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vorite은 '좋아 하는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단어인데, 난 이 영화 제목의 뜻을 '기호품' 정도로 해석하고 싶다.
기호품이란 뭘까?
'여러가지 선택할 수 있는 항목중에서 선택자가 원하는 시점에 가장 선호하는 물건'이라 할 수 있다.
영화속에서, 여왕 주변에서 여왕과의 지근거리 확보를 위해 벌이는 사라와 애비게일의 진지한 질투와 사생결단적 암투 그로인해 얻어지게 되는 한쪽의 승리는 사실 절대권력자인 여왕에게는 '하나의 기호품 선택'에 지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이 대목에서 박근혜 시대의 몰락을 부른 최순실은 사라였을까 아니면 애비게일이었을까? 사라가 여왕의 외로움을 이용하여 지근거리를 확보하고 자신의 정치를 추구했었다면, 애비게일은 어렵게 확보한 여왕과의 밀착을 단순하게 자신의 신분상승을 위해 소비해 버렸다는 점에서, 거대권력과의 지근거리를 확보해놓고 그걸 하찮게도 사익추구에 소모했던 최순실은 사라보다는 애비게일에 가까운 도풀갱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똑같은 인물은 아닐지라도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의 데자뷰를 느끼게 하는 '유사한 캐릭터'임은 분명하다.
영화속에서 절대권력자의 권력행사는 진지한 결정이거나 유희가 아닌 그저 '생활'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생활이란 위대함을 쫒는 행위가 아니라 편리함을 쫒는 단순한 행위라는 의미에서다. 또한 그 밑에서 진지하게 다투는 위정자들의 권력 암투는 '거룩한 애국'이라기 보다는 하찮은 '직업상 행위'일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왕실에서의 격식과 위정자들의 예법은 최고권력자의 품격에 대한 인정으로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행동양식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그런 형식을 지켜주고 최고 권력자의 일탈까지도 수용함으로써 자신들의 직업과 맞교환한 결과라는 의미에서 '직업상 행위'로 보고싶은 것이다.
이러한 '생활'과 '직업상 행위' 때문에, 하부에선 목숨을 걸고 진지하게 싸우게 되는데, 그런데도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만은 분명 "진정한 애국'이라고 평가해야 마땅하다.
이 영화를 보기 전 아래 역사적인 사실을 읽어보고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등장인물 들과 역사적 사건들이 거의 그대로고 여왕과 사라 그리고 애비게일이 실존 인물이긴 하나 다른점은, 그들이 여왕을 중심으로 레즈비언 관계에 있었다는 역사적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영화줄거리를 끌고가는 감독의 상상력일 뿐이라는 사실만 명심하자!
이 영화는 영국 앤 여왕의 시대(재위 1702~1714)를 다룬다.
영화는 앤 여왕(올리비아 콜먼 분)의 총신(favourite) 자리를 놓고 여왕의 소꿉놀이 친구였던 말버러 공작부인 사라(레이철 바이스 분)와 사라의 사촌으로 가문이 몰락해 하녀가 됐지만 다시 귀족 복귀를 꿈꾸는 애비게일(엠마 스톤 분) 간 암투를 모티브로 삼고있다. 영화에서 앤 여왕은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데다 통풍에 시달리는 열등감 덩어리이자 변덕쟁이로 나온다. 앤 여왕을 연기한 콜먼은 2019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스 출신 영화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18세기 초 영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스캔들을 레즈비언 삼각관계라는 발칙한 상상의 스토리를 전개한다.
그래서 영화는 당대의 당파 투쟁을 원경으로 두고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한 사라와 에비게일의 '밀당'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당시 역사의 주역이던 남자들은 약삭 빠른 모리배 아니면 아둔한 호색한으로만 그려진다.
앞에 설명한 이유로, 영국사에 정통한 관객이라면 이런 설정에 씁쓸한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18세기를 연 앤 여왕의 치세는 의미심장했다. 물론 그녀가 영리했거나 정치적 수완때문에 영국에 발전을 이끈 것은 아니었고 국운 상승기에 우연찮게 재임한 결과로 보는 게 맞는 평가일 것이다.
스코틀랜드 혈통인 스튜어트 왕가의 마지막 왕인 동시에 1708년까지 독립왕국이던 스코틀랜드를 통합해 오늘날 영국 국호인 '브리튼연방 왕국'을 실현시킨 초대 왕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도 이때 만들어졌다. 또 '태양 왕'으로 불리던 프랑스 루이 14세와 맞대결(에스파냐 계승 전쟁)을 펼쳐 에스파냐와 프랑스를 통합하려던 그의 야욕을 꺾었다. 그 승리의 대가로 식민지를 확장해 대영제국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 선봉장이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의 8대조 조상인 초대 말버러 공작 존 처칠이다. 전통적으로 해군이 강한 영국이지만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정복할 뻔했던 헨리 5세,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에게 최종 패배를 안긴 웰링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롬멜을 격퇴한 버나드 로 몽고메리와 함께 손꼽히는 지상전의 영웅이다.
8대조 존 처칠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영화 초반 모델하우스로 잠깐 등장하는 블레넘 궁전에서도 확인된다. 1704년 8대조 처칠이 이끄는 영국-오스트리아 연합군이 오스트리아 블렌하임(블레넘의 독일어 발음)에서 프랑스-바이에른 연합군을 물리친 것을 기념해 앤 여왕이 8대조 처칠에게 하사한 이 궁은 왕실 소유가 아님에도 유일하게 궁(palace)으로 불리는 대저택이다. 2차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은 바로 여기서 태어났다.
여왕 치세에 영국 의회가 토리(Tory)와 휘그(Whig)의 양당체제 위에 확립됐음을 알아야 한다. 이는 오늘날 영국의회가 보수당과 노동당으로 나뉜 양당제의 초기 형태이다.
토리는 '도적떼'라는 뜻의 아일랜드어 'to′raidhe'에서 기원한 말로, 가톨릭 신자인 제임스 2세를 국교도(성공회) 국가인 잉글랜드 왕으로 추대하는 것을 지지한 왕당파 세력에 대한 비칭이었다. 휘그 역시 '가축 도적'을 뜻하는 스코틀랜드어 'whiggamore'에서 기원한 말로, 제임스 2세 추대에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비칭이었다. 토리와 휘그는 제임스 2세가 반국교도 정책을 펼치자 1688년 단합해 그를 왕좌에서 몰아내고 그의 맏딸이자 국교도인 메리(메리 2세)와 그 남편인 네덜란드 오라녀 공작 윌리엄(윌리엄 3세)을 왕좌에 앉힌다. 이것이 명예혁명이다.
이들 부부 왕이 후손 없이 모두 숨지는 바람에 메리의 여섯 살 연하 여동생이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 그가 바로 앤 여왕(1665~1714)이다. 앤은 팔자 사나운 여자였다. 열여덟 나이에 덴마크 크리스티안 5세의 동생인 조지 왕자에게 정략결혼으로 시집가야 했고 부친이 프랑스로 추방당한 뒤엔 왕위 경쟁자라는 이유로 언니 부부로부터 경원시됐다.
운 좋게 왕위에 올랐지만 17명의 아이 모두 사산되거나 열 살 전에 죽었고, 본인은 지독한 통풍에 시달리다 결국 그 병으로 49세에 숨졌다. 자녀가 없었기에 영국 왕좌는 그녀의 사촌인 독일 하노버 왕가의 조지에게 넘어가 하노버 왕조가 시작되고 이 때가 영국 최전성기였는데 윌리엄 4세가 후사없이 사망하자 윌리엄 4세의 동생 빅토리아 여왕이 즉위하게 되는데 하노버 공국은 여성을 왕으로 모시지 않는다는 관례에 따라, 영국은 하노버 왕가에서 분가되어 작센-코브르크 고타 왕조가 개창되었는데, 1차세계대전 중 이름을 윈저왕조로 개명하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현재 엘리자베스 2세가 재임 중에 있다.
앤의 어린 시절 소꿉친구가 바로 다섯 살 연상인 사라 제닝스(1660~1744)였다. 사라는 열일곱 나이에 그녀의 재산을 노린 바람둥이 8대조 존 처칠과 결혼했다. 앤과 달리 사라는 행운아였다. 한량인 줄 알았던 8대조 처칠은 군사작전에 놀라운 재능을 지니고 있었고, 소꿉친구였던 앤이 최고권좌에 앉으면서 남편은 대외군사를 통솔하고 자신은 병약한 앤을 대신해 국내정치를 장악하며 궁까지 하사받는 공작부인이 됐다.
에스파냐 계승 전쟁(1701~1714)은 이들 부부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발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13년이나 장기화하면서 전쟁 비용을 국비로만 충당하기 어렵게 되자 세금 인상 권한을 쥔 의회의 역할이 커졌다. 정치 및 신앙의 자유를 주장한 휘그당은 전쟁 승리의 대가를 많이 누리게 되는 상인계층의 지지를 받으면서 주전파가 됐다. 질서와 복종을 강조한 토리당은 전비 부담으로 세금 부담만 늘게 된 지주계층을 대변하며 주화파가 됐다.
당연히 말버러 공작부부는 주전파인 휘그당과 그 지도자인 시드니 거돌핀 재무상(당시엔 수상이 없었고 재무상이 내각의 수반)을 지지했다. 그 대척점에 선 토리당의 당수가 바로 로버트 할리(1661~1724·니컬러스 홀트 분)다.
영화에서 할리는 훗날의 남작부인 애비게일 마샴(1670?~1734)을 정보원으로 활용해 여당이던 휘그당을 물리치고 토리당 중심의 내각을 이끌며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으로 전쟁을 종결한다. 애비게일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앤의 침실을 파고들어 귀족 작위를 되찾은 뒤 사촌언니 사라 처칠을 밀어내고 왕실 재무총재를 맡게 된다. 그와 함께 말버러 공작부부는 횡령 혐의로 국외 추방된다.
이를 앤 여왕의 총애를 다툰 두 여인의 경쟁의 산물로만 볼 수 있을까. 앤 여왕 역시 자신의 집권 기간 내내 독주한 사라와 휘그당을 견제하고 전비 부담을 덜기 위해 애비게일과 토리당을 기용했다는 정치적 해석도 가능하다.
토리당을 위해 할리가 끌어들인 인물은 애비게일만 있었던 게 아니다. '로빈슨 크루소'(1719) 작가 대니얼 디포와 '걸리버 여행기'(1726)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도 있었다. 할리는 휘그당 성향의 두 논객을 영입해 휘그당을 저격하는 정치 팸플릿과 신문기사 작성을 맡겼다. 사라가 앤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스위프트에게 넘기겠다고 협박한 이유다.
이처럼 앤 여왕의 치세에 영국 의회와 언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산문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세계 최초 신문 '데일리 쿠란트'가 런던에서 창간된 것이 앤 여왕 치세 첫 해인 1702년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디포와 스위프트는 그렇게 탄생한 저널리즘을 통해 얻은 필명을 토대로 훗날 영국 소설의 원형으로 불리는 고전들을 발표했으니 앤 여왕의 변덕을 과히 탓할 바는 아닌 듯하다.
첫댓글 아~ 권력을 향한 여성 귀족사회의 영화
같은데 ,, 배우들의
연기력이 엄청 뛰어난 영화같은데 가족들과
함께 보고싶은데~
주말 저녁쯤 고려해
뵈야 겠구나~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다는 영화
딸들이 보면더 좋겠구나ᆢㆍ
감사한 맘으로 처칠까지만 읽었네요 회사내부미팅후 시간내어 정독후 독후감 ㅋㅋㅋ
이 영화는 잘된 영화이긴한데 그리스 감독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삐딱한 시선으로 해석한 지점이 있거든요.
앤여왕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왕이지만 자식을 모두 잃은 외로운 여자라는 전제가 깔려있는데, 그 외로움을 사라와 레즈비언적 방법으로 풀게되고, 비밀을 우연히 알게된 애비게일이 여왕의 사랑을 빼앗기 위해 사라보다 더욱 과감하게 혀까지 사용하는 신기술을 사용해 헌신함으로써 경쟁우위를 점했다고 단언해 버립니다.
또한 애비게일은 첫날밤마져 여왕을 독식할 마음으로 가득차서, 남편과의 첫관계를 손으로 해결해주는 엽기적인 장면이 나오는데, 이러한 부분 때문에, 영화를 누구와 봐야할건지를 정했으면 좋겠네요
캬~~~~
장문평 읽다가
전화받다가 일보다가
이제야 다읽었네유~~~
그로발님 대단하시다~
요로코롬 섬세하게 잘 평가해주시고 19금이 살짝
약념으로다가 있다고하니
꼭봐야지~~~
꺄르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