 단적을 비껴 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 깨어 일어날 듯 연기 가운데 나온 학이 제 깃을 던져 두고 반공에 솟아 뜰 듯 소선 적벽은 추칠월이 좋다 하되 팔월 십오야를 모두 어찌 칭찬하는고. 섬운이 사권하고 물결이 다 잘 때에 하늘에 돋은 달이 솔 위에 걸렸거든 잡다가 빠진 줄이 적선이 야단스럽구나. 공산에 쌓인 잎을 삭풍이 거둬 불어 떼구름 거느리고 눈조차 몰아오니 천공이 호사로워 옥으로 꽃을 지어 만수 천림을 꾸며도 내는구나. 앞 여울 가려져 얼어 독목교 비꼈는데 막대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단 말인가. 산옹의 이 부귀를 남에게 자랑 마오. 경요굴 은거지를 찾을 이 있으리라. 산중에 벗이 없어 책을 쌓아 두고 만고 인물을 거슬러 헤아리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고 많다. 하늘 섬기실 때 곧 무심할까마는 어떠한 시운이 일락배락하였는가. 모를 일도 많거니와 애달픔도 그지없다. 기산의 늙은 고불 귀는 어찌 씻었는가. 박소리 핑계하고 조장이 가장 높다 인심이 낯 같아서 볼수록 새롭거늘 세상 일은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는가. 잡거니 밀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 조금이나마 낫는구나. 거문고 시옭 얹어 풍입송이었구나. 손[客(객)]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버렸구나. 장공에 떠 있는 학이 이 골의 진선이라 요대 월하에 행여 아니 만나셨는가. 손이 주인에게 이르되 그대 그인가 하노라. ▶ 작품 해설 1560년(명종 15년) 작자가 25세 때 창평 지곡리 성산(昌平芝谷里星山 - 지금의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서 처외재당숙(妻外再堂叔)인 김성원(金成遠)을 경모(敬慕)하여 그 곳의 풍물을 4계절에 따라 읊고, 서하당(棲霞堂)의 주인 김성원의 풍류도 함께 노래한 것이다. 모두 84절 169구로 되어 있으며, 내용은 ① 서사(緖詞), ② 춘경(春景), ③ 하경(夏景), ④ 추경(秋景), ⑤ 동경(冬景), ⑥ 결사(結詞)로 나뉜다. 보편성이 모자란다는 점도 있으나, 작자의 개성과 얼이 풍부하게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작품집 <송강가사(松江歌辭)>에 실려 전하고 있다. 이 작품의 내용은 서사에서 김성원과 성산(星山)에 대하여 읊고, 본사에서는 사계절에 따른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하였으며, 결사에서는 독서, 음주(飮酒)와 탄금(彈琴) 등 주인 김성원의 풍류 생활을 부러워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 단락별로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서사는 ‘디날 손’이 ‘성산(星山)’에서 생활하는 이유를 ‘식영정 주인’에게 묻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러면서 ‘天邊(천변)의 구름’을 ‘주인’의 모습에 견주면서 ‘정자(亭子)’ 주변의 운치 있는 자연 환경과, 무한히 반복되며 ‘쳘쳘이 절노 나’는 사철의 자연 경관을 선경(仙境)에다 비유하고 있다. 본사의 첫 단락인 춘사(春詞)에서는 ‘靑門 故事(청문고사)’를 인용하면서 봄날 ‘仙翁(선옹)의 욜 일’ 즉 산중(山中) 생활을 노래하고, ‘방초주(芳草洲)’를 무릉 도원에 비기면서 봄날 한가로운 마음으로 자연을 즐기는 삶의 여유를 노래한다. 하사(夏詞)에서는 성산의 한가로운 여름 경치 속에서 ‘괴리’ 노랫소리에 ‘픗’을 깨어 ‘空中(공중) 저즌 欄干(난간)’에서 ‘고기’를 보며 즐기는 내용이다. ‘紅白蓮(홍백련)’의 향기 속에 인간 만사를 모두 잊고 ‘太極(태극)을 믓 ’, ‘玉字(옥자) 헤혓 ’하며 진리를 탐구하고 신선이나 된 듯 느끼면서 대자연의 품 속에서 안온한 삶을 누리는 내용이 전개된다. 추사(秋詞)에서는 ‘銀河(은하) 여 건너 廣寒殿(광한전)의 올랏 ’한 기분으로 오동나무에 환한 달이 걸린 풍경을 읊고, ‘釣臺(조대)’ 아래 배를 띄워 배 가는 대로 맡겨 ‘용(龍)의 소’에 이르는 뱃놀이의 풍류가 목동들의 ‘短笛(단적)’ 소리에 한층 운치를 더함을 노래하고 있다. 동사(冬詞)에서는 온 산 가득 눈으로 뒤덮인 새로운 겨울 성산(星山)의 풍경을 그렸다. 성산의 겨울 경치에 매료되어 ‘늘근 즁’에게조차 ‘려 헌 마오’라고 당부하며 자연 속의 삶을 지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자연을 즐기는 마음의 부귀를 혼자서만 누리려 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속세의 유혹으로부터 행여나 마음 잃어 흔들릴까 저어하는 몸짓이 아닐까 한다. 결사(結詞)에서는 험하디 험한 세상의 모든 시름 접어 두고 ‘술’과 ‘거믄고’로 ‘손’과 ‘주인’도 잊을 정도로 도도한 흥취에 젖은 산 속 풍류를 노래하고 있다. 어찌 보면 아무래도 잊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강한 미련을 드러낸 것으로도 보인다. ‘에 친 시’이 다름 아닌 현실에의 갈등으로 생각되며, 때를 기다리며 자연 속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성산의 자연 속에 묻혀 지내는 ‘주인’을 ‘손’이 ‘長空(장공)의 鶴(학)’에 비겨 ‘眞仙(진선)이라 칭송하면서 작품을 매듭 짓고 있다. ▶ 심화 학습 자료 이 가사는 조선조 사대부들의 전형적인 삶의 한 단면을 보여 준 작품이다. 작품에 관련된 인물들의 생애와 견주어서 좀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16세기 조선조 사대부들의 삶의 한 방식을 드러내 준 작품이라 하겠다. 조선조의 사대부들은 사유의 토지를 생활 근거로 하여 나아가 조정의 관료로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였고, 물러나면 수신제가(修身齊家)에 더욱 힘쓰면서 강호의 처사로서 자연을 벗삼아 여유로운 삶을 누렸다. 바로 이러한 사대부들의 생활의 양면성이 그들로 하여금 관료적 문학과 처사적 문학의 세계를 넘나들게 하였다. 이렇게 토지에 기반을 둔 생활 근거가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었으므로 이현보(李賢輔)나 송순(宋純) 윤선도(尹善道) 등과 같은 여유만만한 강호 생활이 가능했으며, 관료나 처사의 위치에 관계없이 이른바 귀거래(歸去來)의 강호 생활을 높이 평가하는 관념적 풍조 또한 보편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 이상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성리학의 학문적 성격으로 보아 사대부들의 귀거래의 추구를 결코 그들의 본뜻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현실에서 물러나 자연에 몰입한 듯, 현실에 대한 모든 미련을 떨치고 숨어 지내다가도, 때를 만나 기회만 오면 그 자연을 서슴지 않고 버리고 현실에 뛰어들곤 했다. 결국 이 작품에서의 자연도 사대부들의 임시 터전으로서 잠시 쉬었다 훌쩍 떠날 휴식처에 머물고 있다. 자연은 도의와 심성을 기르는 군자의 벗일 뿐이지 완전히 응합된 삶을 이루어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 이렇게 보면 이 작품은 귀거래(歸去來)를 명분으로 삼고 때를 기다리며 쉬어 가는 안식처로 자연을 인식하였던 16세기 조선조 사대부들의 전형적인 자연관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작품의 이해와 감상 정철이 25세 되던 해, 그의 처 외재당숙인 김성원(金成遠)이 사하당과 식영정을 지었을 때, 사계절에 따른 그 곳의 풍물과 김성원에 대한 흠모의 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정철은 을축사화로 말미암아 귀양다니던 아버지를 따라 16세 때에 낙향하여, 등과한 27세까지 전남 함평 지곡리에서 지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서하당의 주인인 김성원의 멋과 풍류를 노래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철 자신의 풍류를 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자어의 사용이 빈번하고 일개인의 칭송에 치우친 감이 있으나,체험에서 우러난 전원 생활의 흥취와 지은이의 개성이 잘 드러난 가작이라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