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 (난초 : 란)
이 〈난〉자는 풀 초(艹)변에서 17획을 찾으면 눈에 띈다.
▶이 글자가 지니고 있는 뜻은? 「난초」이다.
이 글자는 풀초(艹). 문 문(門). 가릴 간(柬)자로 결합된 글자이다.
즉, 「풀(艹)이 마치 나무를 엇비슷하게 촘촘히 엮어 가진(柬) 사립문(門)처럼 얼기설기 난 모양이 난처럼 생긴 〈난초〉를 의미하는 글자이다.」
난초를 다른 말로 「담화(曇華)」라고 불리운다.
▶난초는 단자엽식물에 속하는 난초과는 국화과 · 콩과 다음으로 큰 과로 땅에서 자라는 것, 나무나 바위표면에 붙어서 자라는 것, 다른 식물에 기생하는 것 등 다양하다.
세계적으로는 약 450속 1만5천 종이 분포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39속 84종이 자라고 있다.
난초는 동양란과 서양란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산지와는 관계없이 편의상 부르는 것으로, 서양에서 육종되어 수입된 난은 서양란이라 한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야생하는 온대성 심비디움(cymbidium)과 석곡·풍란의 원종은 동양란이라 한다.
동양란은 좁게는 온대성 심비디움만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이것은 1963년에 대만과 일본의 난애호가들이 공통의 명칭으로 통용하자는 제의에서 붙여진 이름일 뿐, 식물학적으로는 관련이 없다.
형태는 잎은 단엽이고 꽃은 양성인데 간혹 단성도 있다. 화피(花被)는 6개가 내외로 배열되어 있는데 모두 꽃잎같이 생겨서 아름답다. 순판(脣瓣)은 본디 원대를 향하였으나, 자방이 180°로 돌기 때문에 밖을 향한다.
본디 6개였던 수술은 3개로 퇴화하였고, 1개의 암술은 암술머리가 2∼3개로 갈라져 있다. 꽃가루는 덩어리의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수술과 암술대는 합쳐져서 예주를 형성한다.
▶난 재배의 역사는 중국이 가장 길어 3천년의 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난 문화는 난이라는 공통적 이름 아래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식물이 군자의 이미지를 지니고 역사를 이어왔다.
현재 우리가 난이라고 하는 온대성 심비디움의 재배는 10세기경부터였고, 그 이전에는 국화과 식물인 향등골나물을 난이라고 하였다.
중국 고대의 난, 즉 향등골나물은 서기전 8세기까지는 한(蕑)이라고 불렸는데 그 잎 모양이 마란(馬蘭)과 비슷하다는 데서 난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10세기 이후에는 온대성 심비디움에게 그 이름을 빼앗기게 되었다.
향등골나물은 잎과 꽃에서 강한 향기를 풍기는 향초로서 충독을 막거나 액을 쫓는 데 쓰였으며, 꽃을 꺾어서 구애의 선물로 주기도 하였다. 또한 더운 물에 넣어서 목욕을 하기도 하고, 가공하여 음식물에 첨가하거나 향합에 넣어서 옷에 차기도 하였다.
이 식물이 군자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덕이 청결한 군자의 성품을 나타내기 위하여 향초를 패용하기 시작한 데서 유래되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난의 육종에 최초로 성공한 사람은 영친왕으로서 창경(昌慶)과 창방(昌房)의 두 품종을 개발하였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조직배양이 가능해져서 좋은 품종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며 신품종도 육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애호되는 난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보춘화속:
아열대·열대산인 대형종과 소형종인 온대성 심비디움이 있다. 온대성 심비디움은 향기가 맑고 잎의 모양이 다양하여 일찍부터 국화· 매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로 일컬어지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춘란과 한란이 이에 속한다. 아열대·열대산은 꽃이 크고 화려하나 향기가 있는 품종이 드물다.
② 석란속:
옥수숫대 모양의 줄기 마디마디에 꽃이 피는 노빌계와 원통형 줄기의 끝, 또는 위로부터 2, 3마디 아래의 잎 사이에서 나온 꽃대에 10∼30송이의 꽃이 피는 덴팔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남해안과 남부 도서지방에서 자라는 석곡은 노빌계에 속하는 품종으로 흰색 또는 분홍색의 꽃이 5, 6월경에 피며 미향이 있다.
③ 대엽풍란속:
우리나라의 제주도·홍도 등 남부지역에서 자라는 나도풍란이 이에 속한다.
나도풍란은 우리나라 착생란의 대표적인 품종으로 습윤하고 온화한 바람이 불어오는 지대의 나무줄기 또는 바위에 붙어산다.
잎의 길이는 3∼15㎝, 너비는 1.5∼2.5㎝ 정도이고 백록색의 꽃이 4, 5월 사이에 4∼10송이 정도 피는데 향기가 좋다.
④ 소엽풍란속:
전남 거문도, 경남 비진도 등 남해안의 도서지방에서 자라는 풍란이 이에 속한다. 풍란은 환경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잎의 길이는 5∼10㎝, 너비는 6∼8㎜로 3, 4층으로 나며 4∼8㎝의 가는 꽃대에서 순백색의 꽃이 피는데 향기가 좋다.
외국에서 육종되어 도입된 종류로는 캐틀레아속· 파피오페딜룸속· 온시디움속 등이 있는데 화려한 아름다움이 있어 많이 재배되고 있다.
이 밖에 우리나라에서 야생하는 새우난초· 개불알꽃· 사철란· 타래난초 등에 대한 애호도도 높아가고 있다.
▶난초는 사군자의 하나로 예로부터 시와 그림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
문인화로서 묵란화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난이 재배되기 시작한 고려 말기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는 조선 초 강세황(姜世晃)의 「필란도(筆蘭圖)」가 있다. 김정희(金正喜)· 이하응(李昰應)· 김응원(金應元)· 민영익(閔泳翊) 등은 묵란화의 대가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