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불견 별꼴 꼴값 꼴통... 《그림책 길을 걷다 030 : 절두산에서 선유도까지》

[빨강늑대]

늦는 바람에 절두산을 들렀다.
잘리는 머리의 느낌은 몇번이고 목을 서늘하게 했다.

늦는 바람에 기막힌 각도에서 그림책 길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꼴불견 별꼴 꼴값 꼴통...
《그림책 길을 걷다 030 : 절두산에서 선유도까지》
​

꼴!

꼴이 말이 아닌데..
꼴불견인데..
별꼴이고 꼴통이고 꼴값인데...

그런데도

그 꼴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눈길이 있을 때,
그런 손길로 만져질 때,
그 눈길과 손길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때,
누구라도 봐줄만한 꼴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는걸 하루하루 한해한해 알게되는
날들이었다.
날들이다.
날들이리라.

​

정점관측이라 했다.
ㅡ나의 첫그림책, 《빨간 늑대》

​오래 머물렀고 오래 기다려왔다.
충분히 가치롭다.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고 돌아오리라.
삶의 어느 레이어 layer 에서 정점 fixed point 또는 베이스캠프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점을 중심으로 삶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
ㅡ 얼마나 큰 축복인가...

​
내 진짜 꼴은
빨간 늑대인가
로젤루핀인가
왕인가
잿빛생쥐인가...

​
빨간 늑대와

로즐루핀과

왕과

잿빛생쥐가

다 나다.


그 모두가 다 나의 또다른 꼴이다.
그걸 받아들인다.
그래야 언젠가는 넘어서게 될 것이다...
아직은 머언먼 길로만 여겨지지만...
그렇다고
도착점이 정해진 길도 아닐 것이란걸 안다.
그리고 멀다고 아주멀어 죽을 것같은 길이 아니라는 것도 이제 안다.


​​오늘
또 한 권의 《빨간 늑대》가 누군에게로 날아갔다.
오늘 내게서 바통터치를 한 길벗은
"동그랗고노란"님.
ㅡ물이 차면 어느 날 샘솟을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면지에 몇 줄 내 마음을 적어드렸다.

오늘의 키워드 "꼴"에
내가 붙인 그림책은
《할아버지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아요》

"있는 그대로" 봐주려면
꼴 너머를 내다봐야한다.
꼴 안을 들여다봐야한다.​

​가만히 들어주고 가만히 바라봐주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어느 꼴도
부동불변 그대로 있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지치지 말고
자기 자신이건 그 누구건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보려고 할 때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하늘의 은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믿음이 필요하다.

조각구름에서 천둥번개를 읽어낸다는 것은
능력과 은혜와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다행히도
내 마음을 열고
내 마음을 내려놓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얼마간 가능한 일이라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그림책 길을 걷다 030
절두산에서 선유도까지...
2019.05.18.

**

[뚜셰]

네에, 모든 꼴과 모든 때...

[빨강늑대]

그러게요...
그림책길은 얼마나 깊고 길고 그윽한지요... ^ ^

[봄산]

늦게 오셔도
때맞춤으로
존재감 뿜뿜

[커피우유]

깜짝 등장 존재감 뿜뿜!! 동의합니다.^-^

[태양]

사진도 글도 너무 좋네요
책도 감사히 잘 간직하겠습니다

[파랑배추]

짧게라도 뵐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또 다른 길에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