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이후 미국 대외정책-대북정책을 중심으로
민태은 정성윤(통일연구원 국제협력연구실)
요약
일반적으로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국내 문제가 캠페인의 주요 쟁점사안이다. 이번 중간 선거에서도 의료보험, 빈부격차, 불법이민자, 그리고 인종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 문제가 쟁점사안이었다. 이들 쟁점사안은 지난 많은 선거에서와 같이 미 유권자들의 세금과 복지국가에 대한 근본적 이견과 관련된 것들이다. 반면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외정책은 비교적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하는 핵심 사안은 아니었다.
따라서 유권자의 관심이 낮았던 대외정책이 의회 지형변화로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어떤 법안이든 원칙적으로 양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반대하더라도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외교정책이 결정되기 어렵다. 또한 안보와 외교정책은 제도와 관행 면에서 상원과 대통령이 주로 결정한다. 무엇보다도 민주당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협상을 통한 비핵화 정책에 반대할 명분과 대안이 부족하고, 그간 행정부의 대북정책 목표와 방법론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성급한 과도적 합의를 할 가능성은 경계할 것이다.
I. 서 론
미국의 중간선거가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의 평가로 여겨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18년 중간선거는 트럼프지지 진영과 반(反)트럼프 진영 간의 힘겨루기로 요약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전이었다. 결과는 예측된 대로 하원은 민주당이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었다. 이러한 의회 지형변화가 미국의 대북정책 및 북한의 비핵화 전략에 변화를 가져올까? 중간선거 결과가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대북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거 주요 쟁점사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II. 중간선거와 대외정책
1. 중간선거 쟁점 외교사안
일반적으로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국내 문제가 캠페인의 주요 쟁점사안이다. 이번 중간 선거에서도 의료보험, 빈부격차, 불법이민자, 그리고 인종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 문제가 쟁점사안이었다. 이들 쟁점사안은 지난 많은 선거에서와 같이 미 유권자들의 세금과 복지국가에 대한 근본적 이견과 관련된 것들이다. 반면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외정책은 비교적 유권자들의 표심을 결정하는 핵심 사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무역 갈등 그리고 국경 문제를 포함한 이민정책은 대외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이후 북핵 문제, 멕시코와 캐나다와 무역협정 재협상, 나토를 포함한 동맹국들과의 군비 분담금 조정, 브렉시트로 촉발된 영국의 고립과 EU국가 간 관계 재편에 따른 미영관계 재구축, 그리고 중동에는 시리아 내전과 이란과 핵재협상 등 많은 외교적 문제에 직면해 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국과의 무역마찰이 표면화되면서 무역과 관세 문제가 선거기간 중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강제분리 정책(Family Separation Policy)’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을 향하는 ‘중남미 이민자 행렬(caravan)’로 인해 이민정책이 대외정책으로 미 유권자의 관심을 받았다.
2. 미국의 대외정책 전반에 대한 전망
미 의회의원의 정치행위는 표를 준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유권자의 관심이 낮았던 대외정책이 의회 지형변화로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어떤 법안이든 원칙적으로 양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반대하더라도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외교정책이 결정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안보와 외교정책은 제도와 관행 면에서 상원과 대통령이 주로 결정한다.
따라서 대외정책의 전격적 변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대한 지지도(approval rating)가 줄곧 40% 내외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민주당 하원이 여론을 등에 업고 트럼프의 대외정책 행보를 압박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미국 내에 들어와 있는 불법이민자를 포함한 이민자들에 대해 사회통합과 인권차원에서 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담론과 정책은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그랬듯이 민주당도 불법이민자 예방에는 엄격할 것이다.
그리고 무역과 관련해 민주당 하원은 무역상대국들과 현재 트럼프 정부가 빚고 있는 무역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 대한 입장 변화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과의 무역 갈등은 안보를 포함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 이후 민주당과 민주당 하원이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 자칫 양보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특히 중국이 계속 강하게 맞서는 경우, 의회 다수당 색깔과 관계없이 미국이 현재까지의 강경한 자세에서 양보하기가 더욱 어렵다. 무엇보다도 제도적으로 무역정책에 대해 미 의회의 결정권한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대외무역정책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3. 대북정책 전망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3가지 차원에서 선거 결과와 정책변화 간 관계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상원에서의 공화당 승리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공화당이 상원의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면서 트럼프 개인의 정치적 지위는 향후 2년 동안 크게 위협받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입지 강화와 급박한 위기 모면을 위해 대북 정책을 국내정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와 그 가치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둘째, 하원에서의 공화당 패배가 트럼프 행정부를 다소 불편하게 할 것이나, 대북정책의 큰 변화가능성은 낮다. 하원의 각종 위원회를 민주당이 주도하면서 특히 외교, 군사, 정보 위원회의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와 감독은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협상을 통한 비핵화 정책에 민주당이 반대할 명분과 대안이 부족하고, 그간 행정부의 대북정책 목표와 방법론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크게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정치에 대한 무지와 자기 과시를 위해 북한과의 성급한 과도적 합의를 할 가능성은 경계할 것이다.
또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북핵 협상과정에서 의제로 포함 혹은 연계시킬 것을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타협적 자세를 수차례 피력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인권 문제를 북한 비핵화 문제에 얹음으로써 비핵화 논의 자체가 답보 또는 후퇴할 경우 민주당의 실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도 인권 문제를 북핵 문제 전면에 내세우는데 부담이 있다.
셋째, 중간선거의 간접적 파급영향 또한 예상할 수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업적을 뒤집었던 트럼프의 대외정책 전반에 대한 추궁을 본격화 할 것이다. 이 경우 한반도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는 크게 3가지일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이란 핵 협정 파기, 동맹국들에 대한 무차별적 부담 전가(buck passing)이다. 우선 당분간 미중관계가 대북 정책에 큰 변화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정책에 대한 적극적 반대와 관여를 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민주당이 그간 중국의 입장을 옹호 및 배려하지 않았으며, 핵심 사안인 대중 관세 부과 조치는 행정부의 배타적 권한이기 때문이다. 설사 민주당이 대중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변화가 행정부의 중국을 통한 대북 간접강압(second order sanction)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이 미중-북중 관계를 분리하며 그간 큰 틀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 이슈는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보다 북한의 인식과 전략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이 자신들과 미국 간 합의의 불가역성을 높은 수준에서 의심할 것이며, 이를 북미 협상과정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우려와 의회 내 갈등이 가시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 주둔과 같은 핵심 안보 이슈가 아니고, 지금처럼 경제적 차원에 집중된 동맹국 관여 정책이 지속되고 여론이 경제 문제에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외교사안을 최우선 사안으로 할 가능성은 낮다.
III. 결 론
중간선거 이후 미 의회 지형변화가 미국의 대북정책 그리고 북한 비핵화 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즉 최근처럼 제재 기조 속에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국정운영방식을 보면 대통령의 관심 변화가 더 큰 외교정책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즉 어떠한 이유로든 북핵 문제 해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반대로 북핵 문제가 더욱 큰 글로벌 관심 사안이 되어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의 북미 간 협상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하원의 견제 속에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최근 상황과 같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구소련과 이란과의 핵협상 과정에서 확인되었듯이 핵협상이 타결되어도 이행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이행과정에서 새로운 갈등으로 협상 자체가 파기되기도 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비핵화 과정은 관계국들 사이의 신뢰구축 과정과 함께 가야 한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는 북미가 상호신뢰를 얼마나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때문에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당사자인 북미가 서로 신뢰를 쌓도록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먼저 북한의 불안감을 낮추고 남한과 미국에 대한 신뢰를 공고히 할 외교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남북교류 증진 및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판문점선언 후속 이행조치 성격의 평양공동선언·군사분야 합의서 내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것은 북한으로부터 신뢰를 얻어 내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정착 환경 조성에 매우 중요하다. 이는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추진되어야 한다.(2018.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