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205. 중소 범지, 부처님께 귀의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타 죽림정사에 계셨다.
중소(重巢)라는 범지가 저 수마갈타(須摩竭陀)못 언덕 위에 살고 있었는데, 그는 대중 속에서 이렇게 외쳤다.
“내가 말한 게송을 누구라도 능히 분별해서 그 뜻을 나타내 보일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그의 제자가 되겠다.”
당시 여러 비구들이 식사할 때가 되어서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왕사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했는데, 걸식을 마치고 돌아올 때, 도중에 수마갈타못 언덕을 지나다가 저 범지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는, 곧 절에 돌아와서 옷과 발우를 거두고 손과 발을 씻은 후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수마갈타못 언덕에 있는 범지 중소가 이러한 말을 하였습니다.
‘내가 말한 게송을 누구라도 능히 분별해서 그 뜻을 나타내 보일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그의 제자가 되겠다.’
부디 세존께서는 그 못에 가 보십시오.”
여래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신 후 여러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서 그 못에 가셨다.
범지 중소는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높은 자리를 마련한 뒤 부처님께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소서.”
여래께서는 그 자리에 앉으시면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듣건대 그대 스스로
‘내가 지은 게송을 누구라도 분별해서 그 뜻을 나타내 보일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그의 제자가 되겠다.’고 했다는데,
그런 사실이 있는가?”
범지가 대답하였다.
“실로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부처님께서 또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지은 게송의 구절을 지금 나를 위하여 외우라. 내가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고 설명하리라.”
그러자 범지 중소는 다시 높은 평상을 깔고 그 위에 앉아서 스스로 게송을 말하였다.
만일 비구로서
석가의 제자라면
마땅히 법답게 하여서
청정하게 생활하고
온갖 중생들을
괴롭히지 않아야 하리.
착하지 못한 법을
마땅히 모두 멀리 여의고
뜻을 청정하게 지키며
받은 계율 잘 수호하고
이와 같이 조복해서
선정과 지혜를 따르리.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만약 그렇게 알맞게 해서
따르고 실천 수행하면
착한 대장부 중에서도
그대가 가장 훌륭하리라.
비구가 고요한 곳에 처하면서
청정하게 스스로 조복하고
중생들을 해치지 않고
온갖 악을 멀리 여읜다면
이와 같이 조복하는 자는
선정과 지혜를 따르리라.
부드럽고 착한 마음에서
몸과 입으로 나쁜 짓 짓지 않고
3업(業)을 잘 껴잡을 수 있다면
선정과 지혜에 따른다고 칭하리.
세상의 복밭이 되기 위해서
발우 가지고 집마다 걸식하며
마음을 단속하고 염처(念處)를 닦아서
겸손하고 자기 몸을 낮추고
애욕을 버리고 탐냄을 버리면
그 때문에 두려움 없음 얻네.
그때 범지 중소는 게송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구담은 참으로 나의 마음을 아시는구나. 나는 지금 삼보(三寶)에 귀의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디 여래께서는 제가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허락하시자 그는 출가해서 도를 위해 구족계(具足戒)를 받았으며, 사문이 되어서는 부지런히 닦고 익혀서 온갖 번뇌를 끊고 아라한을 성취하였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