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와 그림자
김강호
오리발을 몸통 가득 붙이고 살던 지네
가시 달린 그림자 끌고 천지사방 뛰고 날더니
발 잘린 몸뚱어리로 동굴에 철컥, 갇혔네.
볼트와 너트
김강호
출생이 서로 다른 너와 내가 만나서 살아온 나선형의 내력들을 말했어 은밀한 내면과 외면 각지고 둥근 모습을
깊고 험한 나날들 길을 내며 오는 동안 수많은 상처들이 산맥으로 자리 잡고 그렁한 눈물 줄기는 골짜기가 되었어
때로는 이탈해서 달아나고 싶었지만 맞물린 가슴팍을 더 뜨겁게 조였어 금속성 언약을 품고 내일로 가는 우리
―90년대 시조동인 반전 4집 『저녁이 빨리 왔다』(다인숲, 2025) |
첫댓글 볼트와 너트 <- 이게 감동을 주면서도 인생의 굴곡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