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伊太利) 여행기

[墨湖 이 능재]

      이탈리아(伊太利) 여행기

   세는 나이로 77, 이른바 희수(喜壽)가 되었는데, 이를 아는지 내 생일에 맞춰 아들딸의 권유와 지원으로 이태리 여행을 하고 왔다. 2월 8일~ 2월 15일, 6박8일 이태리 일주 패키지여행.

  일본 중국은 말이 통하고 지리적으로 가깝고 여행경비도 덜 들어 여러 번 갔었지만, 이태리 등 유럽 쪽은 말도 안통하고 비행시간이 길며 비용도 많이 들어서 가본 적 없으면서도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딸 손녀딸 그리고 우리 부부 넷이서 이태리를 다녀오게 된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여행사 인솔자를 만나 일행 30여명과 함께 소련국적 SU 251便 으로 오후 1:10 경 출항, 비행기 내 안내스크린을 보니 중국 요동반도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등 상공을 거쳐 가게 되어 있다.

9시간 45분 비행 후 모스코바 공항에 도착, 통과여객 여권심사를 거쳐 같은 소련국적 SU 2404便으로 갈아타고 다시 약 4시간 비행 후 로마 공항에 도착하였다.

  눈인지 구름인지 알 수 없는 것 때문에 바이칼 호수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내 기억으로 세계제일의 담수호(淡水湖)이며 언젠가는 가보고 싶던 곳인데 비행기로 상공을 지나니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로마공항에 내리니 밤 10시가 넘었다. 서울과 로마의 시차는 8시간 이라 하는데 도대체 몇 시간을 비행한 건지, 서쪽으로 지는 태양을 따라 비행했기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오후에 출발,  환승시간 포함하면 17시간 이상 걸렸는데 날짜는 2월 8일 그대로였다.

  공항에는 현지 Guide 가 마중 나와 있는데 늘씬한 몸매의 30대 한국 여자, 원래 건축을 전공, 그 분야 일을 하다가 적성에 안 맞아 이태리 와서 공부하다가 이태리 남자와 눈이 맞아 결혼,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단다. 말도 재밌게 잘하고 이태리역사 등 관련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 같았다. 예약된 Idea Hotel에 도착 후 가이드로부터 내일아침 기상시간, 식사시간, 버스 타는 시간 등 이른바 작전명령(作戰命令)을 하달(?)받고 이태리 여행을 시작하였다.

  이태리여행 시작은 수도 로마. 2월9일 첫날 오전은 세계 최소국가이지만 가톨릭세계 최고 지도자 교황이 직접 통치하는 나라 바티칸, 성 베드로대성당 앞의 성 베드로광장 주위에 여러 부속시설들이 있는데 요소요소에 용맹하기로 이름난 스위스 군인들이 빨강, 노랑, 파란색으로 디자인된 독특한 군복에 자동소총을 들고 서 있었다. 온통 대리석으로 시공된 성당과 무수한 조각품, 그 유명한 미켈란제로가 그렸다는 천정 그림과 벽화, 광장 주변의 거대한 조형물들, 그 역사와 규모에 압도당하였다.

  오후에는 벤츠투어. 유적보호 등 이유로 대형버스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로마시내를 벤츠 회사에서 만든 미니버스를 이용해서 투어 하는 것인데, 스페인 광장과 근처의 트레비 분수, 원형경기장인 로마의 상징 콜로세움, 현재 로마시청으로 쓰이는 캄피돌리오 광장과 고대 로마 유허지, 영화 벤허에서 전차경주를 하던 잔디경기장, 로마 최고의 역사적 건축물 판테온 신전 등을 둘러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다음 날 2월10일, 이태리 남부 나폴리 주변 관광. 먼저 약 2000년 전인 AD 78년 마을 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도시 전체가 지하에 묻혀버린 폼베이 유적을 본 후 기차로 아름다운 항구 소렌토로, 소렌토에서 지중해 바닷물에 손발을 담가본 후 배를 타고 영국 다이아나 황태자비의 신혼여행지, 별장지 등으로 이름난 카프리 섬에 가서 푸른 지중해 바다에 둘러싸인 카프리 섬 절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배를 타고 아름다운 항구의 대명사 나폴리 산타루치아항에 도착, 거기서 다시 로마로 돌아갔다.

  세계 삼대미항(三大美港) 중에서도 첫째로 꼽히는 나폴리인데, 막상 도착해 보니 볼만한 경치가 없어서 가이드에게 물으니 항구에 들어올 때 보이는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는 얘기였다.

  카프리에서 나폴리까지 50분간 항해중 배멀미 염려 때문에 주변 경치를 보지 못하고 선실 의자에 자는 듯 앉아만 있던 것을 후회했다. 나폴리에서 산타루치아를 바라보며“잔잔한 바다위로~~ 나폴리라네~~ 산타루치아 잘있어~~”라는 노래를 하모니카로 불어보겠다던 내 꿈이 이렇게 무산될 줄이야...

  셋째 날 2월11일 부터는 로마 북쪽 피렌체, 피사, 밀라노, 베니스 등을 보게 되어 있다.

먼저 피렌체 가는 도중에 산악마을 <오르비에토>에 갔었는데,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는 <FUNIKULARE>라는 산악열차, 아름답고 웅장한 성당, 골목길 등이 인상적이었다.

  그날 오후엔 중세 르네상스 예술을 대표하는 예술문화의 도시, 미켈란제로와 문호 단테 등의 고향인 피렌체(영어명 플로렌스)에 가서 아름다운 붉은 색 돔으로 유명한 피렌체 대성당 등 중세건축물을 보고, 미켈란제로 언덕에서 강을 끼고 있는 피렌체 시가 전경을 바라보며 이곳이 왜“연인들의 종착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지 생각했다.

  그 다음 날 2/12(일)에는 갈릴레오가 두 개의 공 낙하시험을 했다는 피사 사탑 주변. 일요일 임에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1173년 착공 199년 후에 완공한 사탑도 놀랍지만, 그 옆이 있는 본당 피사 두오모 대성당도 이태리 어느 곳 성당에 뒤지지 않는 장대함에 놀라웠다.

  오후 밀라노에 가기 전에 들렀던 해안 마을 <친퀘테레>, 199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는 곳.

카프리에서 보았던 푸른 빛 지중해와 절벽 해안이 이어진 마을을 기차로 갔다 왔는데, 우리 제주도의 주상절리, 모슬포 근처 해안절경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경치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는 곳이었다.

  밀라노 방향으로 북상하는 도중에 버스 오른쪽 창 너머 멀리 길게 이어진 산맥이 보이는데, 산 중턱 마다 채석장이 보이고, 도로변 곳곳에 대리석을 진열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역시 대리석이 흔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밀라노는 이태리 최대 산업도시, 세계 패션의 중심지 밀라노는 저녁 무렵 들어가서 야경을 봤는데, 400년 만에 완공했다는 뾰죽뾰죽한 지붕의 밀라노 대성당은 세계 5대 성당중 하나라고. (나머지 5대 성당은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 런던**대성당, 스페인**대성당, 이스탄불**대성당이라나?)

  관광 마지막 순서인 베네치아(영어이름 베니스). 물의 도시, 수상도시 등으로 불리는 말처럼, 물 위에 떠 있는 도시였다. 중세에 외부 침략에 대비해서 백여개(118개) 섬을 다리 등으로 연결해서 만든 도시여서 장거리는 육로교통수단으로 왕래할 수 없고 7-8 인승의 곤돌라, 20인승 정도의“바포레토” 라고 부르는 수상버스 등이 이동 수단인 그야말로 물 위의 도시.

  “베니스 구경 제대로 하려면 길을 잃어라” 라는 말이 있다는 가이드의 말을 들었는데, 필자도 원하던 바는 아니었지만 미로처럼 얽힌 베네치아 골목길을 걷다가 길을 잃었었다. 그런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베니스의 모든 길은 아름다운 <산 마르코성당>이 있는 <산마르코 광장>으로 통하게 되어 있고, 요소요소에 그 광장으로 가는 표시가 되어있어서,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약속시간에 찾아갈 수 있었다.

  다음날 14일 베니스에서 모스코바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는데, 모스코바 공항 착륙 때 두세번 착륙 시도 끝에 간신히 착륙성공, 베니스에서 4시간 정도면 충분히 모스코바에 도착할 줄 알았는데 5시간 넘게 걸렸다. 나처럼 살만큼 산 노인은 죽음도 두려울 게 없지만, 손녀딸 같이 젊은 사람들은 어쩌나 걱정도 했었는데 무사히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태양이 이동하는 반대방향으로 비행하는 것이므로 인천공항 도착하니 2월 15일. 그래서 6박8일 이태리 여행이 된 것이다.

  이태리는 겨울철에 비가 많고 쌀쌀해서 여벌 옷 등 준비를 많이 해야 하며 소매치기 천국이니까 조심해야 한다는 여행사 안내였는데 다행히 날씨도 좋았고 사고도 없었다.

  일행 30 여명 가운데 우리 부부가 단연 최고령이었는데, 지친 기색도 없이 잘 다니니까 젊은 동행자들이 자기들은 70세 까지만 여행하려 했는데 어르신들 보니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며 부러운 표정으로 추켜 주는 바람에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된 것 같았다.

  아무리 좋은 곳을 다녀도 여행 끝 무렵 생각나는 유명한 이태백(李太白)의 시 구절(詩句)을 모방해서“이태리가 아무리 좋다 해도 집에 일찍 가는 것만 못하네”(伊國雖云樂 不如早還家- 이국수운락 불여조환가)를 음미하며 아들이 차를 갖고 와 기다리는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170216 墨湖 記)

[墨湖 이 능재]

오래 되면 여행했던 기억들이 사라질까 해서 서둘러 작성하다보니, 오탈자가 많아서 수시로 수정 보완코자 합니다.

[현원(김화현)]

77세 희수를 축하드립니다. 저도 이태리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선배님의 여행기를 보니 지명이 가물가물한 곳도 있지만 다시 새롭게 여행을 한 기분입니다. 아직도 이렇게 여행기를 쓰고 계시니 한 없는 청춘이십니다. 언제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墨湖 이 능재]

多才多能한 玄圆이 이태리 여행기를 썼다면 더 재밌게 썼을것이고, 난 더이상 쓸게 없었을지도 ... 唐나라 시절 李太白이 양자강변에 있는 유명한 黄鹤樓에 올라 诗를 지으려다가 먼저 다녀간 崔顥(최호) 라는 시인이 지어 써붙인 七言絶句를 보고 作诗를 단념, 모자를 벗고 예를 표하고 그냥 돌아갔다는 故事처럼 ... 항상 잘봐 주셔서 多谢 ~

[유영진]

반갑습니다 매사를 보는가 하면 무었이든 느끼면서 보고 느낀것을 정리하여 함께하시는 모습 너무 자랑스럽습니다,희수연을 가장 보람있게 잊을 수 없는 여행으로 장식하신 회원님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행사를 함께한 따님과 아드님 모든 가족에게 칭찬을 드립니다, 회원님의 부지런함과 그 정신력은 건강관리에 큰 힘이 될것이니 항상 건강하시고 가족의 사업번창을 기원함니다, 3웛 회보에 널리 알리겠읍니다,감사함니다,

[墨湖 이 능재]

회보에 싣는 것은 좀... 보잘것 없는 사람 글 .. 자주 실리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이미 공표된 글이니까... 싣는다면 뒤쪽 여백 채우는 정도로 .. 부탁드리고 싶군요.. 그리고 부지런함이라 하면 유 총장의 부지런함 따라갈 수 있나요? ㅎ ㅎ 댓글 감사합니다.

[백록담/백철기]

이태리 여행기 조금은 늦어지만 잘 보았습니다.
제 생각에서는 사진이 한두장이라도 있었면 더욱더 좋았을 것을 생각하며 회수의 연세에도 10시간이라는 비행을 할수있다는것이 부러울 뿐입니다. 선배님 항상 건강하세요.

[墨湖 이 능재]

문장속에 사진 넣는방법 몰라서 ᆢ
언제 백록담에게 배워야죠 ᆢ

[백두산]

墨湖 이능재 선생!!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태리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아주 소중한 인생의
기록으로 남겠습니다.

전화로 본인이 중국 만리장성에서 불렀던 이태리가요
산타루치아와 오! 솔레미오 이야기는 장황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다음 만나게 되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본인은 지난 연말, 짧은 일정으로 조선일보의
'대마도 역사탐방'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매우 유익한 역사탐방여행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몇 컷을 이 사아트에 올리겠습니다.
예쁜 마음으로 한 번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墨湖 이 능재]

백두산 선배님의 산타루치아 歌唱실력 ᆢ
잠깐 전화로 들어봤는데 놀랍던데요ᆢ언제 직접 들어보고 싶습니다 ᆢ감사합니다 ^^

[墨湖 이 능재]

의외로 많은 동우님들이 읽어주시는 듯..
이럴줄 알았으면 좀더 신경써서 쓸걸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미 지나간 일.. 읽어주신 동우님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