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센치 두께로 썰어달랬더니 2.5센치 쯤의 두께로 저미고 있었다 큼지막한 나무도마 옆에 똑똑해 보이는 육절기가 버젓이 반짝이고 있구만 묵직해 보이는 정지칼로, 어설픈 눈 잣대로, 힘겹게 고기를 썰고있는 할매의 칼질이 못마땅 했다
왜 저럴까 도축사 로서의 장인정신일까 아님 육절기 눈금 맞추는 셋팅이 서툴어 그런걸까 하다가 고개를 돌려 다른장 봤다 정육 장인과 철공소잡부의 치수에 관한 측정값의 차이려니 했고, 쪼잔한 잔소리로 어줍잖은 요구를 하며 지켜 보고있는 꼬질한 영감이되는 꼬라지가 상상되어 끔찍히 싫었다
매실 따자했고, 그러고마 했고, 그런줄 알았더니 꼭 그렇진 않았다 손으로 일일이 매실을 따기보다는 가지를 흔들고 장대로 가지를 쳐대고 떨어지는 과실을 그물망에 모아서 자루에 담는 무식한 노동이었다 과실 하나 하나를 정성스럽게 따서 광주리에 담는 우아한 낭만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어쨌건 세자루쯤 모였고 한 십륙관쯤 되지싶었다 안쓰던 근육을 써서 그랬던가 온몸이 기분좋게 뻐근했다
샤워하고 한숨자고, 해거름에 숱불 피워서 장인정신 투철한 정지칼 할매가 썰어주신 2.5센치 두께의 목살 구워 먹었다 두텁게 저민 고기의 육즙이 속에 갇혀서 풍미 깊은맛이 났다
정지칼 정육사, 그녀가 옳았다
연어를 고등어 조림같이 요리하면 어떤맛이 날까 싶었고, 유투버를 이리저리 뒤져봐도 그런건 없었다
하지만 개척정신으로 시도해보자 싶어 코스트코 장보러 갔다가 벨기에산 삼겹살에 눈길이 꽂혔다 불확실한 시도 보다는 확실한 가성비에 맘 휘둘렸다
3.5키로 삼겹살 한팩 사고 배갯닛 두장 사고 나왔고, 축협마트 들러 양지살 한근 끊어 미역국 끓였다 별생각 없이...
불쌍한 올리버 녀석은 저녁먹고 왔다면서 그냥 씻고 잤다
담날,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글쎄?
저녀석이 내게 전화한적이 있었나?
살다보니 별일도 다있다 싶어하며 받았더니 현관앞에 고기 배달돼 왔을테니 아버지 구워 자시라 한다
얼라리? 낮에 고기 한빠께쓰 샀는데 싶어 아차~!싶었다 현관문 열어보니 얼음 체워진 택배가 와있얻고 뜯어보니 울나라서만 유명한 한우세트다
또 드는 생각이 녀석의 생일이구나 싶었다 해마다 녀석의 생일이면 육고기가 배달돼왔었다 의도했던 아니던 녀석의 생일에 맟춰 미역국도 끓이고 삼겹살도 샀건만 만사가 과부하라 즐거움이 없고 부담만 더해졌다 고기 못먹어 한이서린 조상이 있나 싶었다
저녁나절 좀 걷자싶어 아파트 입구를 나서는데 옆 건물에서 나오는 안면있는,젊은 남녀와 주쳤는데 장발장 부부다
어쩐일이냐 싶어 작고 예리한 눈알굴리며 눈빛으로 물었더니 지들 운동하는 헬스크럽 건물서 나오는중 이라한다 뽈때기 통통하니 영양상태도 좋아보여 별말 안했다 잘사냐 물어보니 그렇다 했고, 며누리도 나보고 잘사시라 했던거같다
담날 또 올리버에게서 전화가 왔다 겁이 덜컥 났지만, 사랑하는 아들의 전화라 두려움을 삼키고 떨리는 손으로 또 전화를 받았다
내용은 같았다
현관문앞에 고기 택배 있으니 아버지 구워 드시라는 내용이었다
고기?
인자 진저리난다
고만하자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