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골산 가기 전 소피아그린CC 골프장
借水開化自一奇(물을 빌려 꽃을 피우니 절로 빼어나고)
水沈爲骨玉爲肌(침향으로 뼈를 이루고 옥으로 살결을 이루었네)
暗香已壓酴醾倒(암향은 도미를 완전히 압도하나)
只比寒梅無好枝(다만 한매에 비하면 좋은 가지가 없네)
--- 기태완,「꽃, 들여다 보다」에서 황정견(黃庭堅)의「중옥의 수선화 두 수에서 차운하다
(次韻中玉水仙花二首)」중
※ 酴釄(도미)는 ① 술 이름, 일명 麥酒, 거르지 않고 마시는 술. ② 茶花의 別名. 중국에서는
동백을 다화(茶花)라고 함. 여기서는 동백꽃을 말하는 듯하다.
▶ 산행일시 : 2012년 3월 31일(토), 흐림
▶ 산행인원 : 15명
▶ 산행시간 : 8시간 35분(휴식시간 포함, 중식과 이동시간 1시간은 제외 )
▶ 산행거리 : 도상 18.4㎞(1부 6.2㎞, 2부 12.2㎞)
▶ 교 통 편 :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름)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15 -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明西里) 도덕교(道德橋), 산행시작
09 : 22 - 593m봉
09 : 54 - 인등산(人登山, △665)
10 : 27 - 오거리, 이정표(인등산 1.5㎞, 동량 3.8㎞, SUPEX Center 2.4㎞)
11 : 13 - △322m봉
11 : 30 - 독골고개, 1부 산행종료, 중식, 이동
12 : 30 - 음성군 감곡면 문촌리(文村里) 이문고개, 2부 산행시작
12 : 54 - △283.8m봉
13 : 40 - 503m봉
13 : 58 - ┼자 갈림길 안부, 아홉사리고개(오갑고개)
14 : 34 - 오갑산(梧甲山, 이진봉, △609.1m)
15 : 00 - 국수봉(587m)
15 : 06 - 헬기장, ┣자 갈림길
17 : 00 - 소피아그린CC 골프장
17 : 33 - 봉골산(200m)
17 : 38 - △168.3m봉
17 : 50 - 여주군 점동면 현수리(玄水里) 현수5교, 산행종료
1. 수선화
1-1. 매화
▶ 인등산(人登山, △665)
느릅재 넘은 도덕마을이 지난주와는 딴판이다. 지난주에는 한겨울이었는데 오늘은 안온한
봄날이다. 기차는 인등철교를 지나며 으레 기적을 울린다. 제천천(堤川川) 삼탄(三灘)을 건너
산자락 잡는다. 온 사면을 벌목한 것이 두릅나무를 심기 위해서였나 보다. 두릅나무와 더불어
가시나무도 밀생하였다. 열 지어 그런 덤불숲을 기껏 뚫고 올라섰더니 임도가 지나간다.
임도 따르다 첫 번째 만나는 산모롱이에서 생사면을 올려친다. 가쁘게 내쉬는 숨이 미처 찬
공기를 소화하지 못해 기침이 난다. 올라선 지능선은 인적이 흐릿하다. 등로 주변에서 오리나
무 꽃을 본다. 언뜻 보면 나뭇가지에 기다란 애벌레가 주렁주렁 매달린 것 같다. 김승기 시인
은 오리나무 꽃을 선화공주의 청옥 귀고리로 보았다. 그렇지만 생강나무 꽃을 보고서야 봄의
도래를 확신한다.
벌목지대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줄기차게 오른다. 고개 뒤로 젖혀 올려다보는 공
제선은 뒤로 물러나기 일쑤인지라 멀찍한 좌우 산릉 살펴 주능선을 가늠한다. 북사면은 얼어
있다. 번번이 엎어질 듯 미끄러진다. 나무 그루터기 붙들어 기고, 저 바위 돌면 주능선이다.
어떤 길일까? 이런, 탄탄대로다. 삼탄유원지에서 장재 넘어 밧줄까지 달고 오는 길이다.
593m봉. 입산주로 탁주 들이킨다. 여럿이니 세 병을 금방 비운다.
신작로 버금가는 등로가 촉촉하여 걷기 좋다마는 낯설어 어째 남의 길 같다. 그리 가파르지도
않은데 굵은 밧줄을 달아놓았다.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흙 돋운 헬기장 넘어 10분 정도 가
면 너른 공터인 인등산 정상이다. 충청북도 표준인 오석의 정상표지석이 있다.
삼각점은 판독하기 어려운 2등 삼각점이다. 제천 25, 1980 재설. 사방 나무숲 둘러 조망은 그
다지 좋지 않다.
인등산 정상이며 등로는 SK그룹에서 다듬어놓은 모양이다. “수펙스 센터가 위치한 인등산은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나무를 심듯 인재를 심고, 인재를 심듯 나무를 심는다’는 정신 아
래 1972년 조림사업을 시작한 곳으로 전체 규모는 1,200헥타르에 달한다.”고 하니. 1헥타르
는 100m × 100m = 10,000㎡이다.
서진(西進). 면계 따라 독골고개를 향한다. 이제 오르막은 없다. 우선 길게 내린다. 대로이니
줄달음한다. 야트막한 안부인 오거리. 인등산 내린 대로는 오른쪽 수펙스 센터와 동량으로 가
고, 소로는 Y자 능선으로 간다. 오른쪽 529m봉으로 잘못 갈 뻔했다. 소나무 숲속 한갓진 산책
길이다. 덤불숲속 △322m봉 삼각점은 재설 427, 건설부 76.9.
등로를 지능선마다 나누어 주었더니 점점 가늘어지고 밤나무 밭 근처에서는 그나마 사라졌
다. 잡목 헤치고 독골고개 고갯마루로 내린다. 모내마을과 독골마을 뒤에 있는 고개라서 모내
고개(毛川峙) 또는 독골고개(篤洞峙)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11시 30분. 도로 옆 공터에서 이
른 점심밥 먹는다.
산불방지 강조기간인가 보다.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다가오더니 ‘충청북도’ 글자 새긴 웃옷
입은 젊은 남자 둘이 내린다. 어느 산에 갔나오나요? 이제 산에 가려고 하는데요. 고개를 갸
웃한다. 분명 산에서 내려온 것 같은데……. 어느 산에 가려고 합니까? 입이 방정이다. 오갑산
에나 갈까 합니다. 거기도 산불방지기간이라 갈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조금 지나자 산불방지 깃발 단 회색 승용차 한 대가 다가온다. 차문 열고 할아버지가 내다본
다. 음식을 함께 먹자고 권했으나 거들떠보지 않고, 산불방지기간이라 산에 들어갈 수 없다며
근엄하게 이른다. 우리를 뒤쫓기라도 할 듯 얼른 떠나지 않는다. 우리도 늑장부린다. 할아버
지가 먼저 떠난다.
2. 도덕마을
3. 자작나무 숲
4. 천등산, 인등산 정상에서
5. 인등산 정상에서
6. 인등산 정상에서, 오른쪽부터 다정아, 시현아빠, 승연, 버들, 혜경, 백작
7. 산소리 님
▶ 오갑산(梧甲山, 이진봉, △609.1m), 봉골산(200m)
이문고개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길에 앙성의 슈퍼마켓에 들려 오갑산에서 마실 막걸리를 산
다. 삼당마을 입구를 지나 이문고개 육교 앞에 선다. 산불감시원의 눈에 뜨일라 신속히 하차
하여 절개지 타고 산속으로 잠입한다. 야산이다. 배나무 밭을 지난다. 페트병, 깡통, 배 쌌을
종이 등등 쓰레기가 널려있다. 그런데도 이문고개를 가리키는 녹 슬은 이정표가 요소요소에
있다.
오후 들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걷기 더욱 좋다. △283.8m봉(삼각점은 장호원 426, 76.9 건
설부)을 넘어서자 산의 티가 난다. 넙데데한 사면이다. 이따금 생강나무 꽃과 눈맞춤 한다.
406m봉 넘고 바위가 나온다. 당연히 직등한다. 내리기가 약간 까다롭다. 명찰이 있다. ‘행성
바위’라고 한다. 바윗길이 이어진다.
조망하기 좋은 암반이 나온다. 도로 건너 저기가 보련산 국망산 승대산이리라. 황사인지 사방
이 뿌옇다. 503m봉 오르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503m봉을 오르자마자 바로 왼쪽으로 꺾고
뚝뚝 떨어진다. 건너편 오갑산이 겁나는 거벽이다. 그러한데도 아홉사리고개에서 바닥 쳐 오
갑산을 잔뜩 높여놓고 오르는 것이다. ┼자 갈림길 안부. 오갑산 0.8㎞. 등로가 잘 났다.
엄청 가파르다. 아홉사리고개까지는 아홉사리로 올랐겠지만 오갑산은 아흔 아홉사리로 오른
다. 얼마 전에 이곳에 산불이 크게 났었다. 소나무들이 다 소사(燒死)하였다. 집에 와서 인터
넷을 찾아보았다. 2008년 4월 20일 최초 산불이 나서 음성군과 여주군 간에 서로 네 탓이다
하고 공방하는 바람에 더 큰 산불로 번졌다고 한다. 피해면적 6헥타르.
눈발이 흩날린다. 우뚝한 선바위 돌아 정상에 선다. 너른 공터다. 여기도 헬기로 실어 나른 충
청북도 표준의 정상 표지석이 있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장호원 23, 2008 복구. 오갑산
의 이름은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때 일어난 아래 사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갑산이란 이름. 조선 인조 때 미인으로 소문난 한씨 부인이 감곡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병자
호란이 일어나 피신가다 오갑고개(아홉사리고개)에서 오랑캐의 대장 파오차(巴五甲)에게 붙
잡히고 말았다. 그때 파초선을 든 낯선 처녀가 나타나 몸에서 강렬한 빛을 비추었다. 그 빛에
파오차의 칼이 자신의 목을 찔러 죽게 되었고 한씨 부인은 무사히 피신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갑고개, 오갑산이 되었다고 한다.
오갑산을 이진봉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이곳에 진을 쳤
다 해서라고 한다. 길 좋다. 헬기장이 자주 나온다. 587m봉은 국수봉이다. 운동장만한 크기의
헬기장을 지나고 펑퍼짐한 사면에서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고 뒤로 돈다. 헬기장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가는 길이 있었는데 지나쳤다.
8. 생강나무 꽃
9. 국망산과 승대산(오른쪽)
10. 593m봉
11. 멀리 왼쪽 흐릿한 산이 보련산
12. 오갑산 정상
13. 보련산과 국망산(오른쪽)
14. 오갑산 산불 난 사면
15. 국수봉 가는 길
헬기장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던 등산객들이 ‘완장고개로 가시려고요?’ 하고 말부조 한
다. 꼭 잘난 길을 따라가다 사단이 난다. 완장고개는 뚜렷한 길을 이내 버리고 능선을 치고 내
렸어야 했다. GPS 두 대(승연 님과 도자 님)가 똑 같이 그렇게 주장했다. 사면을 왔다 갔다 하
며 이 능선 저 능선을 막 쑤셔본다. 두 팀으로 나뉜다. GPS팀(6명), 길팀(9명). 도자 님은 자기
의 GPS가 미심쩍은지 길팀으로 붙었다.
길팀의 근거는 이렇다. 헬기장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던 등산객들이 우리더러 ‘완장고개
로 가시려고요?’한 말이 크게 작용했다. 불판까지 가지고 다니는 그들은 완장고개를 잘 알고
있을 터, 설마 길 없는 능선을 잡목 뚫고 내렸을라고? 이 길은 빙 돌아 결국 완장고개로 갈 것
이니 꾹 참고 가자하고 다독인다.
임도 지나고 쏟아져 내린다. 얼래, 오른쪽으로 돌 것으로 믿었던 길은 미적거리다가 아예 외
로 튼다. 마당재로 향하고 있다. GPS가 옳았다. 도계 능선이 저만치 하늘금으로 보인다. 저기
다. 여러 사면 질러간다. 간벌한 나뭇가지 헤치고 지계곡 건너고 건넌다. 비로소 오지를 간다.
각고로 오른 도계 능선은 묵은 임도가 간다. 154,000볼트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낸 임도다.
완장고개를 훨씬 지났다.
GPS팀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은 것을 야속하다 생각하지 않고 발걸음 서두른다. GPS팀에
서 휴대전화 문자연락이 왔다. 마당재로 내리시라고. GPS팀은 길팀이 도계능선으로 복귀하
기가 어렵다고 보고 미리 마당재로 내린 것이다. 그때 우리 길팀은 이미 해남고개 직전인
349m봉에 이르렀다. 당초 목표대로 간다고 회신한다.
이번에는 해마 님이 우겼다. 해남고개에서 왼쪽의 지능선으로 빠졌어야 하는데 가다보니 마
골산이 보이는 수롱동(水弄洞)고개까지 와버렸다. 저 아래 골프장으로 내려 그만 하산하기로
한다. 낙엽 수북한 사면을 지쳐 골프장으로 내려선다. 그런데 막상 미로로 구불구불한 골프장
도로를 따라 가자니 따분하거니와 봉골산 가는 능선이 바로 위에 있다. 욕심이 생긴다.
봉골산으로 간다. 골프장 3번 홀 지나 산속으로 들어간다. 도자 님 GPS는 아까부터 배터리가
나가서 아무 힘을 못 쓴다. 나침반 댄 지도에 눈 박고 간다. 봉골산은 잡목 우거진 산등성이
다. 한 차례 내렸다 바짝 오르면 △168.3m봉(삼각점은 장호원 416, 1988 재설)이다. 영진지도
는 이곳을 봉골산이라 하고 있다.
두메 님이 우리가 내릴 목인 현수5교 앞을 지키고 있다. 웃담 채석장으로 내려 그리로 간다.
16. 골프장에서, 맨 왼쪽이 도자 님
17. 봉골산 가는 길의 생강나무 꽃
18. 웃담 채석장
19. 매화
20. 매화
21. 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