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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사랑방∬ 스크랩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느 아버지의 일기
연해 추천 0 조회 18 08.01.08 19:5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느 아버지의 일기.


1일차(08/01/07)


전날 맥주를 한잔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전에 군대에 다녀온 선배로서(물론 엄청 변화가 되었겠지만)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사단체육대회에서 대대 마라톤 선수로 출전해서 포상휴가 나온 이야기,

동계훈련한 이야기,

100km 24시간 행군한 이야기 등등....

아들은 아직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입영 전야를 집에서 보내고(착하게도).......


요란한 알람소리에 용수철처럼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니

아침 6시였다.

아들 방에 가보니 아직 자고 있었다.

아마도 긴장이 되어 잠이 잘 오지 않아 늦게 잠이 든 모양이었다.

품안에 자식으로 커 온 아들이 어느새 대한민국의 어엿한 청년이 되어

군대에 간다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근데 다 큰 아들이 군에 가는 것이 불안하거나 염려스럽기도 할텐데

전혀 티를 내지 않는 아내가 또한 대견스럽기도 하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입영버스가 있는 곳으로 바래주기 위해서

집을 나서는 데,

한번이라도 사랑하는 아들의 얼굴을 더 보려고 아내가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어느새 엘리베이터는 도착했고,

아들과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가 싶더니

다시 문이 열린다.

“필승! 잘 다녀오겠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아들이 엄마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아내는 아들을 끌어안고 건강하게 군대생활 잘하고 오라고

어깨를 다둑거려 준다.

‘녀석! 반듯하게 잘 자라주었구나. 저런 인사도 할 줄 알고....’


아들은 동반입대를 신청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도 초등학교 동기가 같은 날  같은 장소로 입대를 하게 되었고,

그래서 초등하교 동기 3명이서 훈련소까지 배웅을 해준다고 부모님은 오실 필요가 없다고 하는 아들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11시 쯤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들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느냐면서....

이제 간지 몇 시간되었다고 벌써부터 호들갑이냐고 나무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아침과는 달리 아내의 목소리가 힘이 없고 울먹이는 듯 했다.


1시 20분쯤 되었을까

“필승! 다녀오겠습니다.”라는 힘찬 구호와 함께 아들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다.


아내를 위로해야겠다고 일찍 퇴근해서 집에 오니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친정 엄마에게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선다.

역시 마음이 우울할 땐 엄마의 따뜻한 품속이 그리운가 봐.

나 혼자 아들의 방을 이리 저리 돌아다보니 아내가 깨끗이 치워놓았다.

아마도 아들의 방을 정리하면서 자식생각에 많은 눈물을 쏟았으리라.

그제서야 아들을 군에 보낸 것이 실감이 났다.

아들의 침대에 누워도 보고,

아들이 쓰던 컴퓨터와 기타도 만져보고....

갑자기 아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1박2일 일정으로 야간열차를 타고 태백산 일출산행을 갔던 일,

울산 근교 등산을 하면서 인생에 대해서 아빠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던 일,

산행을 하면서 아들과 나눈 대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등산 가기 싫을텐데 함께 하는 이유를 물었을때,

“아빠! 솔직히 아빠와 등산하는 것이 힘들고 싫어요.

그래도 따라나서는 이유는 아빠가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자꾸 거절하기도 힘들고... 한편으로는 좋은 점도 있어요.

이렇게 땀 흘리면서 아빠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아요.”

아들아!

난 그때 아들이 몸만 건강한 것이 아니라 정신도 아주 건강하게 참으로 잘 자라주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단다.

아들아! 사랑한다.

오늘은 전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고 힘들었을텐데,

잘 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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