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세상과 만나는 일차적인 주체입니다. 그 관계의 장마다 감정, 사유, 행동이 복합적으로 섞입니다. 그것들은 몸에서 생겨나고, 몸으로써 감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몸이라는 주체는 우리 마음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몸은 새로운 욕망에 반응하기도 하지만, 주로 오래 묵은 습성의 회로를 따라 움직입니다. 즉, 몸은 새로운 욕망의 능동성과 습성에 묶인 수동성 사이에 존재합니다. 따라서 몸을 공부한다는 것은 자기의 습성과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이며, 습성과 욕망이 세계와 만나는 현장에 대한 탐구입니다. 그것은 의학뿐만 아니라 존재와 세상을 망라하는 총제적인 배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강좌는 그런 총체적 공부를 향한 첫걸음입니다. 몸을 살피는 공부의 도구는 한의학입니다. 우리는 한의학이라는 방법론을 통해서 몸의 생리를 공부하게 됩니다. 한의학은 중국사상의 근간인 역학(易學)의 토대 위에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학을 ‘의역학(醫易學)’이라고도 부릅니다. 역학이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종합적 학문이듯, 한의학 역시 몸과 우주에 대한 통합적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분과학이 아닌 삶과 운명에 대한 연구라는 점에서 인문학적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우리는 임상에 한정된 한의학을 조금 넘어서려 합니다. ‘인문의역학’은 그런 연유에서 만들어진 학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한의학의 기초를 하나씩 배우다보면 인문학 혹은 역학적인 확장성을 감지하게 됩니다. 그건 몸의 확장성이기도 합니다. 몸이 습성에 구속되어 있지만 습성을 벗어난 몸의 또 다른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세력을 전환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몸 공부를 통해 다른 감정, 사유, 행동을 새롭게 펼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양생적 질병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고 삶의 기예이자 존재의 기법이기도 합니다. 그 전략적 탐구의 여정에 함께 할 친구들을 초대합니다.
강사 소개
강사 안도균은
작가로, 주로 몸과 세계를 주제로 글을 쓰고 강의합니다. 전공은 수의학이나 그 지식을 오로지 한의학적 세계를 이해하는데 썼고, 한의학적 지식은 임상보다는 몸과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해왔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탐구를 통해 철학, 영화, 음악, 명리학, 과학 등의 분야와 다시 새롭게 만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