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꽃향기와 무용담
숙모는 제인이 벤을 생각하면 그때마다 꽃향기가 났다는 말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벤은 자신이 이미 죽은 사람으로 묘비에 기록된 것으로 아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숙모는 이상하지 않다는 듯 의미심장한 웃음을 웃었다.
벤은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없어 모른다며 물어보고 싶은데 제인이 언제 오느냐고 물었다.
“벤~ 내일이 주일인지 몰라?”
“예? 주상절리에서는 밖에서 흘러가는 날짜 개념이 없어서 모르고 지내요.”
“아 그렇겠구나. 내일만나서 궁금증도 풀어보고 기쁨을 나누고 가면 좋겠다. 그런데 벤이
제인을 만나면 집에 안 갈지도 모르겠는데? 하하하.”
“예? 왜요?”
“그건 이유는 몰라 안 가르쳐 줘 하하하.”
숙모의 말에 가족이 모두 의미심장한 웃음을 웃자 벤은 한 생각이 떠올랐다.
체르노빌의 말대로‘이성에게서 느껴지는 꽃향기는 사랑’이라는 말이었다.
벤 역시 제인과 필릭스등 동생들이 요하나 누나를 보면 향수를 뿌렸느냐며 꽃향기가
난다고 했을 때 그때마다 요하나를 좋아해서 나는 향기라고 말했었다.
그 후로 벤은 군 입대를 해서 최 전방전선에 투입되고 전쟁이 임박하자 보초를 서는데
이상하게 요하나를 생각하면 꽃향기가 났었다. 며칠 전도 요하나와 결혼여부를 정리
하려고 떠나오기 전날에도 요하나가 갓 나온 빵을 들고 곁을 스칠 때도 빵 냄새가 아닌
꽃향기가 난 것을 떠올리자‘사랑일까?’라고 생각했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거나 어려움이 닥칠 때나 요하나가 아프거나 그런 때도 요하나의
머리 냄새를 꽃향기로 맡았던 일. 그런 일을 떠올리자 제인이 자신을 좋아해서 나는
꽃향기라고 해석되었다. 하지만 제인이 맡았다는 꽃향기는 묘비에 가족 전체가 죽은
사람들이라 다소 엉뚱한 연결고리 같아 ‘이건 아니다’ 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숙모와 삼촌도 제인이 벤을 마음에 두고 있어 죽었든지 살아 있든지 벤을 좋아하는 마음
에서 나는 꽃향기 일거라 생각하며 제인을 놀렸는데 이번엔 벤을 만나자 놀리는 웃음이었다.
벤이 어색해하자 숙모와 삼촌은 다시 지난이야기로 돌아갔다. 헤이든도 함께하며 잠깐씩
무언가를 기록했다. 벤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피난 가족사를 들려주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벤과 헤이든은 아직 미진한 막시의 소식이 궁금해서 물었다.
키예프는 막시와 가장 가까운 사이로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시에 대한
것은 발설하지 못하는 일급비밀에 속해있었다. 누가 알아내려고 접근하는 것도 차단해야 했다.
목사님께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두려워 꽁꽁 숨겨두고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았던
이야기였지만 이젠 전쟁도 끝났으니 숲정이 가족사라 생각하고 들려주었다.
“막시는 전쟁이 끝나면 부서진 건물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건축에 필요한 자제와 공구와
기계들을 만드는 종합건축회사를 만들었다. 지혜가 특별히 뛰어난 막시는 스스로 모병관이
된 것처럼 자기의 뜻을 상관에게 설명했다. 상관은 좋은 취지라며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아무도 모르게 막시를 도와 회사가 탄생했다.”
헤이든과 벤은 전쟁 후에 벌어질 일까지 계산하는 비상한 머리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1915년 1차 대전 중에 세운 회사를 확장 시켰다. 건설과 건축자제와 기계부분 등으로 나누며
회사가 커지자 상관은 질투를 느껴 제대를 하겠다면서 사업권을 자기에게 넘기라고 했다.
하지만 막시는 완강히 거절을 했다. 상관은 친구이자‘국가비밀경찰‘프로이센’에게 비밀을
폭로 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끝내는 비밀리에 실행에 옮겼다.”
“주여~”
벤과 헤이든 그리고 엘리부부와 숙모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고 위험에 처한 막시가 어떻게
되었는지 생사가 궁금했다. 지금껏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막시였기 때문이었다.
삼촌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런데 이 사실을 유일하게 알아낸 종군기자가 있었는데 취재를 나갔다가 다쳤었다.
급히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 막시가 자기차로 병원으로 급히 옮겨 도와주었는데 감사
하다며 프로이센과 상관의 계획을 알려 주었다.”
헤이든이 물었다.
“예? 그럼 혹시 종군기자가 손가락 부상을 당했었나요?”
“어떻게 아십니까?”
“하하하 그때 제가 종군기자를 데려온 막시를 보았는데 첫눈에도 인간미가 넘쳐 보였습니다.”
“맞아요. 막시가 냉정해 보여도 그 안에는 크고 깊은 사랑이 넘치는 조카입니다.”
벤은 조금씩 막시에 대한 긍정이 자라고 있었다. 키예프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막시는 프로이센 비밀경찰에 쫓기는 사실을 알고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밀
아지트에서 비밀조직 보스와 함께 상관과 프로이센을 죽이기로 결정을 내렸다.
회사를 상관에게 넘겨주면 자신이 하던 일에 대한 엄청난 피해와 생명의 위협까지
닥칠 것을 생각했다.”
“하리코프, 이 둘을 제거하지 못하면 너와나 그리고 우리 조직은 끝장이다. 그뿐만 아니라
네가 알다시피 회사와 조직원 중에 누구하나라도 잡히거나 발설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명심하고 완벽하게 제거해라.”
“옛!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지트가 이미 프로이센에게 발각되었고 프로이센은 선수를 쳐서 막시를 제거 하려고
아지트에 불을 질렀다. 퇴로가 차단된 아지트 안에서 막시는 자욱한 연기에 질식 직전에 이르렀다.
빨리 빠져 나가고 싶었지만 불길은 거세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막시 목사님. 정신 차리세요. 목사님.”
“보스는 자기 옷을 벗어 물에 적셔 막시에게 둘러씌웠다. 하리코프는 화재로 무너지는 목재를
팔과 다리 온몸으로 막고 걷어차며 막시를 업었다. 막시는 보스의 목을 감싸 안았다.
보스는 목과 얼굴에 심한 통증을 느꼈지만 참고 무너지는 목재를 뚫고 밖으로 나왔다.”
“주여~”
“그 찰나에 밖에 서있던 프로이센과 상관을 마주쳤다. 프로이센은 허리에 찬 총에 손이가고
상관과 함께 한발 한발 다가오며 말했다.”
“하하하 어리석은 막시 목사야 네 생각이 너무 짧구나. 순순히 내놓지 못하고 죽음을 불렀으니
네가 원하는 천국으로 가라. 회사는 이제 내거다. 보스는 무릎을 꿇고 내게 복종하라
목숨만은 살려주지.”
“보스는 퇴로가 차단되고 종합건축회사의 비밀을 유지하려면 프로이센과 상관을 죽이거나
함께 같이 죽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보스는 정신을 잃은 막시를 천천히 내려놓고
항복의 두 손을 들었다. 보스는 프로이센을 안심시키며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가깝게
다가오도록 유도를 했다.”
모두는 숨을 죽이며 키예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였다. 보스는 프로이센이 총을 뽑기보다 빠르게 달려들어 두 사람을 막강한 힘으로 부둥켜안고
불속으로 뛰어들었다. 함께 죽기로 작정을 하고 불이 붙은 기둥을 발로 차 쓰러뜨리고 두 사람을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들도 하리코프를 놓지 않았다.”
“주여~”
“하리코프는 죽을힘을 다하여서 빠져 나왔는데 기둥에 깔린 두 사람은 죽고 보스는 몸과 얼굴에
화상을 입고 달려온 조직원에 의해 재빠르게 병원으로 이송되고 사건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되었다.”
“주께서 살리셨습니다. 아멘~”
“아멘~정신이 든 막시는 보스를 큰 병원으로 옮겨 몇 차례나 수술을 하고 조금씩 나아졌다.
하지만 막시는 보스를 볼 때마다 생명의 은인이라며 고맙고 미안하다고 하자 보스는 웃으며 말했다.”
“목사님께서 저를 볼 때마다 너무나 미안해 하셔서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어떡하지?”
“복면을 하고 다니면 되겠지요.”
“막시는 그렇게 여유롭게 웃으며 충성하는 마음에 감동을 받았는데 어느 날 말 그대로 보스가
복면을 하고 만났다. 그 모습을 보자 막시는 또 한 번 감동으로 별칭을 붙여주었다.”
“뭐라고 지었는지 별칭이 궁금한데요?”
“하리코프. 정말 목숨도 아깝지 않게 나를 지켰던 우크라이나 청년 자네이름을‘복면신사’라고
부르면 어때?”
“목사님. 천지창조 때 아담이 다가오는 동물들을 부르는 것이 이름이 된 것처럼 목사님께서
부르시는 것이 곧 제 이름입니다. 복면신사 정말 멋진 이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키예프의 말이 끝나자 모두는 막시와 하리코프의 멋진 무용담과 보스의 충성에 존경과 박수를
보냈다. 키예프가 끝으로 말했다.
“하지만 막시가 만든 건축 회사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그 자세한 이야기는 나하고
쌍두마차인 하리코프와 막시만 알고 있었다.”
키예프의 말에 헤이든이 웃으며 말했다.
“키예프씨 희미하게나마 저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예? 어떻게요?”“제가 전직 기자로 종군기자와 친구라고 했지 않나요?”
“아~ 그럼 그 친구가 아는 것은 다 안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하하하...그 비밀을 감추려고 했는데 숨겨야할 필요가 없겠네요.”
“예. 이미 전쟁도 끝났고 독일이 막시밀리언을 체포해서 포로나 군인들을 빼돌려 고향으로
돌려보냈다고 처형을 한다면 전 유럽에 퍼진 크리스찬 청년들이 처형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고,
반대급부로 막시 밀리언의 훌륭한 인류애는 유럽을 떠나 인류의 영웅으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엘리 목사가 말했다.
“역시 내가본 막시는 이 시대가 필요한 모세였다. 할렐루야.”
벤은 삼촌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꾸만 ‘하리코프’라는 이름이 아는 사람처럼 들려 왔다.
첫댓글 종반을 향하는 목요 소설
우세종 우크라이나인 하리코프의 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