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모임 1주차
해피 데스 데이(Happy Death Day) / 2017
개요 : 미스테리, 공포 / 미국 96분
감독 : 크리스토퍼 랜던
주연 : 제시카 로테, 이스라엘 브로우사드
1.
미모의 여대생 트리는 학교에서 말하는 소위 잘나가는 학생이다. 학교생활은 술과 파티로만 이루어져 있고, 여러 남학생과 연분이 있으며 자신이 듣는 강의의 교수와는 불륜관계에 빠져있다.
전날 술을 많이 마신 덕택에 순진한 남자 ‘카터’의 방에서, 생일 축하 벨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 트리는 어찌어찌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초대받은 파티에 가던 도중에 대학 마스코트 가면을 쓴 인물에게 칼에 찔려 살해당하게 된다.
‘카터’의 방에서 잠이 깬 주인공 ‘트리’
그러나 죽었다고 생각한 트리는 똑같은 방에서 똑같은 날짜에 다시 생일축하 벨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게 된다.
2.
이 작품은 사실 1993년작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작품의 서사구조와 상황을 굉장히 많이 빌려왔다. 영화 마지막부근에는 직접적으로 작품의 이름까지 제시해 주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 감독이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작품이 사랑의 블랙홀과 다른 점이라면 아마 장르일 것이다. 사랑의 블랙홀은 매일 반복되는 시간에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나 개그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매일 살해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여주인공의 범인 찾기라고나 할까?
공포영화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이 작품과 같은 공포영화는 스크림의 뒤를 있는 슬레셔 무비라고 칭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살인마에게 차례차례 죽어나가는 것을 보며 관객들이 공포와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공포영화의 클리세를 살짝 비틀어 매일 한명만 계속 죽어나가는 영화로 만들게 되었다. 저예산 영화라고 들었는데 여럿 죽을 필요가 없으니 등장인물 수도 압축이 가능할 테고, 오히려 공포영화의 장르적 관습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주기까지 했다.
매일 찾아오는 살인마
제목 해피 데스데이(Happy Death Day)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해피 버스데이(Happy Birth Day)를 살짝 비틀어 놓았다. 자신이 태어난 날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주인공, 그리고 또 다시 아침이 되면 새로 태어나게 되는 순환구조에서, 자신의 삶과 더불어 자신의 인생과 자신의 삶의 방식까지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되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삶과 죽음이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또한 누군가 태어날 때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위 제목은 굉장히 영리한 제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3.
반복되는 죽음 앞에서 주인공 트리는 점차 자신이 처한 상황, 자신의 과거 행동까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고 자신이 살던 삶의 방식 또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죽어봐야 정신차린다는 말이 있는데, 이 작품의 여주인공은 몇 번이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 정신을 차릴 기회 또한 여러 번일 수 밖에.
영화 또한 초반부의 약간의 공포분위기 이후로는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흘러나간다. 주인공이 죽어도 죽지 않는 상황에서 관객들이 공포심을 느낄 부분이 없다는 것을 감독 또한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후반부에 약간의 장치를 마련하긴 했지만, 영화 자체는 공포영화라고만 말하기는 힘든 부분이 꽤 많기도 했다. 중간 중간 허점이 보이기도 했고, 굉장히 높은 작품성을 지닌 영화라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라고 추천하기에는 어려운 작품이지만 짧은 상영시간 내내 유쾌하고 즐겁게 감상한 훌륭한 킬링타임 영화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우리 삶이란 한번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고, 게임처럼 세이브와 로드를 반복해 나갈 수도 없다. 잃기 전까진 그것의 감사함을 모르는 것이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하루하루 순간을 충실히 살아나가야 되는 것 또한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