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임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기 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보기도 하고 이제껏 인상 깊게 본 영화나 책에 대해 소감을 말해보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만일에 남은 인생이 한 달 밖에 되지 않는다 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세계 여행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이는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말했 습니다.
비교적 젊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답이었습니다.
조금 나이가 지긋한 분들 을 포함하여 가장 많은 분들이 대답하신 내용은 약간 포괄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이제껏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습니다.
정리한다는 것.
이는 떠나야 할 사람이 남은 사람들을 위헤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배 려입니다.
자신이 벌려놓은 것들을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남은 자들을 위해 정리가 필요합니다.
남은 자들이 잘못된 기대나 또는 슬픔에 빠져 들지 않도록 생각을 정리 해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처리하기에 부담이 되는 결정사항들이 있다면 스스로 떠안 고 가줘야 합니다.
어디선가 본 표현대로 떠난 자리가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그래야 다음 사람이
그들의 출발선에 보다 자유롭게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솔로몬 을 향한 다윗의 유언에서 정리를 통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습니다. (1열왕 2,1-12)
정리한다는 것.
이는 떠나야 할 사람이 자신을 위해 반드시 해야하는 자기사랑입니 다.
바쁘게만 달려왔을 뿐 정작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돌아볼 의미있는 시간을 갖 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반대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한 입, 한 몸으로 해 놓고도 무엇이 진짜였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며 살았습니다.
내려놓았다 한들 일시적 이고 피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자신이 이제껏 행동한 것들에 대해서 동기와 의미를 정리해야 합니다.
살아온 발자취를 종합적으로 돌아보면서 삶으로 요약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제출 답안을 작성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물질과 소 유를 가지고서가 아니라 정리된 인격과 생각을 가지고 절대자 앞에 서기 때문입니다.
정리할 때가 반드시 있습니다.
예수님도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활동을, 그리고 제자 들이 가야 할 길을 정리해주셨습니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분명한 인식은 성찰의 태도를 보다 진지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마지막은 더 이상 피할 수 도, 미룰 수도 없는 운명이라는 현실인식이 그를 겸손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정리는 이 진실함과 겸손함 속에서 제대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정리는 그 가 떠난 자리를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일과의 끝자락, 하루의 끝시간, 만남의 종착점에서도 제대로 된 정리가 있기를 바랍니다.
김광석 요아킴 신부 (2011년), 『오늘도 기도합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