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들과 설명회 준비했습니다. 꾸미기 모둠, 안내와 차대접모둠, 사진영상 모둠, 사회자 모둠으로 나눴습니다. 저는 안내와 차대접 모둠입니다.
아이들과 동네 산책 다녀오고, 도서관 열람실에 동그랗게 모였습니다. 저번 새해맞이 때처럼 선생님들이 각 방에 들어가 있고, 아이들이 똑똑 노크하고 들어왔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누가 올지 오늘도 어김없이 두근거리는 순간입니다. 저는 안내와 차대접 모둠이어서 쿡쿡방에서 기다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아가 들어옵니다.
“선생님!!!”
“보아야!”
분명 방금까지 같이 산책하고 돌아왔는데 오랜만에 본 사람들처럼 서로 껴안고 방방 뜁니다. 뒤이어 지원이, 예음이, 경수도 왔습니다. 꾸미기를 좋아하는 지원이어서 올 줄 몰랐는데, 새해맞이 행사 때도 그렇고 다시 같은 모둠으로 만났습니다.
“선생님! 우리 새해맞이 때도 같이 했는데!”
지원이도 다른 모둠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나 봅니다. 예음이는 처음 준비모임 해본다고 합니다. 경수는 다른 모둠과 고민하다가 왔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안내 모둠과 차대접 모둠이 합쳐져서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딱 네 명이여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차대접 경험이 있는 보아와 안내 모둠 경험이 있는 경수가 있으니 든든했습니다. 당사자 면접 때 차대접 하기 위해 저에게 문자 보냈던 걸 보여주며 경수가 자신은 안내 경험이 있다며 말해주었습니다. 무표정인 듯해도 내심 뿌듯하게 직접 문자 보냈던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경수의 모습을 보니, 경수가 잘했던 경험을 잘 살려서 이번 안내 모둠을 맡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과 내일 동안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차대접 담당은 차의 종류와 개수 정하기, 몇 명까지 차대접 할지 생각해보기, 메뉴판도 만들어야 합니다. 안내 담당은 피켓 만들고, 자리 배치 궁리하고, 열 체크 하고, 환영 인사해야 합니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우리 안에서 안내 모둠과 차대접 모둠이 나눠서 일을 시작하면 어떨지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이 그거 아주 좋다고 합니다.
보아와 지원이는 차대접 담당, 예음이와 경수는 안내 담당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경수가 엄마가 오신다고 가야 한다고 합니다. 내일도 올 수 있는지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하여, 설명회 때 경수의 역할을 예음이가 전해주기로 했습니다.
예음이가 환영문구지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안내 담당인 경수가 없이 홀로 시작했는데, 열심히 스케치했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꾸며줍니다. 예음이는 꾸미면서도 차대접 담당이 차 고를 때 아이들 먹을 차 생각할 수 있게 옆에서 신경 써주었습니다. 설명회 참여한 경험을 떠올려 그때 안내팀과 차대접 팀이 어떤 역할들을 했었는지 말해주었습니다. 세심하게 아이들이 먹을 음료 신경 써주고, 차대접 담당 아이들이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예음이에게 고맙습니다.
보아와 지원이는 도서관에 있는 여러 가지의 차를 모아놓고 하나하나 향 맡아봅니다. 먹기 좋은 차를 고르기 위해 신중하게 킁킁댑니다. 냄새만으로는 맛을 알 수 없으니, 어느 정도 후보로 정해놓고 직접 차를 만들어 마셔봅니다. 시나몬 허브차, 문채원 선생님이 여름에 선물해주고 가신 루이보스 망고 차, 예쁜 노란 꽃차, 구수한 보이차, 도라지 차, 커피믹스로 정했습니다. 망고 향이 참 좋은 루이보스차, 보아가 신나게 채원 선생님이 주고 가신 루이보스 망고 차 내리는 법 알려주었습니다. 문채원 선생님 덕분에 좋은 차를 차대접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내려줍니다. 고맙습니다.
코코아를 넣을지 말지 아이들이 궁리했습니다. 코코아를 넣으면 아이들이 대부분 먹으러 올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어른들에게 제대로 차 대접해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수저로 각자 젓는 것도 뒷정리까지 생각하면 번거로울 거라고 보아가 말합니다. 아쉽지만 코코아는 빼기로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잘 궁리해서 판단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제가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똑똑한 아이들입니다.
예음이는 갈 시간이 되어 색칠을 부탁하고 먼저 갔습니다. 차대접 담당은 메뉴까지 확정하고, 메뉴판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보아가 메뉴판을 꾸미는 동안, 지원이는 차의 효능을 검색해서 정리해주었습니다. 둘의 합이 척척 맞습니다. 뭘 하나 제안해도 좋다며 신나게 준비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7시까지 즐겁게 준비했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설거지하는 일도 웃음 나옵니다.
아이들의 넘치는 열정, 박미애 관장님이 7시까지 집 가야 한다고 말씀해주셔서 멈췄습니다. 아이들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며 준비해가니, 많은 일도 금방금방 해나갑니다. 이번 차 대접과 안내 모둠 잘 준비해서, 아이들이 잘 세워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