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 명상할 때 제일 방해되는 것은 발과 다리 저림이다. 결가부좌도 아니고 반가부좌도 아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음에도 다리저림이 찾아와 자꾸 자신에게로 의식을 끌어간다.
오늘 먹기명상 시간에도 어김없이 그 '녀석'이 등장했다. 그래서 이번에 호흡이 아니라 그 저림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그 느낌은 무릎의 후방십자인대와 전경골근 쪽이 뭉특하게 저렸다. 발이 마비되는 느낌도 있었다. 발가락을 꼼지락 움직였을 때 확실히 저린 다리가 늦게 반응했다. 시간이 지나자 추워서 오는 시림도 느꼈다. 찌릿찌릿 전기 오는 느낌도 있었다. 아마도 양반다리를 하고 있을 때 비골신경이 압박되고 혈행의 장애가 생겨 영양소와 체온을 나르기 힘들어서 오는 증상일 것이다.
나는 주시자처럼 내 몸이 아닌 타자의 몸, 타자의 고통인 것처럼 떼어놓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느낌은 더 이상 기피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펴야 한다는 명령도 들리지 않는 중립적인 느낌이 들었다. 단지 새소리처럼, 혹은 꽃의 색깔이나 건포도의 향기처럼 외부에서 오는 감각과 내 몸의 느낌은 질적으로 같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새소리와 꽃의 색깔, 향기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발화하는 "느낌"들을 느끼고 지각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아까의 저린 느낌을 소환하기 위해 양반다리를 하고 있다. 무릎이 아프다. 빨리 펴라고, 그렇지 않으면 신경이 손상되고 근육이 마비되어 "투쟁" 혹은 "도피"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 두뇌는 야단법석이다. "이봐 큰일 난다고!!" 하지만 이 명령은 사실이 아니다. 기껏 20분 정도에서 2시간 이런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서 다리가 영구적으로 장해를 입을 가능성은 제로이기 때문이다.
"음 저리네, 그런데 오버하지 마! 별거 아니잖아?"
이걸 알아차리자 무릎의 아픔은 사라졌다. 나는 이 아픔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
첫댓글 봄날의 정원님 반갑습니다. 명상을 할 때 반가부좌를 하는데 처음에는 다리 저림이 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꾸 하다 보면 어느새 몸이 익숙해져서 다리에 조복을 받는 순간이 옵니다. 아프다고 자꾸 움직이는 것보다 그대로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다리 저림 증상이 없어집니다. 15분 명상이 가장 좋다고 하니, 15분씩 꾸준히 해보세요. '나'라는 생각 아프다는 느낌으로 벗어나 온전히 호흡에 집중하는 봄날의 정원님이 되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