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의 가운데서♡
묵은해와 새해를 놓고
세상이 분주한 걸 보며 새로운 기억으로 간다
보내는 한해는
모두가 알던, 눈에 보이는 해이고
맞이하는 다른 해는
아는 이만 아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해
두 해 사이에서
길을 잃어 어둠에 빠졌다
여기서 그쪽으로
건너가고자 하되 갈 수도 없고
거기서 이쪽으로
건너올 수도 없게 한 그가 보고 싶어
새해로 오는 그
빛을 지은 이를 기다리며
미지의 깊은 구렁으로 빠져든
하염없이 그를 기다리던 해질녘쯤
꿈을 꾼다, 깊은 잠의 꿈을
두 해가 지내는 제사라니 무슨 영문일까
누가 병 들었나
누구 제사인지 궁금하다
삼년 된 암소와 암염소 제물로
삼년 된 숫양이 보이고 산비둘기와 집비둘기 새끼도 있다
제물의 중간을 쪼개고 그 쪼갠 것을 마주 대하여 놓고
산비둘기와 집비둘기 새끼, 그 새는 쪼개지 않아
쪼개는 것과 쪼개지 않는 것의 차이
사백 성상이 장성할 동안
제물 될 그 자손을 괴롭히고
그들이 섬기는 나라 그 해를 내가 징벌할지라
그 후에 깨지니
생각이 바뀐 다음에
참된 자유가 무엇인지 깨달으며 날아오른다
네 자손이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오리라 한 데에
새 빛에 의해 쪼개진 천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나를 그토록 괴롭히던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앞선 해와 나중 해가 나누던 말
먼저 된 빛과 나중 된 빛이 서로 하던 말
알아듣지 못해 힘들었던, 말이 안 통하던 나날
해와 해 사이 빛과 빛 사이에서 깊은 잠을 자는 동안
그 해의 말이 내 안에 들어왔다
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들으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채 알지도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
그날, 나는 그 뜨거운 빛의 씨를 잉태했다
해와 해 사이의 어둠에서 이 땅엔 없는 생명을
내게 말하던 천사가 다시 와서 나를 깨우니
마치 자는 사람이 잠에서 깨어난 것 같더라는 고백
해마다 반복되는 해와 해 사이, 빛과 빛 사이의 그 사연
타는 횃불이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는 그 언약으로 말미암아
보내는 해와 맞이하는 해 가운데서
옛것과 새것을 한 곳간에 두고 내오는 집주인의 영광
내 안에서 들리는 하늘에 열린 문의 나팔 소리
잠자는 자여 깨어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어나라
그가 어둠을 뚫고 진리의 빛으로 비추이니
두 해의 가운데서
가는 해로 저물고 새해로 눈을 뜨는
내게 그러했듯 올해도 죽어서 사는 이가 있으리라
토브 에클레시아 / 대구 이화율 집사
Daegu / 010-3032-8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