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똥!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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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현관문을 나서는 할아버지를 보고 손녀 다연이가 물었다.
“꼭 알고 싶어?”
하고 할아버지가 물었다.
“네!”
열 살 손녀 다연이는 잠옷 바람으로 할아버지를 따라나설 듯했다.
“산에 간다!”
“뭣 하려고?”
“똥 누러 간다!”
“왜 산에서 똥 누워요?”
“멧돼지들이 먹을 게 없으니 할아버지가 똥 누워줘야 멧돼지들이 살지!”
“산에 멧돼지 있어요?”
“많지!”
하고 말한 할아버지는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
“따라오지 마!”
신발을 신고 따라나선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말했다.
“할아버지!
똥 누는 것 보고 싶어!”
“지켜보고 있으면 똥이 안 나오지!”
하고 할아버지는 말하더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손녀도 포기하지 않고 할아버지 뒤를 따라왔다.
“오지 말라니까!”
“나도 가고 싶어요!”
손녀는 포기하지 않고 할아버지 뒤를 따라 산길을 올랐다.
“할아버지!
가시 있어요!”
“그러니까 따라오지 말라고 했지!
다시 집으로 돌아가!”
하고 말한 할아버지는 나뭇가지를 헤치며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같이 가요!”
손녀는 포기하지 않고 할아버지 뒤를 따랐다.
“가시에 찔리고 넘어진다!”
"할아버지!
넘어졌어요."
손녀는 한참 따라오더니 결국 넘어졌다.
“할아버지!”
“거봐!
넘어진다고 했지!”
할아버지는 넘어진 손녀를 보고도 달려오지 않았다.
“일어나!”
다행히 숲은
나뭇잎이 쌓여 다치진 않았지만 볼에 작은 상처가 났다.
손녀는
할아버지가 집으로 가라는 이유를 조금 알 수 있었다.
..
“여기서
똥 누울 거야!
그러니까
집으로 돌아가!”
하고 할아버지는 숲에서 똥 누울 자리를 잡았다.
“안 가!
안 갈 거예요!”
“똥 냄새나고 멧돼지 나올 거니까 빨리 돌아가라니까!”
“멧돼지가 어디 있어요!”
손녀는 숲에 멧돼지가 없다고 단정 지었다.
“정말 있다니까!”
“없어요!”
손녀는 대답하면서 할아버지가 똥 누는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다.
“가까이 오면 할아버지 똥이 안 나온다!”
“왜?”
“누가 보면 똥이 안 나오지!”
할아버지는 똥 누는 모습을 손녀가 보는 게 부끄러웠다.
..
“어디 보자!”
손녀가 넘어지면서 다친 곳을 찾았다.
“안 다쳤어!”
손녀는 정말 하나도 안 다쳤지만 얼굴에 빨간 자국이 있었다.
“나뭇가지에 한 대 맞았군!”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하자
“응!”
손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숲길을 걸을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해!
나뭇가지와 가시가 자신을 보호 가기 위해서 사람을 공격하니까!”
할아버지는 똥을 누고 내려오는 길에 손녀에게 숲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을 말해주었다.
..
“할아버지 멧돼지가 똥을 먹으러 와요?”
손녀는 할아버지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럼!
할아버지가 똥을 누면 나무뿌리가 먹기도 하고 또 멧돼지나 다른 동물들이 나타나서 똥을 먹지!”
“다연아!
산에서 똥 누울 때는 주변을 잘 살펴야 해!”
“왜?”
“똥 냄새를 맡고 제일 먼저 똥파리들이 날아온단다.
다음에는
똥을 좋아하는 멧돼지가 달려올 수도 있으니까!”
“네.”
손녀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산길을 조심조심 내려왔다.
“할아버지!
다음에도 또 산으로 똥 누러 갈 거예요?”
하고 손녀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시골에 오면 항상 산에 가서 똥을 누지!”
“그래서
산에 오면 똥 냄새가 나는 군!”
손녀는 손가락으로 코를 잡더니 말했다.
“산에 갈 때는
항상 주머니에 휴지가 있어야 해!”
“왜?”
“그래야
산에서 똥 마려 우면 눌 수 있지!”
“하하하!
할아버지는 똥 쟁이!”
손녀는 숲에서 크게 외쳤다.
“하하하하!
할아버지가 숲에서 똥 누는 것을 들키다니!”
할아버지도 크게 웃었다.
할아버지는
손녀 손을 잡고 숲에서 무사히 내려왔다.
..
“미안하군!”
할아버지는 숲에서 똥 누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아무도
가지 않는 숲으로 들어가 똥 누는 게 잘못인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숲에 거름을 준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연아!
할아버지는 숲에서 똥 누며 숲이 주는 선물을 생각한단다!”
“숲이 어떤 선물을 주는데?”
“맑은 공기도 주고 눈을 편안하게 해주기도 하지!
그리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숲이 이야기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어!”
“숲이 이야기한다고?”
“그럼!”
할아버지는 손녀 손을 잡고 할아버지 성묫길에 나섰다.
“나비다!”
“어디! 어디!”
손녀는 할아버지 말을 듣고 나비를 찾았다.
“금방 날아갔어!”
하고 할아버지는 날아간 나비를 찾았다.
“저기 있다!”
눈이 밝은 손녀가 나비를 찾았다.
“2월인데도 나비라니!”
할아버지는 아직 나비가 나올 때가 아닌데 하고 생각했다.
“나비!
잡고 싶다!”
손녀는 날아가는 나비를 쫓았다.
하지만
나비를 잡지 못했다.
앞서거니 뒷 서거니
할아버지와 손녀는 산길을 걸어서 조상들의 묘소까지 갔다.
“할아버지!
호수가 너무 예뻐요!”
손녀는 호수에 물을 보더니 말했다.
호수는 공사 중이라 물이 조금밖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호수에 담긴 물은 에메랄드 빛을 내고 있었다.
“호수가 참 예쁘다!”
“할아버지!
물이 왜 조금밖에 없어?”
“호수에 흙을 퍼내기 위해서 일부러 물을 뺀 거야!”
“그렇구나!”
손녀는 호수가 맘에 들었다.
“수영하고 싶어요!”
“저수지에서 수영한다고!
다연이가 이제 자연인이 되었구나!”
“네!”
“다음에는
숲에서 똥도 눌 수 있겠다!”
“네!”
손녀는 할아버지와 손잡고 가면서 즐거웠다.
..
산소에 도착한 손녀는
숲에서 화장실을 찾았다.
“저기 나무 아래서 싸고 와!”
할아버지가 말하자
“저기서!”
“그래!
화장지 줄까?”
“네!”
손녀는 급한지 화장지를 받아 들더니 산길을 달렸다.
“하하하하!”
할아버지는 속으로 웃었다.
“이제!
숲에서 급할 때 어찌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군!”
할아버지는 손녀가 무럭무럭 자라는 게 좋았다.
제주도로 돌아가면
또 언제 볼지 모르는 손녀가 할아버지는 좋았다.
“다연아!
할아버지가 숲에서 똥 누운 것 비밀이야!”
할아버지는 그날 밤 꿈에 나타난 손녀에게 말했다.
“네!”
다연이도 할아버지 비밀을 하나 알게 되어서 좋았다.
“우리 할아버지는 똥 쟁이!
숲에서 똥 싸는 것 다 봤어요!”
다연이는 머릿속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