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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하 의견에 따라 ‘웅진상회 → 선정사 → 정상 → 1162봉 → 문바위봉 → 7층석탑 → 삼거리1 → 갈림길 → 추곡 약수’의 14.8km, 7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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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산
높이: 1,199m
위치: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사명산은 춘천과 인제를 뱃길로 이어주는 소양호를 끼고 북쪽으로 위치한 산으로서 멀리 월명봉(718.8m)까지 능선으로 종주 산행이 가능하다.
사명산이란 이름은 양구, 화천, 춘천, 멀리 인제까지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파로호, 소양호와 어우러져 있다. 남서쪽 산록에는 이름난 추곡 약수가 있다.
정상에 서면 파로호와 소양호가 한꺼번에 보인다. 정상은 넓지는 않지만, 삼각점 주위의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나무를 쳐서 동서남북으로 잘 보이게 해 두었다.
사명산은 전형적인 육산이어서 능선이 아기자기하거나 특별히 시선을 끌거나 하는 데는 별로 없는 산이다.
산행 길잡이
산행기점은 선정사와 월명리가 있으나 선정사에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웅진 상회 앞에서 10분쯤 올라가면 선정사이다. 선정사에서 서쪽계곡을 타고 1시간쯤 가면 왼쪽으로 계류가 있다. 계류를 건너 1시간 정도 오르면 능선 공터이며 여기서 조금더 오르면 정상이다.
하산은 추곡 약수를 향해 남동릉을 타고 10분쯤 가면 두 번째 갈림길이다. 갈림길에서 북동쪽 능선으로 가면 992봉에서 능선이 갈라지는데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가면 추곡 마을이고, 마을 뒤에 사이다 맛의 추곡 약수가 있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는 경북 문경의 황장산을 다녀올 예정이었다. 백두대간 상에 있는 1,000m가 넘는 산이기도 하고 까만 소 백두대간 인증 지 중 하나라 성원 20명을 채우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전 세계적인 코로나의 유행으로 단체로 신청한 팀이 취소해 성원을 채우기 힘든 상황으로 바뀌었다. 흥수와 내가 어떻게든 성원을 채워 보려고 노력했음에도 최종 성원 미달로 취소되었다.
물론 단체팀이 취소하는 순간 Plan B로 강원도 양구의 사명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해서 목요일 오후 미리 등산방에 황장산 취소에 대비해 사명산을 갈 예정이라고 알리고 구체적인 산행 계획에 관해 공지했다. 최종 안내 산악회의 산행 취소 문자를 받고 계획대로 버스 예매 사이트에서 동서울발 춘천행 7시 버스를 예매했다. 내가 예매할 당시에는 그 버스에 다른 예매자는 전혀 없었다. 이후 영빈이 예매하고, 최종 흥수가 예매했다. 예매 사이트 상황만 봐서는 우리 셋이 그 버스를 전세 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목요일 7시경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 새벽 2시까지 마신 거 같은데, 그 영향으로 금요일 종일 숙취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토요일 등산을 위해 배낭을 꾸려야 했지만,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술은 보기도 싫고 따라서 산에서 삼겹살 굽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보다는 그걸 사러 갈 상태가 아녔다. 해서 이번 산행은 조촐하게 라면만 끓이는 거로. 그런데도 정상 주가 없으면 섭하니 얼마 전에 사 온 위스키는 들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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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새벽에 기상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디팩을 꺼내 배낭을 마저 꾸려 6시 50분에 집을 떠나 불광역으로 향했다. 불광역에서 6시 6분 차를 타야 동서울 터미널에 6시 45분경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불광역에 도착해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6시 8분으로 2분 늦게 도착했다. 그럼 을지로 3가에서 갈아탈 예정이었던 강변행 2호선을 못 타고 다음 차를 타야 한다는 얘기다. 고로 강변역에 6시 53분경 도착한다. 그럼 뛰어야지.
조금 늦게 도착한 지하철이지만, 가능한 빠른 환승을 위해 앱이 알려주는 차량의 문으로 지하철에 타니 이미 좌석은 없었고(매번 느끼는 거지만, 토요일 이른 시간의 지하철이 거의 만원이다. 오히려 조금 늦은 시각에는 자리가 많고, 장거리로 출근하는 직장인?), 그 와중에 자리 잡고 앉아 뭔가를 열심히 하는 영빈이 보였다. 아는 척해봐야 방해만 할 거 같아 조용히 한쪽 구석으로 가 패드로 게임을 하며 을지로3가역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환승역에 도착하기 직전 영빈에게 다가가 내릴 역이라고 얘기하고, 지하철이 정차하자 같이 내렸다. 그리고 동서울터미널로 가기 위해 2호선 쪽으로 이동하는 순간 그쪽에서도 많은 승객이 3호선을 타기 위해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우리가 환승했어야 할 지하철의 승객이다. 뭐 이렇게 된 마당에 서두를 이유도 없어 유유자적 2호선 승차장으로 가 다음 지하철을 타고 강변으로 향했다.
6시 53분경 강변역에 도착해 서둘러 동서울터미널로 갔다. 물론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영빈이 흥수에게 전화해 이제 막 도착했으니, 버스를 잡고 있으라고 했다. 이 와중에도 제일 끝에 있는 춘천행 승차장으로 정신없이 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흥수를 만났다. 우리 셋만 이용하는 버스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서너 명의 승객이 더 있었다. 어쨌든 전세 낸 거나 다름없는 춘천행 버스는 7시 정각 동서울에서 출발해 춘천을 향해 달렸다.
텅 빈 도로를 달려 예정된 시각이 8시 10분보다 좀 이른 시각에 버스는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런데 지난주 산행에서 겨울 등산복 때문에 더위에 시달려 이번에는 봄 등산복을 입고 갔는데, 싸늘한 날씨를 견딜 수가 없어 배낭에서 비상용으로 넣어 두었던 조끼와 넥워머를 꺼내 입어야 했다. 다음 양구행 차가 8시 40분 차라 시간적 여유가 있어 아침을 안 먹고 나온 영빈과 흥수는 터미널 편의점에서 산 삼각 김밥과 영빈이 싸 온 오뎅탕으로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내게 춘천터미널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과거에는 기차만 이용했었다. 춘천시외버스터미널은 초행이 맞다.
8시 35분경 승차장에 도착한 양구행 버스도 승객이라곤 우리를 포함 너덧에 불과했다. 8시 40분 예정된 시각에 춘천터미널을 떠난 버스는 거의 시내버스처럼 각 정류장을 안내하며 양구를 향해 달렸다. 물론 내리거나 타는 승객은 전무해 거의 규정된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지만. 그리고 9시 18분경 다음 정류장이 우리의 목적지인 '웅진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 내릴 준비를 하고 버스가 정차하자 내렸다. 그리고 허탈했다. 허허벌판 터널 직전 간이 버스정류장이 있었고 거기에 우릴 던져두고 버스는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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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든 아니든 우리의 사명산 산행은 웅진 2터널 직전 양구 방향 간이버스정류장에서 시작했다. 그 시각이 9시 20분이다. 뭐 이미 알고 있던 정보지만, 간이 정류장에 있는 춘천발 양구행 버스 시간표에는 시간 기준이 춘천이라는 주의 사항이 있었다. 고로 각 정류장은 춘천에서의 거리를 고려해 대략 도착 시각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추곡 약수에서 타고 춘천으로 갈 버스도 종점인 오향리 출발 시각 기준이라 그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체증과 승객 유무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니 어쩔 수 없다. 거기에 맞추는 방법 외에는.
간이버스정류장을 떠나 고속화 도로 밑을 통과해 구도로를 따라 실제 산행 들머리인 웅진 상회를 향해 갔다. 그리고 9시 29분에 웅진리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사실상의 들머리인 샘터 갈림길까지는 잘 포장된 도로로 1.8km를 더 올라가야 했다. 마을 입구를 지나며 왼편으로 보이는 신기한 양봉의 모습에 우리끼리 궁금해하며 길을 가다가 일을 하고 있던 주민을 만나 인사를 하고 저 나무에 매달린 게 뭐냐고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새집'이었다. '새(鳥)집?' 하고 의문을 표하자, 저렇게 위에 매달아 두면 분봉을 하던 벌이 위에다 집을 짓는다고 했다. 처음 들은 얘기고 처음 본 장면이다. 또 하나 배웠다.
길을 따라 들머리를 향해 올라가며 앞에 보이는 산을 보니 그중 가장 높은 봉우리가 사명산 정상으로 보였다. 역시 해발 1,000m가 넘는 산답게 700고지 이상은 눈이 보였다. 그리고 주변 마을도 관찰했다. 날이 화창해서 착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딱 보기에도 살기 좋아 보이는 동네에 춘천이 가까워서인지 왼편 산기슭에는 전원주택 또는 별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오른쪽 계곡에는 펜션이 줄을 잇고 있었다.
9시 56분에 샘터 갈림길에 도착했다. 거기에 있는 지도에 의하면 사명산을 오르는 코스는 총 6개 코스로 내가 처음 계획한 건 등산로 안내에 의하면 F로 용수암에서 정상까지 3.2km에 불과했지만, 걸리는 시간은 3시간 30분이었다. 그에 반해 A인 금강사, 샘터, 정상은 4km 가까이 되지만,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이었다. 거리는 길지만, 시간이 짧다는 건 능선길이 대부분으로 종주에 가까운 산행이라 얘기였다. 그럼 볼 것도 없이 A로. 갈림길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바로 샘터를 향해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는 키 큰 낙엽송 사이로 나 있었고, 계곡은 수량이 풍부해 울창한 물소리로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간혹 급경사가 나타나 힘들게 하기는 했지만, 길 자체는 아주 훌륭했다. 그 길을 따라 40분가량 오르자 갑자기 임도가 나타나며 계곡이 끝났다. 샘터였다. 샘터면 샘이 있어야 하는데 눈에 띄지 않아 주변을 둘러보니 임도 조금 위에 허름하게 나무를 이용해 물을 받는 게 보였다.
샘은 물이 솟아나는 게 아니라 지하에서 흐르다 지상으로 나타나는 물을 받는 구조였는데, 물이 흐르는 게 아니라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다. 그 물을 받아 마시겠다고 버텨봤지만, 몇 분은 지나야 간신히 마실 만큼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받아 마시는 걸 포기하고 돌절구 같은 물받이에 받힌 물을 떠 마시는 거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렇게 물을 떠 마시고 100여 미터를 오르자 능선이다. 그리고 길은 빙판이고. 해서 폰의 앱으로 확인해보니 해발 808m다. 그리고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2.4km.
정상이 해발 1,198m, 고로 400m 가까이 올라가야 해 오르내림도 많고 급경사가 많아 쉽지 않은 길이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가며 11시 5분에 헬기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고도가 높아질수록 쌓인 눈의 높이도 높아졌고, 미끄러운 정도도 같이 심해졌다. 해서 앞서가는 선두가 길을 만들며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정상을 향해 가며 힘겹게 이름 모를 봉우리를 오르다 잠깐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저 멀리 흰 능선이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설악산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보다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남쪽 아래로 우뚝 솟은 설악산이 보였다. 고로 설악산은 아니다. 이 글을 쓰며 지도와 사진을 확대해 보고 군사기지가 있는 향로봉임을 확인했다. 그렇게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잘 보이기 시작하는 주변의 산세와 소양호, 파로호가 눈을 즐겁게 했다. 11시 38분에 어느 산악회에서 도솔지맥 신선봉(1,031m)이라고 명패를 매단 봉우리에 도착했다.
신선봉을 내려가자 정상까지 1.1km를 남겨둔 곳에 휴식할 수 있는 쉼터가 있다. 그 쉼터의 구조가 밥해 먹기 딱 좋다. 긴 나무 의자가 3열로 배치된 게 가운데 의자를 식탁으로 쓰면 딱 맞았다. 눈도 많이 쌓여 있어 금상첨화다! 애초 정상 부근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지만, 그만한 식당을 찾기 어려워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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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의자를 식탁 삼아 배낭에 든 모든 걸 꺼내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라면이 끓는 동안 먼저, 바나나와 달걀, 몇 가지 간식을 안주로 처음처럼을 비우며 옛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 끓은 라면을 먹고 늘 그렇듯이 햇반을 넣어 마저 끓여 위스키와 같이 먹었다. 그리고 우리가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인멸하고 12시 33분에 그 자리를 떴다. 11시 41분에 도착했으니, 점심시간으로 52분을 썼다.
식당을 떠나 정상을 향해가면 한 봉우리를 오르다 위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을 보고 놀랐다. 그때까지 이 산에는 우리가 유일한 산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서너 살 많아 보이는 3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정상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눈이 단단하게 쌓인 곳에서는 눈밭을 뒹구는 장난도 치며 천천히 정상을 향해 올라가 1시 15분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정상 바로 아래 우리가 올라온 반대편 쪽에는 등산객 두세 명의 인기척 가까이 있어 살펴보니 우리와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등산객이 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먹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야 뭘 하든 삼각대를 꺼내 설치를 하고 인증을 찍었다. 역시 유명하지 않은 산을 다녀야 여유롭게 뭘 할 수 있다. 이후 저 멀리 보이는 설악산을 배경으로, 그리고 향로봉을 배경으로도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인증을 남기고 있는데 우리가 정상에 도착했을 때 소리가 들렸던 등산객 3명이 나타났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에 관해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데 내가 아는 한 알려주었다. 거꾸로 그 산꾼덕에 화악산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등산객의 말에 의하면 애초 추곡 약수로 하산하려고 가다가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엄두가 안 나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혹시 우리가 그쪽으로 가면 뒤를 따라가도 되냐고 물었다. 그때 영빈이 우리는 아이젠이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하자, 포기하고 웅진리 쪽으로 하산했다.
그 등산객의 눈 얘기에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산길이 생각보다 거칠다면 춘천행 4시 20분(당시에는 그렇게 알고 있었음) 차를 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라. 1시 26분 정상을 떠나며 남은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남은 거리는 대략 7km, 주어진 시간은 버스가 종점에서 추곡 약수까지 오는 시간을 고려해 3시간 20분 정도. 물론 지도와 산행기 과거 버스 시간을 토대로 계산한 거다. 그럼 시간당 2km로 내려가도 충분하다는 얘기라 부담이 없었다. 앞으로 남은 길은 계속 하신길이라는 걸 전제로 한 거지만.
정상을 뒤로하고 다음 봉우리를 향해 가자, 그 등산객이 한 말이 이해됐다. 다음 봉우리를 오르는 길에는 거의 종아리에 이르는 눈이 쌓여 있었고, 눈이 얼어 빙판을 이루는 곳도 있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돌아선 듯했다. 그렇다고 아이젠을 한다고 달라질 길도 아니었다. 해서 아이젠은 무시하고 그 봉우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급경사의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 세 개를 넘고 나자 추곡 약수터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정표에 다른 지역은 다 남은 거리가 표시되어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 인지 추곡 약수터는 거리에 관한 정보가 없었다. 어쨌든 갈림길에 도착한 시각이 2시 43분이다. 정상에서 1시간 20분가량 걸렸다. 고로 봉우리 세 개 넘는 게 아주 힘든 과정이었다는 반증이다.
약수터 갈림길에서 10여 분을 더 가 문바위봉이자 수인리 갈림길에 올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명산에 자리 잡은 우리가 아는 동네 중, 웅진리, 수인리는 양구, 추곡리는 춘천으로 행정 구역이 달랐다. 해서 교통편이나 이정표 등이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 거다. 문바위봉에서 잠깐 휴식하며 등산화에 들어간 이물질을 빼내고, 따뜻한 생강차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 바로 칠성탑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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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바위봉을 내려가 2시 55분에 문바위에 도착했다. 그 바위를 보는 순간 왜 그런 이름을 얻었는지 알 수 있었다. 문(門)바위(岩)다. 거대한 바위 두 개가 마치 성문처럼 자리 잡고 있고 그사이 좁은 틈으로 그 왼쪽 바위에는 칠성 탑이 있었고 오른쪽 바위에는 전망대가 있었다. 과거의 기록에 의하면 두 바위를 연결하는 출렁다리도 있었던 거 같은데 우리가 갔을 때는 흔적도 없었다. 이 글을 쓰며 구글링을 해보니 2014년까지는 있었던 듯한데, 나무로 만든 다리가 위험해 철거한 거로 보인다[출렁다리].
먼저 왼쪽 바위로 올라 칠성 탑을 구경했다. 이 바위에 탑을 세울 생각을 한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고 왜 이 자리에 탑이 있어야 하는지 안내문을 읽어봐도 알 수는 없었다. 그리고 왼쪽 바위에서 내려와 오른쪽 바위에 올라보니 딱히 전망이랄 것도 없었지만, 건너편 탑은 한눈에 들어오는 게 좋았다. 그리고 문을 통과해 밑으로 내려가자 문바위에 관한 안내문이 있었다. 생긴 형상에 따라 어떤 치성에 좋은지 등. 결국, 여성의 생활이 힘들어 사람이든 사물이든 신묘한 뭐에 기댈 수밖에 없다(2020년 문제가 심각한 종교가 그렇듯)는 얘기지만. 그런데 딱히 내세우는 전설이 없는 거로 봐서 최근에 지자체에서 만든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3시 정각 문바위를 떠나 추곡 약수를 향해 갔다. 그런데 문바위를 지나자 추곡 약수까지 거의 모든 나무에는 겨우살이가 살고 있었다. 봉 감독 덕에 의도치 않게 겨우살이를 주의 깊게 보는 편이라 많은 군락을 봤지만, 이렇게 거대한 군락은 처음이다. 모르긴 해도 대한민국 최고가 아닐까 생각된다. 3시 15분에 추곡 약수 2.7km라는 이정표에 도착했다. 남은 버스 시간이 1시간 20분 정도가 조금 넘으니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해였다.
남은 2.7km가 호락호락하지 않고 와중에 약 300여 미터 알바하기도 했다. 봉우리 몇 개를 넘는 악전고투 끝에 추곡 약수 0.8km 지점에 도착했다. 그 800m가 거의 해발 200여 미터를 내려가는 길이라 급경사의 정도가 심했다. 해서 안전을 위해 지자체에서 안전 봉과 줄을 설치했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본 거 같다. 그 800m를 내려가니 갑자기 임도가 나타나고 다시 이정표가 보였다. 그 이정표에는 추곡 약수 0.9km라고 되어 있었다. 아니, 800m라고 해서 내려왔더니, 900m를 더 가야 한다고?
그때 시각이 4시 28분이다. 우리 계산에 의하면 버스는 늦으면 4시 50분에 이르면 4시 40분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뭐 어쨌든 뒤에 처진 영빈을 흥수가 기다리기로 하고 내가 먼저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갔다. 앞만 보고 걷느라 추곡 약수 갈림길을 지나쳐 4시 40분경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먼저 버스 시간표를 찾아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종점인 오향리발 13:30, 18:00, 막차가 20:20이었다. 물론 도착 시각은 상황에 따라 다르니 잘 맞춰야 한다. 어쨌든 우리가 알고 있던 버스 시각이 틀렸다.
현 시각 4시 40분 조금 지난 시간 버스가 종점에서 6시에 출발해 이르면 6시 20분에 추곡 약수 정류장에 도착하니, 최소 1시간 30분의 시간이 붕 떴다. 그 시각을 어떻게 때워야 하는지는 우리 모두 잘 아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배낭을 벗어 버스 정류장에 두고 카메라만 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250여 미터 떨어진 약수터를 향해 갔다. 약수터에 내려오던 흥수를 만나 사정 얘기를 하고 약수터 다녀올 동안 뭘 먹을 건지 생각해 두라고 했다.
영빈과 둘이 약수터에 올라가니 약수터는 두 곳으로, 두 곳 다 주전자나 큰 페트병에 약수를 담는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다. 약수는 암벽 틈에서 솟아나고 있었고 암벽을 둥글게 파 약수를 저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솟아나는 약수의 수량은 생각보다 적었다. 적지만 고인 약수를 퍼서 병에 담아야 하는 구조였다. 내가 다가가자 물을 퍼 담다 말고 마실 거냐며 물 반 바가지를 건네주었다. 인심이 나빠서가 아니라 수량이 워낙 적어 어쩔 수 없었다. 한 곳의 약수터에서 물을 다 담고 떠나자 영빈이 집에 가져갈 물을 생수병에 담았다. 그런데 내가 마셔본 추곡 약수는 오색이나, 화암, 개인 약수에 비해 그 농도가 약했다. 톡 쏘는 맛도 덜했고. 그래서 약수 주변 상가가 거의 폐허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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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던 흥수를 만났다. 그리고 뭘 먹을까 물어보니, 두 집이 있는데 메뉴는 동일하다고 했다. 그 두 집의 차이는 위에 있는 식당은 간판에 직접 담은 고추장, 된장 등등을 광고하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밖에서 보기에도 두 집 다 가게 안은 썰렁했지만, 그나마 윗집은 몇 명의 손님이 있었다. 해서 윗집 직접 담은 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주문을 하려고 보니 닭 종류는 애초 준비를 안 했던지 주문이 불가능하고 밥은 30분 전에 주문해야 한다고 했다. 주문을 받자마자 밥을 지어야 한다고. 어쨌든 한잔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문 바로 앞이라 정신이 없어 다른 자리로 옮기면 안 되냐고 물어보니 예약이 되어 있어 안 된다고 했다. 그럼 바쁜 거 같으니 다른 식당으로 가겠다고 인사를 하고 밑의 식당으로 옮겼다.
인적도 없는 밑의 식당으로 가 주인을 불러 윗집과 동일한 주문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해서 주문한 게 더덕구이와 ‘약수밥’이다. 그리고 어떤 얘기도 없이 주인장이 주방으로 사라지고 우리 셋만 덩그러니 남아야 했다. 그래서 내가 냉장고로 가 막걸리를 찾아보니 보이지 않아 영빈과 흥수에게 막걸리가 없다고 큰 소리로 얘기하자 주방에서 주인장이 냉장고 제일 밑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막걸리를 꺼내 자리로 가자 주인장이 잔과 안주로 가지김치를 갇다 줘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한잔했다. 막걸리는 춘천이나 양구가 아니라 화천 생막걸리였고, 가지김치는 내 입에 딱 맞았다.
막걸리를 다 비울 때쯤 주문한 더덕구이와 '약수밥'이 많은 나물 반찬과 같이 나왔다. 압권은 막장 찌개였다. 막걸리를 다 마시고 빨갱이를 가져다 막장 찌개와 더덕구이 나물무침을 안주로 마셨다. 물론 퍼런색의 '약수밥'도. 식당에 들어갈 때 제일 먼저 물어본 게 버스 도착 시각이었다. 돌아온 답은 6시 40분, 추곡 약수 주민 모두 동일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도 모르니 창밖을 주시하며 빨갱이 두 병을 비우고 주춤하다가 버스를 놓치는 수도 있으니 미리 나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입가심으로 약수밥 누룽지를 먹고 계산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을 나간 시각이 6시 29분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우리끼리 평가한 음식은 윗집은 먹어보지 않아 모르지만, 우리가 먹은 집이 맛집이라고 멋대로 평가했다. 돌고래 조가 윗집은 직접 담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지만, 아랫집은 맛있는 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만드니 더 맛있다는 주장에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농담 따먹기를 하며 버스를 기다렸지만, 6시 50분이 지났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버스 회사나 시청에 연락해 봐도 계속 통화 중이고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다.
여차하면 택시를 부르기 위해 다시 그 식당으로 돌아가 어떻게 된 거지 확인해 보았지만, 돌아온 답은 무조건 기다리라는 거였다. 그리고 안 오면 막차인 8시 20분 차로 가면 된다고 했다. 내가 그 차도 안 오면 어떻게 하냐고 하자 묵묵부답. 마침 그 식당에는 우리가 나간 이후 두 남자 손님과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여성이 들어와 있었다. 어쨌든 그 자리에 있던 사람 대부분은 버스 기사가 손님이 없을 거라는 판단에 추곡 약수에 들리지 않고 바로 춘천으로 갔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화가 엄청나게 난 상태인 내가 그 기사 반듯이 정의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씩씩거렸지만, 그건 그때 얘기고 현재는 대안이 필요했다. 그때 나온 얘기가 저 밑 파출소 앞에 있는 정류장까지 내려가 양구에서 춘천 가는 버스를 타라는 거였다. 나도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정류장까지 거리를 몰라 실행하지 않았을 뿐. 그때 그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여성이 1.3km 정도 된다고 했다.
서둘러 파출소를 향해 내려갔다. 그 거리는 앱에 의하면 1.3km가 아니라 2.3km였다. 어쨌든 빠른 속도로 걸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각이 7시 32분이다. 그 정류장에는 춘천행 버스 시간표가 있었고, 다음 차는 8시에 양구에서 출발하는 거였다. 최소한 한 시간가량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해서 대안으로 택시를 찾아봤지만, 오겠다는 택시도 없었다. 남은 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를 잡는 거 외에는 없었다. 아니면 버스를 기다리든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차를 잡아 보고자 했지만, 야심한 밤에 배낭을 짊어진 세 등산객을 태워줄 정신 나간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거의 포기하다시피 지나가는 차에 손을 드니 우리를 지나 버스 정류장에 섰다. 우리도 깜짝 놀라며 가보니 아까 그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두 남성 손님이었다. 우리가 하는 얘기를 다 들었고, 잠깐씩 같이 얘기도 했었기 때문에 우리 사정을 알고 차를 세운 거였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배낭을 안고 차에 타 춘천 적당한 장소에 내려주시면 우리가 알아서 역까지 가겠다고 했지만, 굳이 춘천역까지 데려다주었다. 가는 동안 이것저것 얘기를 나눴는데, 환갑이 넘은 연세였다(처음 봤을 땐 우리 또래로 봤는데). 그리고 현 시국에 관해 유익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춘천역에 도착해 바로 ITX에 탑승해서 보니 그 차의 승객이라고는 우리 셋이 다였다. 중간중간 탑승하는 승객이 있기는 했지만, 코로나가 무섭기는 무섭다. 어쨌든 용산역에 도착하는 거로 우여곡절 많은 사명산 산행을 마쳤다.
애초 계획과는 달리 '웅진리 간이버스정류장 → 웅진리 입구 → 샘터 갈림길 → 샘터 → 헬기장 → 신선봉(1,031m) → 쉼터 → 정상(1,198m) → 1,162봉 → 문바위봉 → 7층석탑 → 삼거리1 → 갈림길 → 추곡 약수’의 16.3km(트랭글 기준), 7시간 44분의 사명산 탐방을 했다. 이동 6시간 19분, 휴식 1시간 25분! 이동 거리에는 잠깐의 알바와 약수터를 왕복한 거리도 포함되어 있다.
사명산 조망이나 산세 충분히 오를만한 가치가 있는 산이다.
야생화 시즌에 단체로 가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지만, 이번에 우리가 한 사실상의 종주는 초보 등산객에는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산이다.
우리는 양구에서 만든 등산 지도를 보고 A 코스로 변경했지만, 대부분 등산객이 한국의 산하와 같은 F 코스를 선택하고 있다. 그들의 산행기를 보면 우리가 양구에 속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확인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산행이다.
첫댓글 버스와 관련된 최종 결론은 우리가 알고 있던 시간 이전에 버스는 왔으나, 우리가 발견하지 못 했다.