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 놀러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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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은 6쪽마늘이 유명하다. 일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 해미읍성에 상설장을 꾸리는 축제가 열린다는 소문이 들려와 다시 방문했다.
다른 축제와는 달리 6쪽마늘의 효용과 마늘의 우수성을 알리는 음식들 코너가 모인 특설무대 주변과 마늘을 구입할 수 있는 장터가 해미읍성 내부를 가르는 길을 중심으로 나뉘어져 운영되고 있었다.
다른 장터같이 술과 밥을 같이 파는 수많은 음식점과 퓨전 음식을 전문적으로 파는 푸드 트럭들이 없어 전반적으로 해미읍성의 본래적 성격을 잘 살린 정갈한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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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마늘을 파는 장터에서는 오전부터 마늘을 구매하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는데, 방문객에게 6쪽마늘을 건네는 농부들의 표정이 무척 밝아보였다.
그 주변으로 해미읍성이 자랑하는 오랜 수령의 느티나무들 아래에 만들어진 나무의자에 해미읍에 기거하시는 노인들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런 풍경을 편안하게 구경하고 계셨는데 이 또한 새로운 풍경을 더해주었다.
서산시 공무원들로 보이는 남녀 한 팀은 6쪽마늘의 우수성을 알리는 각종 학술적 자료와 먹거리를 만들어 왔는데 지방 공무원들의 농촌 살리기 일환의 적극적인 홍보 활동 또한 당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척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행사를 준비하는 요원 중에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점 또한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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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뭐니뭐니 해도 놀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특설 공연무대가 차려진 곳으로 간다. 본격적인 리허설이 끝나고 막 시작된 공연을 보러 객석 중간쯤에 자리를 잡는다. 맑은 목소리의 여성 사회자의 진행 솜씨가 돋보였는데 나이가 못해도 육십은 넘어 보이는데도 흐름이 끊기지 않고 매끄럽다. 아마도 출람지청을 직접 실현하며 사시는 것이 생활신조인 듯 여겨지는 분이다.
남녀혼성 4인조의 팝송, 7080세대의 대학가요 등의 중창이 있었고, 첼로, 플루트, 전자오르간의 3중주와 개인 연주, 국악 중창단, 장구 난타팀, 발리 댄스, 트롯트 열창 등이 쉼없이 이어지며 열기를 띄웠다.
덩달아 객석에 앉은 나와 아내는 손바닥이 부르터라 해병대 물개 박수를 치며 열기에 편승했다. 즐거웠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고 연주나 노래가 끝나면 무대를 향해 열띤 응원의 박수를 전달했는데 젊은 날 대학축제가 어렴풋이 떠오르며 흥분도 더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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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위한 화합의 장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다.
사회자가 신나는 음악으로 마무리를 할테니 모두들 나와서 신나게 흥을 돋우다 가라고 권한다.
가수가 나오고 요즘 유행하는 트로트를 신나게 불러제낀다.
사회자도 가수 옆에서 춤을 추며 흥을 돋우고 이미 차례가 끝난 공연자들도 무대 앞에 넓게 마련된 공간에서 신나게 춤을 추자 객석 앞줄에 앉아 있던 노인들이 하나 둘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객석 중간쯤 앉아 노래를 따라 부르던 우리 부부도 흥에 겨워 박수만 치다가 객석 옆으로 빠져나가 선 채로 박수를 치며 흥을 돋군다. 아무튼 신났고 막판에 모두들 흥에 겨웠다. 흥에 겨워 문득 눈여겨 보노라니 무대 앞을 채운 이들은 모두 백발이 성성하고 돌리는 허리는 이제 굳은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모두 흥을 만끽하고 있다. 아내는 아직 그 자리에 끼일 역량이 안 되는지 한사코 거부한다.
해미 육쪽마늘 축제의 장에서 노인들은 말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게 맞긴 맞는 말인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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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을 나와서도 읍성 둘레로 무대를 만들고는-주말마다 상설적으로 공연을 한다고-각종 트럼펫 연주실력을 발휘하는 노년층들의 분발은 여전하고 건재했다. 과연 전통적으로 흥과 멋을 제대로 아는 민족임에 틀림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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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인데 이 기간 축제로 4억 2천만 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서산 6쪽마늘 만세!
(20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