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7-5 7 한적閑適 한적한 것 5 한의閑意 한가한 뜻
종일의창헌終日倚窓軒 온종일 창틀에 기대었더니
소연불세정蕭然不世情 소연하여 세상의 情이 아닌 듯.
정화소갱락庭花掃更落 뜰의 꽃은 쓸어도 또 떨어지고
계초잔환생階草剗還生 섬돌의 풀은 깎아도 다시 나온다.
온종일 높은 창문에 기대있었더니
쓸쓸하기만 하여 세상사는 정나미가 떨어졌다오.
뜨락의 꽃잎은 쓸어도 또 떨어지고
섬돌의 풀은 쳐내도 금방 자란다네.
지벽소인사地僻少人事 땅이 외따로니 사람의 인적도 적고
산심유조명山深唯鳥鳴 산이 깊으니 오직 새의 울음뿐일세.
장하소영일將何消永日 무엇을 갖고 긴긴 날을 소일할 건가?
이침근서경移枕近書檠 베개나 옮겨 책시렁에 가까이 갈거나.
외진 곳에 살아서 딴사람에게 신경 쓸 일도 별로 없고
깊은 산속이라 오로지 새소리만 들리오.
다가올 쇠털같이 많은 날들은 어떻게 삭일까
베개를 책시렁 가까이 가져다 놓고 눕는다네.
►창헌窓軒 높은 위치에 있는 창문
►소연萧然 적막하고 조용함. 쓸쓸하고 적적함
►잔剗 깎다. 베다
한가한 뜻
종일토록 창틀에 기대어서니
소연하여 세상 기분 아니더라.
뜰의 꽃을 쓸어도 떨어지고
섬돌의 풀은 깎아도 생겨나더라.
외진 땅이라 사람의 일 적고
깊은 산이라 새소리뿐이로다.
장차 어찌 기나긴 날을 보내나
베개 옮겨 책시렁에 가까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