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 기호와의 접점을 완벽하게 포착하다최근 전 세계적으로 SNS, 유튜브, 전자책을 통해 음악, 영화, 문학 등 각 분야의 문화 콘텐츠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미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40여 개국의 음악 차트를 석권했는가 하면, 유럽 음악 시장의 본고장인 영국의 UK차트 1위를 차지했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빌보드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11월 8일 현재)를 기록하면서 정상을 넘보고 있다. 해방 이후 우리 대중음악사에 전무했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개가수(개그맨+가수)의 시초인 UV, 이박사의 <레알 뽕짝커>, 영화 <도둑들>, 책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인기 웹툰 작가 조석, 하일권 등 B급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열광의 중심에 놓여 있다.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독특한 문화로 대변되는 B급 문화, 즉 비주류가 주류의 식상함을 밀어내고 대중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필자는 몇 년 전 트로트 가수 박현빈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곤드레 만드레’, ‘샤방샤방’을 연이어 히트하며 트로트계에 등장한 박현빈에게 이렇게 물었다. “가사가 너무 직설적이어서 가요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당시 박현빈은 “대중음악의 격이 소통보다 더 중요한가요?”라고 되물었다. 맞다. ‘격’을 말하기 전에 노래의 역할이 있다.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노래를 두고 격을 따지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박현빈은 그동안 트로트 하면 정형화된 애절한 가사와 뽕짝 리듬을 떠올리는 것을 뒤집고 싶었다고 했다. 오랜 질서를 뒤엎자 대중은 열광으로 화답했다. 성악을 전공한 박현빈이 트로트로 대중을 열광시킨 것은 트로트를 통해 대중의 기호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흐르는지를 정확하게 포착해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격’을 타파하다
B급 결과물로 대중을 흥분시킨 아티스트는 결코 B급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싸이도 마찬가지다. 그의 8분짜리 뮤직비디오 메이킹 필름을 보면 ‘조잡스럽게’, ‘더 웃기게’라는 싸이의 멘트가 흐른다. 조잡스럽게, 철저하게 망가지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그의 작업을 보면서 그를 과연 B급 아티스트라고 자신 있게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중으로 하여금 B급 콘텐츠에 열광하게 하는 아티스트는 어쩌면 대중성에서 천부적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을 때 더욱 호들갑을 떨게 마련이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콘텐츠가 뜻밖의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더 큰 사건처럼 부풀려진다.
그러고 보면 이전부터 ‘B급 감성’은 꾸준히 있어왔다. 최근 급속도로 대중문화에 파고든 이 ‘B급 감성’이 이제 대중문화를 지탱하고 새로운 지점으로 옮기기 위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주류가 비주류를 인정하고, 비주류가 주류를 껴안을 때 우리 대중문화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