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기자본이 올해 국내 증시에서만 배당으로 챙겨가는 돈이 5조원을 넘는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MSCI한국지수 기준 12월 결산법인들의 배당 총액은 지난해(12조7,000억원)보다 1조원가량 늘어난 1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MSCI한국지수는 약 90여개의 국내 상장종목으로 구성된 것으로 이들이 국내 12월 결산법인 배당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94%에 이른다. 지난해 479개 국내 12월 상장사들의 배당 총액은 약 13조5,000억원 규모. 따라서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올해 배당 총액은 1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배당 총액이 증가하면서 국제투기자본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배당액도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그들의 배당액은 총 4조9,671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36.82%에 달했다. 지난해 배당 비중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외국인이 올해 챙겨가게 될 배당금은 5조2,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000억원 이상 많은 것이며 2007년(5조6,000억원)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문제는 외자 지분율이 높은 상장사의 경우 배당에 대한 욕구는 다른 상장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데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외국인은 외환은행을 비롯한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중간배당을 통해 이미 1조원 이상을 받아갔다.
KB투자증권이 배당수익률 상위 종목으로 꼽은 상장사 15곳 중 외자 지분율이 30% 이상인 곳은 SK텔레콤(43.84%) S-OIL(45.67%) 동국제강(36.54%) 웅진코웨이(50.65%) 한라공조(79.46%) 빙그레(37.96%) 등 6개나 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 위기로 외국투자기관들의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국제투기자본의 배당에 대한 요구는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유럽 위기 이후 국내외를 막론하고 배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외국투자가의 경우 최근의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이전보다 강도 높은 배당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해외주식의 한 세일즈 담당자도 "2007년 이전 배당 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의 배당액 비중이 40%를 넘어섰다"며 "이를 감안할 때 배당을 높이라는 외국인의 압력을 앞으로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올해 상반기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이 가져간 투자소득이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자소득지급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 오른 83억3천270만달러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액수를 기록했다.
투자소득지급액이란 한국에 머문 기간이 6개월 미만인 비거주자가 국내에 직접투자, 증권투자 및 기타투자를 통해 얻은 이자와 배당금 등을 의미한다.
상반기 기준 투자소득지급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사상 최고치인 106억6천52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2009년 2분기 65억3천260만달러로 절반가까이 떨어졌으나 2010년 77억8천620만달러, 2011년 83억3천270만달러로 다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투자소득지급액이 늘어난 것은 외국인에게 돌아간 배당금이 꾸준히 증가하는 데서 기인했다.
투자소득 배당지급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지난해 1분기 11.7%, 2분기 37.5%, 3분기 21.6%, 4분기 131.2% 올해 1분기 26.3%, 2분기 4.9% 등 2009년 4분기부터 2년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소득 이자지급액은 지난해 1분기 -9.4%, 2분기 30.7%, 3분기 -0.8%, 4분기 -9.2%, 올해 1분기 -11.9%, 2분기 14.0% 등 등락을 반복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이 국내 직접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직접투자소득지급액은 37억6천430만달러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투자소득지급액은 35억7천360만달러로 2008년 44억3천590만달러 이후 3년만에 가장 많았다. 반면 기타투자소득지급액은 9억9천480만달러로 지난해보다는 소폭 늘었으나 2009년 17억6천54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자 및 배당 소득을 뜻하는 투자소득수입은 81억9천2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투자소득수지는 1억4천25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뚝 떨어졌던 기업 이익이 점차 늘고 배당 여력이 커지면서 외국인에게 돌아가는 배당 수익도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투자소득지급액 추이 (단위: 100만달러)
|
투자소득지급 |
직접투자소득지급 |
증권투자소득지급 |
기타투자소득지급 |
2005 |
6,981.8 |
2,396.5 |
3,334.4 |
1,250.9 |
2006 |
8,180.9 |
2,614.0 |
4,040.5 |
1,526.4 |
2007 |
5,519.5 |
3,397.4 |
5,280.9 |
2,640.9 |
2008 |
10,665.2 |
3,327.1 |
4,435.9 |
2,902.2 |
2009 |
6,532.6 |
2,392.5 |
2,374.7 |
1,765.4 |
2010 |
7,786.2 |
3,349.0 |
3,458.4 |
978.8 |
2011 |
8,332.7 |
3,764.3 |
3,573.6 |
994.8 |
(자료: 한국은행)
배당금ㆍ이자 지급액과 수입액 (단위: 억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