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구례
2023.12.13~14
1.구례 도착 점심;청국장 백반
2.지리산 노고단 산행
3.저녁 산골집 오리 황칠 백숙
4.숙소는 꽃길 팬션
4-1만들기 공유:1)림밤 만들기
2)천연샴푸바 만들기
4-2 놀이:1)윷놀이
2)화투 놀이 '월남 뻥'
5.아침은 다슬기 수재비/다슬기국
6.화엄사 뒤 연기암 가는 길
7.점심:팥칼국수 팥옹심이
8.구례 떠나기
………………………
누구나 풍경을 담아 가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화엄의 길은 장엄하나
굽이굽이 다른 길이 보인다
큰 가람에서 뿜어내는 향기
불상마다 품격이 다르기에
지리산엔 모두 갈 수 있으나
지혜를 얻는 사람은 드물다.
(구례 도착)
12 월은 여행이 쉽지 않은 계절,
숲 활동이 멈춘 겨울이라
초록 계절에 방전된 숲 동료들과
안식의 겨울에 심신을 충전하기 위해
지리산과 섬진강, 화엄사가 있는
구례로 달려갔다.
화엄사 탐방지원센타 부근
식당으로 참가자 12 명 중 10명이 도착했고 두 명은 노고단에서 합류.
이번 일정의 리더는 강 선생이 맡았고
여행의 첫 식사인 점심으로는
강 선생의 부군이신 구례 지역 신문
'봉성 신문' 발행인인 안 대표께서
청국장 백반을 제공해 주셨다.
지리산 울타리에 둘러싸인 구례는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들었으며
식사 후 곧장 꿈같은 지리산에
들기 위해 성삼재로 달렸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성삼재 주차장에서 내려
임도 따라 노고단으로 올랐다
노고단이란 도교에서 온 말이며
우리말로는 ‘할미단’으로
신라시대에 화랑의 연무 도장이며
산신제를 지낸 영봉은 높이 1507m,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지리산 3대 고봉에 속한다.
노고단 고개까지 쉬운 길이 있지만
좀 가파르나 지름길을 택하여
빨리 오르고 쉬운 길로
천천히 내려오기로 하였으니
아,
우리 삶도 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으랴
이따금 언덕을 오를 때마다
좁아진 혈관의 답답함이 나타나지만
산길 오르는 동안 점차 해소되고
산세에 적응할 무렵엔 들꿩의
둔한 모습을 만나기도 하였다
돌탑이 있는 노고단 고개에서
정상까지는 예약을 해두었기에
탐방지원센타를 통과하여
합성목재로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구름 속의 노고단 품으로 파고들었다.
산 아래의 키 크고 잘난 교목들 대신
철쭉처럼 키 낮은 관목만이 경배의
낮은 자세로 높이를 뽐내지 않는다
낮게 임하였기에 높은 봉우리 곁에
오래 머물 수 있지 않았을까
신라의 화랑들이 수련하고 마음 가다듬은 노고단 정상 돌탑 끝에는
바위종달이 한 마리가 겸손하지만
고고한 자세로 내려다본다
갑자기 흐린 하늘이 장막처럼 걷히며
구름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고
산 아래 풍경이 아늑하게 드러난다
굽은 섬진강 물줄기가 하얗게 빛나고
운무 머금은 겹겹의 능선들이
지리산의 지혜를 단단히 품은듯 했다
1300m 성삼재로 내려오는 길에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혼자만의 명상 시간을 가지면서
느긋하게 하산을 즐겼다.
(저녁 만찬)
저녁은 산골집 오리고기,
황칠 백숙으로 예약되어 있었다.
성삼재에서 바로 이곳으로 왔고
식당 주인의 넉넉한 마음씨처럼
식탁은 푸짐하게 차려졌고
소주의 독기와 맥주의 부드러움이
유리잔 속에서 뒤섞여
마시기 좋은 품성으로
만찬의 유쾌함을 더하였으며
산행으로 빈 위장과 묵직한 다리에
즐거운 식탁의 웃음으로
위장은 채우고 피로는 비운다
어두워가는 구례의 밤하늘엔
별빛이 강으로 흐르고
윤동주의 별 헤는 밤도
이성선의 가난한 별빛 사치로
위로받는 밤의 숙소로 향하였다.
(숙소에서)
꽃길 팬션을 전세하여
밤을 누릴 기대에 부풀었다
강 선생의 만들기 안내로
깜찍한 림빔을 함께 만들어냈고
또 주먹만 한 천연 샴푸바를
인도하는대로 따라가며 만들었고
한편으로는 플라스틱 없는 환경,
맑은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1부 순서를 보람으로 끝나고
인간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전통 윳놀이를 3 팀으로 나누어
판돈을 걸고 짜릿한 승부에 도전하며
비탄과 한숨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또 화투로 속칭 월남 뻥 게임을 하며
욕심의 심리에 자극되어
동전을 투기하며 밤 깊은 줄 모르고
몰빵하다 삼경 무렵에야 잠들었다
(이틀 째 아침)
남도의 상쾌한 아침에
몇몇은 온천욕을 택하고
몇몇은 둑방길 산책을
몇몇은 동네 산책을 하고
늦잠 즐기는 사람도 있으나
8시 반에는 모두 모여
기분 좋은 아침 커피를 나누었고
아침 식사로
다슬기 국과 다슬기 수제비를
뜨거운 국물 후후 불며 먹었다.
식후엔 잠시 박인환과 박인희를
소환하는 여유를 부리곤 하였다
(화엄사 연기암)
비 내리는 화엄사 연기암 가는 길은
가파르진 않지만 돌밭을 품고 있는
대숲 사이로 젖은 돌길 밟으며
계곡 물소리의 묵직한 무게에도
주눅들지 않고 봄날 같은
눅눅한 겨울 아침을 뭉쳐 걸었다
산의 깊은 침묵을 받아들이고
겨울나무의 묵묵한 모습도 관찰하며
명상 속에는 아직도 도 넘는 흥을
억제하지 못하는 자신을 후회하며
집에 와서도 반성하였다
불교는 민간 신앙을 존중하고
타국의 신앙적 행동도 모방하며
중생을 보살피고 배려하는 모습이
여러 모습으로 구현해 낸다
이 넓은 화엄사 경내가 텅 비듯
스님들은 동안거에 들어갔고
중생도 낭비둘기도 겨울비로
모두 숨어버렸는지 절간은
그야말로 절간처럼 고요하였다.
한국의 5대 사찰은 부산 범어사
양산 통도사 순천 송광사 합천 해인사
구례 화엄사라 들었는데
불보 양산 통도사와
법보 합천 해인사와
승보 순천 송광사를 일러
삼보라고 검색하며 알아본다.
연기암 내려오는 길에
화엄사를 두루 돌아보고
고색창연한 각황전의 지붕은
2층이지만 실내는 단층인데
현판 뒤에는
화엄사에만 사는 낭비둘기 떼가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시킨단다
궁궐의 처마처럼
부시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생명을 귀히 여기는 불국이기 때문일까
(점심 후 출발)
점심은 팥칼국수와 옹심이팥죽을
골라 먹고 석별의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 구례에 온 방법대로 구례를 떠났다.
봄이 오면 산수유 마을과 운주루 섬진강 강변도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