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鎭業, “동요・동시집 『내 고향』을 읽고”, 『부산일보』, 1947.9. (불수록)
향우 김원룡(金元龍) 군이 동요 동시집 『내 고향』을 내놓았다.
군은 해방 20년 전 타오르는 학구(學究)에의 정열을 걷잡을 길 없어 중대 직장도 버리고 표연히 일로(一路) 동경으로 현해탄을 건너갔다 왔었다.
그리자 해방이 되고 아동문학에 뜻을 둔 군은 가재(家財)를 정리하여 상경하자 아동문화운동을 시작한 것이 어린이 잡지 『새 동무』 출판이었다. 이 『내 고향』은 군이 직장에 있을 때부터 『새 동무』에 발표하기까지의 작품을 수록하여 새동무사에서 출판한 것이다.
종전의 아동세계에서 한걸음 나아가 군의 작품은 시대적인 새로운 각도에서 아동의 세계관을 확립할려는 데 그 특장이 있을 것이다.
「겨울 밤」의 일절
겨울밤 차디찬 밤
일 갔다 온 우리 누나
손등 붓는 밤
이라든지 「장마」의 일절
장마가 가난한 사람 죽인다고
아버지는 방에서 한숨 지시고
저녁 없는 우리 식구
가엽다고 청개구리는
나무 끝에서 울고 있다
라든지 「소낙비」에 있는
비 새는 방공호에
혼자 남은 만주서 온
칠돌이
벌이 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그 눈에도
빗방울이 맺혔다
는 모두가 모두 가난한 우리 조선 어린이의 환경에서 울어나오는 피맺힌 생활의 절규이다.
혹자는 이것은 동심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동심도 어느 객관적 정세하의 가정환경에 부닥칠 때는 이처럼 생활하는 어린이로서의 굳센 동심으로 나타날 수가 있는 것이다.
「야학」의 일절
글 모르면 소가튼
사람 된다고
나무꾼 머슴들 모두 나서서
재넘어 비탈길도 먼 줄 모르고
횟파람 불며 불며 야학을 간다
무더운 밤 호롱불 밑에서 주먹구구로 밤을 새우며 도조 셈에 어제도 지주한테 속혀 왔다고 까막눈 신세를 한탄하는 가난한 농꾼의 어린 아들은 공부 잘하라 하고 아베가 정성껏 삼아 주는 짚신을 신고 야학을 가며 이렇게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의 어린이들은 지금 엄연한 현실생활을 어렴풋이나마 눈앞에 보며 날로 공부하고 또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동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이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서울시 돈암동 506의 3 새동무사 발행 값 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