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계 육천(欲界六天, Pali. Kāmāvacara-deva)>
부파불교시대 아비달마불교가 확립한 불교우주관에는 도합 28천(天)이 있다. 불교우주관 28천은 욕계 6천, 색계 18천, 무색계 4천을 말한다. 이처럼 28천 가운데 욕계(欲界) 6천이 있다.
육욕천(六欲天)이라고도 하는데, 욕계이니만큼 욕망의 찌꺼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인간적인 천상계인 것이다. 불교에서는 하늘(天)을 의인화해서 왕(王)이라 하기도 한다. 예컨대, 사왕천(四王天)을 사천왕(四天王)이라 할 경우도 있다.
불교우주관에 나오는 천(天, 天部, Pali. deva)의 구조는 고려 광종 때의 제관(諦觀, ?~970?)이 저술한 <천태사교의(天台四敎義)>에 잘 설해져 있다.
욕계(欲界) 6도(六道)는 지옥도(地獄道), 아귀도(餓鬼道), 축생도(畜生道), 아수라도(阿修羅道), 인간도(人間道), 천상도(天上道), 이렇게 여섯인데, 이 중의 천상도(天上道)에 욕계 육천(6욕천)이 있다.
욕계 육천은 아래와 같다.
• 사왕천(四王天, Pali. Cātu-māha-rajikā) = 사천왕천(四天王天)이라고도 함.
• 도리천(忉利天, Pali. Tāvatijsa) - 여기에 다시 33천이 있어서 삼십삼천이라고도 한다. 제석천이 도리천의 지배자이다.
• 야마천(夜摩天, Pali. Yāmā)
• 도솔천(兜率天, Pali. Tusitā)
• 화락선(化樂天, Pali. Nimmāna-rati)
•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Pali. Paranimmita-vasa-vatti)
이를 다시 좀 더 자세하게 해설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사왕천(四王天)---욕계(欲界)는 아직 바라는 마음(욕심)이 있는 세상을 말한다. 식욕, 수면욕, 음욕이 있으므로 욕계라 하며, 욕계에도 여섯 하늘(육욕천)이 있으며, 그 첫 번째 하늘이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인 사천왕천이다. 호세천(護世天)이라고도 하는데, 사왕천은 수미산(須彌山) 중턱에 있고, 사천왕(四天王)이 있어 수미산(須彌山) 주위의 4주(四州)를 수호하며, 그 권속들과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큰 절에 가면 입구에 천왕문(天王門)이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은 곧 이 사천왕이 절을 수호하는 곳으로, 불법을 수호하고 밖으로부터 오는 마(魔)를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사천왕(사대천왕)이란 다음과 같다.
1) 동주(東州)를 주로 수호하는 지국천왕(持國天王)
2) 남주(南州)를 주로 수호하는 증장천왕(增長天王)
3) 서주(西州)를 주로 수호하는 광목천왕(廣目天王)
4) 북주(北州)를 주로 수호하는 다문천왕(多聞天王)
② 도리천(刀利天)---도리천은 수미산 정수리(꼭대기)에 있으며, 수미산 중턱의 사왕천(四王天) 위에 있고, 사왕천과 도리천을 합쳐 지거천(地居天)이라고도 한다. 도리천에 33천(天)이 있어서 도리천을 33천(三十三天)이라고도 한다. 도리천 33천 중앙에 선견성(善見城혹은 喜見城)이 있어, 도리천의 왕인 제석천(帝釋天)이 여기에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해서 사방에 8성(城)씩 도합 32성이 있어, 선견성을 합쳐 33성(천)이다. 그러니 욕계6천(6욕천)에는 별도로 도리천 33천이 따로 있는 것이다.
제석천은 사왕천과 33천을 통솔하면서 불법과 불법에 귀의한 이들을 보호하고 아수라의 군대를 정벌한다고 한다. 이 도리천에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 계셨기에 일찍이 부처님께서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석 달 동안 도리천에 올라가 설법을 하고 내려오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기도 한다.
그리고 위의 육욕천(六欲天) 중에서 사왕천과 도리천 둘은 수미산을 의지해 있으며, 하늘나라이긴 하지만 지상에 속해 있으므로 지거천(地居天)이라 하고, 도리천 다음부터 하늘나라는 높은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공거천(空居天)이라 한다.
욕계 제2천인 도리천은 지상에 있는 가장 높은 신들의 세계이다.
따라서 도리천이 지상의 가장 높은 장소인 셈이다.
이 도리천 위쪽으로 도합 26개의 하늘나라(26天)가 층층이 쌓여 있으며, 그 맨 위의 하늘의 세계마저 뛰어넘은 것이 붓다의 세계이다.
이곳(도리천) 천인의 키는 1유순, 옷의 무게는 6수, 수명은 1천세(1주야는 인간세상의 백년)라고 한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인간의 6세 되는 아이와 같으며, 빛깔이 원만하고도 저절로 옷이 입혀졌다고 한다. 해마다 섣달그믐이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제야의 종을 친다. 서울에서는 보신각(普信閣)에서 제야의 종을 치는데 그 횟수가 33번이다. 바로 도리천(제석천) 33천에 새해가 왔음을 알리고 우리 세상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다.
③ 야마천(夜摩天)---야마천은 도리천보다 수승한 하늘이다. 이곳이 욕계 제3천이다. 야마천부터는 공중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거천(空居天)이라고 한다. 야마천은 염마천(焰摩天), 염천(焰天)이라고도 하며, 번역해서 선시천(善時天) 혹은 시분천(時分天)이라고도 한다.
야마천은 수미산 정상으로부터 8만 유순(56만 킬로미터) 높이의 상공에 있는데, 거기 공중 궁전 비나나(vinana)에 그곳의 주인인 야마((夜摩, yama)가 거주한다.
야마는 최초의 인간이기에 인간으로서 최초로 죽은 자이기도 하다.
그는 죽음의 길을 개척해 나갔으므로 그 후 죽은 이들은 그 길을 따라가게 된다. 그래서 야마는 죽은 이들과 더불어 야마 왕국을 건설하게 된다.
야마가 다스리는 야마국, 원래 그곳은 에덴동산과 같은 낙원이었다. 아마 경전에서 말하는 좋은 일을 많이 하면 죽어서 천상에 간다는 그 하늘나라가 야마천일 것이다.
이곳에서는 때에 따라 오욕락(五欲樂)을 받는다고 한다. 이 천상의 사람의 키는 2유순, 옷의 길이 4유순, 넓이 2유순, 무게 3수라고 하며, 처음 난 때가 인간의 7세 아이와 같고 얼굴이 원만하여 의복은 저절로 마련되고, 수명은 2천세며 그 하늘의 1주야는 인간의 200년이라 하는데 인간의 세월로 그 하늘의 2천세를 환산하면 14억 4백만년이나 된다.
※5욕(五慾, pañca-kāmaguṇa)
1) 식욕(食慾), 2) 장수욕(長壽慾) 혹은 수면욕(睡眠慾),
3) 성욕(性慾 = 색욕/色慾), 4) 재욕(財慾 = 물욕(物慾),
5) 명예욕(名譽慾) 혹은 권력욕(權力慾).
※불교에서는 5욕을 즐기는 것을 오욕락(五慾樂)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행을 통해 오욕을 멀리하면 할수록 법락(法樂)을 즐길 수가 있다. 우리는 깨달음의 법락을 미처 맛보지 못해서 그런데, 사실은 욕계를 떠나면 떠날수록 인간의 참다운 법락은 더욱더 증가되며, 그 법락은 한도 끝도 없다고 한다.
④ 도솔천(Tusita, 兜率天)---야마천보다 위에 있는 더 나은 하늘인데, 지족천(知足天), 희족천(喜足天), 묘족천(妙足天)이라 하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자기가 받는 오욕락에 스스로 만족한 마음으로 안정돼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곳은 아직 욕심의 세계이기에 욕계 제4천이라 부른다.
도솔천은 극락정토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도솔정토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곳엔 내외의 2원(二院)이 있는데 외원은 천인들의 욕락처(欲樂處)가 되고,
내원은 미륵보살의 정토로서 미륵보살은 이곳에 있으면서 남섬부주(지구)에 하강해 성불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이 세상에 오시기 전에는 이곳 도솔천 내원궁에서 호명(護明)보살로서 천인들을 교화하고 계셨다고 전해 온다. 이 하늘 사람의 키는 2리, 옷 무게는 1수 반, 수명은 4천세며 인간의 4백세가 이 하늘의 1주야라 한다. 이 하늘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고 마주보며 웃기만 하면 욕락을 즐긴 것으로 간주한다.
⑤ 화락천(化樂天)---도솔천보다 위에 있는 하늘로서 6욕천의 다섯째 하늘(세계)이다. 오욕의 경계를 스스로 변화해 즐기기 때문에 화락천(化樂天)이라고 한다. 신통력을 부려 자신의 욕망을 질적으로 잘 변화시켜 즐거운 생활을 하기에 화자재천(化自在天), 또는 낙변화천(樂變化天), 화자락천(化自樂天), 화변화천(樂變化天)이라고도 한다. 스스로 교묘한 즐거움의 경지를 만들어 내어 누리는 신들, 또는 그러한 세계이다. 이 천인들의 키는 2리반, 몸에서 항상 광명을 놓으며 수명은 8천세라 하는데 인간세상의 8백세가 이 하늘의 1주야다.
⑥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화락천 위에 욕계의 마지막 천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다. 화락천보다 더 수승한 하늘로 욕계 중 가장 높은 데 있는 제일가는 하늘이다. 청화천(靑化天)이라고도 한다. 이곳의 주인은 자재천주(自在天主)이다. 이 하늘은 남(다른사람)이 나타내는 즐거운 일들을 자유롭게 자기의 쾌락으로 삼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한다. 이 하늘 사람의 키는 3리, 수명은 1만 6천세며 이 하늘의 1주야는 인간의 1만 6천년이라고 한다.
이상이 욕계 6천의 전부이다. 여기서는 한 단계 한 단계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라갈수록 욕심이 경미해지기는 하지만 아직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욕망인 식욕과 음욕이 살아 있어서 그 욕심의 테두리에서 기쁨을 누린다.
솔직히 말해서 색계나 무색계의 경지에 이르면 신명과 재미하고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초월과 적정(寂靜)의 세계인 것이다.
욕심을 떠난 색계(色界), 형태를 떠난 무색계(無色界), 이러한 천상의 세계는 지상과 지하의 세계와 더불어 독특한 불교의 우주관을 형성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그 세계 위에 선정(禪定)의 세계[팔선정세계]가 펼쳐진다는 데에서 불교의 독창적인 모습이 확연하게 들어온다.
그런데 위의 육욕천의 세계를 섹스와 관련해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사왕천과 도리천은 지상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남녀가 서로를 소유해야만 만족한다. 성교라는 구체적 행위를 통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위의 하늘인 야마천계에서는 포옹 정도로 성적으로 만족한다. 그 이상의 구체적 행위가 없이도 서로의 사랑이 확인된다.
또 그 위의 하늘은 도솔천인데, 이곳에서는 서로가 손을 잡는 행위로 성적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그 위의 하늘이 화락천인데, 멀리서 마주보는 정도로 성적으로 만족한다. 마지막의 타화자재천에서는 영상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성적으로 만족하는 세계이다.
여기까지는 욕계의 사랑이지만, 색계, 무색계로 올라갈수록 승화의 단계이다. 욕계가 소유의 사랑이었다면 색계는 소유하지 않는, 철저한 관념의 사랑이다. 반면 무색계는 관념마저 초월하는 사랑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비록 과학적 근거가 없는 환상의 이론이기는 하지만 불교 우주관이라는 넓은 얼개를 형성함에 있어서 한 부분으로 창작된 것이다. 그리고 불교 전체를 우주의 모습에 비대해 얼개를 구성할 때 하나의 완성된 모습을 갖추기 위해 부분적으로 창작신화는 불가피한 것이므로 과학성 여부에 너무 비중을 둬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음은 경주 불국사(佛國寺)를 천상에 오르는 것에 견주어 살펴보자.
옛 신라의 향기가 그윽하게 풍겨오는 불국사에 가보면, 거기 부처님 나라가 아름답게 조형화돼 있음을 볼 수 있다. 지금은 그 불국의 터전으로 들어서려면 옆으로 빙 돌아서 측면으로 들어가게 돼있지만, 원래는 정면의 청운교 백운교로 곧바로 올라가 자하문(紫霞門)을 지나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가 마주 앉아 감로법을 전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청운교과 백운교의 돌층계 계단 수는 총 33개이다. 이는 33천인 도리천을 상징하고 있다. 바로 도리천 위에 큰 사찰의 불이문(不二門)에 해당하는 자하문(紫霞門)이 우뚝 서 있다.
불이(不二)란 번뇌와 해탈, 속(俗)과 성(聖) 더러움과 깨끗함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에, 불이문은 번뇌와 속된 마음을 돌려서 해탈 세계로 이르게 한다는, 궁극적으로 해탈과 번뇌가 둘이 아닌 경지로 이끄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따라서 원래는 도리천을 지나서 다시 그 위 창공에 층층이 솟아 있는 하늘나라를 오른 후 불국으로 진입하는 막바지에 그러한 불이문이 서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공간상에 구축해 내기란 불가능한 작업이어서 그렇게 깨달음의 여정을 압축적으로 조형화시켜서 표현한 것이다. 그리하여 석가탑과 다보탑 사이를 지나 드디어 대웅전 부처님이 계신 불국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불교 우주관을 상징하는 불국사인 것이다.
------------------------------------------------------------------------------------성불하십시오. 작성자 아미산(이덕호)
※이 글을 작성함에 많은 분들의 글을 참조하고 인용했음을 밝혀둡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